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원하는 연금 수령자들

많은 해 전, 내가 유고슬라비아 계승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에 베오그라드에 살고 있었을 때, 나는 흥미로운 현상을 목격했다. 내가 살던 뉴벨그라드의 르코르뷔지에풍의 '블록'들에서는 가장 정치적으로 활발하고 호전적인 사람들이... 연금 수령자들이었다. 사회주의적 은퇴 규정을 활용해 대부분이 55세나 60세에 은퇴했고, 그들의 연금은 근로 시기의 소득의 70~80퍼센트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루했다. 할 일이 없었다.

그러던 중 밀로셰비치와 국가 해체라는 정치적 쟁점이 등장했다. 연금 수령자들은 갑자기 생기를 되찾았다. 그들은 신문을 구석구석 정독할 시간이 충분했고, 매일 아침 내 아파트 앞에 모여 커피를 마시고, 체스를 두고, 크로아티아나 슬로베니아(혹은 당시 이미 오래 전에 사망한 티토까지 포함해서)가 세르비아에 저지른 최신 악행들에 대해 토론했다. 나는 그들 중 몇몇이 신문을 책상 위에 내리치며 공산주의자들이 저지른 가장 결정적인 증거를 방금 발견했다고 주장하던 것을 기억한다. 불과 6개월 전, 그러니까 매우 관대한 은퇴 규정이 적용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가장 열정적인 친유고슬라비아, 친티토주의자, 친국제주의 공산주의자들이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뜻밖에도, 그들은 진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들은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쩌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무 말이나 해도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 그들은 일할 때와 거의 같은 수준의 소득을 유지했고, 자녀들과 함께 살았으며(물론 자녀들은 그들의 존재를 싫어했지만 연금 수입이 필요했기 때문에 내쫓을 수는 없었다), 그 위에 매일 정치적·사회적·머지않아 군사적 오락거리까지 있었다.

그들의 아들들이 징집 대상이 되었고,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금이 폭락하면서 상황은 그다지 즐겁지 않게 변했다. 그러나 공산주의의 황혼기에 프랜시스 후쿠야마나 티머시 가튼 애시 같은 이들이 공산주의의 모든 불평등은 곧 바로잡힐 것이며 전 세계 연금 수령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하던 그 영광스러운 시절에는 그런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다.

출처: Unsplash, Behnam Mohsenzadeh

1990년대 미국 기득권층이 벌인 연이은 전쟁들 동안 나는 비슷한 광경을 보았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이라크에 걸린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 멋진 영국) 로고를 좋아했다. 영국이 다시 이라크를 통치한다는 것이 재미있었는데, 이번에는 정말로 선한—정말로 선한!—의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통치자들은 모두 그의 친구들이었다.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출신의 아주 친절한 영국 남자들이었다. 싱크탱크 연구원들의 자녀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 갔고, 40대 혹은 50대의 부모들은 리비아나 시리아 또는 이름이 네 글자 혹은 다섯 글자인 다른 나라들을 폭격한다는 소식에 들떴다. 내 친구는 이라크 전쟁을 좋아했는데, 세계은행에서 재건관련 업무가 늘어나고, 더는 해고될 위험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자식들 폭격하고, 그들의 석유 훔쳐라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기꺼이, 자유롭게 말했다. 재미있었다. 사람이 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죽은 사람들조차도 자신들이 얼마나 선한 의도로 살해되었는지를 이해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세계은행 총재는 이라크에서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우리의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새로운 나라를 공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갈 때면 저녁 식사는 특히나 활기를 띠었다. 디저트를 먹으며 그 나라를 어떤 방식으로 폭격할지 논의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먼저 의사결정 중심지를 폭격해야 하는가? 아니면 소수민족을 건드리지 않고 두어 그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해야 하는가? 아니면 아주 다르게, 먼저 그들을 공격해서 권력 중심과 싸울 자유를 느끼게 해야 하는가?

요즘 나는 뉴스를 읽으며 예전의 그 연금 수령자들과 닮은 작가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들은 뉴욕, 워싱턴, 보스턴 혹은 플로리다(후자는 주세를 피하기 위해서)에 살고 있으며, 심각하게 지루해하고 있다. 그들은 돈이 있고, 어디서든 오락거리로 전쟁을 벌이고 싶어 한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이란, 가자, 시리아, 대만, 어디든 상관없다. 그들은 가장 호전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아직 최소한 세 네 개 전쟁은 시작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짜증을 낸다. 그들은 더 재미있는 시절, 예컨대 딕 체니와 그의 일당이 활개 치던 때를 그리워한다. 그들은 언론사 편집자에게 편지를 쓰고, 주류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며 더 많은 살인을 요구한다.

그들은 지루해하고 있다.

[출처Pensioners for war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는 경제학자로 불평등과 경제정의 문제를 연구한다. 룩셈부르크 소득연구센터(LIS)의 선임 학자이며 뉴욕시립대학교(CUNY) 대학원의 객원석좌교수다. 세계은행(World Bank) 연구소 수석 경제학자로 활동한 바 있으며, 메릴랜드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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