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지지 나선 미국 노동계
노동계 지도자들이 연이어 민주당 전당대회 월요일 밤(8월 19일) 무대에 오른 다음 날 아침, 시카고 교원노조(CTU)의 스테이시 데이비스 게이츠 위원장은 낙관적인 기분이었다.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이 전당대회 개막을 위해 단상을 가로질러 걸어 오자 그녀는 중학교 교사이자 노동 조직가였던 그의 배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에이프릴 베렛 서비스직원국제노조(SEIU) 위원장이 시카고 노동계에 뿌리를 둔 것을 기억하는 것은, 마치 팀 왈즈 주지사의 고등학교 교사 시절을 회상하는 것처럼 CTU 지도자에게도 감동을 주었다.
"저녁 내내 초현실적으로 느껴졌다."라고 게이츠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더 나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카멀라 해리스는 우리가 싸우면 이긴다고 말한다. 우리가 참석하는 모든 노동 집회에서 그 말을 듣는다. 그것은 우리 투쟁의 중요한 상징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 나라에서 지키고자 하는 민주주의는 우리가 연대하고, 조직하고, 다수를 위해 싸울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이 내가 월요일 밤에 느꼈던 바다.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한 이 투쟁에서 진보 진영이 조직된 노동과 함께 '플랫폼'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은 이날 밤 가장 인상 깊은 연설 중 하나를 선보였는데, 전면에 "TRUMP IS A SCAB(트럼프는 딱지)"라고 적힌 밝은 빨간색 UAW 셔츠를 입고 연설했다. ('딱지'는 노동 운동에서 파업 중인 노동자들의 자리를 대신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경멸적인 표현. 배신자, 노조파괴자 등의 의미로 쓰임) 도널드 트럼프가 페인의 해고를 요구한 지 한 달, 그리고 트럼프가 2023년 노조의 역사적인 스탠드업 파업을 고의적으로 약화시키려 한 지 1년 만에 전직 대통령을 겨냥한 이 발언이 나온 것이다. 트럼프를 노동자 계급에 적대적인 반노동 인물로 규정하려는 페인의 노력은 민주당에 승리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한편에는 노동계급과 어깨를 나란히 해온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가 있다"라고 페인은 자신이 민주당 전당대회의 최고 무대에서 UAW의 100만 명의 현역 및 은퇴 조합원을 대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른 한편에는 오직 자신만을 위해 봉사하는 억만장자 계급의 하수인인 트럼프와 밴스(JD Vance)가 있다. 따라서 노동 운동에 종사하는 우리에게는 정말 간단하다. 카멀라 해리스는 우리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노동자 계급을 위한 투사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는 '배신자'다."라고 말했다.
"TRUMP IS A SCAB" 티셔츠를 입고 연설하는 숀 페인 UWA 위원장. 출처 : UWA 공식 페이스북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를 가득 메운 수만 명의 민주당 전당대회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트럼프는 딱지다! 트럼프는 딱지다!" 이 구호는 빠르게 확산되었고, '딱지'라는 말은 끔찍한 쥐인 딱지를 연상시키며 수많은 파업과 보이콧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는 오래된 수치심을 상징하는 것이며, 트럼프가 이를 떼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의 첫날 밤은 상당 부분 공화당이 노동 계급의 선의를 주장하려는 시도에 대한 대응이었다. 6명의 노동조합 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조직 노동의 공화당 지지에 대해 공동 연설을 했다. 리 손더스 AFSCME 회장, 에이프릴 베렛 SEIU 회장, 브렌트 부커 LiUNA 총회장, 케니 쿠퍼 IBEW 국제 회장, 클로드 커밍스 주니어 CWA 회장, 리즈 슐러 AFL-CIO 회장 등이다. (팀스터스(Teamsters)의 숀 오브라이언 회장은 눈에 띄게 불참했다. 팀스터스 대변인은 허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노조가 오브라이언에게 전당대회에서 연설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두 가지 경제 비전에 관한 것이다. 하나는 가족들이 월급에서 월급으로 살아가고, 사람들이 노조에 가입할 권리가 없는 경제, CEO에게는 꿈이지만 노동자에게는 악몽인 경제다."라고 슐러는 설명했다. 또한 "또 하나는 식료품, 처방약, 주택 비용을 낮추는 기회 경제다. 우리는 대형 제약사, 기업 건물주, 가격 폭리 업체들을 추격할 것이다. 더 이상 남성의 일자리, 여성의 일자리, 또는 도널드 트럼프가 말하듯 '흑인의 일자리' 같은 것은 없다. 단지 좋은 노조 일자리가 있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IBEW의 케니 쿠퍼는 열광적인 관중들로부터 길고 낮은 "쿠우우우!"라는 환호를 받으며 연단에 올랐다. 그는 해리스에 대해 "그녀는 미국 전역의 잊혀진 지역에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에서 IBEW의 연금 플랜을 보호하기 위해 중요한 한 표를 던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녀는 전국적으로 우리의 견습생들을 일으켜 세웠고, 아시겠는가? 그녀는 '노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노동자적인 연설이 끝난 후 이어진 대화에서 분위기는 압도적으로 고무적이었다. 수십 년 동안 크게 후퇴했던 운동이 다시금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는 61세입니다"라고 UCLA 노동학 교수인 빅터 나로는 말한다. 그는 "내 생애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가장 친노조적인 행정부였다. 실제로 피켓 라인을 걷는 대통령이 나오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저는 카멀라 해리스 행정부가 노동자 계급과 노동 운동을 진정으로 우선시하는 행정부가 되길 바란다.“고 목소리 높였다.
