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EU 패권의 종말?

[역자 주] 현지 시각 기준, 지난 1일 열린 독일 튀링겐, 작센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득표율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큰 승리를 거두었다. 기독교 민주연합(CDU)과 자라 바겐크네히트 연합(BSW)도 의미있는 득표를 했다. 반면 독일 연방 연합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자유민주당(FDP)은 크게 패배했다. 

선거 결과 발표 전 공개된 마이클 로버츠의 글은, 독일(과 유럽)에서 극단적 정치세력이 부상하는 원인으로, 이미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더 파괴하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의 장기 불황과 그에 대한 일그러진 대응을 짚는다. 

출처: Unsplash+ & Karolina Grabowska

오늘, 동독의 두 개의 큰 주(Länder)에서 선거가 열리고 있다. 모든 여론조사는 극우와 신좌파 성향의 유럽 회의적, 반이민, 친러시아 정당들이 앞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 연방 정부 연합인 사회민주당(SPD), 녹색당, 그리고 자유민주당(FDP)은 사실상 구 동독 지역에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동독의 세 주는 약 850만 명의 인구로 독일 전체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정치의 '중도'가 붕괴되고 있는 것은 이들 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슐츠 총리의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세 정당의 지지율은 2021년 말에 50% 이상을 기록했으나, 현재는 3분의 1 이하로 추락했다.

이번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이슬람 혐오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튀링겐과 작센에서 3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튀링겐에서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튀링겐 AfD의 지도자인 비외른 회케는 금지된 나치 슬로건을 사용한 혐의로 두 차례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좌파 성향의 새로운 정당인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도 15-20%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2023년에 망명 신청 건수가 33만 4,000건에 이르면서 이민 급증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56%가 이민으로 인해 압도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민과 인종차별이 극우 정당인 AfD의 부상의 주요 원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AfD의 지지율은 이민이 상대적으로 적은 동독 지역에서 주로 상승했다. 실제 상황이 아닌 두려움이 이러한 편견과 반응을 이끄는 것이다.

사실, 독일인들은 이민자에 익숙하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이민 목적지이다. 독일인의 5명 중 1명 이상, 약 1,860만 명이 외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재앙으로 인해 약 200만 명의 난민이 지난 2년 동안 독일로 대거 유입되면서 이민 문제는 독일에서 큰 쟁점이 되었다. 이 난민들 대부분은 이미 주거, 교육, 사회 서비스가 열악한 동독의 가난한 지역에 배치되었다.

또 다른 아이러니는 AfD의 공동 대표가 대중적인 포퓰리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알리체 바이델은 골드만 삭스의 전직 경제학자이자 금융 컨설턴트로, 영국의 개혁당 ‘포퓰리스트’ 지도자인 주식 중개인 나이절 패라지와 유사하다. 이러한 자본의 대표자들은 자신들의 일반 유권자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으면서도, 편견과 허위에 기반하여 권력을 잡으려 한다. ‘포퓰리스트’ 극우 민족주의 정당의 현상은 독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랑스에는 국민연합이 있고, 영국에는 개혁당이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리아의 형제들이 실제로 집권 중이다. 실제로 거의 모든 EU 국가에서 반동적 정당들이 약 10-15%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 EU 의회 선거에서 확인되었다.

내 생각에, 이 모든 것은 2008-09년 대침체 이후 주요 자본주의 경제에서 나타난 '장기 불황'의 산물이다. 이 불황은 가장 가난하고 조직화되지 않은 노동계급,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몰락 원인을 이민자, 다른 EU 국가들에 대한 지원, 대기업 순으로 생각하며 '민족주의'에서 답을 찾고 있다.

상황은 독일에서 가장 크게 악화되었는데, 이는 팬데믹 경기 침체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후유증 때문이다. 유럽의 거대한 제조 강국인 독일은 팬데믹 이후로 멈춰버린 상태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정당들에 대한 지지율도 급락했다.

독일 경제의 침체는 '이중 노동' 시장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이는 독일 기업들이 매우 낮은 임금을 받는 많은 시간제 및 임시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는 구조를 말한다. 독일 노동자의 약 4분의 1이 일반적으로 중위소득 3분의 2 미만인 '저소득'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이는 리투아니아를 제외한 17개의 유럽 국가들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러한 저임금 노동력은 주로 동독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최근 2년간 대거 유입된 난민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동독 지역 유권자들은 문제의 원인이 이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독일 경제의 악화가 있으며, 특히 동독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은 EU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이자 경제 대국으로, EU 전체 GDP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제조업은 여전히 독일 경제의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12%, 영국의 10%에 비해 높은 비율이다. 또한 제조업은 독일 노동력의 19%를 고용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10%, 영국의 9%와 비교된다.

