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Isaac Smith, Unsplash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을 처음으로 추정한 사람은 다다바이 나오로지(Dadabhai Naoroji)로, 그는 1867~68년 GDP를 산정했지만 그 수치는 매우 개략적이었다. V.K.R.V. 라오(V.K.R.V. Rao)는 1931~32년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정교한 GDP 추정치를 내놓았으며, 이후 1949년부터 정부가 정기적으로 공식 GDP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초기 GDP 산정의 목적은 식민지 지배 아래 인도 국민이 겪었던 물질적 빈곤을 입증하는 데 있었고, 독립 이후 정기적으로 발표한 GDP 통계는 독립을 쟁취한 뒤 인도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요컨대 GDP 통계는 ‘국가’의 탄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으며, 실제로 ‘국가 건설’ 프로젝트의 일부였다. 이는 다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며, 각국이 GDP를 산정하는 방법론을 통일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특정 경제의 상황을 바탕으로 어디에 투자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국제자본에 GDP 통계가 필요해졌다. GDP 통계는 더 이상 국가 건설 프로젝트의 일부가 아니라 국제자본의 투자 판단을 위한 지표로 바뀌었다. 국제자본이 여러 투자처의 상대적 매력도를 한눈에 비교하려면 표준화된 방법론이 필요했다. 이에 유엔(UN)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국이 따라야 할 통일된 방법론을 제시했고, 각국은 이를 폭 넓게 받아들여 시행했다.
국제자본의 필요에 따라 하나의 수치가 아니라 이른바 ‘속보치’, ‘수정치’ 등 일련의 GDP 수치도 산출해야 했다. 이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다양한 GDP 수치를 산출하는 방식과 정확히 같았다. 따라서 세계화된 자본을 운용하려면 글로벌 노스가 완전히 자본주의적인 것처럼 글로벌 사우스 전체도 완전히 자본주의적인 경제인 것처럼 취급해야 했다. 물론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은 자본주의와 깊고 광범위하게 얽혀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적 원리에 따라 운영된다는 의미에서는 그 자체가 자본주의적이지 않다. 이는 수많은 농민이 자신이 경작하는 작은 토지에서 가까스로 생계를 이어가는 농업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른바 비공식 경제에 속하면서 진정한 자본주의적 방식과는 상당히 다른 원리로 운영되는 제조업과 상업 부문에도 해당한다.
그러나 이 비공식 경제 전체의 생산량을 보여주는 정기적인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부문의 여러 변수값을 파악하기 위해 간헐적으로 조사를 실행하지만, 가령 5년에 한 번 정도로 매우 드물게 이루어진다. 게다가 이런 조사는 전수조사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표본조사에 그친다. 따라서 이 부문에서는 연간 단위의 정기적인 통계조차 확보할 수 없으며, ‘속보치’나 ‘잠정치’ 같은 다양한 GDP 수치를 산출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그 결과 인도 정부는 GDP를 산정할 때 조직 부문, 심지어 기업 부문에서 나타나는 추세가 비조직 부문에서도 당연히(ipso facto) 그대로 나타난다고 단순하게 가정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여기에는 두 가지 명백한 문제가 있다. 첫째, ‘화폐개혁’이나 팬데믹 같은 충격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비조직 부문이 조직 부문보다 더 크고 오래 지속되는 타격을 받는다. 그런데 비조직 부문에도 조직 부문과 동일한 성장률을 적용하면 전체 GDP 성장률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이런 과대평가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바로잡힐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몇 년마다 비조직 부문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때만 그렇게 된다. 정기적인 표본조사만으로는 이런 보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표본조사에서 나온 변수값이 기존 추정치와 다르면 일반적으로 표본조사가 모집단의 변수를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표본조사 결과가 비조직 부문 사업체의 모집단 변수를 과소평가했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조직 부문의 통계를 비조직 부문의 대리 지표로 활용하면 전체 GDP 성장률에 체계적인 상향 편향이 발생한다. 충격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거의 언제나 조직 부문보다 비조직 부문에서 더 크기 때문이다.
이 방식의 두 번째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 부문이 비조직 부문의 영역을 잠식하고 비조직 부문의 활동을 대체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이 수많은 소규모 식료품점의 사업을 대체하는 경우가 그렇다. 조직 상업 부문이 실제로는 적어도 부분적으로 비조직 상업 부문의 몫을 잠식하면서 성장하는데도 조직 상업 부문의 성장률을 상업 부문 전체의 성장률로 간주한다면 GDP 성장률을 과대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사우스의 거의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문제다. 이들 국가의 경제구조에는 모두 상당한 규모의 비조직 부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GDP 성장률도 인도와 정확히 같은 이유로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GDP 성장률을 실제로 언제나 과대평가한다는 뜻은 아니다. 특정 기간에는 다른 독립적인 요인 때문에 한 국가의 GDP 성장률을 과소평가할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특정한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성장률을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조직 부문의 추세가 비조직 부문에도 당연히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는 방식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과대평가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정권에도 유용하다. 이들은 높은 GDP 성장률을 달성했다는 위대한 ‘성과’를 자랑하는 선전 수단으로 이를 활용한다. 더 나아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를 확산시키는 IMF 같은 기관도 이러한 과대평가를 좀 더 교묘하게 선전 수단으로 이용한다. GDP 수치를 놓고 지금처럼 요란하게 떠들지 않았던 신자유주의 이전의 국가주도형(dirigiste) 경제 시기에는 GDP 성장률을 이처럼 노골적인 방식으로 과대평가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과대평가를 바탕으로 IMF 같은 기관은 신자유주의가 경제성장률을 가속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노선을 계속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겉보기에는 정당화한다. 예를 들어 인도의 경우 중앙정부의 전직 수석경제고문조차 2012~2024년 GDP 성장률을 1.5~2%포인트 과대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반영하면 실제 성장률은 그 이전 국가주도형 경제체제에서 기록한 성장률보다 거의 높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도입한 덕분에 인도가 새로운 고성장 시대에 진입했다는 주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시기의 GDP 성장률을 끌어올리면 이런 주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GDP 성장률을 둘러싼 요란한 논란은 역설적으로 그 수치 자체에 대한 신뢰성을 더 떨어뜨린다.
인도는 2025년 4~6월과 비교해 2026년 4~6월 GDP가 7.8% 성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고,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도 경제에서 석유제품 부족 현상이 나타났으며, 나렌드라 모디 총리조차 인도가 직면한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7.8%라는 성장률은 이 모든 과정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귀류법적 결말(reductio ad absurdum)이다. 논평가들은 이처럼 심각한 과대평가가 발생한 여러 이유를 지적했다. 그 가운데 하나는 2025년 1분기 명목 GDP 추정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2026년 1분기 성장률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비교 기준을 낮췄고, 그 결과 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률 상승 역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아래 글로벌 사우스에서 나타나는 GDP 성장률의 전반적인 과대평가 경향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
[출처] Apropos GDP Estimates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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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