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해방을 요구하는 총파업, 이탈리아 토리노. 출처: 현지 방송 화면 갈무리
군수와 산업의 결탁
군수와 산업은 오랫동안 긴밀하게 결탁해왔다. 이른바 전쟁과 평화를 양손에 쥐고 장사를 벌이는 것이다. 이는 강대국이 전유한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과 일본의 도시와 산업 시설은 파괴되고 경제는 붕괴했다. 6천만 명의 난민·실향민이 발생했고 7천만~8천만 명이 죽었다. 사망자는 민간인이 군인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이에 UN이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한 기구로 등장하고 IMF와 세계은행이 전후 재건을 내세워 설립되었다.
두 차례 전쟁과 냉전 체제를 기반으로 군수산업은 독점자본의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전쟁 중 보잉, IBM, 록히드, 듀폰, 코카콜라 등 다양한 분야의 미국 기업들이 성장했다. 독일의 포르쉐와 폭스바겐은 군용 차량을 만들다가 전후 전환해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일본에선 미쓰비시, 닛산, 가와사키 등이 군수품을 생산하다가 전후 재건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대전은 끝났으나 군산복합체의 형성으로 전쟁은 시장에서, 일상에서 지속되었다.
전쟁의 일상화(문화화)
세계대전 이후 전쟁은 국지전·대리전으로 모습을 바꿨다. 한국과 베트남에서 벌어진 진영 간 대리전, 중동 패권을 둘러싼 전쟁, 냉전 종식 이후에도 지속된 걸프전,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등 230여 건이 벌어졌다. 절반 이상이 냉전 종식 이후에 벌어진 일이며 현재도 30여 건의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진 이라크전쟁은 거짓 명분으로 시작된 원유 전쟁, 미국 중심의 중동 질서 구축 전쟁이었다. 미국은 적자를 초래하면서까지 국채를 발행해 국방비를 증액했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는 ‘정보’에서 시작된 전쟁으로 민간인 20만~50만 명과 군인 4만 명이 죽었고 400만 명의 난민이 생겼다. 한편에선 수백억 달러 규모의 미 정부 계약을 수주하며 할리버튼, 록히드마틴, 블랙워터, 베크텔, 엑슨모빌 등이 이익을 챙겼다. 미국은 이 전쟁으로 이라크의 석유 거래 유로 결제를 시도를 무산시키고, 석유 달러 결제 체제를 수호했다. 중동지역 종파 갈등과 테러 집단의 성장을 감수하면서 이후로도 미국은 중동 국가의 달러 판매 이탈 조짐이 있을 때마다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제 이 국지전은 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볼모로 잡은 정치전쟁이자 외교전쟁으로 전화하며 일상화하고 있다. 요컨대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지정학적 완충지이자 군산복합체 실험장이 되었다. 2022년부터 이미 25만 명 이상이 죽었고 800만 명의 난민이 생겼다. 가자에서도 어린이·여성을 포함한 수천 명이 죽어가고 있다. ‘인종청소’ 망발이 나오고 있지만 세계 평화를 위한 기구들은 자본 앞에 멈춰 맥을 못 추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이스라엘 군수업체의 주가는 올라가고 있으며 특히 전장의 변화가 방산기업의 사업모델에도 영향을 미쳐 드론, 감시정찰에 앞장선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 무기 공급, 에너지 재편에 따른 새로운 시장 창출, 기업 선전, 파괴 후 투자와 복구를 통한 자본 성장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구성요소로 정착되어 가면서 전쟁이 일상화하는 것이다.
투쟁의 대상
미국의 노동조합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 예산 증대가 제조업을 강화해 고용 유지·확대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했다. 나아가 노동조합 조직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았다. AFL-CIO는 군산복합체, 미국 제국주의적 군사정책의 한 구성요소로 자리 잡아 갔다. 전미자동차노조와 금속노조가 국방예산 삭감 반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방위산업체 노조는 고용안정과 국방예산 확대 사이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25년 8월 26일 KAI노조는 성명을 내고 “차기 CEO 선정 지연이 군수 사업 및 수출계약 집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항공기·헬리콥터 프로젝트, KF-21 전투기 수출, 유지보수 사업 등이 영향을 받는다”라고 항의하며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이스라엘에서는 30만 명이 확전 반대 총파업을 벌였고 9월 이탈리아에서도 가자 군사작전 중단, 이탈리아 정부와 이스라엘의 관계재고를 요구하며 200만 명 이상이 총파업을 벌였다. 10월 5일 암스테르담에서도 25만 명이 전쟁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처럼 조직노동이 평화라는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의제를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노동자 일상의 문화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의 문제인 동시에, 계급적인 연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역사에서 언제나 사회운동의 구심적 역할을 자청해왔고, 또 그러한 요구로 탄생한 하나의 운동이기도 하다. 환경운동가인 제인구달은 얼마전 죽음을 맞으면서 인류에게 가장 해로운 인간으로 네타냐후와 트럼프 그리고 일론머스크를 지목했다. 이 세계의 평화를 해치는 주범으로 자본과 패권국을 지목한 것이다. 조직노동은 무엇과 싸워야 하는가?
“군신은 결코 잠들지 않는다. 아직 평화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 평화의 시대는 원하는 자들이 창조해야 할 과제다.” - 김진균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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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원은 『전노협백서』 발간을 계기로 노동운동 자료를 모으고 노동자 역사를 기록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2008년 이후 노동자역사 한내에서 역사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가스공사노동조합 30년사』, 『서울지하철노동조합 30년사』 등이 있다. 이 칼럼은 노동자역사 한내와 참세상이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