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총알의 신화

총알로 파괴할 수 있는 건 없다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암살을 시도한 범인의 동기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많지 않지만한 가지 확실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를 죽이려던 범인은 자신의 총알이 역사의 흐름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생각은 세상을 바꾼 국가 영웅의 이야기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더 나은 시민이 되라고 권유하는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다정치 지도자를 살해하면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는 살인범의 믿음은 이 잘못된 원칙에 기반한 것이다.

출처: Unsplash, Will Porada

'위인론'은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존재해 온 오래된 이론이다모든 고대 서사시전설사가문헌은 인간 역사의 큰 변화국가제국시대의 흥망성쇠를 상징하는 영웅을 중심으로 전개된다이러한 이야기는 위험하고 알 수 없는 자연 세계에서 조상들에게 위안을 주었다과학과 기술이 세상의 많은 비밀을 밝혀냈어도우리는 여전히 이런 영웅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이해하려 한다고대 조상들처럼 우리는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파악하며항상 빛나는 영웅의 이미지에 의존하고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이해하려고 할 때 가장 큰 실수는 이러한 우화를 현실과 혼동하는 것이다버틀러의 암살자처럼 총알 한 발로 망가진 나라를 고칠 수 있다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윤리 수업을 시작할 때 흔히 묻는 질문은 "히틀러를 요람에서 질식시킬 기회가 있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까?"이다대부분의 대답은 한 번의 끔찍한 살인과 히틀러의 희생자 수백만 명을 비교하려 한다그러나 히틀러를 한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질병의 상징으로 볼 때 이러한 계산은 달라진다. 20세기 중반 독일 팽창주의의 부상을 막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악랄하고 비도덕적인 1차 대전 참전 용사들이 질식해야 했을까?

정치 암살자들은 항상 자신이 죽이는 인물이 암울한 미래와 밝은 미래 사이의 문에 서 있다고 믿었다로마 원로원 의원들은 카이사르의 등에 칼을 꽂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부스는 링컨을 쏜 후 "영원한 폭군"이라고 외쳤다레온 촐고츠는 매킨리 대통령을 "선량한 국민즉 노동자의 적이기 때문에죽였다고 유언을 남겼다카이사르의 살해는 로마 공화국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했고링컨의 죽음은 노예 해방을 막지 못했으며, 매킨리의 암살은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우리가 영웅을 역사의 창조자로 숭배하는 이유는 이것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이는 소수의 개인이 부를 소유하고 지배하는 사회 시스템을 정당화하며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로 만들어준다옛날 모닥불 주위에서 들려주던 영웅들의 이야기는 세상에 시작과 목적이 있으며 그저 혼돈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었다이런 기능은 역사가와 전문가들이 과거와 미래를 질서 정연하게 보이도록 하는 데 이용되었다.

궁극적으로 무질서한 인간 상호 작용의 연속에 인간이 만든 질서라는 개념을 전제하지 않고 어떻게 역사를 쓸 수 있을까행동의 모든 뉘앙스를 포착할 수 있는 동사가 충분할까사람들이 행동할 때 그들의 마음 상태를 설명할 형용사는 충분한가?

트럼프는 영웅도 반영웅도 아니다그는 우리가 격변하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편리한 이야기일 뿐이다트럼프가 대통령직의 황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지 않았더라도 몇 세대를 내려온 불만을 품은 백인들의 분노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을 만들었을 것이다.

MAGA 운동의 뿌리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당시에는 포퓰리스트들이 평등을 주장하며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 했지만많은 백인들은 이러한 변화에 반발했다또한국내외 경제 경쟁이 격화하면서 사회는 더욱 불안정해졌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사회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빨라졌고많은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영웅적인 이야기와 확실성을 찾고자 했다.

트럼프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부재가 심화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존재다미국 민주주의는 시민 다수가 자신의 권한 박탈을 반성 없이 받아들이는 시스템에 의존해 왔다애국주의미디어 독점실질적 경제적 이익은 바쁘게 움직이는 진보 개혁가뉴딜 정책의 기술자냉전주의자들의 저변에 깔린 권위주의에 대한 이해를 흐리고 마취시켰다.

21세기에 들어 신자유주의 정책과 통신에 대한 독점적 통제의 붕괴가 결합되면서 지식과 안정을 제공하던 메커니즘이 혼란에 빠졌다그 결과권위주의에 대한 해답으로 MAGA와 같은 더 많은 권위주의를 지향하는 운동과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운동이 생겨났다트럼프는 이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되면서역설적으로 민주주의의 신화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MAGA는 정치 운동인 동시에 문화 운동이다모든 문화 운동과 마찬가지로불안한 사람들불만을 가진 사람들소외된 사람들에게 공동체인정소속감을 찾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며 성장한다성공적인 정체성 형성과 마찬가지로자신에 대한 일관된 이해와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약속한다. (MAGA와 맞서는 사람들 역시 '민주주의'라는 빛나는 이상에 주목하며 공동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근본적인 변화 없이 단결할 수 있는 애매모호한 개념이다.) 이런 것들은 총알로 파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출처] The Myth of the Magic Bullet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티모시 F. 메서 크루즈(Timothy F. Messer-Kruse)는 미국 노동사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미국 역사학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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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암살 미국 트럼프 총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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