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
참세상
데일리 큐레이션 |
DAILY CURATION
2026/08/14(금)
어제 16시 — 오늘 16시의 세계 |
거듭되는 사건 사고들. 쏟아지는 온갖 보도와 입장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 거지? 답답했던 이들을 위한 참세상의 신규 콘텐츠, ‘데일리 큐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국내외 여러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세상의 소식을 민중의 관점으로 고르고 톺아봐 매일 저녁 전합니다. 다른 세계를 향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 1 | 노후자금에 이어 나라가 맡긴 외화자산도 이스라엘 국채를 사고 있었다. 그 안에는 이스라엘군에 무인기를 대는 회사의 주식도 섞여 있다. |
| 2 | 인천시청 앞 천막에서 보낸 72일 끝에 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의 거주인 33명이 모두 지역사회로 나가게 됐다. 시설에서 성폭력이 드러난 뒤 당사자들이 요구한 것은 시설을 고치는 일이 아니었다. |
| 3 | 국회 안에서 5 · 18을 다시 묻는 포럼이 열렸다. 광주와 전남에서 규탄이 이어졌고 민주당은 이진숙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냈다. |
| 4 |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에 정부가 여성인권평화재단 설립을 꺼냈다. 정부에 등록된 생존자는 다섯 명이다. |
| 5 | 영남의 저수지가 바닥을 보이고 제한급수가 시작됐다. 한쪽은 물을 더 담을 댐을 짓자고 했고, 다른 쪽은 그 물을 끌어다 쓸 반도체 공장을 승인한 장관에게 물러나라고 했다. |
함께 볼 기사 「[단독] 국민연금, 이스라엘 ‘전쟁 국채’ 400억 원 매입했다」 참세상 · 08/12
함께 볼 기사 「가자의 말판」 크리스 헤지스 참세상 · 08/13
함께 볼 기사 「이스라엘, 레바논 남부 삼림을 상대로 생태학살을 벌이다」 Al Mayadeen · 08/13
한국투자공사가 이스라엘 국채를 사들인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맡긴 외화자산을 굴리는 국부펀드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운용하는 돈이 2320억 달러다. 공사는 얼마어치를 샀는지 밝히지 않았다. 대신 공사가 성적표로 삼는 지수, 곧 세계 채권시장을 나라별로 나눠 놓은 목록에 단서가 있다. 7월 31일 그 목록에서 이스라엘 몫은 채권 0.27%였고 그중 0.26%가 이스라엘 정부가 발행한 국채였다. 참세상은 이 비중을 공사의 채권 자산에 대어 국채 보유액을 약 1억9800만 달러, 우리 돈 2800억 원 안팎으로 추정했다. 주식 쪽은 공시로 확인된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 주식이 약 4937만 달러, 이스라엘 지수를 따라가는 펀드가 5264만 달러다. 종목을 보면 제약회사 테바와 보안회사 체크포인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엘빗시스템즈 주식이 1093만 달러어치 들어 있다. 이스라엘군에 무인기와 포병 · 감시 · 지휘통제 장비를 대는 회사다.
이틀 전 참세상은 국민연금이 이스라엘 국채 404억 원어치를 샀고, 주식까지 더해 7698억 원이 이스라엘 자산에 들어가 있다고 보도했다. 오늘 확인된 것은 그 옆자리다. 노동자가 매달 떼어 놓은 노후자금에 이어 나라가 직접 맡긴 곳간까지 같은 방향으로 흘렀다. 두 기관의 성격은 다르지만 돈이 도착한 곳은 같다. 가자에서 학살이 이어지는 동안 한국의 공적자금은 그 전쟁을 치르는 정부의 채권과 그 군대에 장비를 대는 회사의 지분을 함께 들고 있었다.
공사는 국채와 회사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확한 보유액과 종목은 내놓지 않았다. 지수를 따라간 결과라는 설명이 뒤따를 수 있다. 그러나 지수를 따르는 기관이라고 해서 손을 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난해 8월 이스라엘 관련 위탁운용을 끊고 11개 기업 지분을 팔았으며, 이어 이스라엘 은행 다섯 곳과 캐터필러를 투자 대상에서 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이 배제라는 절차를 실제로 밟은 사례다. 우리 제도에는 그 절차가 얇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지침에서 환경 · 사회 · 지배구조를 ‘고려’하라고 정해 두었을 뿐, 인권을 이유로 특정 자산을 빼는 절차는 확인되지 않는다. 공사가 그런 기준을 두고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첫째, 공사가 보유 내역을 공개하느냐다. 지수 비중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이어지면 감시는 계속 뒤늦는다. 둘째, 국회가 공적기금의 인권 배제 기준을 법으로 세울지다. ‘고려’와 ‘배제’ 사이의 거리가 이번 사안의 크기를 정한다. 셋째,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정착촌 관련 기업 명단을 갱신할 때 한국 공적자금이 그 명단과 얼마나 겹치는지다. 지난해 9월 갱신된 명단에는 11개국 158개 기업이 올랐다.
