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물론저널 학회 2024 제2부: 디지털 및 화석연료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올해 열린 역사유물론(Historical Materialism) 컨퍼런스에서 이른바 화석연료 자본주의에 관한 세션에 참석했다런던정경대(LSE)의 루카스 슬로티우스(Lukas Slothius)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탄소 포집 시스템이나 수소 같은 탄소 배출 감축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이런 시스템들은 눈에 띄는 배출 감축 효과를 내지 못하며비용 또한 매우 비싸다결국 화석연료 업계의 이러한 기술’ 주장은 화석연료 탐사와 생산을 계속하기 위한 명분일 뿐이라고 했다.

시라큐스 대학교의 매트 휴버(Matt Huber)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제시된 가치생산의 숨겨진 장소잉여가치자본 축적원시적 축적그리고 수탈자의 수탈 같은 핵심 개념들이 기후 위기에서 화석연료 자본주의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효한 틀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상품가치그리고 AI에 관한 통찰력 있는 세션에서는 젊은 루이스 아르볼레다스-레리다(Luis Arboledas-Lérida)가 지식 기업들(Famous Five 또는 Magnificent Seven)의 수익이 이윤이 아니라 독점적 지대로부터 나온다는 일부 저자들의 주장을 날카롭게 반박했다루카스는 이러한 지대가 독점적 마크업에서 나오거나 지식이 노동에 의해 창출된 가치가 없으므로 수익이 토지 소유와 같은 소유권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카스는 이러한 이론이 마르크스의 지대 이론을 오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실제로 지식 기업들이 얻는 수익의 대부분은 광고 판매(메타트위터 등)나 소프트웨어 판매(마이크로소프트)에서 비롯된 단순한 이윤이다또한지식 노동자가 정신노동을 한다는 이유로 고용주에게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명백히 잘못되었으며이는 마르크스가 제시한 노동의 물질주의적 개념즉 신체적 노동이든 정신적 노동이든 모든 노동이 가치를 창출한다는 개념에 반한다고 주장했다개인적으로 이러한 이론은 기술 봉건주의(techno-feudalism)와 자본주의의 종말이라는 터무니없는 개념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본다.

마르크스의 가치 이론에 관한 세션도 여러 개 열렸는데노동 시간으로 측정된 가치를 생산 가격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전환 문제(transformation problem)와 마르크스가 이를 논리적으로 일관되게 해결했는지에 대한 논의가 또다시 진행되었다이 논의는 수십 년어쩌면 더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왔다나는 『자본론』 제3권이 출간된 이후 여러 마르크스주의 저자들에 의해 이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본다하지만 2016년 HM 컨퍼런스 리뷰를 돌아보면 똑같은 논의가 있었다어떤 사람들은 마르크스의 해결책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단지 같은 논제를 끝없이 반복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더 흥미로웠던 가치 이론 세션 중 하나는 뉴 스쿨(New School)의 니콜라오스 차차라키스(Nikolaos Chatzarakis)가 마르크스의 가치 이론을 물리학의 에너지 보존 법칙과 유사한 비유로 설명한 발표였다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르면 투입된 에너지는 동일한 양으로 출력되며(약간의 손실은 있을 수 있지만), 초기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나올 수는 없다에너지는 무에서 창출될 수 없다이와 마찬가지로자본주의 생산 과정에서 노동력이 투입된 만큼의 가치(노동 시간으로 측정)는 결코 투입된 노동을 초과할 수 없다기계는 노동 외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으며이는 자본주의 아래에서 완전 자동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완전 자동화는 자본주의가 아닐 것이다.

