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이론 4부: 팬데믹 이후의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다루는 이번 연재의 마지막 글에서는 2020년 팬데믹 불황이 끝난 이후의 시기를 살펴본다.

팬데믹과 함께 디스인플레이션 시대가 끝나고 인플레이션이 돌아왔다. 2020년대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3.9%를 기록했으며, 이란 전쟁이 세계 에너지·식량·기타 원자재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2020년대의 물가상승률은 디스인플레이션이 이어졌던 2010년대의 두 배가 넘으며,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간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연준은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처참하게 실패했다. 20201월 이후 공식 소비자물가지수는 연이율 4.0%로 상승했으며, 현재 물가 수준은 연간 2% 상승 추세를 따랐을 경우보다 13% 높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관한 주류 경제이론과 정책이 크게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주류 경제학자들과 통화당국은 여전히 2020년 이전과 똑같은 인플레이션 원인을 거론하며 똑같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었던 제이 파월(Jay Powell)처럼 물가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상품·서비스 생산과 교역에서 발생한 병목현상이라는 충격이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는 설명이었다. 이후에는 인플레이션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가속하며 지속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류 경제학은 과거의 인플레이션 원인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 연재 1부에서 살펴봤듯이 통화주의 이론과 케인스주의 이론 모두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영란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휴 필(Huw Pill)은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정책 해법을 다시 강조했다. 지난 1년 동안 미국과 영국이 금리를 인상한 것은 소비 여력을 억제하고 기업과 개인이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능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정확히 누가 그 고통을 떠안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자의 실질소득이 그 고통을 떠안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대표적인 케인스주의 거시경제학자 가우티 에거트손(Gauti Eggertsson)은 이미 실패한 필립스 곡선을 되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으로 낮아지면 임금이 상승하고, 이것이 다시 인플레이션을 높인다는 이론이다. 에거트손은 전통적인 필립스 곡선으로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이제 곡선이 비선형적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즉 실업률이 급격하게 떨어져도 인플레이션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방향을 틀면서 인플레이션이 치솟는다는 것이다. 사실상 곡선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는 셈이다.

통화주의자들도 팬데믹 이후의 인플레이션 급등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들의 이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른바 연준이 적정금리를 조정해 인플레이션이나 실업을 피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한다는 테일러 준칙을 만든 존 테일러(John Taylor)가 대표적이다. 테일러는 팬데믹 이전 연준이 금리 인상에 너무 늦게 나섰고, 자신의 테일러 준칙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연준이 실제로 정책금리를 인상한 뒤에도 인플레이션은 목표 수준까지 내려가지 않았다. 앞서 살펴본 그대로다.

통화주의와 케인스주의 이론을 절충한 또 다른 설명은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돈을 지출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폭발했다는 주장이었다. 정부 지출이 민간 부문을 구축한다고 보며 언제나 정부 지출 감축에 집착해 온 하버드대학교의 보수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Robert Barro)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의 자료를 제시하며 재정 팽창이 2020~2022년 인플레이션 급등의 근본 원인이다라고 주장했다. 프린스턴대학교(Princeton University)의 크리스토퍼 심스(Christopher Sims)도 케인스주의자들과 달리 이러한 재정적 인플레이션 이론을 내세웠다. 그는 1950년 이후 미국이 세 차례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으며 모두 재정 팽창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즉 테일러의 주장과 달리 느슨한 통화정책이 아니라 정부의 과도한 지출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는 인과관계의 방향을 잘못 파악한 전형적인 사례다. 팬데믹 당시 경제활동을 중단하고 총생산이 감소하면서 정부 지출과 재정적자가 전체 생산에 비해 급격히 늘었다. 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하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간 재정적자 규모도 다시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 기대 이론도 부활했다. 당시 기타 고피나트(Gita Gopinath)가 이끌던 국제통화기금(IMF)은 통화주의·재정주의·필립스 곡선 이론으로 최근의 인플레이션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뒤 다시 한번 인플레이션 기대로 눈을 돌렸다. IMF 경제학자들은 2020년 이후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선진국의 물가상승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이었으며 신흥시장에서는 두 번째로 큰 요인이었다고 주장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 이반 베르닝(Ivan Werning)은 인플레이션 상승이 소비자들의 비합리적 기대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결국 인플레이션 이론을 다시 심리 문제로 환원한 것이다.

