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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붕괴의 또 다른 한 해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2024년은 세계 평균 지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1.5도 섭씨(1.5°C) 이상 상승한 첫 해가 될 것이라는 보고서와 또 한 번의 COP 기후 회의로 특징지어졌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29회째 COP는, 결국 이번에도 화석연료에 친화적인 면피 행위로 끝나고 마는 것일까?
이번 회의는 시로 시작했다. COP29 의장인 아제르바이잔 생태와 자연자원부 장관 무흐타르 바바예프가 9,000자에 달하는 서한을 대표단에게 보내며 논의할 주제를 제시했다. 서두에는 페르시아 시인 니자미 간자비의 경구가 인용되었는데, 이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조화가 상실될 경우 인류가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말할 것도 없이, 바바예프 의장의 이러한 우려는 완전히 가식적인 것이었다. 그의 서한은 긍정적인 측면을 드러는 것 외에는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조차 피했다. 이는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기 전 일했던 SOCAR(아제르바이잔 국영 석유회사)은 대규모 오염뿐만 아니라 인권 및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침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석유 회사다. COP 개막식을 주재하는 동안에도, SOCAR은 시추 작업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COP29는 혼란스럽고 파편화된 행사였다. 주최국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 새로운 화석연료 계약을 체결했으며, 1,773명의 화석연료 로비스트와 480명의 탄소 포집 및 저장 로비스트들에게 접근을 허용했다. 탄소 포집과 저장은 대형 석유 기업들이 계속해서 시추 작업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우는 위험하고도 기만적인 책략이다. 회의의 다른 실패 사례로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에 대한 논의를 상당 부분 저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시도, 탈탄소화 노력 및 기후 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에 근접하지도 못한 부유국들의 지원 거부, 그리고 부유국들과 기업들이 저임금 경제에서 기후 관련 활동을 위한 비용을 지불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배출 감축 실패를 초자연적인 계산법으로 정당화하려는 사기성 "탄소 상쇄" 시장의 부활 등이 있다. 기후 위기의 책임이 있는 대부분의 지역의 지도자들, 즉 미국, 중국, EU, 러시아, 독일, 캐나다, 호주, 프랑스의 지도자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기후 정의의 저울 반대편에서는 파푸아뉴기니의 총리 제임스 마라페가 대규모 오염 배출자들이 "기후 변화 피해자들을 지원하지 않는 것"에 항의하며 정부 차원의 불참을 선언했다.
COP29에서 전시된 배신, 탐욕, 그리고 "헛소리"는 알바니아의 총리 에디 라마가 준비된 발언에서 벗어나 '벌거벗은 임금님'을 드러내는 솔직한 발언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반복해서 이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말을 넘어서는 의미 있는 행동을 위해 단합하려는 공동의 정치적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부 주요국과 소규모 국가들이 이 연례 글로벌 행사를 보이콧 하기도 했다.” 라고 말했다.
결정적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다.
라마 총리가 그의 진솔함으로 존경을 받았다면, 경종을 울리는 말은 바베이도스의 총리 미아 모틀리의 발언이었다. 그가 COP 조직위원회에 제출한 문서는 무엇이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명확히 제시한다. 최근 몇 년간의 극단적 기상 현상은, 그가 경고하듯이, “인류와 지구가 최후의 '결정적 전환점(tipping point)'을 향해 돌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정적 전환점'은 작은 변화가 시스템의 경로를 되돌릴 수 없게 변화시키는 순간을 의미한다. 의자에 기대어 앉았을 때, 전환점 이전까지는 균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전환점을 넘어서면 결국 바닥으로 넘어질 수밖에 없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COP21에서 대표단이 지구 온도를 “2°C 이하로 유지”하기로 약속했을 때, 이 수치는 기후 과학자들이 이 온도 이상에서 재앙적인 전환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믿었기 때문에 선택되었다. 이러한 전환점의 시간 척도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이를 수 있지만, 그 영향은 매우 크며 온도가 0.1도씩 상승할 때마다 그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중 하나는 그린란드와 서남극 빙상의 붕괴다. 이 전환점은 이미 1.5°C 또는 1.6°C에서 도달할 수 있으며, 이는 빙상이 되돌릴 수 없이 녹아내려 전 세계 해수면을 10미터 이상 상승시킬 것을 예고한다.
