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splash+, Getillustrations
첫째, 협정의 적용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 품목을 빼면 미국은 인도산 상품에 18%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인도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략적인 설명에 따르면 미국산 상품에 0%의 수입 관세를 부과한다는 규정이다. 관세율의 이러한 차이를 공식적으로 제도화하는 협정은 극히 기이하다. 이는 미국이 ‘근린궁핍화(beggar-thy-neighbour)’ 정책을 채택하면서, ‘거지’ 신세로 전락하는 이웃이 그 지위에 동의하는 협정에 서명하는 것과 같다.
둘째, 인도가 향후 5년 동안 매년 최소 1천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한 나라가 다른 나라로부터 구매해야 할 최소 금액을 명시하는 무역협정은 부르주아가 그토록 사랑하는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이데올로리에 따르면 실제 거래 규모는 구매자의 선택에 달려 있어야 하며, 정부가 지시할 수 없고 정부의 결정이 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금액을 협정에 포함한 것은 전적으로 기이하다. 더구나 그 최소 금액을 협정 당사국 가운데 한 나라에만 적용하고 다른 나라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명백히 불평등 조약을 의미한다.
이러한 불평등 조약은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강요할 때만 성립한다. 여당인 인도인민당(BJP)이 이끄는 정부는 아무리 다른 척해도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이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독립 이후 인도 역사상 자유로운 우리 나라 정부가 식민지 시대를 연상시키는 불평등 조약에 이처럼 비굴하게 서명한 첫 사례가 된다.
이 불평등 조약의 가장 분명한 두 가지 함의는 첫째 러시아산 석유 구매와 관련된 문제이고, 둘째 농업 부문과 관련한 문제다. 당장 제기되는 질문은 인도인민당 정부가 현재 약 400억 달러 수준인 미국산 수입을 내년에 최소 1천억 달러로 어떻게 늘릴 것인가다. 관세를 0%로 낮춘다 해도 몇 달 안에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 수입이 갑자기 두 배 이상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줄이고 이를 미국산 석유로 대체하는 데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이는 미국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바를 수용하는 것이며, 동시에 인도의 석유 수입 비용을 늘리고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 시킨다. 미국산 석유는 러시아산보다 최소 20%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인도 전체 석유 수입의 약 3분의 1은 러시아에서 들어왔다. 정부가 최근 몇 달 사이 이런 수입을 줄이기 전의 수치다. 그러나 그 감축 자체가 무역협정의 전주곡이었으므로 그 효과를 별도로 계산할 수 없고 협정 효과와 함께 봐야 한다. 인도의 전체 석유 수입을 약 1천2백억 달러로 잡으면 러시아산에서 미국산으로 전환할 경우 약 80억 달러가 추가로 소요된다. 이는 미국이 새 무역협정을 통해 인도에 부과하는 식민지적 ‘유출(drain)’의 한 요소일 뿐이다. 이 ‘유출’은 인도 석유기업의 주머니에서 나오지 않는다. 기업들은 하위 상품 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을 초래하며, 실질적 피해자는 물가에 연동된 소득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 대중이다. 러시아산에서 미국산 석유로의 전환은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중대한 계급 문제다.
농업 부문과 관련해 정부는 쌀과 밀 같은 주요 곡물이 협정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므로 농업은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무부 장관도 공개적으로는 아니지만 인정했듯이 농업의 상당한 부문과 하위 활동이 개방되었다. 사과, 면화, 견과류, 신선 및 가공 과일, 대두유, 와인과 주류 등이 대표적 사례다. 또한 DDGs(주정박)와 붉은 수수 같은 사료용 곡물도 개방되었으며, 이는 미국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게 만든다. 잠무카슈미르, 히마찰프라데시, 마하라슈트라, 구자라트 같은 주가 특히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국내에 사료 부족이 있으므로 수입 확대가 도움이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필요한 수입과 0% 관세로 전체 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상무부 장관이 유제품이 이번 협정 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유제품은 최근 유럽연합, 뉴질랜드, 영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큰 위안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 협정으로 미국 농민 소득이 수십억 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인도 정부는 인도 농업에 부정적 영향이 없다고 부인한다. 미국 농민이 인도에서 더 큰 시장을 얻는다면, 인도 농민은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유일한 예외는 사료처럼 투입재로 쓰이는 일부 농산물을 신규 신용으로 구매하는 경우일 뿐이며, 그것은 미국 농산물 수출 증가분의 일부에 불과하다.
여기서도 식민지 시대의 메아리가 들린다. 당시 농민과 농업 노동자는 식민지 경제 침투의 최대 피해자였다. 그래서 반식민 투쟁의 기치 아래 무엇보다도 독립 인도에서는 그런 운명을 겪지 않겠다는 구호를 내세웠다. 그러나 지금 그와 똑같은 고통이 다시 가해지고 있다. 이는 자유 투쟁의 약속을 완전히 배반하는 행위이며, 놀랍지 않게도 자유 투쟁과 아무 관련도 없던 정당이 이끄는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도-미국 무역협정에 대한 비판은 대개 모디 정부만을 비난하는 데 그친다. 그러나 이는 피상적이다. 파시즘적 정부를 포함해 모든 정부는 특정 계급의 이해를 대변한다. 협정 타결 소식에 인도 주식시장이 크게 고무되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인도 대부르주아와 고소득 전문직 상층은 노동 대중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미국과의 결합을 원한다. 미국 시장에 18% 관세가 적용되더라도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인도 대부르주아의 세계화 추구는 탄력을 받는다. 트럼프의 적대적 태도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던 상층 전문직과 급여 생활자들은 자녀를 미국에 정착시키려는 희망을 다시 키울 수 있다. 반식민 계급 동맹이 해체되면서 대부르주아와 상층 전문직이 노동 대중의 이익을 희생해 자신의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제국주의에 대한 이러한 굴복의 배경이다.
이 해체는 인도인민당 정부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신자유주의 전략 채택 자체가 그 표현이었다. 다른 경제 문제와 마찬가지로 파시즘 세력이 이끄는 정부는 신자유주의 도입으로 시작된 경향을 노동 대중에 대한 무자비한 무시 속에 더욱 밀어붙이고 있다.
모디 정부의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굴복은 과거 한 총리의 태도와 뚜렷이 대비된다. 그는 부르주아 주도의 정권을 이끌었지만 미국의 압력을 단호히 거부해 미국 대통령이 그의 눈을 마주치기를 두려워한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두 상황의 차이는 그가 반식민 투쟁에서 등장한 지휘적 경제 체제의 총리였으며, 부르주아 발전을 추진하면서도 노동 대중의 이익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출처] An Unequal Treaty Reminiscent of the Colonial Era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