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AI/반도체, 핵발전, 가덕도 신공항의 그린워싱

“경제성장 뒤에 숨겨진 생태학살”

[편집자 주] 지난 21대 대선 기간 녹색당은 기후생태위기와 관련하여 기후정의에 반하는 잘못된 공약 및 주장에 대해서 감시하고 비판하는 "그린워싱 보고서"를 발간했다. 참세상은 이 그린워싱 보고서가 새 정부에서 추진할 ‘기후 정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5회에 나눠 게재한다. ‘기후’를 명분으로 기후와 환경을 파괴하는 성장 정책이 추진되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에 특혜와 지원이 몰리는 현실에서 실질적이며 정의로운 기후위기 해결을 고민하는 독자들의 판단에 좋은 준거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Сергей Крылов, Unsplash

1) 경제성장 공약 이면에 가려진 생태학살 

생태학살(ecocide)이란 집단학살을 뜻하는 제노사이드(genocide)에서 유래한 용어로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파괴행위를 뜻합니다. 생태학살을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루는 범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국제적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구테흐스 UN 사무총장도 이것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꼭 생태학살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기후위기 시대 사회경제 정책에서 생태적 감수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의 정책에는 생태학살의 문제의식이 전혀 없습니다. 경제성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AI산업 뒤에 가려진 생태학살의 문제, 특히 이재명 후보의 기후 공약에서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는 핵발전의 문제, 엄청난 생태학살을 가져올 가덕도 신공항과 같이 ‘지역균형발전’을 명목으로 한 토건사업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1순위로 제시한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들겠습니다’라는 공약은 “AI 등 신산업 집중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기반 구축”을 목표로 한 AI 산업 육성을 위한 세부 공약으로 빼곡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장밋빛 AI산업을 이야기하지만, AI 산업이 막대한 규모의 에너지와 물이 필요하다는 점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생태학살의 문제는 은폐 혹은 망각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재명 후보가 기후 환경 공약으로 내건 ‘한반도 생물 다양성 복원’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에너지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기후공약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면서 언뜻 보기에는 재생에너지에 진심인 것처럼 보이는데, 핵발전소와 관련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2차 TV 토론회에서는 ‘에너지 믹스’를 언급하면서 2060년까지 핵발전소를 사용하고 안전한 SMR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도 말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기후 공약 자체가 없습니다. 기후에 대한 자각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한편 기후위기 극복과 재생에너지 확대,  ‘한반도 생물다양성 복원’을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후보는 생태 문제에 대해 과연 어느 정도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그의 정책은 기후생태위기 극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2) 국가경제성장을 이끌어 갈 대안 AI산업, 그 뒤에 가려진 생태학살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1번 공약으로 ‘AI 등 신산업 집중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반 구축’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새로운 경제성장의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100조 원을 투자해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AI 산업의 구조에서 AI 운영을 위한 데이터센터, AI 산업의 필수 부품인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와 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고려된 것일까요?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생태계 수탈과 인간 노동의 착취는 참혹합니다. 

AI 산업은 인공지능이 빠른 계산을 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고 그 데이터 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합니다. 2023년 말 기준, 국내에는 153개의 데이터센터가 있고 연간 약 2GW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는 732개이며, 필요한 전력 용량은 약 50GW에 달합니다. 핵발전소 1기가 보통 1GW의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감안하면, 핵발전소 50기가 있어야 목표 수요를 달성할 수 있는 막대한 양입니다. 이러한 데이터 센터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전국을 발전소와 송전탑으로 뒤덮어야 하는 생태학살이 불가피합니다. 이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고 하더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AI의 핵심 부품이 되는 반도체 산업 단지가 용인에 건설되고 있습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만 16GW로(예비전력 포함) 이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대형 핵발전소 2기, 소형모듈원전 1기를 추가 건설하고 LNG 발전 용량을 늘리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를 연결하기 위해 새롭게 송전선로를 건설하게 됩니다.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이 아닌 탄소 배출량만 잡으면 핵발전의 위험은 괜찮다는 정책이며, 발전소와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들은 수도권에 필요한 전력을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에너지 수탈은 여전히 반복됩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1일 170만 톤의 물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는 서울 전체 인구가 하루 사용하는 양의 60%나 되는 엄청난 양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물을 가져올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한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하루 65만 톤밖에 되지 않습니다. 100만 톤 이상의 물을 끌어올 대안이 없는 상황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근 지역에 ‘기후대응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산업용수로 쓰기 위해 댐을 건설하여 기존 천에 살아가던 물살이들과 산을 터전으로 하는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빼앗는 생태학살을 반복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하루 170만 톤의 물을 사용하고 난 후 폐수는 인근 하천에 방류되어, 또 다른 생태학살을 야기합니다.

반도체 산업의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인간 노동자들을 착취하기 위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특별법의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고용노동부는 ‘반도체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인가제도 업무처리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특별연장근로’는 사용자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시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3개월까지 주 64시간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지만, 이번 발표된 지침은 3개월에서 6개월까지 기간을 확대하는 지침입니다. 재인가를 받으면 1년까지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침을 만든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이 현재 국민의 힘 후보자로 출마한 김문수 후보입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 지침을 두고 아무 문제 없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1년 내내 주 64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지침은 노동자를 또다시 죽음으로 내몰 것입니다. 앞으로는 성장을 이야기하며 노동자의 죽음은 누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생태계의 수탈과 노동력의 착취를 밟아야 일어서는 AI 산업이 기후위기로 무너져가는 세상에 정말 필요한 정책일까요? 생태 한계 안에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AI 산업을 앞세워 성장 앞에 생태계를 수탈하고 인간을 착취하는 공약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없습니다.