함께 볼 기사 「창원 장애인들, 시청 앞 무기한 농성 돌입 “장애인권리보장, 이제는 이행하라”」 비마이너 · 08/11
함께 볼 기사 「서울시의회, 오세훈 시장이 후퇴시킨 장애인 권리 되돌리나」 비마이너 · 08/12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에 살던 33명이 모두 지역사회로 나가게 됐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14일 오전 면담에서 거주인 33명 전원의 자립지원에 동의하고 자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6월 4일부터 인천시청 앞에 천막을 친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72일 만에 받아 낸 답이다. 시가 내놓은 일정은 이렇다. 올해 13명의 자립에 필요한 예산을 9월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고, 나머지 20명은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내보낸다. 살 곳도 함께 요청했다. 인천도시공사에 15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25채다. 지금 33명 가운데 남성 10명이 색동원에 남아 있고, 여성 17명은 피해자 쉼터와 병원, 다른 시설로 흩어져 있다. 1명은 원래 가정으로 돌아갔고 5명은 이미 자립했다.
시설 안에서 성폭력과 폭행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전 시설장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재판에 넘겨진 혐의의 피해자는 4명이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피해를 말한 사람은 20명에 이른다. 색동원에 살던 여성 17명과 그곳을 떠난 3명이다. 한 사람이 여러 사람에게 같은 일을 했고 그 일이 오래 이어졌다는 뜻이다. 사건이 알려진 뒤 남은 물음은 가해자를 얼마나 무겁게 벌하느냐만이 아니었다. 피해를 말한 사람들이 그 건물에서 계속 살아야 하느냐였다.
시설에서 사고가 나면 행정은 대개 시설을 고친다. 시설장을 바꾸고, 종사자 교육을 늘리고, 폐쇄회로 화면을 단다. 공대위가 72일 동안 요구한 것은 그 목록에 없었다. 33명 전부였다. 장종인 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걸림돌을 이유로 33명 중 누구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원 자립을 전제로 그 걸림돌을 어떻게 넘을지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개별 심사로 자립 가능성을 재기 시작하면 장애가 무거운 사람일수록 뒤로 밀린다는 것을 당사자들은 알고 있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72일의 투쟁에서 세운 것이 ‘전원 자립’이라는 원칙이며 시장에게 그것을 확인받았다고 말했다.
먼저 볼 것은 9월 추가경정예산이다. 올해 13명분이 실제로 실리는지가 첫 확인이다. 그다음은 집이 나오느냐다. 요청한 40채가 배정되지 않으면 일정은 그대로 밀린다. 끝으로 나머지 20명이 기다릴 2027년 이후가 남는다. 시장의 말이 임기와 한 해 예산을 넘어 남으려면 조례와 계획에 적혀야 한다. 인천시가 그 순서를 어디까지 밟는지를 다음 달 추경에서 처음 볼 수 있다.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위성이 2024년과 2025년, 2026년 8월의 프랑스를 같은 각도로 찍었다. 초록이 해마다 옅어지고 갈색이 남쪽에서 올라온다. 올해 마른 땅은 지난해 마른 땅 위에 겹쳐 있다.
광복절 저녁 서울 종로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앞두고 비가 온다는 예보가 나왔다. 주최 쪽이 올린 공지는 예정대로 한다는 한 줄과 함께 시작했다.
우천 시에도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2026년 8월 15일 토요일 오후 5시, SK서린빌딩 뒤편 청계천쪽(서울 종로구 종로 26). 비가 조금 오면 시원해서 오히려 좋을 수도 있어요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pps_kr) 2026년 8월 14일
경남의 저수지가 마르고 제한급수가 시작된 주에 물을 둘러싼 두 개의 답이 맞붙었다. 노동당은 14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기후를 맡은 부처가 재벌과 산업부의 민원을 풀어 주는 자리가 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엄청난 양의 물과 전기를 쓰고 온실가스를 쏟아내는 산업이라는 것이 그 근거다. 같은 날 중앙일보 사설은 반대 방향에서 같은 사실을 짚었다. 반도체 사업이 들어서는 광주 일대에 용수가 모자랄 수 있으니 물그릇부터 키우자는 것이었다. 물이 모자란다는 진단은 같고, 물을 쓰는 쪽을 줄일지 담는 그릇을 늘릴지에서 갈린다. 13일 국회 기후특위를 통과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두고 환경단체들이 규탄 성명을 낸 것도 같은 자리에서다.
