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법안이라 포장된" 에너지3법, "기후에너지 불평등 심화할 것"

여야정 손 잡은 '에너지 3법'...시민사회 "전면 폐기하고 기후정의 관점에서 재수립해야"

윤석열 탄핵 국면, 연일 날선 대립을 이어가는 여야정이 '에너지3법' 추진에는 함께 힘을 싣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반도체특별법과 함께 에너지3법을 '미래 먹거리 4법안'이라 일컫으며 이달 중 국회 처리를 밀어붙이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도 큰 이견없이 호응하는 모양새다. 시민사회 기후환경 연대체들은 "민생 법안이라 포장된" 에너지3법에는 "기후에너지 불평등을 심화하는 독소 조항들이 가득하다"며 이를 "전면 폐기하고 기후정의 관점에서 재수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에너지3법과 11차 전기본, 이대로 통과하면 안된다!". 최종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오는 17일 소위원회를 열어 '에너지3법'을 심사하고, 19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계획이라 전해졌다. 이달 중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에너지3법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해상풍력 발전 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와 기후위기비상행동을 비롯한 8개 시민사회 기후환경 연대체들은 11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너지3법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11차 전기본)의 '졸속 심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연대체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에너지 3법이 민생에 중요한 법이라 말하지만 그 안에 담긴 독소조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지적했다. "고준위 특별법은 사용후 핵연료의 영구 처분시설 마련이 목적이지만, 사실상 신규 핵시설 건설을 명문화하며 핵산업 확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고, 전력망 특별법은 전력망 구축 사업의 인허가 절차 개선이 목적이지만, 주민 의사와 생태계의 영향을 무시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 방식으로 전환이 목적이지만, 실상은 환경성 평가 무시와 재생에너지의 공공성이 훼손될 소지가 있는 독소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짚었다. 

또한 "산업부가 제시한 11차 전기본 조정안은 기존 실무안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그대로 숨긴 채 1기의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유보’로 바꾸는 조삼모사안에 불과하고, 핵발전소와 SMR 확대, 엉터리 전력수요, 부족한 탈화석연료 계획・재생에너지 확대계획 등은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면서 '에너지 3법 졸속 심사 중단'과 '11차 전기본의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고준위핵폐기물 문제, 부족한 전력망 문제,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은 우리 시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이다. 그렇기에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현재의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11차 전력계획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의로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점을 국회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정의로운 기후위기 대응 불가능한 에너지3법, 11차 전기본". 녹색연합 박수홍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과거 우리는 행정대집행의 국가 폭력을 당한 밀양, 방사성물질 누출 사고가 난 경주, 난방을 못하고 죽는 사람들 뒤에서 초과이윤을 누리며 웃는 민간 에너지기업을 보았다”면서 “에너지 3법은 이런 기후에너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법일 뿐”이라 짚었다. 또한 “기후정의를 말하는 시대, 에너지 전환은 무한히 전력 생산과 소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 한계를 인정하는 속에서 민주주의와 공공성,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준형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고준위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핵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핵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핵폐기물 문제를 ‘임시’라는 이름으로 대충 처리해 놓고 넘어가려는 수작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핵발전이 기후위기의 대안이라고 말하는 윤석열 정부의 헛발질을 비판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팀장은 “해상풍력 특별법은 생태계 파괴와 문화재 훼손을 유발하고, 안전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무력화하며, 재생에너지의 민영화를 촉진해 공공성을 훼손하는 법안"이라 짚었다. 또한 "계획입지제도와 같은 요소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필요하지만, 해상풍력 특별법에 나온 대로라면 해답이 될 수 없다. 환경, 안정, 공공성 등의 중요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도 성명을 발표, "(현재의 해상풍력 특별법안은) 전기민영화 가속화로 인한 전력공공성 파괴 우려는 물론, 각종 규제완화를 통한 환경파괴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공공성과 환경을 파괴하는 해풍법의 졸속 심의 및 통과를 반대하며, 공공성과 환경안정성, 지역주민과의 원만한 협의 속 발전공기업이 우선하는 공공재생에너지발전소, 공공해상풍력 도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처럼 공유수면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과 해상풍력의 제한 없는 이윤 추구는 모두의 자원인 햇빛과 바람을 사유화하는 것과 같다"며 "공공운수노조를 포함해 재생에너지분야의 확고한 공공성 원칙을 요구하는 기후정의단체들은 공공재생에너지법과 한국발전공사법 제정을 요구한다. 발전공기업을 통합해 대규모 재생에너지발전소를 운영하고, 이를 통해 훨씬 저렴하고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을, 그리고 그 과정에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발전노동자들을 고용해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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