하지만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현재 경기 침체에 빠져 있다. 2024년 2분기 실질 GDP는 2024년 1분기와 비교하여 0.1% 감소했으며, 2023년 2분기와 비교해도 동일한 비율로 감소했다. 실제로 독일의 실질 GDP는 5분기 연속 성장을 보이지 않았으며, 지난 4년 동안 사실상 정체 상태에 있다.

독일 정부는 서방 나토 동맹의 정책을 충실히 따르며 러시아로부터의 저렴한 에너지 의존을 끝냈다. 실제로 중요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에도 동참했다. 그 결과 독일 가정의 에너지 비용은 급등했다.

실제로 독일의 실질 임금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낮으며, 이는 많은 EU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독일 자본에게 더 중요한 것은 제조업체들의 에너지 비용 상승이다. 독일 상공회의소(DIHK)는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높은 에너지 가격은 기업들의 투자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는 혁신 능력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산업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현재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핵심 운영 프로세스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4분의 1은 기후 보호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더 적다고 말하며, 5분의 1은 연구 및 혁신에 대한 투자를 연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DIHK의 아힘 데르크스는 경고한다. “생산 이전 계획에 더해, 이것은 산업 중심지로서의 독일을 위협하는 또 다른 급박한 요소입니다. 기업들이 더 이상 자체 핵심 프로세스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이는 점진적인 해체로 이어질 것입니다.”

지난해 여름, IMF는 이러한 상승하는 비용이 독일의 잠재 경제 성장률을 연간 최대 1.25%까지 감소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에너지 가격 충격의 최종 규모와 에너지 효율성 증대가 이를 얼마나 완화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년 동안 제조업 활동은 무너져 내렸다. 

또한,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 자본의 수익성 회복, 산업 역량의 EU 동부로의 이전, 그리고 대규모 노동력에 대한 저임금 시대는 끝났다. 독일 자본의 수익성은 대침체와 2010년대의 장기 불황을 거치면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큰 하락은 팬데믹 기간에 발생했으며, 현재 수익성은 역사적으로 최저 수준에 있다.

더 나쁜 것은, 생산 비용(에너지, 운송, 부품 비용)의 증가가 수익을 잠식하면서 총이익도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총이익이 감소하면 투자 붕괴와 경기 침체가 뒤따를 것이다.

총자본형성(투자의 대리 지표)이 축소되고 있다.

이제 독일의 몰락이 소비 수요 부족과 생산의 '과잉 설비' 때문이라는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이 내세우는 주장으로 넘어가 보겠다. 이들은 독일의 큰 무역 흑자(수출이 수입보다 많음)가 경제에서 '불균형'을 나타내며, 이를 소비 증가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2020년 팬데믹 경기 침체 이후 독일의 실질 GDP 구성 요소를 살펴보면, 독일의 침체는 소비 침체(1% 증가)가 아니라 투자 감소(7% 감소)에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수익성 하락과 이익 감소가 투자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독일이 그 결과로 세계에 수출을 '범람'시키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 세계와의 무역 흑자는 2010년대와 마찬가지로 연간 약 200억 유로로 거의 변함이 없다.

상품 수출은 거의 변동이 없으며, 팬데믹 이후 감소한 것은 수입이다. 이는 독일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축소하고 원자재와 부품 사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팬데믹 동안 정부 지출은 일자리와 임금 손실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그 시기가 끝나자, 연립 정부는 EU 집행위원회의 규제와 국가는 '벌어들이는 만큼만 돈을 써야 한다'는 독일 헌법에 따라 긴축 재정을 적용했다.

정부는 기후와 현대화 자금 계획을 동결하고, 긴축 조치를 통해 예산의 170억 유로 '구멍'을 메웠다. 여기에는 농업용 차량에 대한 디젤 보조금 폐지가 포함되었고, 이에 분노한 농민들의 시위가 일어났다. 트랙터들이 도시로 몰려와 여러 고속도로 교차로를 막았다. 수백만 통근자들의 불편은 민영화된 철도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발생한 기관사들의 파업으로 더욱 악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소규모 신자유주의 '자유 시장' 성향의 FDP 대표이자 재무장관인 크리스티안 린트너는 사회 지출 삭감(특히 동독 주민들을 심각하게 타격)을 주장하고 있다. 린트너는 정부 지출을 최대 500억 유로까지 삭감하기를 원한다!

이 모든 것이 보여주는 바는,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선진 자본주의 경제인 독일 자본주의조차 장기 불황의 분열적 힘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문제에 있어 '서방 민주주의'라는 명분 아래 미국 제국주의의 이익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독일 연립 정부의 정책이, 독일 자본의 패권과 가장 가난한 시민들의 생활 수준을 파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족주의와 반동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출처] Germany: the end of EU hegemony?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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