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자들은 GHF의 군사화된 원조 배분이 기존 인도주의 구호 활동의 원칙에서 급진적으로 벗어난 것이라고 말한다.
2025년 6월 17일, 북부 가자시 지킴(Zikim) 지역을 통해 구호 트럭이 진입한 뒤,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밀가루 자루를 들고 알라시드 거리(Al-Rashid Street)를 따라 걷고 있다. 구호를 기다리던 여러 명은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았다. 출처: 액티브스틸스(Activestills) 페이스북
많은 인권 단체들이 가자 인도재단(GHF)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GHF의 원조 센터 안팎에서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 논란 많은 이스라엘 후원 단체인 GHF에 최소 3천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기근과 유사한 상황이 가자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GHF는 5월 말 이후 가자지구 중남부의 4개 원조 센터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5천만 끼 이상의 식사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센터는 무장한 미국 민간 용역업체가 운영하며, IDF 병력이 그 안팎을 경비하고 있다.
GHF는 거의 매일 이메일 캠페인과 X의 게시물을 통해 자사의 활동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결정적인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IDF 병사들이 거의 매일 이 센터 안팎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사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처참하고 국제적으로 비난받는 가자 작전 상황과 나란히 놓고 보면 공허하게 들린다.
GHF의 기이한 언론 전략
GHF는 스스로를 독립 인도주의 단체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단체는 전쟁 발발 초기에 이스라엘 관료들이 고안했으며, 이스라엘 기술 투자자들과 벤처 자본가들, 그리고 이스라엘 정부 산하 대외지원조정국(COGAT) 관계자들이 참여해 만들었다. 이스라엘 야당 의원들은 GHF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자금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전직 미국 CIA 요원 폴 라일리(Paul Reilly)는 이 구상 초기부터 관여한 인물로 알려졌으며, 미국 민간 계약업체 두 곳 중 하나인 ‘세이프 리치 솔루션(Safe Reach Solutions)’을 설립한 인물이다. 다른 한 곳은 전직 미 특수부대 요원이 이끌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GHF야말로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직접 원조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하게 안전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의 안보 상황 때문에 거의 활동이 불가능하며 자주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올해 1월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장 많은 원조를 제공하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의 활동을 금지했다.
스스로를 선의의 세력으로 묘사하려는 듯, 가자 인도재단은 거의 매일 언론에 보도자료를 쏟아내며 가자 주민에게 얼마나 많은 식사를 제공했는지 자랑하고 있다. 그 자료들에는 웃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 특히 어린이들의 사진이 자주 포함된다. GHF의 X 계정과 새로 개설된 화려한 웹사이트 역시 유사한 메시지와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The GHF model is delivering results to the benefit of the Palestinian people in Gaza. Every day is a new opportunity to distribute aid directly to those who need it. pic.twitter.com/6UlCHDRa4k
— Gaza Humanitarian Foundation (@GHFUpdates) June 29, 2025
GHF는 유명한 이스라엘 셰프 에얄 샤니(Eyal Shani)의 사업 파트너이자 저명한 외식업자 샤하르 세갈(Shahar Segal)까지 대변인으로 영입했다. 세갈만이 GHF의 홍보 인사는 아닌 듯하다. 미 국무부 대변인 태미 브루스(Tammy Bruce)와 토미 피곳(Tommy Pigott)도 최근 브리핑에서 GHF의 원조 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극찬해왔다.
그러나 GHF의 다른 홍보 활동은 눈에 띄게 덜 화려하다. 예컨대 GHF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종종 향후 원조 배분 계획에 관한 아랍어 공지문을 게시한다. GHF는 특정 장소에서 원조를 배분하겠다고 게시한 직후, 몇 분 만에 모든 물자를 이미 배분했다는 공지를 내는 일이 잦다.
GHF는 자사 공식 발표에서 하마스를 상습적으로 비난한다. 이스라엘 정부와 마찬가지로 GHF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IDF의 원조 거점에서 피해를 입거나 살해됐다는 서사는 하마스가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살해 사건은 <하아레츠>, <로이터>, <알자지라> 등 여러 주요 언론 매체들이 광범위하게 보도한 바 있다.
