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부(wealth)는 빈곤(poverty)을 설득해 정치적 자유를 사용해 부를 권력의 자리에 유지하게 만드는가? 1952년 아뉴린 베반(Aneurin Bevan)이 이 눈부신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큰 역설을 정확히 꿰뚫었다. 오늘날, 일론 머스크(Elon Musk), 피터 틸(Peter Thiel), 제이디 밴스(J.D. Vance)와 그들의 빅테크 동료들이 지배하는 시대에 베반의 오래된 역설은 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도덜드 트럼프는 오는 20일 취임식을 열고 47대 미국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출처 : 도널드 트럼프 공식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를 이용해 최대한의 부와 권력을 추출하려는 새로운 '브롤리가르크(broligarchy, 남성 중심 엘리트 과두제)'의 정교한 음모를 목격하면, 속이 뒤틀리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정당하다. 엄청난 부를 가진 이들, 자신들의 자녀들의 어머니들을 잔혹하게 대했던 전력을 가진 이들, 고문과 인권 제거를 정당화하는 책을 지지했던 이들, 정부와 군대 조달 계약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도 가난한 이들에게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하는 정부 프로그램을 해체하려는 이들이 마라라고(Mar-a-Lago, 도널드 트럼프의 개인 소유 저택 겸 리조트)에 모여 트럼프의 손에 키스를 하고 직접적인 정부 권력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와 맺은 거래는 어떤 전통적인 사업도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난 수익률을 제공하는 놀라운 거래다. 트럼프의 재선에 몇억 달러를 투자함으로써, 그의 승리 후 몇 분 만에 수백억 달러의 추가 부를 축적했다. 구체적으로, 틸의 팔란티어(Palantir,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투시 구슬)의 가치는 23% 상승했고, 머스크의 테슬라(Tesla)의 주가는 40% 상승하며 세계 자동차 산업 대부분을 합친 것보다 높은 자본화를 기록했다.
트럼프 캠페인에 자신들의 부스러기 같은 금액을 투자했을 뿐인데, 이 빅테크 형제단은 세 가지 놀라운 선물을 얻고 있다. 첫째, 막대한 정부 계약. 둘째, 규제 완화를 통해 자율주행차, 무책임한 AI 봇과 드론, 막대한 전기 소비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대중이 우려하는 방식과 제품에 대해 제한 없는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금광. 셋째, 노동자, 공급업체, 경쟁자, 나머지 우리 모두와의 거래에서 엄청난 국가 승인 교섭력을 확보했다.
또한 그들의 더 큰 야망에 대한 비중 있는 우려도 있다. 틸이 가장 좋아한다는 책 ⟪주권적 개인⟫(The Sovereign Individual)의 저자 제임스 데일 데이비드슨(James Dale Davidson)과 윌리엄 리스-모그(William Rees-Mogg)는 브롤리가르크를 올림픽 신들에 비유하며, 그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압도적인 자원을 보유하고 강제력의 많은 형태를 초월하는 주권적 개인이 정부를 재설계하고 경제를 재구성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틸 자신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오늘날 우리를 지배하는 강력한 국가가 포함되지 않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틸이 언급하지 않은 것은 그가 꿈꾸는 미래가 권력의 과도한 집중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그것을 독점하는 미래라는 점이다. 틸은 자신의 자유의 버전이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음을 솔직히 인정할 정도로 정직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정말로 새로운 것일까? 브롤리가르크의 행태와 신념이 아무리 혐오스러울지라도, 현재가 과거의 반복일 뿐인데 우리가 이를 과거에 대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회상과 비교하여 마치 쇠퇴처럼 여기는 것은 아닐까? 조지 W. 부시가 관타나모에서의 고문을 합법화하기 위해 제네바 협약과 심지어 미국 헌법을 위반했을 때, 많은 미국인 친구들은 미국의 순수함을 잃었다고 탄식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 동의할 수 없었다. 미국의 순수함은 남북전쟁 때 잃은 것이 아닌가? 스페인-미국 전쟁? 금주령? 히로시마? 매카시즘? 베트남? 케네디 형제, 마틴 루터 킹, 맬컴 X의 암살?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 그렇게 쉽게 잃은 순수함은 그렇게 쉽게 회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지금도 같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몇몇 과두제 인물들이 대기업과 정부를 잇는 회전문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
출처 : 일론머스크 공식 페이스북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는 이것을 이미 전에도 봐왔다. 미국 최초의 ‘강도 귀족’ 중 한 명인 존 D. 록펠러는 머스크보다 훨씬 능숙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왕조를 이끌었다. 그의 왕조에는 미디어 거물인 아들과 부통령이 된 손자가 포함되었다. 토머스 에디슨은 정부를 자신의 직류 전기 발전 시스템에 유리하게 설득하기 위해 조지 웨스팅하우스의 교류 전기를 사용해 공개적으로 코끼리를 감전사시켰다. 헨리 포드는 신문을 사들여 시장과 시 의회를 압박해 트램을 도시에서 없애고 포드 자동차와 버스가 자리를 차지하도록 만들었다.
