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김민석·이재명, 이제 약속 지켜야"... 고 김충현 동료들 노숙 농성 돌입

정부 측, '김충현 협의체' 구성 두고 "한전KPS노조 참여 고심 중"... "가해자가 협의체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의 동료들이 노숙 농성을 시작으로 대정부 투쟁에 돌입한다. 정부가 고인의 유족과 동료들에게 약속했던 '재발 방지 협의체' 구성이 거듭 지연된 데에 따른 것이다. 

21일 오전,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약속 이행을 지연하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한 이재명 정부를 규탄하고, 신속하고 책임 있는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는 1박 2일 긴급 행동을 시작했다. 

협의체 구성 지연 규탄 기자회견 현장. 대책위 제공

"김민석과 이재명의 약속들, 언제 지켜질까"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16일,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자격으로 고 김충현 노동자의 빈소를 방문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안전 문제를 다루는 것에 있어 이전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정부 합의안에서 출발하되, 거기서 갇히지 않고 나아가는 방향도 생각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앞선 지난달 2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용균 군이 세상을 떠난 그 현장에서 같은 비극이 또 일어났다. 고인의 죽음이 또 하나의 경고로 끝나지 않도록 저 이재명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6월 18일 오전에는 정부가 관계 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발표, "정부는 대책위와 협의체를 구성하고, 유사한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였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대책위와 구체적인 협의체 구성 방안과 논의 의제, 운영 방식 등에 있어 모든 것을 열어 놓고 협의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대책위는 "고인이 땅에 묻히기 전에 유가족의 눈물 앞에, 김충현 동료들의 참담함 앞에 대통령과 국무총리,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정부 고위직 관료들이 모두 김충현의 죽음을 앞에 두고 제대로 해결할 것을 약속했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김충현 협의체 구성을 미루어 지금까지 어떠한 실질적인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고, 협의체 구성 일정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6일, 고인의 빈소를 방문했던 김민석 국무총리. 대책위 제공

협의체 논의 어디까지 와 있나... 정부, "한전KPS노조 참여 두고 고심 중"

21일 <참세상>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한 달간 정부와 대책위 간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협의가 모두 네 차례 진행됐다. 양측 관계자에 따르면 협의체 참여 범위에 대한 구성안, 주요 의제 등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최근 원청 소속 한전KPS노동조합이 협의체 참여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이를 둘러싼 입장차가 구성 지연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 해당 협의체 관련 논의를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21일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대책위와 정부 간에 "협의체 명칭, 협의체 운영 기한, 구체적인 구성 방안과 주요 논의 안건 등에 대한 잠정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협의체 명칭은 "고 김충현 사망사고 관련 발전산업 고용안정 협의체"로 국무총리 훈령을 통해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주요 의제에 대해서는 △고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수사·감독을 통한 안전 관련 제도 개선 후속 조치 △발전산업 관련 안전 강화 방안 △한전KSP 하청 노동자 직접 고용 문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석탄 발전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 강화 방안 등으로 큰 틀에서 합의가 이루어졌고, 올해 안에 이 같은 주요 의제에 대한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협의체의 출범 시점에 대해서는 “목표 일정은 있으나 실무협의가 남아 있어 정확한 날짜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하고, 위원장과 관계 부처(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현장노동자, 전문가 위원 등으로 참여 주체를 구성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원청 소속 한전KPS 노동조합이 협의체 참여를 요구하면서, 참여 범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협의체 구성 지연 관련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제가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협의체 구성안에 대해서 참여자 범위와 관련된 검토가 진행 중으로, 정부가 (양대) 노총과 협의를 통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전KPS노조 측의 참여 요구가 여러 루트를 통해서 국무조정실에 들어왔고, 그에 대한 가부를 두고 내부적으로 고민이 있었다"며, 해당 논의가 협의체 구성 "지연의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관계자는 "(협의체의) 구성 관련되어서만 지연의 이유가 있다"면서 "정부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훌륭한 초안을 이미 다 만들어서 심사를 앞두고 있고, 조속한 진행을 위해서 절차적으로는 다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도 덧붙였다. 

