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노동·기후·사회운동단체들과 진보정당이 전국의 기후위기와 산업전환 현장을 잇는 공동행동에 나선다. 반도체 산업단지와 석탄화력발전소, 송전탑 건설 지역, 산불 피해지역, 핵발전소, 신공항과 데이터센터 개발 현장을 차례로 찾아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할 계획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기후정의동맹,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민주노총은 11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2026 기후정의실천단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실천단은 다음 달 7일부터 11일까지 닷새간 전국을 순회한 뒤 19일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에 결합한다.
출처: 민주노총
국내 대규모 기후행동은 2019년 세계적인 ‘글로벌 기후파업’ 흐름과 맞물려 본격화했다. 그해 9월 서울에서 열린 기후위기비상행동에는 약 5천 명이 참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규모 거리행동이 중단됐다가 2022년 ‘924 기후정의행진’을 계기로 다시 대규모 집회로 이어졌다. 이때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불평등과 노동, 에너지, 개발 문제를 함께 다루는 ‘기후정의’가 전면에 등장했다. 2023년에는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을 내건 ‘923 기후정의행진’이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렸다. 2024년에는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를 구호로 ‘907 기후정의행진’이 열려 기후재난과 불평등,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노동자의 일자리 보장, 신공항 등 개발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2023년 서울 행진에는 주최 측 추산 3만 명이 참가했다.
지난해부터는 대규모 행진에 앞서 기후위기의 구체적인 현장을 직접 찾는 ‘기후정의실천단’도 시작됐다. 지난해 실천단은 서울에서 광양, 인천에서 삼척까지 자동차공장과 석탄화력발전소, 새만금 갯벌, 핵발전소 등을 찾아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문제를 기후정의 의제와 연결했다. 올해는 이를 이어 두 번째 실천단을 꾸렸다.
올해 실천단은 서울에서 출발해 수원·용인의 반도체 산업 현장,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홍성 송전탑 반대투쟁 현장, 안동 산불 피해지역, 영덕 핵발전소 현장, 부산 가덕도신공항과 핵발전소 관련 현장, 울산 개발·제조업 현장 등을 순회할 예정이다. 현장 방문과 함께 노동자·주민 간담회와 기후재난, 에너지정의, 산업전환 등을 주제로 한 교육도 진행한다.
홍지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기후위기와 재난의 현장과 지역에서 연대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현장으로, 지역으로, 전국으로 연대의 전선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산업전환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5년 927 기후정의행진. 출처: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실천단은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인공지능 산업과 데이터센터 확대가 막대한 전력과 용수 수요,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해미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지금 우리에게는 그 저항을 연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용인 반도체산단과 당진 발전소, 홍성 송전탑, 영덕·부산 핵발전소 등 “저항을 만들어내야 하는 장소들”을 찾아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을 어떻게 보장할지도 핵심 의제로 제시됐다. 석탄발전소에서 15년 넘게 일해온 염호창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장은 “석탄발전소가 문을 닫는 그 순간, 그 안에서 평생을 보낸 노동자들의 고용은 누가 책임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석탄발전소 폐쇄 과정에서 총고용을 보장하고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국가가 마련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전환 역시 민영화가 아닌 공공재생에너지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현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기후재난의 피해가 사회적으로 불평등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후위기와 불평등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재난의 피해는 결코 평등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자본이 제시하는 황금빛 미래에는 담기지 않는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국을 누비겠다”고 말했다.
진보정당들도 정부의 성장·개발 중심 기후정책을 비판하며 실천단에 결합했다. 고유미 노동당 공동대표는 반도체·데이터센터 확대와 발전소·송전망 건설 과정에서 지역과 노동자가 비용을 떠안고 있다며 “기업이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지 결정한 뒤 사회가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신규 핵발전소, 송전망·신공항 사업을 비판하며 “2026년 기후정의행진은 성장주의 개발 폭주를 막고자 하는 모든 시민들의 광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반도체 산단, 초고압 송전탑, 핵발전소, 신공항, 데이터센터 등 성장 논리가 기후정의를 압도하고 있다”며 기후재난의 피해를 먼저 받는 노동자와 농민, 사회적 약자를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올해 실천단 활동은 9월 19일 기후정의행진으로 이어진다. 실천단은 “더 이상 아무도 뒤처지거나 배제될 수 없다는 정의로운 전환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며 “기후정의로 지역과 현장을 잇는 연대”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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