또 다른 전환점은 아마존 숲의 붕괴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오랜 시간 동안 탄소 흡수원으로 작용해왔으나, 현재는 가뭄이나 화재로 인해 식물이 고사하면서 탄소 배출원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이 전환점을 넘어서면 아마존 열대우림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사라질 것이다.
세 번째는 대서양 자오선 순환(AMOC)의 붕괴다. 이 해류 시스템에는 열대 지역의 따뜻한 물을 서유럽으로 전달하는 걸프 스트림(Gulf Stream)이 포함된다. 20년 전만 해도 이 붕괴는 먼 이야기처럼 보였으나, 현재 기후 과학자들은 AMOC가 2040년대 초부터 붕괴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들은 상호작용하여 피드백의 연쇄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AMOC가 붕괴되면 아마존 지역의 날씨 패턴이 변화하며 숲의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로 인해 방출되는 탄소 폭탄은 빙상의 융해를 가속화하고, 이는 다시 지구가 흡수하는 태양 복사량을 증가시킬 것이다.
이러한 “파멸의 고리(doom loop)”를 경제적 또는 문화적 변화의 전환점, 즉 가까운 시일 내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전환점들로 초기 단계에서 막을 수 있을까?
최근 몇 년간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비용 감소로 인해 화석연료 부문이 투자자를 잃고 고객을 줄이며 쇠퇴하기 시작할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개념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미국이 “빠르게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이 화석연료 에너지와 비용 면에서 동등한 수준에 도달할 때 에너지 전환점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태양광 및 풍력이 세계 주요 에너지원이 될 길을 열어준다고 본다.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가 자금을 지원한 주요 연구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는 이미 여러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재생 에너지의 비용 감소와 전기차(EV)의 보급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 엑시터 대학의 학자들에 따르면, 세계 주요 EV 시장에서 “돌이킬 수 없는 EV 전환점이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한 녹색 성장론자는 1~2년 내에 EV가 세계 차량의 4분의 1을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예측은 유혹적일 정도로 낙관적이지만, 실제로 성립하는가? 분명히 EV 판매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했다. 2016년 50만 대에서 2024년 1,600만 대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 차량의 2%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며,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산 EV 수입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EV 세액 공제를 대폭 삭감할 계획을 세우면서 EV의 전망이 어두워졌다.
태양광 설치 역시 급증했다. 2002년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은 단 2테라와트시의 전기를 공급했으나, 오늘날에는 1,600테라와트시 이상을 공급한다. 그러나 이는 세계 1차 에너지 소비량의 단 2.5%에 불과하며, 화석연료는 여전히 82%를 차지한다. 미국에서는 뉴욕 타임스가 주장하듯 화석연료 비중이 “빠르게” 감소한 것이 아니라, 단지 소폭 감소했을 뿐이다. 2013년 84.4%에서 2023년 80.6%로 줄어들었을 뿐이다. 이 감소율이 유지된다면, 미국 에너지의 탈탄소화는 2230년에야 이루어질 것이다. 요컨대, 재생 에너지 전환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에너지 전환점(energy tipping points)”이 여전히 먼 이유는 치솟는 에너지 수요 때문이다. 재생 에너지 자원이 증가함에 따라 석탄, 석유, 가스의 연소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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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기반 체제에서 재생 에너지는 추가적인 도전에 직면한다: 재생 에너지는 더 많이 보급될수록 가격이 하락해 수익성이 낮아지고, 이는 투자를 저해한다. 정부가 개입해 이를 보조하거나 국유화하지 않는 한 그렇다.
지구 시스템의 전환점을 넘어설 위험이 커지고 에너지-경제 전환점이 여전히 먼 꿈으로 남아 있는 가운데, 이제 관심은 사회적 전환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비선형적인 사회적 변화는 지난 세기 활동가들과 사회운동 이론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었으며, 이는 정치적 의식이 급속히 재구성될 수 있는 혁명적 봉기나 다른 집단적 행동의 연쇄를 언급한다.