위의 IMF 그래프에서 기대에 관한 근거를 살펴보면, 물가상승을 처음 촉발한 주된 원인은 기타 요인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공급 차질과 그 밖의 정체불명의 요인들이 여기에 해당한다(회색 영역). ‘기대’(파란색 영역)는 사람들이 물가가 계속 급격히 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야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하자 기대도 낮아지기 시작했다. 즉 기대가 현실의 원인에 선행한 것이 아니라 현실의 원인을 뒤따랐다.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는 이 모든 상황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많은 경제학자가 기울고 있는 이론은 필립스 곡선이 기본적으로 평평하고, 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결정하며, 인플레이션 기대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행성들이 궤도력때문에 우주를 돈다는 이론과 조금 비슷하다. 실제 이론이라기보다는 현상에 이름을 붙인 이론에 가깝다. 따라서 필립스 곡선의 문제뿐 아니라 통화주의 계열 이론을 대신할 설득력 있는 이론도 없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이론은 상당한 혼란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베르닝은 모든 요인을 아우르는 인플레이션 이론을 내놓으려 했다. 중앙은행이 지나치게 많은 돈을 공급하고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돈을 지출해 과잉수요가 발생하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한다. 여기에 독점기업과 노동조합 등의 각종 경직성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에너지 가격 충격도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까지 더해진다. 이처럼 온갖 원인을 뒤섞으면 결국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베르닝이 자신의 연구를 우리는 종종 이전에 알고 있던 것보다 오히려 더 적게 알게 된다라는 말로 요약한 것도 놀랍지 않다.

최근 과거의 오류를 인정하는 메아 쿨파(mea culpa)를 내놓은 머빈 킹(Mervyn King) 전 영란은행 총재는 자신의 이전 견해를 뒤집으며 이렇게 인정했다. 중앙은행에는 더 이상 인플레이션 이론이 없다. 현재 널리 사용하는 인플레이션 목표제의 성격은 [그 제도의] 원래 목적과 완전히 달라졌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라고 주장하곤 했다. 중앙은행의 통화 창출이 인플레이션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러한 통화주의적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통화유통속도가 변할 수 있고 민간 경제주체들도 화폐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 연재 1부에서 우리가 제시한 주장과도 통한다. 킹은 기대이론도 비판했다. 그는 이것은 인플레이션에 관한 크누트왕(King Canute) 이론이다라고 말했다. 말로 파도를 통제하려 했다가 실패했다고 전해지는 11세기 잉글랜드 군주를 빗댄 것이다. 이어 그는 또 다른 비유를 들었다. 말을 통한 개입으로 가격을 움직이려는 주술사와 같다.”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의 마이클 보르도(Michael Bordo)는 영국의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설명하기 위해 영란은행을 위해 방대한 논문을 작성했다. 하지만 수많은 페이지와 그래프를 쏟아낸 뒤에도 별다른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듯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영국 경제의 공급 측면에서 생산성이 낮아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저인플레이션 경제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논문의 결론에서 더욱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게 한다. 규율 장치로 작동했던 브레턴우즈(Bretton Woods) 체제의 붕괴, 영국이 직면한 구조적인 공급 측 문제, 그리고 대외 충격에 영국을 취약하게 만든 경제의 높은 개방성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 경험 가운데 어느 정도가 불가피했는가?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영국의 통화·재정정책 제도적 틀이 어느 정도 실패했는가? 1960년대 경제사상에서 일어난 중대한 변화를 정책입안자와 정치인들이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데 얼마나 늦었던 것이 문제였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없었다.

비주류 경제학자들도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설명하기 위해 기존 이론을 다시 들여다봤다. 포스트케인스주의자들은 기업의 마크업(mark-up)에 주목했다. (독점)기업이 가격에 마진을 붙이고 폭리를 취할 수 있는 능력이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연재 2부에서 주장했듯이 독점 또는 과점 카르텔은 성숙한 자본주의가 발전한 이후 줄곧 존재해왔다. 마르크스가 예측했듯이 자본의 집중과 집적은 갈수록 심화했지만, 이것이 언제나 인플레이션 가속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 시장에서도, 과점적 시장에서도 높은 인플레이션은 발생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 이른바 도금시대(Gilded Age)는 카르텔의 부상이 특징이었지만 물가는 디플레이션을 겪었다.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종종 2의 도금시대라고 불리는 1990년대에는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는, 이른바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를 경험했다. 실제로 1970년대 마지막 대규모 인플레이션 악순환 당시에는 기업 이윤이 오히려 감소했다.

