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디지털 경제를 역동적인 성장의 원천이자 노동자를 해방시키는 힘으로 과대 포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디지털 기술은 잔인한 형태의 착취를 조장하고 있으며, 생산성과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
출처: Unsplash, Greg Bulla
다음은 『실리콘밸리가 어떻게 기술 봉건제를 촉발했는가: 디지털 경제의 형성』 (세드릭 듀랑 저, Verso Books)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뤽 볼탄스키(Luc Boltanski)와 에브 치아펠로(Ève Chiapello)가 분석한 새로운 자본주의의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면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마련한 밝고 현대적인 건물이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 구글 본사는 요가 세션, 무료 레스토랑, 24시간 운영되는 체육관을 제공하며 우리의 꿈을 자극하고, 구글이 실현하려는 순수하고 열린 세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 환경은 프레데리크 로르동(Frederic Lordon)이 규명한 "신자유주의적 에피투모겐시스(neoliberal epithumogenesis)"에 의해 시작된 주관성 재구성을 잘 보여주는 예시다.
취업에 대한 욕망은 더 이상 단순히 임금을 통해 재화를 구매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 자체에 대한 욕망, 즉 일 안에서 그리고 일을 통한 '성취'와 '자아실현'에 대한 욕망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혁신적인 실리콘밸리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강조하며, 구글은 "각 개인이 언제든지 동료들과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의견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실제로 "구글러들을 돌보는 것"은 혁신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선순환, 상호 보완, 그리고 협력의 자유로운 상호작용에 충분한 여지를 남기는 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것을 끌어낼 가능성을 높인다.
자비에 니엘(Xavier Niel)은 파리의 스타트업 캠퍼스인 스테이션 F에서 이와 같은 혁신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창의적인 업무를 촉진하는 유연성은 1960년대의 반독재 반란을 떠올리게 하며, 이것이 업무의 새로운 모습이 될 수 있다고 믿게 만든다.
신스타하노비즘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여유로운 서부 해안 사무실에서 나온 화려한 수사와는 달리, 그들이 추진하는 조직 변화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노동의 긴장이 고조되고, 노동력 소비가 더 촘촘해지는 '노동의 응축' 현상을 언급하며 노동력 착취가 더욱 잔혹해질 가능성을 예견했다. 필리프 아스케나지(Philippe Askenazy)는 이를 신(新) 스타하노비즘(neo-Stakhanovism, 현대 사회에서 비슷하게 노동력을 극도로 압박하고 집중시키는 현상)이라고 부른다.
아마존(Amazon)이나 리들(Lidl) 창고, 콜센터, 대형 트럭 운전석,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정보 기술은 모든 유휴 시간을 찾아내고,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요구를 부과하며, 그들의 사생활 깊숙이까지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을 도입하고 있다. 음성 안내 시스템의 도입은 물류 노동자들이 직면한 증가한 제약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마존의 주문 선별자들은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중앙 컴퓨터와 직접 소통하며, 디지털 음성이 헤드폰을 통해 제공하는 단계별 지침을 따른다. 노동자가 매번 소포를 고를 때마다, 관련된 수량에 해당하는 숫자를 마이크에 대고 말해 이를 확인하며, 이 데이터는 그의 평가에 반영되어 생산성 보너스 수령 여부를 결정한다.
이 시스템은 매우 가혹하다. 한 노동자인 아서(Arthur)는 이 시스템을 처음 사용했을 때를 떠올린다.
난 거의 당장 그곳에서 도망쳐 나올 뻔했어! 정말 소름 끼친다고 생각했어. 솔직히, 약간 무섭기도 해... 그 목소리가 '반복, 이 단어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라고 하는데, 특히 처음에 제대로 못 하고 있을 때는 자꾸 목소리가 들려서 정말 미치겠더라고.
이 증언을 모은 사회학자 다비드 가보리오(David Gaborieau)는 음성 안내 시스템이 노동자가 자신의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크게 줄인다고 말한다. 가벼운 저항 방법이나 작은 반항은 이런 강압적인 상황에서 약간의 자유를 찾을 수 있게 해주지만, 개인과 집단의 자율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디지털 감시 체계
콜센터 업무의 발전도 이러한 기술 혁신이 업무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잘 보여준다. 2000년대 초반부터 경영진은 컴퓨터와 전화를 결합해 콜센터 직원의 활동을 더욱 정밀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첫째로, 자동화는 근무 시간을 훨씬 더 철저히 통제할 수 있게 한다. 노동자들은 근무를 시작할 때 로그인하고, 퇴근할 때 로그아웃하며, 휴식 시간은 자동으로 측정된다. 지각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휴식 시간은 즉시 관리자에게 보고된다.
