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해고자 입에 재갈"... 세종대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에 철회 요구 쏟아져

세종대학교가 학교법인이 100% 지분을 소유한 세종호텔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집회·시위 등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오는 16일 이에 대한 법원의 심문기일을 앞두고, "부당한 가처분 신청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

세종호텔은 세종대학교를 설립·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양학원'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수익 사업체'다. 해고 노동자들은 호텔의 '실 소유주'이자 '사용자'인 '대양학원'과 법인에 "지배력을 행사해온 주명건·주대성 일가"의 책임을 물어, 그간 세종대학교 앞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여러 기자회견과 집회를 진행해왔다. 

세종대학교가 지난 5월 16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이하 '세종호텔지부') 조합원 12명을 상대로 법원에 제출한 금지 가처분 신청 목록에 따르면, 대학은 "세종대학교 캠퍼스 경계선으로부터 200미터 이내에서 '집회·시위 또는 농성을 하는 행위", "앰프 등 일체의 음향증폭장치를 사용하여 연설을 하거나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요 등을 재생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철회 투쟁 함께해주세요", "(대양학원의) 최세모 이사장은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책임을 다하라" 등의 문구 또는 이와 동일한 취지의 내용을 기재한 현수막 등을 게시하거나 그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유인물을 배포하는 행위에 대한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세종대학교 총장 등이 법원에 제출한 금지 가처분 신청목록. 대책위 제공

올해 2월 13일 새벽, "신발 속 거슬리는 모래알을 넘어 나와 일터를 지키는 위협적인 송곳이 되겠다"며 시작한 고진수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의 고공농성은 7월 14일 기준, 152일째 이어지고 있다. 명동 세종호텔 앞, 폭염으로 타오르는 아스팔트 도로 위 10미터 높이의 철제 구조물, 그곳에 아직 사람이 있다. 

세종호텔은 지난 2021년 12월, 민주노총 조합원 12명을 정리해고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사측은 코로나 19에 따른 경영위기를 이유로 들었으나, 정리해고 후 1년 만에 흑자 전환을 달성하고도 해고자들을 복직시키지 않았다. 

