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허풍 아래의 실상

다보스 연설에서 그린란드를 둘러싼 온갖 허풍과 위협을 늘어놓는 와중에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성공을 자화자찬하는 일련의 발언을 쏟아냈다물론 그 모든 성과는 자신의 덕분이라는 식이었다그는 세계의 정치·금융 엘리트가 모인 자리에서 성장은 폭발하고 있고생산성은 급등하고 있으며투자는 치솟고 있고소득은 오르고 있으며인플레이션은 정복됐다고 말했다그는 또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나라다라고 덧붙였다물론 여기서 말한 뜨거움은 지구온난화를 뜻한 것이 아니었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가 실질 기준으로 연 4%가 넘는 속도로 경이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다음 분기 성장률 전망은 연 5%를 웃돈다고 말했다인플레이션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지만그는 이를 가로막고 있는 인물이 멍청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라고 비난하며파월은 곧 교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자신의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연방정부 관료제를 대폭 축소해 연방 공무원 27만 명을 줄였다고 주장했다연방 재정적자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무엇보다도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급증했던 불법’ 이민의 유입을 차단했으며이제 미국은 순이민이 아니라 순유출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이러한 주장들을 하나씩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5년 3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 4.4%로 집계됐는데이는 지난 2년 사이 가장 높은 연율 성장률이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겉보기에는 이 4%가 넘는 성장률이 대단해 보인다그러나 문제는 세부 내용에 있다첫째이는 연율 기준 수치다즉 분기 대비 성장률은 약 1.1%에 불과하며이를 네 배로 환산해 연율 수치를 만든 것이다둘째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보면(2025년 3분기와 2024년 3분기 비교), 실질 GDP 성장률은 2.3%에 그쳤다이는 2분기의 2.1%에서 소폭 상승한 수준에 불과하다.

둘째국내 민간 구매자에 대한 최종 판매(final sales to private domestic purchasers)는 무역과 정부 부문을 제외한 지표로국내 민간 부문 경제의 상태를 보여준다이 지표는 연율 기준으로 고작 3% 증가하는 데 그쳤다전년 대비 기준으로 보면 성장률은 2.6%, 2분기의 2.7%에서 오히려 하락했다즉 실질 GDP 성장률이 가속된 것처럼 보이는 현상은 주로 순수출 때문이며이는 트럼프의 관세 인상으로 수입이 감소한 결과였다.

셋째실질 GDP 성장률은 투자 성장 둔화라는 사실을 가리고 있다. 3분기 투자 증가율은 연율 기준 1%에 불과했는데이는 주택 구매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었다전년 대비 기준으로는 오히려 0.2% 감소했다기업 투자 성장도 크게 둔화됐다. 1분기 9.5%, 2분기 7.3%였던 기업 투자 증가율은 3분기에는 2.8%로 떨어졌다건설 투자에서는 절대적 감소가 나타났고정보 관련 투자 성장률은 2분기의 숨 가쁜 속도인 15.0%에서 3분의 수준으로 둔화됐다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보면(2024년 3분기 대비 2025년 3분기), 생산적 투자 증가율은 4.0%였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실질 GDP 성장률과 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의 괴리다. GDI는 노동자와 자본가가 실제로 받은 소득을 측정하는 지표다. 3분기 GDI는 연율 기준 2.4%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이는 명목상 GDP 성장률 4.3%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전년 대비 기준으로도 GDI 성장률은 2.4%실질 GDP 성장률과 동일했다평균적인 미국인의 소득을 보여주는 실질 개인 가처분소득(세후 기준)은 3분기에 정체 상태였고전년 대비 증가율은 1.5%에 불과해 지난 3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따라서 트럼프가 자랑한 헤드라인 성장률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기초적인 실질 GDP 성장률은 연 2%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나쁘지는 않지만결코 대단한 호황이라 부를 수준은 아니다노동 가계의 소득 증가는 사실상 멈춰가고 있다.

