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프로젝트 2025를 어떻게 실행할지 궁금하다면, 전 세계 극우의 실험실이 된 아르헨티나를 주목해보라.
도널드 트럼프와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출처: 2024. 11.13.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가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그의 2기 임기를 위한 전략이 아르헨티나에서 이미 실행되고 있다. 이는 극우 세력이 고안한 계획이다.
‘프로젝트 2025’는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이 작성한 거의 9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리더십을 위한 명령: 보수주의자의 약속》에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새로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를 위한 지침서로, 공교육 공격에서부터 기후변화 대응 정책 해체, 여성, 성소수자(LGBTIQ+), 이민자, 노동자, 흑인 등의 권리 제한에 이르는 다양한 권위주의적 전술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하지만 만약 ‘프로젝트 2025’의 가장 극단적인 정책들이 국가 약화와 권리의 무력화를 목표로 실험되고 있는 나라가 있다면, 바로 아르헨티나이다.
“프로젝트 2025가 어떻게 구현될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면, 지난 1년간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난 일을 봐야 한다”고, 여성평등센터(WEC)의 집행이사이자 라틴아메리카의 재생산 건강 및 정의 관련 소통 전략을 담당하는 인권 변호사 파울라 아빌라-기옌(Paula Ávila-Guillén)이 의미심장한 인터뷰에서 내게 말했다.
나는 고국 아르헨티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국가 예산 30% 삭감과 빈곤율 11% 증가 같은 일은, 그곳에 살지 않더라도 눈에 띄는 변화다. 경제 위기를 이미 수차례 겪어온 사회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겪는 어려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빌라-기옌의 발언은 고국에서 프로젝트 2025가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를 더 깊이 파헤치게 했다.
프로젝트 2025는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하고 있지만, 100개 이상의 기독교 우파 및 극우 단체들과 다수의 전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이 포함된 자문 위원회가 이를 지원하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급진적 좌파의 손아귀에서 나라를 구하려면 차기 보수 행정부가 첫날부터 실행할 수 있는 통치 의제와 이를 수행할 적임자가 필요하다”고 헤리티지 재단은 웹사이트에서 프로젝트 2025를 소개하며 밝히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오는 몇 달 동안 프로젝트 2025의 권위주의적 목표가 언론, 혐오감시 단체, 노동조합에 의해 점점 더 많이 드러나자 트럼프는 이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아르헨티나 대통령직을 맡고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는 신흥 극우의 대표 인물로, 프로젝트 2025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에 제출된 로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최소 2023년부터 헤리티지 재단과의 관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해왔다.
아르헨티나 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밀레이는 지난 2월 워싱턴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헤리티지 재단의 수석 부대표 데릭 모건(Derrick Morgan)과 만났고, 이 자리에서 《리더십을 위한 명령》 복사본을 선물 받았다.
프로젝트 2025의 핵심 목표는 좌파나 ‘각성주의’에 의해 장악된 것으로 여겨지는 ‘행정 국가’를 해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방부처와 기관을 해산하고, 보건, 교육, 복지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을 삭감하며, 성폭력, 차별, 오염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프로그램과 자원을 제거하는 것이 포함된다.
밀레이는 집권 첫 10개월 동안 이 계획을 신속히 실행하며 이 시나리오를 충실히 따랐다. 그의 새로운 정책들에 대한 명분은 불균형한 경제를 맞추기 위해 공공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이는 연 211%에 이르는 인플레이션과 막대한 국제통화기금(IMF) 부채와도 관련이 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타당한 일이지만, 밀레이는 예상을 훨씬 넘어선 조치를 취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국가 규모 축소를 위한 그의 ‘전기톱식 접근법’이라고 불렀다.
“나는 국가 내부에서 활동하는 두더지가 되는 것이 좋다”며 밀레이는 6월 한 인터뷰에서 “나는 내부에서 국가를 파괴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밀레이는 전례 없이 모든 공공 지출을 약 30% 삭감했다. 교육 투자비는 40% 줄였고, 연금 인상은 거부했으며, 암 환자들을 위한 생명유지 의약품 접근을 차단하고, 과학 기술 시스템과 대학에 대한 자금을 끊었다. 또한 거의 2만 7천 명에 달하는 공무원을 해고했다.
그는 공영 방송을 폐쇄하고, 급식소에 제공되는 식량 배급을 동결했다. 이제는 원자력, 항공, 연료, 광업, 전기, 수자원, 화물 운송, 도로, 철도 분야의 공기업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밀레이는 여성·성별·다양성부와 교육부를 포함해 9개의 부처를 없앴다. 이는 《리더십을 위한 명령》에 언급된 사항으로, 트럼프 역시 이를 언급한 바 있다.
밀레이는 모든 성별 정책을 해체하고 가정 폭력과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서비스를 포함한 관련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지난해에만 1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으며, 공식 통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는 35시간마다 페미사이드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통계를 지속적으로 집계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그는 또한 차별·인종차별·외국인혐오 방지 연구소를 폐쇄했다. 이 기관을 그는 “이념적 박해를 위한 음험한 기관”이라고 불렀다. 프로젝트 2025의 설계자들은 이에 분명히 기뻐할 것이다. 그들이 트럼프를 위해 만든 청사진은 모든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DEI) 관련 정책, 프로그램, 기금을 제거해야 한다고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리더십을 위한 명령》은 국가 규모 축소를 수행할 충성스러운 인력 집단을 첫날부터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헤리티지 재단은 약 2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트럼프를 위한 임시 인력을 구성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수만 명의 경력직 공무원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이념에 충실한 인물들로 대체해야 하며, 공무원의 노조 결성 권리를 금지해야 한다.
