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침이 원청교섭 가로막아”…공공운수노조, 정부지침 폐기 요구 농성 돌입

공공운수노조가 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시행 이후에도 원청과의 실질적인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 지침 폐기와 원청교섭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공공부문부터 원청이 교섭 요구에 응하도록 정부 지침을 마련하고, 교섭 의제를 제한하는 해석지침과 원청교섭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폐지하라는 요구다.

공공운수노조는 2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대정부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연 뒤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노조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원청교섭을 가로막는 제도가 개선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공공운수노조 대정부 투쟁선포 기자회견. 참세상 박도형 기자.

노조가 농성에 나선 것은 지난 310일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 뒤 5개월이 지났지만, 법 개정의 핵심 취지였던 하청노동자와 원청의 교섭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조는 원청에 교섭을 요구한 뒤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을 판단받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는 데 각각 한 달가량이 걸리고, 교섭 절차에 들어간 뒤에도 교섭 의제와 노동조합 활동시간 등을 둘러싼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고도 교섭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원청교섭을 요구해 지난 7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을 인정받았다. 재단은 818일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지만 앞서 1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심문은 92일 열릴 예정이다. 박지현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장은 공공기관이라면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고 법과 제도의 취지를 실천하는 모범사용자가 돼야 한다며 재심을 이유로 교섭을 늦추지 말라고 요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84일 사용자성 인정 결정 통지문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재심을 제기했다. 백소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 부지회장은 교섭 의제마다 다시 사용자성 판단을 받아야 한다면 노동자는 도대체 언제 진짜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느냐교섭할 권리는 있지만 실제로 교섭하기는 어려운 현실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도 원청교섭의 절차적 장벽을 문제 삼았다. 최명숙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이화여대분회 부분회장은 법 시행 당일인 310일 이화여대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160일 넘게 교섭 요구 사실 공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9개 대학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받는 데 약 6개월이 걸렸다. 이화여대 등 일부 대학은 노동위원회가 판단한 휴게시설 개선 등을 중심으로 교섭 의제를 한정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최 부분회장은 세상 어느 나라 어느 노사관계에서 교섭을 이렇게 정부가 하나하나 다 정해주는 경우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는 이런 문제가 개별 원청의 교섭 거부만이 아니라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과 해석지침, 기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개정 노조법과 결합하면서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공공부문 원청교섭 응낙 지침 마련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 폐기와 교섭 의제 노사자치 보장 △원청교섭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원청교섭에 필요한 노동조합 활동시간 보장 △노동위원회 조정 대상 명확화 등 다섯 가지 제도 개선안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선종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무엇을 교섭할 것인지는 정부나 노동위원회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사용자가 교섭을 통해 정할 문제라며 노동위원회가 교섭 의제를 제한하면 원청교섭이 관치교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됐다면 원청교섭에 필요한 노동조합 활동시간 역시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원청교섭과 함께 간접고용 노동자의 중간착취문제도 제기했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제44조의4의 시행령 적용 범위를 정부가 특정 업종에 한정하려 해 공공부문을 비롯한 용역·하도급 노동자들이 제외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종호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은 2018년 숨진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의 단가산출내역서상 기본급과 실제 지급 기본급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는 사례를 들며 적용 대상을 공공부문 간접고용과 전체 용역·하도급 사업장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천막농성을 원청교섭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대정부투쟁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김선종 부위원장은 원청교섭은 새로운 특혜가 아니라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하는 사용자가 책임을 지라는 요구라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노조는 장관이 면담에 나서 개정 노조법 취지에 맞는 원청교섭 보장과 제도 개선에 답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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