3) 윤정부의 업적 ‘원자력 생태계’ 계승자들

이재명 후보는 공약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핵발전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2차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내내 핵발전소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핵발전소가 필요하다며 ‘에너지 믹스’를 언급했습니다. 이는 재생에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핵발전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에너지믹스’가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탈원전을 목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과 다르게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이언주 의원은 5월 1일 자신의 SNS에 체코 원전 수출 확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민주당이 원전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얼마 후 5월 15일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한수원과 ‘원자력산업인 정책협약식’을 맺으며 핵발전 진흥에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는 이재명 후보가 토론회에서 언급한 핵발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과 반대되는 내용입니다. 

앞으로는 재생에너지를 말하면서 뒤로는 핵발전의 진흥을 약속하는 행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민주당은 탈핵이 아닌 에너지 믹스 정책으로 겉으로는 재생에너지의 민간 투자를 중요하게 이야기하지만 뒤로는 핵발전 진흥을 약속하며 기존 윤석열 정부가 만들어 놓은 ‘원자력 생태계’를 이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10대 정책공약에는 기후정책이 없습니다. 19쪽에 달하는 정책공약집에서 ‘기후’라는 단어는 ‘기후재난부’ 설치 공약에서 단 한 차례 등장할 뿐입니다. 개혁신당의 정책공약집에서는 기후라는 단어가 아예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5월 23일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사회자가 요청한 공약검증 두 번째 토론 주제인 ‘기후위기 대응 방안’에 대해, 김문수와 이준석 후보는 ‘원전확대’와 ‘재생에너지 부정론’에 열중했을 뿐, 달리 아무런 대책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원전 예찬론자인 윤석열은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양 중에서 자신의 임기인 2027년까지는 고작 1/4만 감축하고, 나머지 3/4을 차기 정부로 떠넘겼습니다. 기후대응을 위해 핵발전을 확대하는 것이라면, 이와 같이 감축목표를 하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윤 정부의 기후대응은 핵발전 확대를 위한 명분에 불과했습니다. TV 토론에서 이들에게 제기된 질문들, “원전을 짓는데 10년 이상 걸린다”, “원전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 “핵폐기물 처리 장치가 없는 원전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와 같다”, “기후 없는 이준석이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말할 수 있나?”에 대해 이들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문수와 이준석은 윤석열과 마찬가지로 원전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을 뿐, 트럼프와 같은 기후 부정론자들입니다. 

4) 지역경제활성화를 볼모로 잡은 건설사 배불리기 사업, 가덕도 신공항 생태학살 

이재명 후보는 2차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권영국 후보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질문하자 ‘가덕도 신공항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지어져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답은 자신의 공약과 반대되는 말입니다. 기후위기 대응 공약 중 ‘육지와 해양의 생물다양성보호구역 단계적 확대’는 결국 보호구역을 나중에 지정하고 지금 계획되어 있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건설사업은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말이 됩니다. 10개의 신공항 부지가 대부분 철새 도래지이고 생명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서식지입니다. 특히 가덕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상괭이 서식지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정적인 기후를 형성하고 있는 동백 군락지, 낙동강 하구에 위치해 철새 도래지입니다. 이러한 중요한 생태계를 폭파하고 폭파된 흙으로 바다를 메우는 방식의 신공항 건설은 명백한 생태학살입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안전상의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권영국 후보가 말한 것처럼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이기 때문에 조류 충돌 위험이 높습니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있었던 무안공항보다 264배나 더 높은 충돌 위험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가덕도 신공항은 섬을 폭파시켜 바다를 매립해, 활주로가 바다와 섬에 걸쳐서 건설됩니다. 이때 바다를 매우는 작업을 하는데 단단하지 못한 연약지반과 매립해서 활주로를 건설하기까지 100m 깊이를 쌓아 올립니다. 이런 경우 시간이 지나며 땅이 침식되는 부등침하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활주로에 균열이 생기고 보수해야 하는 일이 빈번해집니다. 이러한 이용객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것은 대선후보로서 자신이 공약하는 ‘생물 다양성 복원’과도 충돌하고 시민의 안전보다 지역의 경제적 욕망을 앞세우는 반생태적이고 안전을 위협하는 정책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말한 대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 가덕도 신공항이 필요하다면 가덕도 신공항이 경제효과가 있을까요? 가덕도 신공항 예산은 13조 7천억입니다. 전국의 신공항 15곳 중 11곳이 적자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가덕도 신공항이 흑자가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부산 시민들은 여행객들이 부산을 방문해 부산 경제를 활성화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과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하기엔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이미 조사가 되었습니다. 2022년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 경제성은 0.51로 무안공항의 0.49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가 되었습니다. 무안공항은 전국에서 누적 손실이 가장 큰 공항입니다. 부산시의 경제를 살려줄 신공항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손실만 가져올 공항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항을 짓는 것보다는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훨씬 더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가덕도 특별법이 있는 한 지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국회에서 180석을 가지고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만들었는데 폐기하지 못하는 법은 없습니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볼모로 잡은 명백한 ‘거짓말’입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새만금, 가덕도, 제주 제2공항 등의 신공항 건설의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고 ‘환경파괴 유발하는 불필요한 토건사업과 난개발 전면 중지, 생태보호지역의 확대’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는 다르게 생태학살을 자행하는 토건사업과 난개발을 전면 중단함으로써 뒤로 미루지 않고 즉각적으로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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