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공공운수노조
국공립예술단체의 공공성과 예술적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문화예술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지역 협력체계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공운수노조와 혁신적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사회권선진국포럼은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공립예술단체의 공공성·예술적 자율성 강화 방안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문화예술 노동자의 노동조건부터 국립예술단체의 지역 협력, 지역별 문화서비스 격차와 예술단원 평가제도까지 국공립예술단체 운영 전반의 문제가 논의됐다. 발제에는 이보아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참여했다.
국공립예술단체는 지난 10년 동안 늘었지만 이를 포괄하는 법·제도는 뒤따르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예술조사를 토대로 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공립예술단체는 362곳으로, 상근단원과 지원인력은 1만6091명이다. 특히 전체 국공립예술단체의 약 78%가 기초자치단체 소속이다. 그러나 국립·광역·기초단체가 서로 다른 법적 근거와 조례에 따라 운영되면서 노동조건과 운영기준에도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보아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국공립예술단체의 공공성과 노동권을 별개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문화예술협의회 소속 사업장 조사에서 임금·수당의 중요도는 10점 만점에 8.91점이었지만 만족도는 5.26점에 그쳤고, 인사제도 만족도는 4.80점으로 더 낮았다. 위탁운영 사업장의 단체교섭 의제 만족도도 4.74점으로 직영 사업장의 5.87점보다 낮았다. 이 국장은 개별 사업장 교섭만으로 예산과 인력, 고용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광역시·도 단위 집단교섭과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정책교섭, 전국적인 최소 운영기준 마련을 제안했다.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국립예술단체의 지역 협력을 단순한 지방 순회공연이나 완성된 작품의 공급에서 벗어나 공동 창작과 인력 교류를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앙정부와 국립예술단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예술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정책협의체를 만들고, 지역 수요 조사부터 사업 기획·운영과 성과평가까지 공동으로 담당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특히 지역 협력이 일회성 사업에 머물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봤다.
현장 토론에서는 지역과 고용형태에 따라 다른 문제가 제기됐다. 형남희 서울예술단지부장은 서울예술단의 광주 이전 논의를 사례로 들며 국립예술단체를 물리적으로 옮기는 방식보다 일정 기간 지역에 상주하면서 지역 예술인과 공동 창작·교육·공연을 진행하는 ‘시즌제 상주 모델’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수도권의 창작 기반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역 문화생태계와 협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병주 경기문화예술지부장은 비상임단원들이 초단시간 노동자로 운영되면서 사회보험과 고용안정 등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지적하고, 준비시간을 노동시간에 포함하는 기준과 초단시간 계약의 편법적 운용을 막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차원의 표준 가이드라인과 시·군별로 다른 임금·고용 기준을 개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추선호 광주시립예술단지부장은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지역별 공공예술서비스 격차를 지적했고, 이정철 부산시립예술단지부장은 상임단원의 평정제도가 예술적 역량 향상보다 고용불안을 낳는 수단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승환 충남문화예술지부장은 기초자치단체의 재정과 행정 역량만으로 예술단 운영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며 국가·광역·기초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운영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의원은 이런 문제를 제도화하기 위한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개정안은 ‘국공립예술단체’의 법적 정의를 신설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표준운영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운영 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공표하도록 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 정책협의체를 구성할 근거도 마련하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국공립문화예술기관을 아우르는 명확한 일반법이 부재”하다며 예술적 자율성과 공공성을 함께 보장할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에서 제기된 문제는 국공립예술단체의 운영을 개별 지자체와 기관의 문제로 둘 것인지, 국가가 문화서비스와 예술노동의 전국적인 최소 기준을 마련할 것인지로 모였다. 향후 문화예술진흥법 개정 과정에서는 지역 협력뿐 아니라 노동조건과 고용안정, 예술적 자율성을 표준운영기준에 어느 수준까지 담을지가 주요 쟁점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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