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이재명 대통령, 공공부문 노정교섭 약속 지켜야”

"요구안 수용 않으면 위력적 파업 투쟁 나설 것"

이재명 정부 출범 일주일째인 6월 11일, 민주노총 최대 산별조직인 공공운수노조가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공공부문 노정교섭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날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비정규직 고 김충현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지 10일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노조는 반복되는 중대재해와 차별적 노동 현실을 바꾸기 위해 ‘사회공공성’을 국가 운영의 핵심 원리로 삼을 것과, 이를 실현할 방안으로 공공부문 노정교섭의 실효적 제도화를 제안했다. 아울러 "노정교섭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새 정부 초기부터 위력적인 파업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새정부 국정기조 요구 및 노정교섭 촉구 공공운수노조 공동투쟁 선포 기자회견. 공공운수노조 제공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날 취지 발언에서 "공공운수노조는 새 정부의 첫날을 태안의 장례식장에서 맞이해야 했다"면서 "정권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왜 노동자의 죽음이 끊이지 않는가"라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엄 위원장은 또한 "생명과 안전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그 평등한 삶을 보장하는 일상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한 공공부문 노정교섭을 이행해야 한다"고 짚었다.

노조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했던 ‘공공부문이 모범적 사용자로서 산업·업종 교섭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재차 환기하면서 "노동자들은 허공에 흩어져 사라지는 기성정치의 약속을 너무 많이 목격했다, 대통령의 약속이 무게를 갖고 온전히 지켜졌다면 공공의료의 붕괴도, 공공서비스의 민영화-영리화도, 비정규직 차별에 찌든 일터도,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은 노동자도 없었을 것이기에, 우리 노동자들은 투쟁을 함께 준비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공공운수 산하조직 대표자와 조합원 등 50여 명이 참여해 공공부문 현장 노동자의 여러 고민을 전했다. 

이종선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공공기관 인건비를 총액으로 묶어 통제하는" 기획재정부의 ‘총인건비 제도’를 비판하며 “법이 보장한 통상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했다. 그는 “총액 틀 안에서는 출산·육아 지원은커녕 초과근무 수당도 예산에 반영할 수 없어, 누군가의 몫을 깎아 나누고, 안전을 희생한다”며 “이 구조는 노동자에게는 족쇄, 시민에게는 위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 당장 노정교섭을 통해 총인건비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종호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은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자회사라는 이유로 저임금과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는 명백한 기만”이라며, “코레일이 예산을 쥐고 경영을 통제하면서도 정작 고용책임은 회피하는 이중적 구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자회사 구조를 통해 책임을 외면하지 말고,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정규직 전환과 동일임금 실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난 대선 민주당이 노조와 정책협약에서 약속한 ‘상시·지속업무의 직접고용’을 이제 이재명 정부가 이행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많은 사람들이 새 정부에 양극화 해소를 주문하고 있는데, 양극화의 가장 극단적인 현실은 배달플랫폼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최상위에 있는 외국자본은 수천억 원을 가져가는데, 최말단의 라이더는 생계에 허덕이며 생명을 걸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달노동은 우리 사회 일자리의 최후 보루”라며 “이 노동마저 착취와 수탈이 강화된다면 우리 사회 많은 노동자들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노동자는 최저임금조차 적용받지 못해 보수가 바닥을 뚫고 추락하고 있다”며 “우리는 새 정부의 1호 노동정책으로 차별 없는 최저임금을 요구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책임을 미루고 있으니, 이제는 정부여당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용순 한국발전산업노조 위원장은 “김용균 사망 이후 6년이 지났지만, 비정규직이 혼자 일하다 목숨을 잃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며 “정부는 석탄화력 폐쇄 결정 이후에도 고용보장 대책 없이 LNG 전환과 에너지 민영화만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햇빛과 바람, 바다는 모두의 자원인 만큼 재생에너지 수익도 공공의 것이어야 하며, 민간 투기자본이 아닌 공공이 책임지고 재생에너지 전환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성 강화와 발전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위해, 정부는 노정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정교섭 의제를 교섭 테이블을 표현한 걸개에 부착하는 조합원. 공공운수노조 제공

이날 공공운수노조가 제시한 핵심 요구는 아래와 같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 실효적 노정교섭 실시

∙ 공공기관 임금·근로조건 결정위원회 구성으로 공공기관 노정교섭 제도화

∙ 공무직위원회 강화·발전으로 정부조직 비공무원 노동자 노정교섭 제도화

공공기관의 민주적 운영과 노정교섭 제도화

∙ 공공성 강화와 민주적 운영 위한 공공기관 운영제도·관련법 개정

∙ 기관 줄세우기식 평가에서 공공성 중심으로 경영평가 제도 전면 개선

∙ 공공기관 임금·근로조건 결정위원회 설치 등 노정교섭 제도화

정부기관 공무직 제도화 및 공무직위원회법 제정

∙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 교육기관, 입·사법부 공무직 법제화

∙ 공무직위원회법 제정 등 공무직 노정교섭·협의 구조 제도화

노조는 요구안 실현을 위해 6월 21일 공공기관 노동자와 6월 28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도심 대규모 집회를 시작으로 7월 비정규직 파업과 9월 공공기관 파업까지 이어지는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대통령이 스스로 약속한 노정교섭 실현의 길로 갈 것인지, 새 정부 초기부터 파업과 투쟁의 거리를 마주할 것인지는 온전히 이재명 정부의 몫"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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