인플레이션을 마크업으로 설명하는 이론도 실증적 근거가 뒷받침하지 않는다. 제임스 크로티(James Crotty)는 포스트케인스주의의 대표적 학자인 민스키(Minsky)가 사용한 마크업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는 칼레츠키(Kalecki)의 이윤 결정 모형명백히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크로티에 따르면 대부분의 실증적 증거는 마크업과 이윤 몫이 경기순환에 따라 상당히 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기업이 가격을 올리고 이윤 몫을 확대할 수 있는 능력은 경제의 성장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팬데믹 불황 이전에는 단위가격 변동에서 기업 이윤이 차지한 비중이 11%에 불과했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을 설명한 비주류 이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주장은 이사벨라 베버(Isabella Weber)와 에번 와스너(Evan Wasner)가 제시했다. 이들은 팬데믹 이전까지 거시경제적으로 물가가 비교적 안정된 긴 시기가 이어졌으며, 낮은 인플레이션 속에서 명목 부가가치 증가분을 임금과 이윤이 대체로 나눠 가졌다고 지적한다. 기업 이윤이 생산 단위당 가격 상승으로 발생한 가치에서 더 큰 몫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은 팬데믹 이후 최근 2년 동안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한 아래 표를 보면 2020년 초에는 팬데믹 불황으로 기업 이윤이 급감하면서 가격 상승으로 발생한 가치 가운데 가장 큰 몫을 가져간 것은 임금이었다. 2021년에는 이러한 상대적 비중이 점차 역전되면서 이윤이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 그러나 2022년에 이르자 가격 상승으로 발생한 가치에서 임금과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비슷해졌다. 실제로 20223분기에는 가격 상승분에서 노동이 차지한 몫이 더 커졌다.

따라서 모든 것은 독점기업의 가격 폭리능력 자체가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가 경기 확장과 수축의 순환에서 어느 지점에 놓여 있는지에 달려 있다. 자료를 보면 공급망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식량과 에너지 같은 기초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에는 가격 결정력을 가진 기업들이 이윤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늘리기 위해 가격을 인상했다(2020~2021). 하지만 2021~2022년 공급 병목현상이 완화되고 생산이 회복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기업들은 추가적인 이윤 마크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

베버와 다른 좌파 경제학자들은 이윤 증가를 인플레이션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대신할 대안으로 가격통제 도입을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 단계에서 에너지 가격을 통제한다고 해서 생산자 단계의 가격 상승을 해결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민간 에너지 유통업체들을 파산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가격통제를 폐지하거나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을 인수해야 한다. 사실 후자가 가장 나은 정책적 해법이다. 세계 공급망 전반에서 활동하는 국제 에너지·식량 기업을 공공 소유로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주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정책을 의제로 삼지 않는다.

주류와 비주류 이론 모두 답하지 못하는 질문이 있다. 주요 경제국들은 왜 코로나19 이후 공급망과 무역 연계에 남은 상흔이 초래한 에너지와 식량의 충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는가? 그 답은 이전 20년 동안, 특히 코로나19 불황 직전까지 생산성 증가율과 생산적 투자가 전반적으로 둔화한 데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기 전부터 주요 자본주의 경제가 이미 불황에 가까워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세계적인 공급 차질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공급 측면은 이미 취약한 상태였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폴 매틱 주니어(Paul Mattick Jr.)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악순환의 원인을 다룬 훌륭한 단행본에서 이러한 핵심 통찰을 제시한다. 매틱은 2011년에도 세계 금융위기와 대침체의 원인을 다룬 최고의 짧은 책을 썼다. 신간에서 매틱은 카르케디(Carchedi)와 내가 가치 인플레이션 이론에서 제시했던 것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즉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생산성 증가는 수익성과 충돌한다. 수익성 증가세가 둔화하면 생산적 투자가 둔화하고 생산성 증가세도 낮아진다. 통화당국과 금융시스템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신용을 확대하지만,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뿐이다.

“1970년대 이후 전반적인 성장률 하락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세계적 수익성의 추세적 하락이야말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의 인플레이션 경향을 설명하는 요인이라고 나는 본다. 실제 성장률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공공·기업·민간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https://www.endnotes.org.uk/palabre/paul-mattick-preface-to-the-german-edition-of-the-return-of-inflation

이제 이 연재 3부에서 설명한 우리의 가치 인플레이션율(value rate of inflation) 이론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우리는 1949~2019년 가치 인플레이션율의 평균이 공식 인플레이션율(소비자물가지수와 GDP 디플레이터)의 약 두 배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공식 물가상승률 지표가 실제 인플레이션을 크게 낮춰 측정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코빈 트렌트(Corbin Trent)는 다른 물가상승률 지표를 사용해 미국의 실질소득을 분석했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1950년 이후 평균 실질임금은 252% 증가했다. 하지만 트렌트는 실제로는 실질소득의 구매력이 1950년에 비해 61% 감소했다고 주장한다.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가? 공식 통계기관이 성능 향상, 즉 품질 개선을 반영하기 위해 많은 상품의 가격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헤도닉(hedonic) 조정은 실제 인플레이션의 약 50~60%를 낮춰 잡는다. 또한 상품·서비스 바스켓도 가격이 하락하는 상품의 비중을 높이고 가격이 상승하는 서비스의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편향돼 있다.

