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간 곡기를 끊고 노숙 농성을 이어온 강인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건강악화로 단식을 중단했다.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조선 하청 노동자들은 서울 한화 본사 앞에서 농성을 이어간다. "진짜 사장 한화오션"의 결단을 촉구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는 절박한 물음을 우리에게 다시 던지고 있다.
"진짜 사장 한화오션은 결단하라". 참세상
7일 오후 1시, 서울 한화 본사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강인석 부지회장의 단식 중단과 함께 한화 본사 앞 농성을 시작하는 자리였다.
강인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폭발사고로 돌아가신 우리 하청 노동자, 잠수 작업을 하다가 돌아가신 우리 노동자, 32m 위에서 떨어져 돌아가신 우리 하청 노동자"를 생각하면 "단식이라고 하는게 뭐 큰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인석 부지회장은 7일까지 49일째 단식을 이어왔다.
그는 "이 악질 기업 한화오션을 놔두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노동이 중심에 서는 대한민국은 한화를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과 극우 수구 세력들을 처단하는 것과 함께 반드시 한화를 함께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인석 부지회장 발언 영상. 참세상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은 한화 본사 앞 휘날리는 한화 깃발과 태극기를 바라보며 "국민을 총칼로 짓밟으려 했던 윤석열 정권, 그리고 하청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한화 오션, 정말 잘 어울리지 않는가. 이런 찰떡궁합들, 찰떡처럼 둘이 붙여 가지고 싸그리 내버렸으면 좋겠다"고 소리 높였다.
'남태령 대첩'에 참여했던 한 시민도 김형수 지회장의 소개로 연대 발언에 나섰다. 자신을 "20대 시스젠더 무성애자 여성 시민"이라고 밝힌 강명지 씨는 계엄령 발표 후 금속노조의 성명문을 기억한다며 "저항하라. 금속노조는 선봉에 선다"는 문장에 용기를 내 광장에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농민들과 함께한 남태령 이후, 조선하청 노동자들과 함께한 거제에서의 경험을 환기하면서 "제 친구들을 위한 성중립 숙소를 만들어 주시고, 저희들이 다 같이 갔다고 숙소를 또 따로 잡아주시고, 떡국을 끓여주시고, 머릿수를 보태고 도움이 되고 싶어서 갔다가 너무 커다란 환대를 받고 왔다. 제 친구들의 존재를 제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신다는 사실에 굉장히 커다란 기쁨을 느끼고 왔다"고 마음을 전했다.
강명지 씨는 "앞으로도 이번 광장에서 알게 된 이야기들,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이야기, 지금도 고공농성을 하고 계신 구미 옵티칼 이야기,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지워지고 있는 제 성소수자 친구들의 이야기를 절대로 잊지 않고, 머릿수 하나만이라도 보태려는 마음으로 되는 한 열심히 연대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남태령 시민의 연대 발언 영상. 참세상
'비정규직 노동자'라 자신을 소개한 정혜경 국회의원은 조선업이 위기일 때 "하청 노동자들은 위험한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조선업을 지켜왔다" 짚었다. 그는 "그런데 조선업은 이렇게 살아나는데 하청 노동자의 삶은 어떠한가. 오늘도 현장에 위험한 일은 하청 노동자에게 맡겨지는데 임금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이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실질적으로 임금을 결정할 원청인 구 대우조선 현 하나오션에 임금을 인상을 요구하자 돌아온 게 470억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이다. 국민들은 하나오션에 묻는다. 조선업은 살아나고 있다는데 하청 노동자의 삶은 왜 변하지 않는가"라고 소리 높였다.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길거리에는 이미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라이더 하시는 분, 마트 캐셔 분들 등 하나같이 모두 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차별받고 살아왔지만 세상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절망감 속에서 살아왔다"고 분노했다. 이백윤 대표는 "이 투쟁이 한화 오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처절하게 싸우고 있고 이 비정규직이라고 하는 막되먹은 제도는 기어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하는 그 엄중한 사실을 이 세상에 다시 한번 알려내는 투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세상을 바꾸자라고 광장에 나와서 윤석열 퇴진만으로 부족하다, 이제 사회가 바뀌어야 된다라고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목소리 높여내고 있다. 바로 지금 이곳이 세상을 바꾸는 현실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하겠다. 함께 하자"고 연대를 다짐했다.
"하청노조 탄압 중단! 노동조합활동 보장하라!". 참세상
한편,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12월 23일부터 27일, 5개월 만에 19개 한화오션 하청업체와 ‘대표교섭’ 형태로 단체교섭을 재개하고 4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회에 따르면 하청업체 교섭위원들은 임금인상을 비롯해 단체협약 요구 조항 중 어느것 하나도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서 "한화오션은 하청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와 탄압을 멈추고, 2024년 단체교섭 타결을 위해 결단하라. 그렇지 않으면 윤석열 검찰독재가 불법 비상계엄으로 스스로 무너졌듯이, 한화그룹 자본독재 역시 불법 노조탄압으로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내란수괴 윤석열 OUT, 노조 파괴 한화오션 OUT". 참세상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한화 본사 앞에는 다수의 경찰과 사측 경호 인력이 배치되었다.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현장에 있던 한 참여자에 따르면, 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경찰이 회견 장소로 이동하는 노동자들을 가로막고 농성 천막이 담긴 종이상자를 뜯어 확인하겠다 고집하는 실랑이도 벌어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