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제국주의는 어떻게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재브랜딩했는가

[저자] 마그달레나 베르거(Magdalena Berger)

[원문 영문 번역] 줄리아 담푸스(Julia Damphouse)

출처: Molly the Cat & Unsplash+

독일 외무부는 2023년 3월에 처음으로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지만, 이 정책의 의미를 둘러싼 공론은 지난 한 달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워졌다. 10월 21일, 이 개념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국제 연구 단체인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 센터(Center for Feminist Foreign Policy, CFFP)는 인권 NGO인 하와르.헬프(HÁWAR.help)와 함께 "여성 살해 방지와 임신중지 합법화"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독일의 녹색당 소속 외무장관 아날레나 베어보크(Annalena Baerbock)는 정치와 문화 분야의 고위급 여성들과 함께 무대의 중심에 섰다.

이러한 요구는 모든 페미니스트 운동의 최소 공통 분모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로 베어보크의 존재 때문에 행사 안팎에서 적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청중 중 한 사람이 항의하며 일어나 "팔레스타인 여성들에 대한 집단 학살을 멈춰라!"라고 외쳤고, 결국 보안 요원에 의해 퇴장당했다. 행사 밖에서는 "여성의 권리가 백인 특권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적힌 표지판 등을 들고 여성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 기자회견과 관련된 시위에서 나온 이미지와 영상은 소셜 미디어에서 강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CFFP 설립자들은 "백인 페미니즘"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후 국제적으로 저명한 페미니스트들이 이 단체의 자문위원회에서 사임했다.

이 논쟁은 오랫동안 끓어오르던 문제를 표면화했다. 독일 외무부는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 지침에서 "여성과 소외된 집단의 권리, 대표성, 자원에 초점을 맞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바로 그 권리를 약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은 단지 독일 정부에 진보적인 외양을 제공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베어보크의 정책에는 본질적으로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는 사실은 그의 가자 정책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베어보크는 페미니스트 챔피언이 아니다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 센터(CFFP)의 설립자인 크리스티나 룬츠(Kristina Lunz)는 자유-좌파 성향의 신문인 타츠(taz)에 외무장관의 기자회견 참여를 정당화하려 노력하며, 베어보크가 “현재 임신중지를 옹호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베어보크는 오랫동안 임신중지의 범죄화를 반대해왔다. 독일에서 임신중지가 여전히 형법상 범죄로 간주된다는 사실은 “완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라고 이 녹색당의 대표적인 정치인은 올여름 언급한 바 있다.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베어보크가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고, 페미니스트로서의 자격을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부서에서 보여주는 행동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는 이상, 베어보크를 일반적으로 페미니스트라고 간주하기는 어렵다.

미국 다음으로 독일은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무기 공급국이다. 2024년 8월부터 10월까지 독일은 9,400만 유로가 넘는 금액에 해당하는 무기 수출을 이스라엘에 승인했다. 이스라엘 군대가 학교와 기타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더라도 외무장관이 거의 무조건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사실은 그가 지난달 “민간 지역도 테러리스트들이 악용할 경우 [국제법에 따라] 보호받는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고 잘못 주장하면서 명확히 드러났다.

베어보크의 발언은 가자와 레바논의 현실과 완전히 상충된다. 단 몇 주 전 공개된 유엔 보고서는 가자 지구가 봉쇄 상태를 유지할 경우 재건에 35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자에서는 50만 명이 넘는 여성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17만 5천 명의 여성은 생명을 위협받는 건강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지난 20년 동안 단 한 해에 이처럼 많은 여성과 소녀가 사망한 분쟁은 없었다. 이러한 사실이 충분히 명백하지 않더라도, 최근 유럽 헌법과인권센터(ECCHR)는 독일의 이스라엘 무기 수출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2023년, 독일의 "중도좌파" 연립정부는 무기 수출에서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했으며, 올해 그 기록을 또다시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 외에도 독일의 무기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터키와 같은 국가들로 보내지고 있다. 이는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목의 “이슬람주의와의 전쟁”에 대한 수사가 독일의 지정학적, 재정적 이익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만 진지하게 고려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터키로 보내진 무기들은 북동부 시리아에서 쿠르드 해방운동과 여성 혁명을 진압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독일의 외교 정책은 지금처럼 “페미니스트” 지침을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가장 비(非)페미니스트적인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다.