물론 애틀랜타 연준의 ‘GDPNow 모델은 2025년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을 연율 기준 5.4%로 추정하고 있다또한 2025년 1분기에 트럼프의 해방의 날’ 관세를 앞두고 기업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미리 사들였던 반작용으로 GDP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에전년 대비 성장률은 3분기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그렇다 해도 전년 대비 실질 GDP 성장률은 연 3%를 넘기기 어렵다트럼프가 주장한 5~6%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더 중요한 점은 이러한 실질 GDP 성장이 실제 소득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특히 대다수 미국인에게는 더욱 그렇다많은 이들이 지적하듯미국 경제는 K자형 구조다소득 증가는 상위 10% 소득 계층에 집중돼 있다이달 초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국민소득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BLS가 이 지표를 집계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947년 당시 노동 몫즉 미국 노동자들이 차지한 임금과 복지의 비중은 국민소득의 70%였다한 연구는 하위 90%가 1975년 당시의 과세소득 비중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이들 노동자의 연간 소득은 1인당 2만 8천 달러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하위 소득 3분의 계층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미국인이 트럼프의 자화자찬처럼 경제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생활비 상승이 소득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트럼프는 인플레이션은 정복됐다고 주장한다그러나 공식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2.7%로 여전히 완강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이는 연준 목표치인 2%를 상당히 웃돈다연준이 특히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2.8%로 더 높다식료품 물가상승률은 연 3%를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게다가 다른 글에서도 주장했듯이공식 인플레이션 수치는 실제 체감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2026년에 들어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것인지는 논쟁적이다현재까지는 트럼프의 수입 관세 인상이 소비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상품 물가상승률은 2023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2010년대 어느 시점보다도 높다관세는 외국 수출업자가 부담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관세는 수입품이 미국에 도착할 때 부과되며이를 실제로 지불하는 것은 미국의 수입업자다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약 4조 달러 규모의 2,500만 건에 달하는 수입 거래 가운데 외국 수출업자가 관세 인상분을 부담한 비율은 고작 4%에 불과했다다시 말해관세 수입 100달러 가운데 약 96달러는 미국인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뜻이다다만 아직까지는 미국 수입업자와 제조업체들이 관세 인상분 대부분을 가계 가격에 전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2026년에 상황이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소비자물가상승률은 하락하지 않고 연 4% 수준으로 가속화되리라는 것이다이 연구소는 지금까지 관세가 소비자 가격에 전가된 정도는 제한적이었는데이는 미국 수입업자들이 관세 인상분의 대부분을 흡수해왔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는 2026년 상반기에 바뀔 것이다관세 전가가 지연되는 이유에는 재고 도입 시점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관행그리고 가격을 너무 빠르게 올린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전략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런 상황이 현실화한다면연방준비제도는 트럼프의 요구와 달리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오히려 인상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트럼프는 인플레이션이 정복됐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그는 현 연준 의장 제이 파월의 축출을 원한다파월의 임기는 5월에 끝나며후임으로는 블랙록의 임원 릭 리더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그는 다른 트럼프 지지자들과 함께 2026년 하반기 금리 인하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그 시점에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다면미 국채 수익률도 오르고 달러 가치는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다이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어쨌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는 통념과 달리모든 증거는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물가 상승은 수요보다 공급 변화에 훨씬 더 크게 좌우된다실제로 이를 보여주는 또 다른 분석도 있다연준이 할 수 있는 일은 차입 비용을 낮춰 금융자산에 대한 투기를 부추기는 것뿐이며이것이야말로 트럼프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다.