가자 출신 분석가가 뉴욕타임스에 실은 글을 놓고 논쟁이 붙었다. 철군 전에 무장해제부터 하라는 이스라엘의 요구는 현실과 동떨어졌지만, 지금 나온 무기 해체 로드맵은 교착을 깨뜨릴 기회라는 주장이다. 협상 자체를 항복으로 보는 쪽에서 반박이 이어졌고, 영국 언론인 오언 존스를 비롯한 계정들이 퍼 나르며 반나절 만에 조회 1만6천을 넘겼다.
I wrote in the NYT: Netanyahu’s insistence on Hamas’s disarmament before any Israeli troop withdrawal from Gaza is detached from reality. There is now a fragile opportunity with the decommissioning roadmap to break out of an otherwise intractable deadlock
— 무함마드 셰하다 (@muhammadshehad2) 2026년 8월 14일
배달 단가를 정하고 상담 통화를 듣는 일을 사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맡는 것을 가리킨다. 매일노동뉴스가 이 말을 제목에 올렸다. 관리자가 사람일 때는 항의할 상대가 있었다. 단가가 왜 내려갔는지 물으면 답이 돌아왔고, 그 답이 부당하면 교섭 자리에 올릴 수 있었다. 관리자가 소프트웨어가 되면 그 자리가 사라진다. 회사는 알고리즘이 정했다고 하고, 알고리즘은 회사가 만들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임금과 함께 계산식을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 이재명 대통령이 보낸 기념사의 한 대목이다. 14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독했다. 대통령은 피해자 한 분 한 분의 명예와 존엄이 온전히 회복되도록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고, 정부는 같은 자리에서 여성인권평화재단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문장은 분명하다. 다만 이 문장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정부에 등록된 생존자 기준으로 다섯 명이다. 재단은 아직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단계에 있다.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말이 지켜지는 데 걸리는 시간과 다섯 사람에게 남은 시간이 서로 다르다.
1. 국회가 넓힌 쟁의 범위를 정부가 시행령으로 다시 좁힐 수 있다는 관측이 노동계를 움직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쟁의 범위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답한 것이 발단이다. **민주노총**은 13일 성명 「시행령이든 법 개정이든, 노동3권 축소 · 대기업 봐주기 한치도 용납 않겠다」(https://nodong.org/statement/7942111)에서 모호함을 이유로 범위를 좁히는 순간 그것은 노동기본권 후퇴로 기록된다고 못 박았다. **정의당**은 14일 논평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대통령의 시행령으로 재단하려 하는가」(https://telegram.me/s/justicekr/10272)에서 경영권이라는 이름만으로 교섭권과 쟁의권을 봉쇄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두 조직의 문장은 같은 곳을 겨눈다. 법률로 정한 것을 하위 규정이 되돌릴 수 있느냐다.
2. 현장에서는 그 권리가 공장 문 앞에서 시험됐다. **금속노조**는 14일 성명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 파업에 대한 대체인력 투입 즉각 중단하라」(https://kmwu.kr/bbs/board.php?bo_table=ce_B12&wr_id=220715)에서 원청이 1100명 규모의 대체인력을 넣은 것을 두고 생산라인을 돌리기 위해 파업권을 부수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원청교섭을 요구했다. 같은 노조는 13일 이주노동자 2차 전국공동행동을 알리며 사업장을 옮길 자유와 기본급 삭감 계약의 철회, 노조할 권리를 요구했고 16일 보신각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한다고 밝혔다(https://kmwu.kr/bbs/board.php?bo_table=ce_B12&wr_id=220712). 민주노총은 14일 논평 「528일의 투쟁으로 다시 열린 홈플러스, 이제 정상화 완성해야」(https://nodong.org/statement/7942201)에서 매장이 다시 열린 것을 목숨을 걸고 지켜낸 결과로 평가하면서도 회생계획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청산의 위험은 남아 있다고 했다. 쟁의권과 이동의 자유, 고용 유지는 서로 다른 요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정을 쥔 쪽은 원청과 사모펀드로 같다.