독일의 페미니스트들은 이러한 "페미니스트" 정부의 정책에 맞서 모든 기회를 이용해 저항해야 한다. 독립적인 단체로서 CFFP는 이를 조심스럽게 시도해왔다. CFFP는 일찍이 가자 지구에서의 휴전을 지지하며, (아마도 기자회견에서의 항의에 대한 반응으로) 독일은 이스라엘로의 무기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외무장관과 계속해서 무대를 공유하는 단체가 얼마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의도적이든 아니든, CFFP는 베어보크와 같은 정치인들이 얄팍한 페미니즘 외피를 계속 두를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뿐이다.

좌파의 비판

좌파 페미니스트들은 이 개념이 독일 정치 담론에 들어온 이후 줄곧 정부의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을 제기해왔다. 정치사회학자인 로자 부르츠(Rosa Burç)는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이 “개입주의 외교 정책을 정당화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페미니스트 작가인 헬린 디릭(Hêlîn Dirik)은 “자본주의적이고 제국주의적인 국가는 전 세계 여성과 퀴어들이 빈곤에 빠지고, 착취당하며, 폭력에 노출되고, 소외되는 조건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썼다. 따라서 독일의 외교 정책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궁극적으로 독일의 외교 정책은 자본주의적 이익에 기반하며, 이는 종종 여성과 소녀들을 포함한 억압받는 이들의 착취에 기반을 둔다.

이러한 자기인식은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의 식민적 차원을 지적하는 비판에 개방적이 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는 여성 해방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게 하려면 원칙적으로 CFFP의 목적을 해체하거나 적어도 근본적으로 재구조화해야 하며, 이는 CFFP가 권력의 자리에서 적합한 위치로 간주되지 않게 될 정도로 큰 변화를 의미한다. 권력의 자리는 진정으로 보편적인 페미니스트 비전을 위한 정치적 반대자로 정당하게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CFFP와 같은 조직의 모순적인 행동은 너무나 명백해져서, 때로는 국제기구나 주류 정당과 제도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에 의해 표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비판자 중 한 명은 전 세계 여성 기금(Global Fund for Women)의 전 회장인 카비타 난디니 람다스(Kavita Nandini Ramdas)다. 그는 국제 시민사회 행동 네트워크(ICAN)의 디렉터인 사남 나라기 안데를리니(Sanam Naraghi Anderlini)와 함께 자신이 CFFP 자문위원회를 떠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가자 문제에 대한 그의 입장이 억압당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자문위원회는 해체되었다.

그러나 그의 성명의 주요 초점은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이러한 논의에서 가자가 배제된 점에 대한 비판이었다. (현재는 삭제된) 성명에서 CFFP는 가자에 대한 의견 표현을 자문위원회 구성원들에게 제한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며칠 후, 전직 직원들이 공개 서한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특히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권리를 옹호할 때 소외된 여성 직원들을 체계적으로 차별했다는 주장이 포함되었다.

행사 이후 며칠 동안 CFFP는 이러한 비판을 여성혐오적인 “분노의 폭풍(shitstorm)”으로 일축했다. 그러나 그들만 잘못한 것은 아니다. 여성의 행동이 인터넷 담론을 촉발할 때마다 성차별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항상 예상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논쟁은 정기적으로 여성혐오적인 방식으로 묵살된다. 대인간의, 사회적인 불만은 온라인 논의로 스며들며, 정당한 비판은 과도한 공격과 때때로 잘못된 정보와 뒤섞인다. 이를 서로 분리하는 것은 항상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의 정치적 성격을 외면하려는 시도는 좌파의 비판에 대항하는 고전적인 자유주의 페미니스트 방어의 일부다. 평화와 체면 유지를 명분으로 페미니스트들은 “서로”에 대한 비판을 자제할 것을 요구받는다. 10월 말, CFFP는 진정으로 일부 비판에 개방적일 수 있을 것처럼 보이며, “증오와 거짓 속에서” 정당한 비판을 다루겠다고 선언했지만, 해당 게시물은 곧 삭제되었고, CFFP 웹사이트는 이후 “유지보수”를 이유로 내려갔다. 개인적이고 정체성에 기반한 불만을 다루는 것 이상의 정직한 정치적 토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마도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다음에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 팔레스타인 여성이 베어보크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이리라.

[출처] How German Imperialism Rebranded Itself as Feminist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마그달레나 베르거(Magdalena Berger)는 Jacobin.de의 부편집자다. 줄리아 담푸스(Julia Damphouse)는 유럽 사회주의의 역사가다. 그는 영어판 《로자 룩셈부르크 전집》(Complete Works of Rosa Luxemburg) 편집 위원회의 일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