그러나 관세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이 가속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미국의 고용 시장은 이미 상당히 둔화했다. 2025년 전체 고용 증가 규모는 58만 4천 명에 그쳤으며월평균 증가폭은 4만 9천 명으로 2024년에 200만 명 증가에 비하면 4분의 수준에 불과하다실제로 2025년 하반기에는 신규 일자리 증가가 전혀 없었고실업률은 소폭 상승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수입 관세가 해외에 있던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려올 것이라고 자랑했다그러나 지난 1년 동안 미국의 산업 일자리는 6만 5천 개 감소했으며이는 2024년에 25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올해에는 건설광업공공 유틸리티를 포함한 모든 블루칼라 부문에 큰 둔화가 닥쳤지만미국의 일자리 감소 대부분은 제조업과 운송업이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가혹한 비자 제한 정책과 미국 시민을 상대로 한 끔찍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공격이 이 나라로 유입되는 이민의 흐름을 끝낼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리고 그는 옳았다. 2025년에 추방 조치로 미국 인구는 60~110만 명까지 감소했으며이는 바이든 집권 하에서 2022년과 2023년에 해마다 250만 명씩 인구가 증가했고 2024년에도 150만 명이 늘어났던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이는 미국 태생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이주 노동에 가장 의존하는 부문인 농업식품 가공주거용 건설보건 및 돌봄 노동에서의 고용은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미국 태생 노동자들이 이 일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오히려 트럼프가 이민자들이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노동시장 자료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지난해 미국 태생 노동자의 실업률은 악화했지만외국 태생 노동자의 실업률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그렇다면 기업 이윤은 어떠한가이것이 투자를 늘리고 그 결과 경제 성장을 촉진할까기업 이윤 마진율즉 산출 단위당 이윤은 22.4%로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 근처에 머물러 있다또한 2025년 3분기 기업 이윤은 상반기에 감소한 뒤 1660억 달러 급증했다그러나 여기에서도 겉으로 보이는 수치는 오해를 낳는다. 3분기에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비금융 기업 부문의 이윤은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2.5% 감소한 상태다.

대부분의 이윤은 기술은행에너지 부문의 거대 기업들에 집중되어 있다미국 기업 부문의 나머지 부분은 거의 이윤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 생산성이 급격히 상승한다면 상황은 달라질까그렇게 되면 미국 기업들의 단위 노동비용이 낮아져 수입 가격 상승을 흡수하면서도 합리적인 수준의 이윤 증가를 유지할 수 있을까미국의 노동 생산성은 2025년 3분기에 연이율 기준 4.9% 상승했으며이는 지난 2년 동안 가장 강한 상승세다그 결과 단위 노동비용은 3분기에 1.9% 하락했으며이는 2분기에 이어진 감소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두 분기 연속 하락이다그렇다면 인공지능 생산성 붐이 실제로 도래해 기업들이 새로운 노동자를 추가할 필요 없이도 실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면서, 2026년까지 미국 경제와 트럼프를 구해 줄 것일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이 분기별 주요 수치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생산성은 2025년 3분기까지 전년 대비 기준으로 2.3%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이는 연율 수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그럼에도 이는 지금까지 미국이 경험해 온 것보다는 훨씬 나은 생산성 증가 속도다시간당 노동 생산성의 증가는 변동성이 상당히 크다. 2000년대의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은 2.7퍼센트였지만, 2010년대 장기 불황기에는 연 1.3퍼센트에 불과했다이후 2020년대 들어 지금까지 연평균 2.1퍼센트 수준으로 회복됐지만이는 여전히 2000년대 평균에는 못 미친다.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두 가지 요인에 달려 있다고용된 노동자 수의 증가와 이들의 생산성 증가다. 2025년에 미국의 고용 증가율은 순이민이 역전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거의 창출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정체 상태에 빠졌다실제로 인공지능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2026년에는 고용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따라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효과로 연간 노동 생산성이 가령 2.5~3.0퍼센트로 상승한다 하더라도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게다가 소득 증가분은 모두 상위 10%가 가로챌 것이다.

미국 다수 가계에는 앞으로 더 많은 타격이 기다리고 있다트럼프의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재정 법안이 이제 시행에 들어갔다트럼프는 팁에 대한 무과세나 기타 소규모 조치를 떠들고 있지만핵심 내용은 기업 이윤세 감세와 메디케이드 및 식량 보조 프로그램 삭감이다미 의회예산처는 이 법안이 소득 하위 40% 미국인의 소득을 줄이지만상위 20%는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마지막으로만약 올해 후반에 인공지능 거품이 붕괴한다면모든 예상은 무의미해진다.

[출처US economy: beneath the bombast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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