게다가 컴퓨터화는 개인의 성과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기록하고 처리할 수 있게 하여, 맥락 없이 양적인 정보가 관리자에게 전달되며, 이는 노동자들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자료가 된다. 또한, 콜센터에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통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우리는 고객 서비스 부서에서 '품질 관리 목적으로 대화가 녹음될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익히 알고 있다. 이는 전체 통화 중 1~2%에서 발생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인 세인트(Sayint)는 단순한 샘플링 점검을 넘어서, '직원이 100%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모든 대화를 완전하게 녹음하고 분석한다. 알고리즘은 규칙이 준수되었는지 확인하고, 양측의 어조와 말투에서 감정을 모니터링하며 각 성과에 점수를 부여한다. 문제가 감지되면 즉시 관리자에게 보고된다.
이 기계들은 모니터링, 평가,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노동자의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맡게 된다. 이러한 발전은 노동조합에 많은 의문을 제기하며, 인사 부서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제공한다. 어쨌든, 이는 새로운 화목한 작업 공간이라는 캘리포니아식 꿈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혁신의 역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 개념을 통해 지난 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사상 중 하나를 제시했다. 마르크스의 뒤를 따르면서도 균형에 기반한 접근 방식에 반대하며, 그는 자본주의의 역동성이 경제 구조의 격동적인 변화 과정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의 엔진을 작동시키고 유지하는 근본적인 동력은 새로운 소비재, 새로운 생산 또는 운송 방식, 새로운 시장, 자본주의 기업이 창조하는 새로운 산업 조직 형태에서 비롯된다.”
실리콘밸리 합의에 학문적 토대를 제공하는 경제 성장 이론은 슘페터의 개념을 받아들여 이를 모델에 통합했다. 그들의 신념은 '혁신이 새로운 기술을 확산시키고 낡은 방법을 제거함으로써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오늘날 자본주의의 궤적은 역설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 기술의 발전 사례들은 혁신의 급증을 보여주며, 생산, 소비, 교환 방식에서 다각적이고 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요컨대, 자본주의의 활력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조짐들이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문제들이 있다. GDP 성장과 생산성은 둔화되고, 금융 부문의 비효율이 커지며, 불완전 고용이 계속되고, 환경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자본주의의 쇠퇴를 암시한다.
2000년대 이후, 혁신과 경쟁은 점점 더 낡아가는 생산 구조를 새롭게 하기 위한 공공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어, 기술과 경제 구조의 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인 기업들은 대부분 설립된 지 20년이 채 안 되었음에도 세계 주식 시장에서 상위권에 오르고, 20세기 대기업들을 앞지르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소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지배했던 상위 그룹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이러한 기술 혁신에도 자본주의가 더 활력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파괴적 창조
저명한 성장 경제학자 필리프 아기옹(Philippe Aghion)도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비록 마지못해 인정하더라도. 그는 프랑스 대학 콜레주 드 프랑스(Collège de France)에서의 취임 강연에서 특허에 대한 표준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 혁신은 양적일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왜 이러한 혁신의 가속화가 성장과 생산성에 반영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기옹의 대답은 '본질적으로 이것은 측정의 문제'라고 한다. 특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혁신은 통계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생산성과 성장의 측정에 관한 기술적 논의는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의 역동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 추세는 명확하다. 아기옹이 말하는 것과는 달리, 쇠퇴는 측정의 문제로 설명될 수 없다. 혁신의 영향을 다시 평가하더라도 생산성과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통계학자들이 디지털 혁신의 많은 효과가 시장 교환과 그에 따른 회계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키피디아는 백과사전 출판물의 생산을 대체하여 시장 생산을 줄인다. 구글, 소셜네트워크, 많은 앱들이 광고를 통해서만 상업화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광고 수익은 광고주가 소비하는 중간 비용으로 시장 생산 계산에 통합되지만,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직접적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사용자에게 큰 이익을 주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놀라울 수 있다. 그러나 통계학자들이 '비시장 생산의 이익이 시장 부문 생산성 둔화로 인한 전체적인 복지 감소를 보상하기에는 너무 작다'고 말하는 것은 옳다.
디지털 기술의 가장 강력하고 유용한 효과가 대부분 시장 경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현대 자본주의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증상 중 하나다.
물론 가격 체계 안에서 경제 활동의 질을 정확히 측정하는 데는 개념적, 실증적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2010년대의 침체는 단순한 통계 오류가 아니며, 시장 경제의 실제 역동성을 숨기지 않는다. 2008년 금융 위기와 그에 따른 거시경제적 충격, 만성적인 불완전 고용, 증가하는 부채 부담은 모두 더 깊은 문제를 나타낸다.
이 시점에서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개념을 뒤집어 '파괴적 창조'라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 경제 패러다임을 도입하려는 노력은 이전 단계의 사회적 관계 붕괴와 함께 이루어지며, 경제적 역동성이 그 물질적·정치적 조건을 유지하는 데 더 취약해지고 있다.
[출처] The Rise of Big Tech Is Generating Economic Stagnation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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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 듀랑(Cédric Durand)은 제네바 대학교의 정치경제학 교수이자 파리 노르 경제센터(Centre d’Économie Paris Nord)의 회원이다. 그는 『허구 자본: 금융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점유하는가』와 『실리콘밸리가 어떻게 기술 봉건제를 촉발했는가: 디지털 경제의 형성』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