공수처 영장 집행 실패..."윤 끌어내릴 때까지 싸우자"

1만5천여 명, 3박4일 철야투쟁 마무리...11일, 다시 광화문으로

공수처는 끝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집행하지 않았다. 은박 담요를 나누어 덮고 눈과 비가 내려오는 한남동의 거리를 지킨 노동자와 시민들은 3박 4일 간의 철야 투쟁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분노와 실망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우리의 싸움은 이기는 싸움이다",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민주주의를 다시 세울 때까지, 끝까지 싸우자"고 마음을 모았다. 

"파인애플은 피자로, 윤석열은 깜빵으로". 참세상

6일 오후 2시, 대통령 관저 인근 한남동 대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체포와 구속을 촉구하는 긴급행동 집회가 열렸다. 어둡고 궂은 날씨에도 1만 5천여 명이 모여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경호처도 공범이다, 즉각 체포하라"고 함께 외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발부받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기한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날 집회에도 다양한 시민들이 발언에 나섰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그를 비호하는 여권 정치인들, 극우 세력,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대통령 경호처, 머뭇거리는 공수처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발언에 나선 시민들은 분노와 실망에만 무게를 두지 않았다. 시민들의 발언에는 국적, 성적 지향, 또 무엇무엇의 분별을 넘어서 모두의 존엄을 향하는 연대에 대한 마음도 담겨 있었다. 이들은 멈추지 않는 연대로 "윤석열을 끌어내고,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다짐을 나누었다. 

세세 도쿄윤석열퇴진집회추진연합 대표는 "국경이 우리가 연대하는 일의 장벽이 아니라면, 누군가를 출신과 배경과 상관없이 나와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에도 장벽이 없어야 한다"면서, "세상에는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차별과 박해가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고 짚었다. 

그는 "일본 도쿄에서 가장 먼저 윤석열 퇴진의 목소리를 내 주신 것은 '자이니치'라고 불리는 재일동포 분들이셨다", "한국 안에도 가시화되지 않은 채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 수많은 이주노동자 분들이 계신다"면서 집회에 참여한 이들에게 질문을 전했다.

"저희가 모두 함께 동지일 수 있습니까? 이 싸움이 끝나도 동지일 수 있을까요? 국적과 국경을 허물어 동지일 수 있을까요?" 세세의 물음에, 거리의 시민들은 "네!"라고 소리 높여 화답했다. 

세세 대표는 "우리 사이 가로놓인 모든 종류의 거리를 뛰어넘어, 이 싸움에도, 이 싸움이 끝난 후에도 끝까지 연대하리라고 이 곳에서 감히 외쳐본다"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는 모든 이들과 함께, 투쟁!"이라고 발언을 맺음했다.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참세상

자신을 '김삿갓'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여성, 노동자, 장애인 그리고 성소수자 그들 또한, 우리 또한, 저 또한 대한민국의 민주 시민"이라면서, "우리의 공통점은 가장 낮은 곳에 있었고, 현재에도 대부분이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차가운 곳에 누워본 사람이야말로, 가장 많이 아파본 사람이야말로, 많이 아파본 사람이야말로, 타인의 고통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 짚고, "여러분 그들을, 우리를, 저를 이제 받아들여 주시길 바란다, 마침내 윤석열이 탄핵되어 이 집회가 끝이 날지라도 그들을, 우리를, 저를 잊지 말아 달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최준서 씨는 "윤석열이 해온 성차별적 반인권적 정치 역시 건강에 매우 해로웠다고 생각한다"면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강제 전역 조치를 받고, 혐오 세력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세상을 떠난 변희수 하사"의 기억과 함께, 높은 빈도의 국내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 사고 경험, 청년 여성의 높은 자살률 등을 환기했다. 

최준서 씨는 "이렇게 사람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기 옆에 윤석열이 불러낸 우파 집회에 가보면 차별금지법 반대 선동을 하며 우리의 목소리를 지우려 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시민의 힘으로 윤석열도 몰아내고 그가 선동하는 혐오 정치도 끝내야 하지 않겠는가" 물었다. "윤석열 끌어내고, 차별금지법 제정하자!"라는 그의 선창에, 시민들은 "제정하자"고 함께 외치며 화답했다.

구파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는 "우리 집 앞이, 내 삶의 공간이 광장이었으면 좋겠다. 저는 전주에서 성소수자로, 청년으로서 계속 잘 살아가고 싶다"면서,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우리 지역에서, 내가 사는 곳에서 혹은 다른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달라. 내 옆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해달라. 동료를 찾아달라" 호소했다. 

구파란 활동가는 "우리는 윤석열을 반드시 끝장낼 수 있다. 그렇듯 우리의 일상도 바꾸자. 우리나라도 고쳐 쓰고, 우리 동네도 고쳐 쓰자"고 말했다. 

"끝까지 싸웁시다". 참세상

이날 집회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의 대표 발언으로 마무리되었다.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광장의 힘이,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고자 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날마다 우리를 공명하는데, 우리는 이미 승리하고 있음을 그리고 승리했음을 알고 있다. 다만 제 몫도 못하는 공수처가 눈치 보고 머뭇거리는 바람에 그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됐을 뿐"이라며 "지치지 말고, 실망하지 말고, 서로 살피고 돌보며, 광장을 날마다 신나는 정치의 장, 우리 손으로 만드는 민주주의가 넘실대는 장으로 만들어 가자"고 소리 높였다. 

김은정 공동운영위원장은 "광장의 요구가 정치가 될 수 있도록, 여성과 장애인과 이주민의 정치, 성 소수자와 청소년과 노동자 농민의 정치, 그리고 기후 위기 시대에 죽지 않고 함께 살기 위한 정치 등 우리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정치 아니겠는가" 질문하고, "그 정치를 윤석열 탄핵과 함께 바로 광장에서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그간의 윤석열 퇴진 행동을 돌아보며 "청년들은 투쟁을 외쳤다. 노동자와 기성세대들은 가사는 잘 모르지만 '다시 만난 세계'에 함께 응원봉을 흔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동지가 되었다"면서 "그 힘으로 계속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키고 달라진 것이 없다, 한숨 쉬었던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 일제를 청산하지 못해 친일파가 날뛴다는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 군부 독재에 종사했던 자들이, 부역했던 자들이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그 푸념을 반복하지 말자. 그러기 위해 우리는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더욱 굳건히 더욱 당당히 투쟁에 나서야 한다.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힘 주어 말했다. 

"주권자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참세상 

공수처는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공수처는 이날 오전 체포영장 집행은 경찰에 위임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가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같은 날 오후 2시, 경찰청 국사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백동흠 부단장은 브리핑을 통해서 "내부적 법률 검토를 거쳐 공수처 집행 지휘 공문은 법률적 논란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히고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공수처와 계속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공수처는 결국,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3박 4일의 철야 투쟁을 벌인 한남동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는 3박 4일간 밤을 지새며 내란수괴 윤석열의 체포를 촉구한 노동자와 시민들의 목소리를 엄중히 인식하고 오늘 반드시 내란수괴 윤석열을 체포해야 할 것"이라 짚었다. 

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노동자와 시민들은 실망감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비상행동은 오는 11일 오후 4시,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다시 집회를 열고 광장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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