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1일 충북 청주에서 ‘퇴진너머, 너의 목소리를 보여줘’ 집담회가 열렸다. ‘퇴진너머 평등으로 공동실천’을 위해 모인 지역 노동·사회단체와 노동당·녹색당·정의당이 주최한 이 자리에는 11명의 발언자와 50여 명의 청중이 모였다. 발표자들의 이야기에 청중들은 실시간 온라인 메모판 패들릿(Padlet)을 통해 공감과 화답을 이어갔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묘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공감하는 이 시간이 여기 모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위치에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고 각자의 낯섦을 바라보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로 자신을 소개한 한 발언자는 응원봉을 든 세대가 사회문제에 무심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반성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서 노동 현장에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페미니스트, 계엄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를 수업으로 다뤘다는 동물권 운동에 관심 많은 교사 노동자, 광장의 정치에서 진보정당의 역할을 고민하는 활동가, 서로 기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는 농민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함께 모여 퇴진 너머의 세상을 말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윤석열 퇴진을 공동의 구호로 광장에 함께 있지만 각자가 경험하고 바라는 다른 세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이를 통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억압을 배우고, 낯선 억압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이렇게 서로 이해하고 견인하며 나아가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우리는 세상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보다 부단한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할 것이다.
이날 자신을 ‘20대 청주 토박이’로 소개한 한 여성은 지금의 퇴진 광장이, 탄핵과 구속으로 끝을 맺는 단편 스토리가 아니라,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으로 가는 장편 시리즈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바람은 그 자리에 모인 모두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각자의 지역과 현장에서 공동의 실천을 만들자.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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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