이에 트렌트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소득을 분석했다.

나는 통계적 장난을 모두 걷어냈다. 헤도닉 조정도 하지 않았다. 이론적인 주거비 환산도 하지 않았다. 바스켓의 가중치를 다시 조정하지도 않았다. 단순한 계산만 했다. 우리는 얼마나 벌고,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에는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가? 나는 정부의 공식 자료를 살펴봤다. 국세청(IRS)과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의 중위소득 자료를 사용했다. 주택도시개발부(HUD)와 연방정부 자료에서 필수품의 실제 가격을 가져왔다. 그리고 한 가지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구입하려면 몇 년, 몇 주, 몇 달을 일해야 하는가?”

따라서 트렌트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물가상승이 소득에 미친 영향을 계산했다. 이 방식으로 계산하면 미국인들의 조부모 세대가 1950년에 실제로 구입할 수 있었던 필수품을 오늘날 똑같이 구입하려면 2023년 공식 중위소득 42,220달러가 아니라 102,024달러가 필요하다. 따라서 가치 기준으로 측정하면 실질소득은 60% 감소했다.

우리의 가치 인플레이션율 이론도 이와 비슷한 접근법을 사용한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실질 중위 가구소득은 1960년부터 2024년까지 62% 증가했다. 하지만 명목소득에서 가치 인플레이션율을 차감하면 실질소득은 1960년보다 20% 낮아졌다. 실제로 우리가 가치 기준으로 측정했을 때 실질소득이 증가한 시기는 이른바 황금기인 1960~1973년뿐이었다. 신자유주의 시기(1974~2000)에는 실질소득이 14% 감소했고, 장기불황기(2000~2019)에는 다시 10% 감소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공식 통계로 보더라도 실질소득이 사실상 늘지 않았다.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가치 인플레이션율(VRI)2022년 거의 11%까지 급등했고, GDP 디플레이터도 함께 상승했다. 조정된 M2 통화량은 202214% 넘게 증가했으며, 통화 공급분 대부분이 유통 과정으로 흘러 들어갔다. 동시에 노동시간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VRI가 급등했다. 이후 2023년과 2024년에는 통화당국이 통화량 증가세를 억제했다. 2020~2021년의 양적완화(QE)에서 양적긴축(QT)으로 전환했다. 2023년과 2024VRI가 하락하자 공식 인플레이션율도 비슷한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두 인플레이션 지표 모두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크게 웃돌며 연준의 공식 목표인 연 2%보다 높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 이 연재 3부에서 설명한 인플레이션의 핵심 요인을 다시 살펴보자. 가치 인플레이션율 이론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율은 유통되는 통화량 증가율의 변화와 경제의 생산 부문에서 투입하는 노동시간 증가율의 변화 사이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후자는 생산자본과 노동에 대한 투자 확대에 좌우되며, 다시 자본의 이윤율이 여기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노동시간은 연간 약 0.5% 증가하고 있으며 고용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노동시간 증가세도 낮아지고 있다. 반면 유통 통화량은 2024년 약 4.5%까지 증가세가 둔화했다가 현재 연간 8% 넘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2026년 가치 인플레이션율은 평균 7.5%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2027년 공식 물가상승률은 4.5~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약 1.5%에 불과한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즉 낮거나 제로에 가까운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 다시 돌아왔다.

다만 이러한 전망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미국 자본의 수익성은 2020년 이후 상승했다. 이는 투자 증가와 노동시간 확대를 촉진해야 한다. 하지만 수익성 상승분의 상당 부분은 정보기술(IT), 에너지, 금융 등 소수 부문에 집중돼 있다. 미국 비금융 부문의 광범위한 산업에서는 수익성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이전 글에서 주장했듯이 지속적인 투자와 생산성 증가 여부는 이제 거의 전적으로 인공지능(AI)에 달려 있다.

현 연준 의장 케빈 워시(Kevin Warsh)는 모든 것을 AI에 걸고 있다.

“AI는 내가 성인이 된 이후 우리 경제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AI는 생산성을 높이고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상당한 디스인플레이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현재 수준의 통화 팽창과 경기 둔화로 인해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다. 채권 보유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다. 채권 투자자는 고정된 이자를 받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투자에서 얻는 실질수익률이 감소한다. 현재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실질수익률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채권 투자자들이 채권을 더 낮은 가격에 매입하려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로 이 때문에 미국 국채 수익률은 2020년 이후 뚜렷한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 투자자들은 케빈 워시가 옳다고 믿지 않는다.

[출처] Part four: post pandemic inflation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