대책위 "가해자가 협의체에?"..."비정규직 당사자 목소리 경청해야"

대책위는 이번 협의체가 진상규명과 구조적 원인 해소를 위한 피해자 중심의 기구여야 하며, 기계적 중립이나 형식적 대화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원청 소속 한전KPS노동조합의 협의체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협의체는 “피해자 중심의 협의체가 돼야 한다”며 "들리는 말로는 어디가 들어가야 된다고 계속 고민하는 모양인데 그건 틀린 것"이고 "그 사람들은 가해자들"이라 짚었다. 양 위원장은 "한전KPS는 가해자이고, 가해 집단에 소속된 노동조합도 똑같다는 것"이라며 "어떻게 가해자가 협의체에 들어올 수 있는가, 안된다, 피해당한 사람들, 죽어간 사람들, 죽어간 동료들이 그 협의체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라 힘 주어 말했다. 

임용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역시 "정부가 약속한 협의체 구성은 한 달이 지나도록 갈피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며 "심지어 노동안전을 여전히 비용으로 인식하고 땜질식 처방만 내놓았던 한전KPS와 같은 자들과 협의체에 마주 앉자는 제안까지 거리낌 없이 등장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위험의 외주화와 발전소 폐쇄로 벼랑 끝에 내몰린 당사자들이 협의체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김민석 총리가 직접 약속했듯 협의체는 노동자의 생명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무엇보다 비정규직 당사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구조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김충현 협의체’는 김충현 사망사고의 원인 규명이 일차적 목적이며, 김충현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논하는 자리"라고 규정하고, "이 자리에는 ‘기계적 중립’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피해 당사자가 엄연히 존재한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피해와 피해를 야기한 구조적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협의체의 구성과 의제가 이 부분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 기구 앞에 ‘김충현’이라는 이름을 떼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어서 "김충현 협의체의 지연, 이는 단지 시간의 지체가 아니다"라며 "대책위는 누군가가 협의체의 위상을 흔들고, 정부의 기조가 교란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히고는 "이재명 대통령, 김민석 총리 모두 김충현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살아있는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제는 또 다른 약속 아닌 실행으로"..."우리는 살기 위해 투쟁할 것"

고인의 동료인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은 "김민석 국무총리에서 "우리 조합원들이 빈소에서 남긴 말을 기억하실 거라 생각한다"며 "우리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국무총리에게 우리는 희망을 품는다, 그 희망이 국무총리의 말뿐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우리는 믿겠다고 하였다"고 환기했다. 그러면서 "협의체가 시작되는 것은 국무총리님의 결단만이 남아 있다"면서 "이 사고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 그리고 발전소 폐쇄로 진정 누가 피해를 입는지 생각한다면 답은 나와 있다",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을 놓고 돈과 권력에 저울질하는 기업들과 생명안전을 그 누구보다 중시하는 총리님은 다르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증명해야 할 것"이라 이야기했다. 

또한 "그동안 비정규직의 설움을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또다시 희망이 아니라 희생을 이야기한다면 누군가 다시 죽길 바라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면서 "우리는 살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로, 그 목숨 지키기 위해 오늘 이곳에서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7시 국무총리공관 앞 선전전을 진행하고, 오전 10시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과 오후 2시 결의대회를 잇따라 열며 1박 2일간의 긴급 투쟁에 돌입했다. 저녁 8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간다. 다음날인 22일 오전 8시 30분부터는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자리를 옮겨 결의대회와 선전전을 진행하고, 오후 3시 30분 경에는 김민석 총리의 방문이 예정된 민주노총 앞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대책위는 "이재명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김충현 대책위’는 농성에 돌입한다"면서 "대책위의 투쟁에 정부는 또 다른 약속이 아닌 실행으로 답하라"며 정부가 협의체의 신속하고 책임있는 구성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협의체 즉각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 김영훈 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 대책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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