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splash, Zulfugar Karimov
엘리트 논객들 사이에는 미국 경제는 질주하고 있고, 유럽 경제는 정체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엘리트들의 합의가 형성될 때 흔히 그렇듯, 이번에도 그것은 틀렸다. 세스 애커먼(Seth Ackerman)의 새로운 글(Europe's productivity keeps outpacing the US)은 성장률, 특히 생산성 증가율(노동시간당 국내총생산, GDP)이 거의 전적으로 경제 성과의 차이가 아니라 통계 측정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현실은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인물들이 노동자, 소비자, 환경에 해를 끼치는 것을 제한하는 법을 무시하도록 내버려두는 ‘미국 모델’을 전도해 온 이들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다.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이미 미국-유럽 간 생산성 격차라는 주장에 큰 흠집을 냈다.(Europe’s Tech Lag: Does It Matter?) 그는 이 격차가 실제로는 미국과 유럽의 격차가 아니라 캘리포니아와 나머지 지역 간 격차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를 제외하면 미국의 나머지 지역 생산성 증가율은 유럽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비교에서 1인당 GDP가 아니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미국 노동자들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하기 때문에 1인당 GDP 격차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연간 5~6주의 휴가가 일반적이며, 유급 가족 휴가와 병가도 보장된다. 주 35시간 근무도 흔하다. 더 적은 시간을 일하기로 한 선택은 가치 판단의 문제이지, 경제 성과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다.)
애커먼의 글은 이 논의를 한층 더 깊이 파고든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하더라도 미국이 유럽을 앞지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미국의 더 빠른 성장률은 뛰어난 기업가 정신이나 낮은 세율, 규제 완화 때문이 아니라 통계 작성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서 다루는 문제는 다소 복잡할 수 있다. GDP를 구성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합산할 때 우리는 매우 다양한 품목을 더한다. GDP에는 한 해 동안 생산되거나 제공된 자동차, 컴퓨터, 사과, 심장 수술, 이발 서비스 등 수백만 가지 항목이 포함된다.
이들을 합산하기 위해 각 품목의 가격을 사용해 총액을 계산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연도를 비교하려면 가격 변동을 통제해야 한다. 우리는 산출량의 실제 증가를 측정하려는 것이지 물가 상승을 측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각 품목의 물가 상승률을 계산해 현재 가격에서 이를 조정해야 한다.
같은 품목의 가격을 비교한다면 비교적 단순하다. 예를 들어 사과 가격이 2015년에서 2025년 사이 두 배가 되었다면, 2025년 가격을 2로 나누어 2015년 기준 가격으로 환산하면 된다.
문제는 우리가 종종 동일한 품목의 가격을 비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2025년에 구매한 아이폰은 2015년에 구매한 아이폰과 매우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미국 노동통계국(BLS)과 다른 통계 기관들은 품질 변화를 계산하려 한다. 이들은 품질 개선 추정치를 초과하는 가격 상승분만을 물가 상승으로 간주하고, 품질 개선률보다 낮은 가격 하락은 물가 하락으로 본다.
품질 개선 추정치는 상당히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BLS의 텔레비전 가격 지수는 2016년 1월에서 2026년 1월 사이 거의 70% 하락했다. 필자가 자주 텔레비전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10년간 일반적인 TV 가격이 70%나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가격 하락의 대부분은 해당 기간 동안 텔레비전의 품질이 개선되었다는 추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품질 변화 측정은 길고 복잡한 문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측정의 정확성이 아니라, 각국 통계 기관이 품질 조정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행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실질(물가 조정) GDP 성장률은 품질 조정 방법의 차이만으로도 달라진다. 미국과 프랑스 또는 독일이 동일한 산출 증가를 기록했더라도, 품질 조정 방법이 다르면 성장률은 다르게 보고된다.
간단한 비유를 들어보자. 겉보기에는 동일한 두 채의 이웃집을 두 감정평가사가 각각 평가했다고 가정하자. 한 명은 첫 번째 집의 가치를 50만 달러로 평가하고, 다른 한 명은 두 번째 집을 100만 달러로 평가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두 번째 감정평가사는 가구 가치까지 포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방법이든 문제가 없다. 그러나 비교를 하려면 동일한 기준을 사용해야 한다. 가구 가치를 포함할지 여부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미국의 생산성 증가가 유럽을 크게 앞선다는 이야기는 이 ‘가구 포함’ 문제와 유사하다.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 성장·발전센터(GDC)는 정기적으로 동일한 가격 체계를 적용해 각국의 GDP를 비교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여기서는 텔레비전, 스마트폰, 이발, 무릎 수술 등 모든 품목을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었든 동일한 가격으로 계산한다. GDC는 이러한 ‘동일 기준 비교’ 측정에서 선도적인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측정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유럽의 생산성과 미국 생산성의 비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는 미국과 유럽 간 성장 격차의 대부분, 아니 거의 전부가 더 빠른 성장 때문이 아니라 측정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되었음을 시사한다.
요컨대 미국 경제 성과의 우월성이라는 비밀은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의 기업가적 천재성이 아니라, 노동통계국에서 품질 조정을 수행하는 관료들에게 있는 듯하다. 그들이 임금 인상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보다 완전한 그림을 보려면 세스의 글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출처] The Grand Illusion: The US – Europe Growth Gap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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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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