밀레이는 자신의 사고방식에 따르지 않는 공무원들을 적극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그는 외교단에 보낸 서한에서 자신의 외교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물러나라”고 요구했으며, 빈곤, 불평등, 환경 파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서명한 유엔의 어젠다 2030을 폐기하겠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며칠 뒤 발표한 성명에서 그는 숙청을 선언했다. “행정부는 자유를 반대하는 사상을 촉진하는 외교부 경력직 공무원들을 식별하기 위해 감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젠더 전쟁
프로젝트 2025에 따르면, 차기 미국 대통령은 모든 기존 규정, 규제 기관, 계약, 보조금, 규칙, 연방법에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성별’, ‘성평등’, ‘성 민감성’, ‘임신 중지’, ‘생식 건강’, ‘생식 권리’라는 용어를 삭제해야 한다.
이 문서에는 임신 중지가 199회 언급되며, 연방 차원의 금지, 형사 처벌 강화, 유산 및 산과 비상 상황에서의 치료 제공에 대한 추가 규제, 응급 피임약 지원 중단, 임신 중지 또는 유산 경험자에 대한 엄격한 감시 체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헤리티지는 또한 이러한 세계관을 해외로 확산하기를 원하며, 임신 중지 반대 활동을 하는 해외 비정부 기구에 미국 공공 자금 지원을 금지하는 이른바 ‘멕시코시티 정책’을 복원하려고 한다. 이 정책은 자금이 자체적으로 조달되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르헨티나에서 2020년에 합법화된 임신 중지 권리는 밀레이 정부 하에서 위험에 처했다. 그의 정당은 임신 중지를 철회하는 법안을 제출했으며, 그는 이를 “가중된 살인”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임신 중지약과 피임약 배포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밀레이는 십 대 임신을 예방하는 프로그램을 폐지했고, 법적으로 의무화된 종합 성교육(CSE)을 위한 예산을 2025년 예산안에 전혀 배정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는 절제 교육을 지지하는 칠레의 가톨릭 단체인 틴 스타(Teen Star)를 성교육을 담당할 교사 훈련을 위해 채용했다.
밀레이는 공공 서비스에서 성 중립적 언어 사용을 금지했으며, 외교부에 가톨릭 변호사 우르술라 바셋(Ursula Basset)을 임명하여 국가의 모든 성평등 및 기후변화 관련 입장을 검토하도록 했다. 최근 미주기구(OAS) 총회에서 바셋은 “성소수자(LGBTI)”, “성별”, “관용”, “기후변화” 및 “가족”이라는 용어를 각국 간 합의 문서에서 삭제하라고 요구하며 협상을 방해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리우에서 서명된 성평등 장관 선언에 반대한 유일한 G20 국가였다”고 아빌라-기옌은 말했다. 반대의 원인은 “가족 돌봄”이 노동으로 정의되고 “생식 권리”라는 용어가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르헨티나는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보다도 더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리더십을 위한 명령》에서 품위와 학문적 어조는 증오를 감추기 위한 겉치레일 뿐이다. 이 문서를 훑어보면 분열을 조장하는 언어와 내부의 적을 만들어내는 구도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밀레이 역시 반대파를 “쥐”, “인간 배설물”, “빌어먹을 좌파”, “멍청이”, “배신자”라고 부른다.
“밀레이가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아르헨티나적인 일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그는 미국에서 만들어져 전 세계 곳곳에 도입하려고 하는 훨씬 더 큰 의제의 일부다”라고 아빌라-기옌은 말한다.
밀레이와 헤리티지 재단을 지난해 연결해 준 로비스트는 다미안 메를로(Damián Merlo)로, 그는 독재적 성향의 엘살바도르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를 위해 미국에서 로비를 벌이는 회사인 라틴아메리카 어드바이저리 그룹(Latin America Advisory Group)의 파트너 디렉터다. 메를로는 디지털 전략가 페르난도 세리메도(Fernando Cerimedo)와 가까운 사이인데, 세리메도는 밀레이의 참모로 활동 중이며 브라질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위해서도 일한 바 있다. 현재 세리메도는 브라질에서 2022년 보우소나루가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을 상대로 시도한 쿠데타 실패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밀레이가 집권하자, 그는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자신의 강력한 조치로 경제 상황이 잠시 악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것은 바로 더 심각해진 빈곤과 경기 침체다.
미국 대선 캠페인 막바지에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트럼프 캠페인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트럼프의 표현에 따르면 ‘비용 절감 장관’ 역할을 맡게 될 인물이다. 머스크는 이러한 지출 삭감이 “일시적인 고통”을 야기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번영”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 번영인지는 불분명하다. 고통, 권리 박탈, 탄압의 청사진은 지금 아르헨티나에서 목격할 수 있다. 참아낼 수 있다면 한번 들여다보라.
[출처] Project 2025: Trump’s blueprint in place in Argentina | openDemocracy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
다이애나 카리보니(Diana Cariboni) 우루과이에 거주하며 2018년부터 트래킹 더 백래시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 오픈 데모크라시(openDemocracy)의 라틴아메리카 편집자로서 이 지역의 탐사 보도를 총괄한다. 이전에는 IPS 통신사의 공동 편집장으로 10년 이상 라틴아메리카 데스크를 이끌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