정리해고 투쟁은 어느덧 3년을 넘겼고,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에 맞서 투쟁해온 시간"은 15년이 흘렀다. 해고 노동자들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투쟁을 이어가고 있으나, 대양학원과 세종호텔 사측은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거부하고, 정치권 등의 '중재' 시도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가처분 신청 철회 촉구 기자회견 현장. 대책위 제공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4일 오전 세종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의 가처분 신청이 부당하다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허지희 세종호텔지부 사무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종대학교의 가처분 신청이 "헌법상의 권리인 집회, 시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동시에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서 책임있게 나서기는 커녕 갈등을 더 키우고, 사회적 해결을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달궈진 철구조물 끝에 서서 버티는 고진수 동지를 생각하면 대양학원의 응답이 기껏 세종대학교 출입금지인가 싶어 분노스러울 따름"이라며 "대양학원은 세종호텔 정리해고 문제를 풀기 위해 가처분을 철회하고 해고자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이나리 세종대학교 졸업생은 “세종대학교는 ‘자기의 이익보다 이웃과 나라를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교육 이념을 내세우지만, 정작 부당 해고된 노동자에게 집회할 권리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113억 회계 부정으로 쫓겨났던 주명건이 재단에 복귀하려다가 대학 구성원들의 반대로 실패하자,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세종호텔이었다"면서 "주명건이 다시 세종호텔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노동자들이 부당 전보되고, 노조가 파괴되기 시작"했고, "이후 주명건은 명예이사장이라는 직책으로 세종대에 돌아와 몇년 뒤에는 결국 세종대 이사로 복귀했으며, 아들까지 학교법인과 여러 자회사에 이사로 등재됐다"면서 "세종호텔 해고 문제의 책임은 주명건과 세종대학교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번 가처분 신청서의 신청자 4인은 세종대 총장, 총학생회장, 교직원노조 지부장, 대학평의회 의장이었다"는 점을 짚으면서, 대학 구성원들이 세종호텔 정리해고 문제해결에 책임있는 태도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나리 졸업생은 "총장이 (가처분 신청의 명분으로 내세운) 학생들의 수업권을 걱정한다면, 대학 인근에서 집회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을 던질 것이 아니라, 그것이 왜 발생했는지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직원 노동조합은 과거 '주명건 퇴진 투쟁'을 하던 세종대 학생들이 교직원 임금과 복지 문제 해결을 위해 연대할 때 교직원들이 했던, 앞으로 세종대를 새롭게 민주적으로 만들겠다던 약속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평위원회 의장이 대학 본부가 시키는 대로 가처분 신청서에 이름을 올린 것은, 사립학교법 개정 과정에서 학교의 전횡과 독단을 막기 위해서 교수와 학생 직원들이 학교의 중요한 결정들을 함께하도록 한 대학평위원회의 설립 취지에도 어긋난 일"이라고도 비판했다. 총학생회에 대해서도, 과거 학내 민주화를 위한 학생들의 노력에 대해서도 대양학원 법인과 주명건 일가의 탄압이 있어 왔음을 환기하면서, "세종호텔 조합원들에게 가해지는 압력이 곧 여러분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 졸업생은 "입틀막 윤석열 정부의 말로를 봤던 것처럼 주명건의 말로도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며 "그때 후회하지 마시고 우리 학생 여러분, 교직원 여러분, 교수 여러분, 동문 여러분 함께 세종호텔 문제에 해결해 주시고 나서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이채현 씨도 "오늘을 살아가는 대학생으로서, (가처분 신청을 한) 세종대학교의 선택에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면서 세종대는 " 재단의 사업체에서 자행된 노조 탄압으로 인해 일터를 떠나야만 했던 노동자의 요구를 계속해서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학생을 앞에 방패처럼 세워 세종대학교의 그러한 행태에 마치 세종대학교 학생들도 동의한 것처럼 만들어버린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채현 씨는 또한 "학생들은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대학의 수익사업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그에 맞서 고공에서 노동자가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그것을 알리기 위해 집회를 한 것이 어떻게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일이 되는가, 세종대학교는 학생과 노동자를 갈라치기 하지 말라"고 힘 주어 말했다. 

세종대학교 측에 기자회견문을 전달하는 연대 시민들. 대책위 제공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가처분 신청은) 대양학원을 장악하고 있는 주명건·주대성 일가의 지시가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현재 대양학원과 세종호텔 사측은 교섭을 거부하고 있으며,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중재노력에도 응하지 않고, 심지어 국회의원의 자료제출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4년 교육부 감사로 세종대의 사학비리가 밝혀져 대양학원 주명건 이사장이 쫓겨나기도 했으며, 지금도 사학비리로 내홍을 앓고 있다"며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의 투쟁이 자칫 자신들의 사학비리를 들춰내고 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낼까 봐 불안한 나머지 가처분 신청했을 것으로 의심이 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세종대는 지금 당장 집회·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철회하고, 오히려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의 절규에 귀 기울이며, 교육자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실질적인 교섭을 주선하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이러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세종대의 오욕의 역사는 다시 드러날 것이며, 사회적 질타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라 경고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세종호텔 조합원과 연대 시민은 2021년 12월 10일, 정리해고가 단행된 이후부터 세종대 앞에서 합법적인 기자회견과 집회를 진행"해오며, "세종대가 세종호텔 정리해고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해왔고, "이러한 노력으로 세종대 교수, 교직원, 학생 등 학교 구성원 1,100여 명이 '대양학원이 정리해고 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편,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투쟁에 연대하고 있는 시민들은 오는 16일, 세종대학교의 집회·시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심문기일을 앞두고 가처분 기각을 촉구하는 시민의견서에 서명을 받고 있다. 연대 시민들은 의견서에서 "법원의 가처분 인용은 헌법상의 권리인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될 것"이고, "세종대학교가 사회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노골적인 편들어주기가 될 것"이라며 이는 "약자의 편이 돼야 할 법이 약자의 입을 틀어막는 것에 이용되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은 하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고진수 지부장을 외면할 수 없다"면서 "세종호텔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법원이 세종대학교의 부당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4일까지 의견서에 동의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모아, 16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명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이들은 이 링크를 통해서 함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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