그 시절, 대기업은 인터넷의 힘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정치적, 철학적, 문화적 환경을 형성하는 다른 방식들을 가지고 있었다. 과두제 인물들이 수십 년 동안 아틀라스 네트워크와 몽펠리에린 학회를 지원하여 신자유주의를 자유를 위한 운동으로 위장한 잔인한 계급 전쟁으로 전환시켰던 역사를 우리가 잊었는가? 혹은 골드만 삭스가 빌 클린턴 행정부에 자사 CEO를 재무장관으로 보냈고, 그가 월스트리트의 최악의 과잉행위를 방해하는 모든 규제를 제거했던 것을 잊었는가?
이 모든 것이 사실이지만, 브롤리가르크가 오늘날 보유한 초능력, 즉 초무기는 과거의 대기업이나 월스트리트 선조들이 가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최근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자본, 바로 클라우드 자본(cloud capital)이다. 이는 하늘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상의 네트워크화된 기계, 서버 팜, 기지국, 소프트웨어, AI 기반 알고리즘, 그리고 해저에 깔린 수많은 광섬유 케이블로 이루어져 있다.
전통적 자본과 달리, 증기 기관에서 현대 산업 로봇에 이르기까지 생산 수단으로 작동하는 클라우드 자본은 상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 클라우드 자본은 인간의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제조된 기계들로 구성된다. 이 기계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결정하도록 훈련시키는 동시에, 우리를 훈련시켜 자신들을 훈련하도록 만든다. 우리가 그것을 원하게 되면, 동일한 기계들이 전통적인 시장을 우회해 직접 우리에게 그것을 판매한다. 이 점에서, 클라우드 자본은 자본의 기존 능력을 초월하는 다섯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의 주의를 끌고, 욕망을 만들어내며, 우리가 원하게 된 것을 전통적 시장을 통해가 아닌 직접 판매한다. 노동 현장 내부에서 프롤레타리아 노동을 조정하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올리는 리뷰, 상품 평가, 비디오, 게시물 등을 통해 막대한 무료 노동을 이끌어내 거대한 행동 수정 네트워크를 유지하도록 한다. 본질적으로, 우리를 클라우드 농노(cloud serf)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공장과 창고에서는 동일한 행동 수정 알고리즘이 디지털 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노동자들을 감독하고 작업 속도를 지시한다.
이러한 클라우드 자본의 소유자들, 즉 클라우달리스트 브롤리가르크(cloudalist broligarchy)는 상상할 수 없는 자유 노동의 추출, 봉신 자본가로부터의 클라우드 임대료, 그리고 노동자로부터 잉여 가치를 한꺼번에 뽑아낼 수 있는 권력을 누리고 있다. 특히 그들이 트럼프의 대통령 테이블에 자리를 얻은 지금, 그들의 권력은 존 D. 록펠러, 헨리 포드, 심지어 여전히 활동 중인 루퍼트 머독조차 탐낼 만한 것이다.
베반의 훌륭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오늘날에는 빈곤이 스스로의 자유를 포기하고 브롤리가르크를 섬기도록 설득되는 방식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클라우드 자본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자본은 기존의 어떤 형태의 자본이나 정부 부서와도 달리, 우리의 행동을 자동적으로 직접적으로 형성하는 능력을 가진다. 혁명 없이는 개인의 주체성, 더 나아가 민주주의에 대한 어떤 희망도 회복할 수 없다.
[출처] Musk, Trump and the Broligarchs’ novel hyper-weapon – Le Monde 4-1-2025, full original English version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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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스 바루파키스(Yanis Varoufakis)는 경제학자이자 그리스의 전 재무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