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Mohamed Nohassi, Unsplash+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막 ‘골든 돔(Golden Dome)’ 구축 계획을 발표하자,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이를 미국이 다시금 “우주를 무장화”하려는 시도로 규정했다. 이 프로그램은 2025년 1월에 서명된 행정명령으로 공식화되었으며,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일명 ‘스타워즈(Star Wars)’와 유사하다. 당시 프로그램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소련을 비용이 많이 드는 군비 경쟁으로 몰아넣은 계기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골든 돔이 같은 운명을 맞을지, 아니면 단순한 수사를 넘어 실제로 추진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실현 가능성과 관계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우주를 평화로운 영역으로 보던 기존의 비전에 또 하나의 이탈을 더했다. 1985년 미 공군의 대위성(ASAT) 미사일 실험과 폐기된 스타워즈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1963년의 부분 핵실험 금지 조약(Limited Test Ban Treaty), 1967년의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 1979년의 달 협정(Moon Agreement) 등은 냉전 시기 우주 군사화를 어느 정도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 1990년대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 같은 다국적 프로젝트가 미국 주도의 국제 협력 구도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 결과, 우주 무기에 대한 대중적 논의는 주로 제한되었고, 정부들은 조용히 관련 역량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2007년 중국이 자국 위성을 파괴하는 미사일 실험을 단행하고, 1년 뒤 미 해군이 유사한 실험을 하면서 이러한 자제가 끝났다는 신호가 나왔다. 이 사건들은 새로운 우주 경쟁 시대의 서막을 알렸고, 냉전 시기의 양극적 경쟁 대신 2020년대에는 다극적이고 군사화된 우주 경쟁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미국
2019년 미국 우주 관련 조직 개편은 워싱턴의 우주 군사 전략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 개편을 통해 인력 훈련과 장비를 담당하는 미 우주군(Space Force)이 창설되었고, 작전을 총괄하는 미 우주사령부(Space Command)도 재설립되었다. 민간 기관인 NASA 역시 이중용도 기술과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여전히 군사 목적을 지원하고 있으며, 백악관 국가우주위원회도 정책 수립에 관여하고 있다.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우주군은 우주 충돌 가능성에 대한 수사를 강화했고, 이로 인해 2020년에 발표된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의 평화적 의도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2025년 4월, 우주사령부의 스티븐 뉴먼 화이팅(Stephen Newman Whiting) 대장은 《디펜스 원》(Defense One) 보도에 따르면 우주에 무기를 배치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한편, 우주군 작전사령관 찬스 솔츠먼(B. Chance Saltzman) 대장은 같은 해 3월 ‘공군 및 우주군 협회 전쟁 심포지엄’에서 6가지 형태의 대우주(counterspace) 전력을 제시했다. 이 전력은 지상 기반 3종(운동형 미사일, 지향성 에너지, 전파 방해)과 이를 궤도 위 인공위성에 적용한 동일한 3가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4월에 우주군은 《우주 전투》(Space Warfighting)라는 새로운 문서를 공개하며, 아직 실전 검증이 되지 않은 환경에서의 군사 계획 수립을 위한 기본 틀을 제시했다. 중점은 지구 저궤도, 중궤도, 정지궤도 등 인공위성 대부분이 위치한 궤도 구역에 있다. 2010년 국방부가 발사한 무인 우주선 보잉 X-37B는 미국의 은밀한 우주 군사 프로젝트 중 하나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900일 이상 궤도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미국이 동궤도 전투(co-orbital warfare) 능력을 활용해 다른 위성을 물리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미국의 우주 역량은 오래전부터 민간 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됐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민간 기업들이 그 역할을 더 확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본래 민간 인터넷 서비스를 목적으로 설계됐지만,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군에게 핵심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동시에 L3해리스(L3Harris) 같은 업체들은 민간 위성 센서를 군사 감시와 추적용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국방부는 2024년 ‘상업 우주 전력 예비군(CASR)’ 프로그램을 도입해 민간 부문과의 연계를 통해 우주 작전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구 궤도를 넘어 지구와 달 사이의 ‘씨슬루나(cislunar)’ 공간은 주요 경쟁 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2021년 미 공군연구소(AFRL)는 『씨슬루나 우주 개요서』(Primer on Cislunar Space)를 통해 이 구역을 우선순위로 지정했고, 국방부는 씨슬루나 및 전통 위성 궤도 너머를 감시하기 위해 제19 우주방어중대(19th Space Defense Squadron)를 창설했다. AFRL은 씨슬루나 궤도 내 물체를 추적하기 위한 오라클-M(Oracle-M) 우주선을 개발 중이며, 2025년 3월과 4월에 각각 추진기와 지상 시스템 시험을 완료했고, 현재는 발사 준비 검토 단계에 진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씨슬루나 우주의 전략적 가치가 과대평가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자 과학자 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가 2022년에 전한 바에 따르면, 외우주연구소(Outer Space Institute) 공동소장 애런 볼리(Aaron Boley)는 “씨슬루나 공간에서 잔해를 제거할 필요는 현재 없으며, 앞으로 수십 년 동안도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우주전략센터(Space Strategies Center)의 폴 시만스키(Paul Szymanski)는 2023년 『스페이스닷컴』(Space.com) 기고에서 “기업들이 달에서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고, 공군연구소는 달의 반대편을 감시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이는 모두 어떤 알려지지 않은 요소가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