모순 가득한 민주당
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계급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연설에 교묘하게 삽입된 노동자 계급 이미지와 전 국민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준 뚜렷한 경제 조치에도 민주당은 여전히 기업과의 오랜 유착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친노동 연설이 열린 지 불과 24시간 후, 민주당은 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CEO 케네스 슈노를 환영하며 해리스의 친기업 및 친노동자 입장을 설명하는 발언을 했다. 민주당은 우버(Uber)의 최고 법률 책임자 토니 웨스트를 무대로 초청해 간단한 발언을 들었다. 해리스의 처남이자 해리스 캠프의 무보수 고문이기도 한 웨스트는 2008년 모기지 위기 이후 월스트리트 엘리트들이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과, 전국적으로 공격적인 반노동자 활동을 펼친 우버의 역할로 인해 노동자들의 적으로 여겨졌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주와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의 유권자들이 수년 동안 주 차원에서 최저임금 인상안을 성공적으로 통과시켰음에도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의회에 전국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지 못했다. 한편, 바이든은 노사 분쟁에서 노조에 유리한 결정적인 판결을 내린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를 임명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친노조적인 대통령으로 꼽히는 바이든은 2023년에 UAW 피켓 시위를 벌이며 역사를 만들었고, 그 전 해에는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을 중단시키는 데 도움을 주어 대다수 미국 대통령들이 역사적으로 해온 기능을 유지했다. 2년간의 협상과 무계약 근무 끝에 철도 노동자 노조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지지와 표를 결집하기 시작했다. 대신, 1926년 제정된 철도노동법의 권한에 따라 바이든은 대통령 비상 위원회를 임명하여 양측이 재협상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많은 노동자들이 원했던 노동 투쟁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UAW(전미자동차노조) 역시 '투쟁하는 노조'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숀 페인은 자신을 조합원의 고용주들과 적대적인 관계로 묘사하지는 않지만, 그는 분명히 협상력을 믿고 이를 모두를 위한 승리를 이끌어내는 데 집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조합원들의 수개월간 내부 조직화의 결과로 UAW가 공개적으로 휴전을 지지하기로 한 결정은 새로운 활력 넘치는 전선을 만들어냈다. UAW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이 메인 무대에서 발언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언커미티드 캠페인(Uncommitted Campaign)의 요구를 지지하면서 중요한 지지 세력으로 나섰다.
"우리가 평화를 원한다면, 진정한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의 연설을 오늘 밤 전당대회 무대에서 들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UAW는 성명에서 밝혔다.
"만약 우리가 가자에서의 전쟁을 끝내고 싶다면, 눈을 감거나 민주당 내 팔레스타인계 미국인들의 문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평화를 원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원하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민주당은 오늘 밤 DNC 무대에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의 목소리가 들리게 해야 한다."
UAW의 전쟁 중단 지지와 팔레스타인을 전당대회 무대에 세우려는 언커미티드 캠페인에 대한 지지는, 노동과 외교 정책을 별개의 문제로 보는 민주당과 충돌할 수 있다. 결국 민주당은 팔레스타인 연사를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다.
페인은 또한 노동계가 2028년 5월 1일에 맞춰 계약 날짜를 조정해, 산업 전반에서 노동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노동계급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메이데이는 해리스-왈츠 행정부 하에서 열릴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의 분위기를 보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확실히 친노동적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해리스-왈츠 행정부도 그 길을 따를 것이다.
"노동 친화적인 백악관이 있으면, 특히 총파업 같은 행동을 요구할 때 큰 도움이 된다."라고 나로는 말한다.
출처 : 민주당 공식 페이스북
해리스-왈츠 행정부가 트럼프-밴스 행정부보다 노동자들에게 더 나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는다. 트럼프-밴스 행정부는 대규모 노동 저항에 적대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로는 해리스-왈츠 행정부가 파업권을 지지하고, 고용주들이 노동자들과 합의하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노동 운동의 입장에 따라 친노동자라는 개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친노동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고용주와 대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고용주를 노동의 필수 파트너로 여기면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친노동자가 되는 것은 대기업에 맞서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고용주와 대립하면서도 노조의 힘을 활용해 친노동적인 승리를 쟁취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역사적으로도 노동 운동은 어느 한쪽에 서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문제는 민주당과 향후 해리스-왈츠 행정부가 어떤 형태의 노동운동을 받아들일 것인가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바라는 부흥된 노동운동이 어떤 모습일 것인가이다.
[출처] Class and Gaza Contradictions on Display at the DNC as Harris Looks to Labor to Defeat Trump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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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키 제르맹(Zaki Germain)는 저널리스트이자 시인이다. 그녀는 퍼거슨 항쟁을 다룬 데뷔 시집인 Bittering the Wound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