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국가정책으로 시작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1970년대 전국 마을 곳곳마다 새마을 노래가 울려 퍼졌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 4월 22일 박정희 대통령이 전국 지방장관 회의에서 처음으로 ‘새마을 가꾸기’를 언급하면서 국가정책 차원으로 추진됐다. 내무부에 담당 부서가 설치되고 전국적으로 새마을운동을 총괄했다.
농촌 새마을운동은 주거환경 개선, 농가소득 증대, 농촌 주민의 의식개혁을 주요 과제로 전개됐다. 마을 길을 확장하고 지붕·담장을 개량하는 마을환경 개선 사업과 상수도, 마을회관 등 공동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소득증대를 위해 농로를 보수하고 농지와 하천을 정비하기도 했다. 나아가 종자 개량, 공동작업장 운영, 품앗이와 계를 장려하는 사업이 시행됐다.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새마을정신도 교육했다. 새마을정신은 근면, 자조, 협동이었다.
농촌에서 가시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 새마을운동은 1974년부터는 도시, 공장, 직장, 학교 등으로 확대돼 갔다.
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아카이브
공장에선 군대식 노동자 통제로
“공장새마을운동은 1973년 10월 상공부가 모든 기업인과 종업원의 총화를 위해 새생활 교육과 환경위생 정화운동 및 인간관계 개선사업 등을 필수사업으로 지정하고 생산성 향상, 품질관리 등은 선택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시작됐다.”(매일경제, 1973.10.31.)
한국노총은 공장새마을운동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새마을운동을 적극 지지했다. 한국노총은 1972년 5월 12일 ‘노총새마을운동선언식’을 개최하고 ‘새마을운동추진요강’을 산하 조직에 배포했다. 각 산별노조는 직장환경 가꾸기, 직장풍토쇄신, 지역 새마을 지원 등 다양한 이름으로 새마을운동을 전개했다. 한국노총의 ‘자발적’ 운동에 힘입어 정부의 공장새마을운동은 현장 깊숙이 침투했다.
공장새마을운동은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됐다. 그 핵심 줄기는 애사·애국주의에 기초한 생산성 향상이었다. 생산공정의 개선, 품질관리, 무결점운동, 에너지 절약, 기술혁신 등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한다며 공장마다 새마을분임조가 조직됐다. 10명 내외의 노동자로 구성된 분임조는 분임 토의를 진행했는데 애사심이 부족했다며 자신을 스스로 비판하게 했다. 상호 경쟁구도를 만들어 상벌제도를 통해 노동자를 통제하기도 했다. 결국 장시간 노동과 생산성 향상, 품질관리도 노동자가 해결한다는 이데올로기가 되어 애사심 속에 녹아들었다.
현장에서는 ‘근무기강 확립 운동’도 전개됐다. 애사심의 일환으로 “작업 중 잡담 안 하기, 꽁초 안 버리기, 안전모 안전화 착용하기, 표준 삭발하기, 인사 먼저 하기, 출근 일찍 하기” 등이 자발적으로 현장에서 벌어졌다.
두 번째는 교육이다. 새마을 교육은 군대식 집단훈련으로 진행됐다. 새벽 5시 기상해 복지! 실천! 구호를 외치며 5km를 구보하고 일과를 시작했다. 조국과 나는 공동운명체임을 확신한다는 구호도 일사불란하게 외쳤다. 참여자들은 수료식에서 비장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외부 강사를 초청해 ‘국제정세와 우리의 안보’, ‘국난극복사’, ‘정신보안과 인구문제, 북한 실정과 대남전략’, ‘국가발전과 여성의 역할’, ‘한국 경제발전과 우리의 자세’, ‘새마을운동의 성공사례’ 등도 교육했다.
더욱 교묘해진 통제정책은 계속된다
박정희 정권은 교육을 통해 노동자들 스스로가 조국 근대화에 앞장서는 ‘산업역군’으로 인식하기를 강요했고 나아가 10월 유신을 안정화하려 했다. 1973년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새마을 노래 가사 속에 10월 유신의 정신이 함축되어 있다며 “10월 유신이 곧 새마을운동”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경향신문. 1973.1.12.) 자본가들은 새마을정신을 ‘종업원을 가족처럼, 공장일을 내 일처럼’이라는 구호에 담아냈다.
1980년 12월 전두환 신군부는 새마을운동중앙본부 창립총회를 열고 기존의 새마을운동 단체를 통합해 앞으로 민간 주도의 범국민 자율운동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1980.12.1.) 그러나 새마을운동은 여전히 더욱 교묘하게 진화해서 이름만 바뀌어 소환되고 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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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는 노동자역사 한내 연구원이다.참세상은 이 글을 한내와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