미국은 민간 기업의 도움을 받아 우주 군사화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냉전 시기의 경쟁자였던 러시아는 2015년에 자국 공군과 항공우주방위군을 통합해 ‘항공우주군(VKS)’이라는 단일 지휘체계를 구성했다고 《모스크바 타임스》(Moscow Times)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2021년 11월, 폐기된 자국 위성을 파괴하면서 대위성(ASAT) 능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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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코스모스 2553(Cosmos 2553)’ 위성을 고고도 방사선 밀집 궤도인 지구 상공 약 2,000km 지점에 발사했다. 이 궤도는 통신 및 관측 위성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구역이다. 미국 당국은 이 위성이 러시아의 우주 기반 핵무기 프로젝트와 관련됐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24년에는 러시아가 방사선 효과나 전자기 펄스(EMP)로 수백 개의 위성을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또한 2024년,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가 다른 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위성을 발사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 위성이 수년간 발사된 일련의 러시아 위성 중 하나로, 운동형 투사체 무기를 탑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후 2025년 3월, 미국 당국은 여러 러시아 위성이 협력하여 저궤도 상의 한 위성을 포위하고 고립시키는 장면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이는 향후 분쟁 시 적국 우주선을 타격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하지만 냉전 이후 러시아를 제친 나라는 중국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주요 우주 경쟁자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 12월, 여러 중국 위성이 미국 당국이 “고도 순찰 및 고도 공격” 접근이라고 묘사한 기동을 수행하며 인근 위성을 물리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한 미군 고위 장성은 이후 중국이 여러 우주선을 활용해 ‘도그파이트’ 기동을 수행할 수 있는 위성을 시험 중이라고 확인했다.
중국의 미사일 역량도 빠르게 발전했다. 2021년 중국은 마하 5, 즉 음속의 5배 속도를 넘는 극초음속 무기를 여러 차례 실험했으며, ‘부분궤도 폭격 시스템(FOBS)’을 활용해 미국이 공개적으로 선보인 수준을 능가하는 시험을 진행했다. 각 실험에서 중국은 저궤도에 탑재물을 올린 뒤, 지구의 일부를 한 바퀴 돌게 한 다음, 극초음속 활공체를 분리해 중국 내 표적을 타격했다. 한 실험에서는 이 활공체가 하강 도중 두 번째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했다.
이러한 실험은 향후 더 정교한 우주 기반 공격 시스템 개발의 기반이 되었다. 2025년 4월, 중국 군 당국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우주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여기에는 시속 13,000마일에 도달할 수 있는 재진입 활공체도 포함되었다. 이는 중국이 2030년까지 자국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계획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미국은 모두 위성의 시력을 차단할 수 있는 지상 기반 레이저를 개발했다. 이들 강대국이 무기 체계를 발전시키는 가운데, 다른 나라들도 자국의 우주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 그중 인도는 2019년에 자국 위성을 격추하는 ASAT 실험을 성공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새로운 세력 구도도 형성되고 있다. 미국은 유럽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기존 협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과 그 파트너 국가들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국제 달 연구기지 프로젝트(International Lunar Research Station)는 2035년까지 달 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미 10여 개국이 지지를 선언했다.
우주 군사화의 위험 관리가 앞으로의 방향이다
워싱턴은 우주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려 하지만, 이러한 지위는 동시에 취약성을 낳는다. 우주 인프라에 상대적으로 덜 의존하는 러시아는 연쇄적 효과를 유발하는 시스템에 투자하고 있다. 한편 중국 전략가들은 미국이 장기전에선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기습적인 선제타격에는 취약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의 과거 ASAT 실험에서 발생한 우주 잔해는 이미 우주선과 위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공격용 우주 전력을 갖추면서, 평화롭고 협력적인 우주 탐사의 비전은 실현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보다 현실적인 접근은 우주의 군사화를 인정하고, 그로 인한 위험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갈등에 대비하는 과정에서도, 인류는 결국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를 개발할 수 있다.
[출처] The Inevitable Militarization of Space? | naked capitalism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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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P. 루엘(John P. Ruehl)은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호주계 미국 언론인이며, 인디펜던트 미디어 인스티튜트(Independent Media Institute)의 세계 정세 특파원이다. 그는 여러 국제 관계 전문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2022년 12월에는 『예산 슈퍼파워: 텍사스보다 작은 경제로 서방에 도전하는 러시아』(Budget Superpower: How Russia Challenges the West With an Economy Smaller Than Texas)를 출간했다. 이 글은 인디펜던트 미디어 인스티튜트의 프로젝트 ‘이코노미 포 올(Economy for All)’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