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공장 옥상에 아직도 두 사람이 있다. 박정혜·소현숙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두 여성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일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여성노동자 최장기 고공농성이다. 시민사회는 두 노동자가 '이겨서 땅을 밟을 수 있게'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빛이 될 차례'라며, 구미 공장 두 노동자 곁에서 오는 10일부터 '1박 2일 옵티칼 희망텐트촌'을 연다.
"윤석열은 감옥으로! 박정혜·소현숙은 일터로!". 참세상
7일 오전 11시, 민주노총에서 '박정혜·소현숙 여성노동자 최장기 고공농성 1년, 시민사회 해결 촉구 및 1박 2일 희망텐트촌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일년이 넘게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전화연결을 통해 "지난 3일부터 어제까지 한남동에서 폭설과 칼바람을 맞으며 윤석열 체포 투쟁을 벌이는 동지들을 봤다,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다. 저희들도 고공 농성만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싶었다"고 광장의 시민들에게 마음을 전했다. 또한 "동지들의 연대와 응원으로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며 옵티칼 투쟁에 연대하는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나누었다.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니토덴코는 아직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노동자를 기만하고 있다"면서 "질긴 놈이 승리한다는 말처럼, 저희는 더 질기게 이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 결의를 밝혔다.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은 니토덴코를 비롯한 먹튀 자본들은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온갖 특혜를 누려놓고 마지막에는 정리해고만 남겨 두었다. 국민들을 보호해야 될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비판했다. 장창열 위원장은 "금속노조는 1명의 조합원도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두 동지가 고용승계를 쟁취하고 땅에 내려오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연대 발언과 구호 현장 영상. 참세상
노동시민사회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발언을 통해 니토덴코 자본과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두 여성노동자에 대한 연대를 다짐했다.
유태영 민변 노동위 부위원장은 "옵티칼하이테크 조합원들이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았더라면, 이 두 명의 여성노동자가 이렇게 장기간 고공농성 투쟁을 하는 일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퇴진 광장 이후에 우리가 사회대개혁을 같이 만들어갈 때는 (윤석열 정부에 의해 번번이 거절당한)노동조합법 개정안도 그 내용으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박정혜·소현숙 동지가 꿈꾸는 세상과, 지금 광장에 나온 노동자 시민들이 꿈꾸는 세상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윤 대통령의 즉각 체포를 촉구하는 한남동 집회에 참여한 시민의 질문을 환기했다.
그는 "한 시민이 무대에서 물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누구의 손으로 만들어졌는가. 우리가 철야투쟁에서 앉아있던 아스팔트도, 광장을 수놓은 응원봉과 촛불도 노동자의 손에서 나왔다. 윤석열과 계엄의 공범들이 공모하는 연락을 주고받을 때 아마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것이다. 거기 들어갈 편광 필름은 누구의 손에서 나왔는가. 박정혜·소현숙의 손에서 나온 것"이라 짚었다.
이서영 국장은 "윤석열과 정권의 관료들, 그들이 비호하는 자본가들의 권력 또한 사실은 그들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고 시민들은 그걸 광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의 손을 거친 모든 물질과 거기서 나온 이윤을 독재자들이 자기 것인 양 탈취하고 있을 따름"이라면서, "박정혜·소현숙 동지에게, 불의한 자본 때문에 존엄한 삶을 위협받은 모든 이들에게 연대하자. 노동자 시민에게 무임승차해 온 정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우리의 것을 찾아오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자. 그것은 옵티칼 동지들에게 연대하는 것으로부터, 희망텐트촌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저는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상현 녹색당 대표는 "12월 3일 계엄 내란 사태가 터졌지만 노동자들은 이미 계엄 사태를 겪고 있었다"면서 "계엄에 맞선다는 것은 노동자 시민의 기본권과 존엄을 침해하는 것에 맞서 싸우는 것, 기본권과 존엄을 위한 투쟁에 힘차게 함께 연대하는 것"이라 짚었다.
그는 "계엄 사태에 이 모든 투쟁을 묶는 것이 아니라 열린 광장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더 큰 연대를 이루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손 맞잡고 일터에서 이 사회에서 서로가 있을 자리를 함께 만들 때 그 자리는 존엄할 것이다. 희망텐트는 존재가 존엄하고 노동이 존엄하고 모두가 존엄할 자리를 찾는 투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현 대표는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갈 새로운 민주주의다. 용기 있는 투쟁으로 빛이 되어주신 두 동지께 정말 감사드린다. 이제는 우리가 박정혜·소현숙에게 든든한 빛이 될 차례"라고 호소했다.
희망텐트 웹포스터.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참여자들은 "노동자는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함께 이겨서 땅을 딛자. 니토덴코는 고용승계를 보장하라"면서 '희망텐트'를 치고, "노동자에 한없이 잔혹한 세상을 끝내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고 마음을 모았다. 이들은 오는 10일부터 1박 2일 동안 두 노동자가 고공농성 중인 한화옵티칼하이테크 구미 공장에서 '희망텐트촌'을 펼치고, 해고노동자의 고용승계, 노조활동 보장, 해외 자본의 '먹튀'를 방지하는 '니토방지법' 제정을 함께 촉구할 계획이다.
박정혜·소현숙 두 여성노동자와 연대하는 '이겨서 땅을 밟을 수 있게' 시민사회 연대행동에는 174개 단체(1월 7일 기준)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해 대기업에 납품해 온 회사로, 일본 니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투자기업이다. 2022년 10월, 생산설비 화재사고로 공장의 생산동이 전소됐고, 회사는 급작스레 법인 청산을 통보했다.
박정혜·소현숙 해고노동자는 일터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품고, 지난해 1월 8일, 불탄 공장의 옥상에 올라갔다. 두 여성노동자는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