2000년, 사회적 전환점(social tipping points)이라는 개념은 말콤 글래드웰의 덕분에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상투적인 사고를 깊이 있는 통찰처럼 포장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능숙한 인물이다. ⟪티핑 포인트(The Tipping Point)⟫에서 글래드웰은 사회적 트렌드가 전염병처럼 확산된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느리게 시작되지만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적절한 추진력”이 가해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나 믿음을 급격히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중요한 역할은 “특별한 사회적 재능”을 가진 소수에 의해 수행된다. 이들 “연결자(Connectors), 정보통(Mavens), 세일즈맨(Salesmen)”은 사회적 규범과 행동을 “전환”시켜, 침묵하던 대다수를 끌어들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사회학자들은 정치적 전환점과 혁명적 정치 연쇄를 이 논의에 포함시켰다. 정치학자 에리카 체노웨스는 “3.5% 법칙”을 제시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3.5%가 독재에 도전하면 그 정권은 저항을 수용하거나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개념이다. 이 아이디어는 기후 운동가들과 단체들, 특히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에 의해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체노웨스의 법칙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가 마리아 스테판과 공동 저술한 책에서 다루는 사례를 생각해보자. 이들은 팔레스타인 제1차 인티파다를 “대규모 비폭력 저항이 점령군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한다. 인티파다가 인상적이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전체 인구의 3.5% 이상이 헌신적으로 비폭력 저항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승리했는가? 시온주의 독재 정권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백악관, 펜타곤, 그리고 의회를 점령한 집단에 의해 전폭적으로 지원받고 있다.
이는 여러 방식으로 우리의 논의와 관련이 있다. 첫째, 체노웨스의 “법칙”은 일부 정치적 독재에는 적용될 수 있으나, 화석 연료 자본의 정치-경제적 지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는 단지 산유국들에 의해 집행되는 것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전 세계 패권을 장악한 세력에 의해 유지되기 때문이다.
아담 하니에가 ⟪원유 자본주의(Crude Capitalism)⟫에서 상세히 설명했듯, 미국은 일련의 석유 약탈을 통해 세계적인 패권을 달성했다. 그 경제적 힘과 전쟁 능력은 석유로 크게 강화되었고, 중동 석유를 통제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온주의 식민주의를 지원했다.
화석 연료 자본이 체노웨스가 말하는 독재보다 훨씬 더 깊이 뿌리박힌 적이라는 점을 인식한 환경운동가들은 사회적 전환점을 설정하는 기준을 조정했다. 환경운동가 조지 몽비오는 시민의 약 4분의 1이 새로운 아이디어나 관점을 받아들여야 대다수가 이를 따를 것이라고 본다. 생태학자 아론 티에리는 “거대한” 사회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막기 위해 화석 자본은, 우리가 COP29에서 목격 했듯, 극우들의 반동 운동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부터 주류 정치 계급을 포획하고 기후 협상을 방해하는 것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기후 정치에서의 “사회적 전환점”은 단순히 아이디어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갈등을 수반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혁명적 상황은 특정 시기에 나타난다(18세기 후반, 1840년대, 1917-23년, 1943-48년, 1968-76년). 이러한 시기는 “사회적 전환점”으로, 역사적 흐름이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시기다. 이 중 마지막 시기에는 환경운동가들과 조직화된 노동 계급이 연합하며 강력한 적녹 동맹이 형성되었다. 만약 다시 이러한 결합이 나타난다면, 그 결과는 수천 년 동안 지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니자미 간자비가 말한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조화”를 재건하기에는 너무 늦었을지 모르나, 최악을 막기에는 충분히 이른 때다.
[출처] As Summit Ends in Cop-Out, Can Social Tipping Points Change Climate Trajectory?
[번역] 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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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레스 데일(Gareth Dale)은 브루넬 대학에서 정치경제학 교수로, 탈탄소화, 환경 정치, 유럽 공산주의 운동과 이론 등을 연구한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