GHF는 6월 17일 이메일에서 “UN 호송대나 우리 활동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마치 우리 거점 인근에서 일어난 것처럼 잘못 보도되는 폭력 사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 일부 유엔 관계자들, <알자지라>가 이러한 허위 서사를 퍼뜨리는 데 관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의 흔한 주장처럼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지원을 전용하고 있다는 논리를 반복하며, 세갈은 GHF야말로 “하마스의 테러 기계를 먹이지 않고도 가자 주민들에게 식량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올바른 방법이자 가능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총재 신디 매케인은 5월 말, 하마스가 구호물자를 훔친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신뢰할 수 있는 언론 보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GHF는 IDF 병사들이 자사 거점에서 구호를 받으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수백 명씩 죽이거나 다치게 한 일이 없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5월 27일 GHF가 활동을 시작한 이후 6월 29일까지, GHF 운영 거점이나 그 인근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사람은 최소 583명으로 보고됐다.
퀸시연구소(Quincy Institute) 중동 프로그램의 선임연구원 아넬 셀라인(Annelle Sheline)은 은 “GHF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돕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의 구호 거점이 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구하는 게 아니라 그들을 죽이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압도적인 증거를 GHF는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책임 회피를 돕는 GHF
GHF의 비정상적인 작전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로 인해, 많은 인도주의 단체들이 GHF의 활동을 비판하고 있다.
6월 23일 공개된 서한에서 국제언론인위원회, 팔레스타인인권센터, 뉴욕에 본부를 둔 헌법권리센터 등 15개 국제 인권단체들은 GHF의 활동을 비판하며, 민간 용병과 IDF를 개입시킨 방식 등을 문제 삼았다.
이 단체들은 “GHF의 새로운 민영화되고 군사화된 구호 분배 모델은 국제 인도주의 구호 활동의 확립된 기준에서 벗어난 급진적이고 위험한 전환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에 관한 자신의 업무가 바이든 행정부에 의해 검열된 이후 사임한 전 미국 국제개발처(USAID) 계약자 알렉산더 스미스(Alexander Smith)는 GHF가 진정한 구호 단체처럼 행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소수의 구호 거점까지 이동하라고 강요하는 방식은 확립된 인도주의 기준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픈 사람과 부상당한 사람이 움직이게 해선 안 되며, 전쟁터를 지나가게 해선 더더욱 안 된다”라며 “당연히 구호가 사람들에게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관찰자들은 GHF의 활동이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정치적 목표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 연구자인 야아코브 가르브(Yaakov Garb)는 GHF의 구호 거점 구조물이 “광범위한 인도주의 개입이라기보다는 이스라엘의 군사 전략과 전술에 주로 부응하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배치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GHF는 구호 거점을 가자지구의 중부와 남부에만 설치했으며, 이는 이스라엘이 완전히 구호를 금지한 북부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내려는 목적이 활동에 담겨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가자지구 최남단에 설치된 세 개의 구호 배급 거점은 명백히 사람들을 남쪽, 이집트 국경 근처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쪽에서 사람들을 몰아내려는 목적이다”라고 스미스는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 당국자들, 네타냐후 총리에서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에 이르기까지, 그 땅을 점유하고 재정착시키겠다는 의도를 매우 노골적으로 밝혀 왔다.”고 덧붙였다.
셰라인(Sheline)은 GHF의 활동과 홍보가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한 이스라엘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현재까지 5만 6,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했다.
“이스라엘군(IDF)은 3월 2일 이후 식량을 거의 들여보내지 않고 의약품, 연료, 물도 전혀 반입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가자지구 인구를 의도적으로 아사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없애기 위해서만 GHF의 활동을 허용했다”라며 “GHF는 팔레스타인인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정적 언론 보도를 덮기 위한 것이다”라고 셰라인은 말했다.
우리가 국무부에 왜 GHF에 직접 자금을 지원했는지 묻자, 국무부는 6월 26일 기자회견을 참조하라고 답했다. 해당 브리핑에서 토미 피곳(Pigott)은 3천만 달러 지원을 발표했다. 당시 기자들이 GHF 구호 거점에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한 것에 대해 여러 차례 질문했으나, 피곳은 단지 “전쟁을 시작한 책임은 전적으로 하마스에게 있다”고만 말했다.
스미스는 국무부의 3천만 달러 지원에 대해 “국무부, 아마도 트럼프 행정부 내부 누구라도 GHF가 효과적인 구호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GHF를 계속 밀어붙이는 건 정치적으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GHF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GHF 구호 거점 안팎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전쟁범죄 가능성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간인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점 주변에 울타리, 표지판, 검문소를 설치하고 통로를 지정해 병력 배치를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Calls Grow To Shut Down the Gaza Humanitarian Foundation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스타브룰라 팹스트(Stavroula Pabst)는 <리스폰서블 스테이트크래프트>(Responsible Statecraft)의 기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