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11월 29일 치뤄진 아일랜드 공화국 총선에서 중도 우파 공화당(Fianna Fáil·피어너 팔)이 득표율 21.9%로 선두를 차지했고 통일아일랜드당(Fine Gael-피너 게일)은 득표율 20.8%로 2위에 머무르고 있다. 그 뒤로 중도 좌파 신페인당(Sinn Féin·19.0%),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ocDems·4.8%), 중도 좌파 노동당(4.7%) 등이 뒤를 이었다. 중도 좌파 녹색당은 현재까지 단 1석만 확보하는데 그쳤다.
어느 정당도 단독 과반(88석)을 차지하지 못한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예견되면서 연합정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일랜드 공화국(이는 아직 영국에 속해 있는 북아일랜드 지역을 제외한 지역이다)이 오늘 총선(11월 29일)을 실시했다. 아일랜드는 인구가 단 500만 명에 불과하고 유럽연합(EU)과 유로존에 속해 있으며, EU 27개국의 GDP 중 단 1%와 EU 전체 GDP 중 3%를 기여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두 전통적인 친자본주의 정당인 통일아일랜드당(Fine Gael-피너 게일)과 공화당(Fianna Fáil·피어너 팔), 그리고 녹색당으로 구성된 연합정부로 이루어져 있다. 이 연합정부는 통일 아일랜드에 대한 국민투표를 원하며 더욱 급진적인 경제 정책을 제안하는 공화주의적 민족주의 정당인 신 페인(Sinn Fein)을 집권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현재 피너 게일의 지도자이자 아일랜드 총리(Taoiseach)인 사이먼 해리스(Simon Harris)는 예상 투표율 19%로 여론조사에서 다소 뒤처지고 있으며, 피어너 팔과 신 페인은 각각 약 21%의 지지율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아일랜드는 고액 자산가, 헤지펀드,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다국적 기업들을 위한 거대한 조세 피난처가 되었다. 아일랜드는 여전히 미국 해외 직접 투자(FDI)의 주요 거점으로 남아 있다. 약 970개의 미국 기업이 직접적으로 2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으며,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16만 8천 개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또한 법인세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 구조는 아일랜드를 유럽 내 “이례적인 사례”로 만들었으며, 아일랜드 공화국의 세수 중 25% 이상이 법인세에서 나오는 반면, 유럽 평균은 10% 미만이다.
2018년, 페이스북은 아일랜드에서 150억 달러의 이익을 올렸으며, 이는 직원 한 명당 약 1,000만 달러에 해당한다. 같은 해,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ristol Myers Squibb,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은 아일랜드에서 약 50억 달러의 이익을 기록했으며, 이는 직원 한 명당 약 750만 달러에 해당한다. 이러한 기업들의 아일랜드 내 고용은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주로 고학력 또는 숙련된 아일랜드 노동자들에게 국한되었다.
아일랜드의 조세 피난처로서의 지위와 미국 기업 및 투자자들과의 '식민지적' 관계는 국가 생산 성장률에 대한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 GDP 데이터는 거대한 호황을 시사하지만,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제외하면 국내 성장률은 훨씬 덜 인상적이다. 실제로, 아일랜드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정된 국내 수요(MDD, Modified Domestic Demand)를 실질적 경제 확장의 척도로 사용해야 했다. MDD는 아일랜드 경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입된 지적 재산권 및 항공기 임대에 대한 미국 투자액을 제외한 수치를 측정한다.
GDP 대신 MDD를 고려하면 아일랜드의 경제 성장은 훨씬 더 나빴으며, 사실상 둔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빠른 성장세는 2008~2009년의 세계 금융위기에 의해 멈춰섰고, 이후 2010년대(주요 경제권에서 장기 불황이 지속된 시기)의 회복은 훨씬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어진 팬데믹 침체는 아일랜드 경제를 강타했고, 다른 국가들처럼 성장률은 2010년대 성장 궤도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1인당 MDD를 고려할 때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현재 1인당 평균 소득(MDD)은 17년이 지난 지금에도 2007년 최고점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생산 증가의 많은 부분이 급격한 이민 증가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선거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한 세기 동안 이민자의 나라였던 아일랜드의 인구는 2024년 기준으로 538만 명으로 추정되며, 2024년 4월까지 1년 동안 98,700명이 증가했다. 이는 2008년에 인구가 109,200명 증가한 이후 16년 만에 가장 큰 12개월 인구 증가율이다. 또한 현재 고용 인구는 270만 명으로, 2000년 이후 100만 명이 늘어났다.