3. 노동 밖에서도 기록과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연대**는 14일 성명 「계엄군의 불법작전 수행 의혹, 특검이 수사 착수하라」(https://peoplepower21.org/whistleblower/2027560)에서 12 · 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의 불법작전 의혹을 신고한 공익제보자를 대리해 수사촉구서를 낸 지 3주가 지나도록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의당은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논평(https://telegram.me/s/justicekr/10273)에서 기억과 계승을 약속했다. 기록을 남기라는 요구와 기억을 잇겠다는 약속이 같은 날 나왔다.
사회보장연금 위기론을 반박하면서 인구 통계를 한 번도 꺼내지 않는다. 대신 반세기치 임금 통계를 편다. 베이커가 말하는 것은 재정이 쪼그라든 원인이 고령화가 아니라 소득이 위로 옮겨 간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특허권과 금융 규제, 노동법이 그 통로였고 따라서 해법도 그 통로를 되돌리는 데 있다고 본다. 다만 이 진단을 한국 국민연금 논쟁에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다. 미국은 임금에 매기는 세금이 곧 재정이지만 한국은 적립금이 함께 굴러간다. 그럼에도 제도가 누구의 몫을 어디로 옮기는가라는 질문은 오늘 시행령 공방과 같은 결이다.
사설은 프리랜서 사진작가 장진영이 정부 허가 없이 우크라이나를 취재했다는 이유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사건을 다룬다. 그 옆에 외교부의 운용을 놓는다. 특정 언론사에 4명 이내, 사흘 이내로만 허가를 내주고 프리랜서는 아예 제외해 왔다는 것이다. 여권법 17조가 헌법이 정한 언론 · 출판의 자유와 부딪친다는 지적, 분쟁지역 취재를 허가제로 두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국제기자연맹의 말도 함께 인용한다. 이 사설이 짚지 않은 것은 허가를 받지 못하는 쪽이 대체로 조직이 없는 취재자라는 사실이다. 허가제는 위험을 줄이지 않고 위험을 감당할 사람을 고른다.
사설이 든 사실은 구체적이다. 법 왜곡죄 시행 넉 달 만에 법관 529명이 고발됐고, 같은 기간 검사는 727명, 경찰은 3535명이 고발됐다. 재판과 수사 결과에 불만을 품은 고소가 수사기관의 일을 늘리고 정당한 법 집행을 위축시킨다는 우려에도 근거가 있다. 문제는 원인을 지목하는 대목이다. 고발장을 낸 것은 판결에 승복하지 못한 당사자들인데 제목이 부른 이름은 민주당이다. 사법 불신이 왜 이 규모로 쌓였는지, 그 불신을 만든 판결들이 무엇이었는지는 사설 안에 없다. 제도 설계를 따져 볼 여지는 남는다. 다만 그 논의는 고발한 사람들을 지운 채로는 시작되지 않는다.
사설이 정리한 대책의 내용은 정확하다. 정부는 23만 가구 이상을 더 짓겠다며 신규 택지 조성 기간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겠다고 했다. 가계대출 증가율 한도를 1.5%에서 3.0%로 올려 30조 원가량의 대출 여력을 만들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도 26조3000억 원에서 47조8000억 원 넘게 늘린다. 사설은 속도전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하고, 대출이 투기 수요로 흐르지 않도록 감독하라고 당부한다. 빠진 것은 방향이다. 넉 달 전 금융당국은 부동산과 금융을 끊겠다고 했는데 이번 대책은 그 둘을 다시 묶는다. 대출을 30조 원 더 풀면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두 목표가 어떻게 함께 서는지를 이 사설은 묻지 않는다. 감독을 당부하는 일과 방향을 따지는 일은 다르다.
사설이 든 숫자는 뼈아프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 3422개 가운데 99.6%가 10년에 한 번 오는 가뭄을 기준으로 설계됐는데, 올해 영남을 덮친 가뭄은 20년에 한 번 수준이다. 소방차 200여 대와 군 병력이 투입됐고 제한급수가 시작됐다. 여기까지는 반박하기 어렵다. 갈라지는 곳은 그다음이다. 사설은 반도체 사업이 들어설 광주 일대의 용수 부족을 걱정하며 새 댐을 검토하자고 한다. 물이 모자라는 이유로 지목된 사업을 물을 더 담아 뒷받침하자는 순서다. 같은 날 진보정당은 그 반대편에서 물과 전기를 많이 쓰는 사업을 승인한 부처를 문제 삼았다. 물을 더 담자는 말은 있고, 물을 덜 쓰자는 말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