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스트가 이끄는 정부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등장했거나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유럽국가 여러 곳에서 파시스트가 정부를 이끌고 있다. 프랑스도 이 목록에 추가될 뻔했으며, 이는 이탈리아에 이어 파시스트 정부를 가진 두 번째 주요 유럽 강국이 등장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었을 것이다. 프랑스는 히틀러와 악명 높게 협력했던 마샬 페탱(Marshal Pétain)이 이끄는 비시 정부(Vichy Government, 나치와 협력한 정부) 이후 처음으로 파시스트 정부를 갖게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점령 나치에 맞서 영웅적인 레지스탕스 투쟁을 벌였고 항상 매우 강력한 좌파와 노동조합 운동을 가진 나라에서 이것은 비극적인 반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중단되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조기 총선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라운드에서 승리한 것은 신인민전선(NFP)이다.
대기업에 반대하는 척하는 파시즘
지금 왜 파시즘이 출현하는가. 파시즘은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 대기업들이 파시스트 세력과 손잡고 소수자들에 대한 증오를 퍼뜨리는 방법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해서 대기업들은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모든 것을 제거하려고 한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때도 그랬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장기간의 침체와 위기에 접어든 지금에도 일어나고 있다.
한 가지 수치만 인용하자면, 2023년 유럽 지역(19개국으로 구성)의 1인당 실질 총처분소득(정부 세금과 보조금을 고려한 가계 소득)은 2008년보다 6.4% 높아지는데 그쳤다. 이 자체로는 미미한 증가였다. 하지만 여기서 두 가지 추가 사항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 '가구'라는 용어에는 부유한 가구와 가난한 가구가 모두 포함되므로 이 기간동안 발생한 소득 불평등의 증가를 감안할 때 대부분의 인구의 1인당 실질 가처분 소득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소규모 자본가와 소규모 생산자가 소유한 기계나 건물 같은 자산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것은 이 가계 총 소득 수치에서 빼지 않았다. 이 그룹의 가계 총 소득에 대한 이러한 감가상각의 비율은 2008년보다 오늘날 더 높을 가능성이 높다(오늘날 자본-산출 비율이 감소한 것은 용량 활용률 때문임). 따라서 대부분의 인구의 1인당 순 가계 가처분 소득도 거의 증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파시즘이 활용하는 사람들 사이의 분노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하에서 경제 침체가 초래하는 생활 수준의 압박 때문에 발생한다.
대기업과 파시스트 세력은 여러 방법으로 손을 잡는다. 파시스트는 사람들의 분노를 이용하기 위해 처음에는 대기업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히틀러가 그렇게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밀리에, 또는 때로는 공개적으로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이 권력을 잡으면, 대기업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대기업에 반대했던 자신의 지지자들을 잔인하게 제거한다.
인도는 여기서 예외다. 인도의 파시스트적 요소는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증오를 퍼뜨리고 있을 때조차도 대기업, 특히 일부 새로운 독점 자본가와의 친밀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프랑스 파시스트는 대기업에 반대하는 소리로 시작했다. 프랑스 파시스트 지도자인 마린 르펜(Marine Le Pen)은 신자유주의에 매우 반대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래서 그는 그리스의 시리자(SYRIZA) 정부가 금융 자본의 압력에 굴복했을 때 그것을 '배신'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의 당은 프랑스 미디어 재벌이자 억만장자 투자자인 뱅상 볼로레(Vincent Bolloré)의 전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프랑스 선거 전날, 그의 당의 총리 후보인 조르당 바르델라(Jordan Bardella)는 금융 자본금융 자본을 더 받아들이기 위해 이전의 공약을 철회했다.
이탈리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파시스트의 지도자인 조르지아 멜로니(Giorgia Meloni)는 전임자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와는 다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드라기는 신자유주의 일색의 정책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멜로니도 집권하자 이전의 약속을 철회하고 금융 자본의 충실한 동맹이 되었다.
전쟁에 반대하는 척하는 파시즘
유럽 파시스트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도 비슷한 후퇴가 있었다. 유럽 노동계급은 전쟁에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인해 연료 가격이 상승하고,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그들은 평화로의 복귀를 원한다.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파시스트들은 처음에는 전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지만, 그들이 집권하자 그들은 미국 제국주의 노선을 따라갔고, 그들이 대체한 자유주의 부르주아 정당들이 했던 것과 똑같았다. 이것이 멜로니가 한 일이며, 이것은 또한 바르델라가 선거 직전 프랑스에서 했던 일로, 평화를 지지한다는 공언에서 후퇴했다.
간단히 말해서, 소수 집단에 대한 증오를 퍼뜨리고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는 파시즘은 노동계급에 대해 사기를 저지르기도 한다. 경제 정책이든 우크라이나 전쟁이든 자유주의 부르주아 정치 조직과 다르다는 주장은 엉터리다. 이슬람 혐오와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을 조장하는 면에서는 자유주의 조직보다 훨씬 극우적이다. 그러나 평화와 전쟁 문제, 경제 정책에서는 자유주의 조직과 다르지 않다. 노동계급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다르게 보이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러한 거짓된 행동은 좌파의 주요 계층이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책임을 포기하고 대신 부유층의 이익을 따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인해 노동계급이 인플레이션의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독일에서는 사회민주당뿐만 아니라 좌파 정당도 미국의 제국주의를 지지하고 있다.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사흐라 바겐크네히트(Sahra Wagenknecht, 독일 좌파당(Die Linke)의 정치인)가 이끄는 평화를 지지하는 좌파 분파도 유럽의 많은 좌파들이 그렇듯 신자유주의를 따르고 있다. 이는 파시스트들이 노동계급을 속이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유럽에서 파시즘은 좌파의 주요 계층이 노동계급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좌파의 정책이 파시스트의 성장을 막는다
하지만 프랑스는 달랐다. 좌파는 힘을 모아 새로운 인민전선을 결성했고,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경제 정책을 채택했다. 이전에는 권력에서 파시스트를 멀어지게 하려는 공통의 욕구가 대안적인 경제 정책과 결합하지 못해 파시스트가 성장했다. 마크롱이 이를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고 산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자 노동자들은 점점 더 마크롱을 싫어하게 되었다. 마크롱의 인기가 떨어지자 사람들은 파시스트가 마크롱의 경제 정책을 반대하는 주요 목소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2차 세계 대전 동안 유일했던 반파시스트 프로그램은 전쟁을 끝내는 것이었다. 대안적인 경제적 의제는 필요 없었다. 전쟁 중에 효과적이었던 이런 반파시스트 전선은 전면전이 진행 중이 아닌 현재 상황에서는 역효과로 나타난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의제를 제시하지 않고,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가 조장하는 지역 전쟁에 완전히 동의하는 반파시스트 세력의 단순한 결합은 아무리 단기적으로 효과적일지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파시스트의 기회를 높이는 역설적인 효과를 낳는다.
물론 유럽 좌파의 일부는 유고슬라비아 폭격에 동의한 이후 오랫동안 제국주의를 지지해 왔다. 이런 입장은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자유주의 지지로 이어진다. 파시스트가 독점 자본과 동맹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신자유주의는 이들을 평화와 해방의 지지자로 보이게 한다. 그러나 프랑스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려는 좌파의 정책이 파시스트의 성장을 막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주었다.
[출처] Halting the March of Fascism in Europ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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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서 가르쳤다. 참세상은 이 글을 동시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