같은 세션에서 2016년 그의 제국주의에 대한 혁신적 연구로 바란-스위지(Baran-Sweezy) 상을 수상한 존 스미스(John Smith)는 착취율과 잉여가치율 사이의 중요한 개념적 차이를 강조했다착취율은 봉건제나 노예제와 같은 이전 계급 사회에서도 측정될 수 있지만잉여가치율은 자본주의에서만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존은 착취가 단순히 마르크스주의적 잉여가치 범주를 넘어서 존재할 수 있음을특히 초착취(super-exploitation)’가 일어나는 이른바 글로벌 남반구에서 그렇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마르크스의 잉여가치 범주를 수정하거나 심지어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내가 초착취 개념에 대한 나의 견해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유한 국가들이 주변부에 대해 제국주의적 착취를 하는 문제에 대해호프스트라 대학교의 콘라드 헤롤드(Conrad Herold)는 국제 무역에서 불평등 교환의 최신 측정치에 대해 중요한 비판을 제기했다이러한 측정치는 소위 글로벌 남반구에서 제국주의 핵심부로 막대한 가치(및 자원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콘라드는 현재 대부분의 연구가 사용하는 PPP(구매력 평가환율로 가치 전환을 측정하는 방식의 타당성에 회의적이었다환율과 구매력 차이를 기준으로 전환을 측정하는 것은 가치를 분리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가치 전환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제이슨 히켈(Jason Hickel) 등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1960년 이후로 약 62조 달러성장 손실을 감안하면 152조 달러에 달하는 전환이 발생했다이러한 불평등 교환을 통한 수탈은 북반구 GDP의 최대 7%, 남반구 GDP의 최대 9%를 차지한다이는 내가 구글리엘모 카르케디(Guglielmo Carchedi)와 함께 『현대 제국주의의 경제학』 연구에서 발견한 측정치보다 훨씬 크다. 우리는 PPP 환율 공식을 사용하지 않고대신 각국의 수출 무역에 내재된 가치를 기반으로 측정했다.

올해 HM 컨퍼런스의 주제는 제국주의와 기후 변화였고이와 관련된 세션이 많이 열렸다한 세션에서는 타보 에스피노사(Tavo Espinosa)와 AK 노리스(AK Norris)가 미국 내 인종 분리가 흑인 노동으로부터 초과 이윤을 추출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며이는 해외에서의 제국주의적 전환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후기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관련된 마르크스의 이윤 이론을 다룬 세션도 있었다내가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요약문을 보며 브라질 플루미넨시 연방대학교(PPGE-UFF)의 이안 다 실바(Ian da Silva)가 작성한 논문이 흥미롭게 느껴졌다요약문에 따르면그는 2013년 Monthly Review 블로그에서 시작된 마르크스의 법칙 유효성에 관한 논쟁을 다루고 있다이 논쟁은 마이클 하인리히(Michael Heinrich)가 이 법칙의 유효성을 부정하면서 시작되었고이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와 앤드류 클라이먼(Andrew Kliman)이 이 법칙이 마르크스 위기 이론의 기초임을 주장하며 반박했다이 논문은 참가자들이 마르크스에서 "법칙"의 의미를 경험적으로 이해하며 오해했다고 지적하며법칙의 유효성에는 동의하되 이윤율 하락이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단지 그 표현 형태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위기의 원인은 생산의 사회적 조건과 소유의 사적 조건 사이의 모순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자본주의 아래 위기의 원인에 대한 논의로 다시 돌아온 듯하다이는 내가 이전 게시물(HM 컨퍼런스 파트 1)에서 언급했던 에르네스트 만델(Ernest Mandel)의 저서 《후기 자본주의(Late Capitalism)》에 관한 세션과 관련이 있다다 실바(da Silva)에 따르면위기는 마르크스의 이윤율 법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한다대신 위기의 원인은 생산의 사회적 조건과 소유의 사적 조건 간의 모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이는 인과적 연결이라기보다는 순환논리처럼 들린다.

마지막으로올해 아이작 도이처 상(Isaac Deutscher Prize)을 수상한 2024년 최고의 책은 마테오 파스퀴넬리(Matteo Pasquinelli)의 《주인의 눈(The Eye of the Master)》이었다이 책은 인공지능에 대한 통찰력 있는 사회사를 다룬 작품이다. AI는 매우 시의적절한 주제이며나는 이 책을 작년에 리뷰한 바 있다.

[출처] HM 2024 part two: digital and fossil fuel capitalism and imperialism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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