2024년 4월까지의 1년 동안 아일랜드로 유입된 이민자 수는 약 149,200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30,000명은 귀국한 아일랜드 시민, 27,000명은 기타 EU 시민, 5,400명은 영국 시민, 그리고 86,800명은 우크라이나인을 포함한 기타 국가의 시민들이다.
아일랜드 인구 증가는 점점 더 수도 더블린에 집중되고 있으며, 더블린의 인구 비율은 2018년 전체의 28.1%에서 2024년에는 28.5%로 증가하여 현재 약 150만 명에 달하고 있다.
그 결과, 더블린의 '실리콘 독스(Silicon Docks)'라 불리는 지역의 현대적인 미국 소유 공장들과 인접한 곳에 유럽 주요 수도들 중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내륙 도시 지역이 존재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노숙자 수는 기록적으로 높아졌으며,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으로 12,600명이 긴급 주거시설에 머무르고 있다. 더블린에서 1베드룸 주택을 임대하는 평균 비용은 월 1,800유로(약 1,550파운드)로, 유럽 주요 도시 중 제네바와 런던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이 데이터는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가 40개 이상의 지역을 조사한 결과다.
생활비 상승과 저렴한 주택 부족은 주요 선거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2019년에서 2024년 사이 평균 시간당 임금이 25%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과 주택 비용 간 격차는 크게 확대되었으며,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일랜드 중앙은행은 2050년까지 연간 52,000채의 주택이 건설되어야 한다고 추정했으며, 이는 2023년 수치 대비 연간 20,000채가 증가한 것이다. 2024년 7월까지의 1년 동안 전체 부동산 구매의 12%가 실거주 목적이 아닌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한 구매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실제로, 아일랜드의 소득 불평등은 여전히 극심하다. 상위 10% 소득자의 총소득 점유율은 1980년 30%에서 2018년 35%로 증가한 반면, 하위 50%에게 돌아가는 점유율은 단 20%로 감소했다.
예상대로, 자산 불평등(즉, 부동산과 금융 자산의 순채무를 제외한 소유 상태)은 소득 불평등보다 더욱 심각하다. 아일랜드에서 상위 1%의 자산 보유자는 전체 개인 자산의 23%를, 상위 10%는 66%를 소유하고 있는 반면, 하위 50%는 순자산이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3.4%) 실질적으로 아무런 자산 점유율도 갖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아일랜드 경제는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수출 부진으로 인해 경기 침체에 빠졌다. 수정 국내 수요(MDD) 기준으로도 단 0.5% 증가에 그쳤다. 이는 아일랜드가 미국 다국적 기업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해당 부문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위축되었다. 2024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으며, 기업 투자는 감소하고 있다.
유럽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의 제조업 부문도 위축되고 있다. 이는 PMI(구매관리자지수) 경제 활동 지표에서 50 미만을 기록하며 나타나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최근 애플과 같은 다국적 기업에 대한 세금을 EU 세제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원치 않는 수준으로 인상해야 했고, 법인세율도 15%로 올려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과 정부는 추가 세수로 재정이 풍부해졌으며, 애플로부터의 체납 세금만 해도 140억 유로에 달한다. 이러한 세수는 이 10년이 끝날 때까지 정부 지출을 초과하여 650억 유로의 흑자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사용하지 않을 것인가? 제안으로는 노르웨이처럼 투자용 국부펀드를 설립하거나 인프라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있다. 해리스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인프라, 주택, 그리고 제약이 있는 다른 분야에서 고려할 가치가 있는 분명한 영역이 있다."
그렇다! 문제는 아일랜드의 민간 건설 산업이 주택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인 목표를 충족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숙련된 건설 노동자를 훈련하는 국영 주택 공사를 설립하자는 주장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가 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운영하도록 만들겠다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구호로 아일랜드가 미국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매력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 법인세율을 현재 아일랜드와 같은 15%로 맞추고, 해외에서 제조된 상품에 관세를 부과해 기업들을 본국으로 유인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해리스 총리는 적대적인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미국 다국적 기업 3곳만 본국으로 돌아가도 아일랜드는 100억 유로의 법인세를 잃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10개의 다국적 기업이 아일랜드 법인세 수입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글로벌 및 EU 수익의 일부를 아일랜드를 통해 처리하면서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AGA는 아일랜드 경제 성장 모델의 종말을 의미할 수도 있다.
[출처] Ireland election: its economic model under threat?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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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