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독립성. 이는 경제 이론에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주제다. 일부 사람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경제 성장에 해를 끼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화폐의 정치적 개입을 막아 경제에 안전장치를 제공한다고 본다. 특히 유럽연합 내에서 현재도 뜨거운 이슈인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수 세기에 걸친 논쟁을 돌아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 출처 : Mika Baumeister, Unsplash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이 금리를 신중하게 인하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중앙은행을 정치권이 다시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립성의 위기?
미국의 유머 작가 윌 로저스(Will Rogers)가 "인류 역사상 세 가지 위대한 발명은 불, 바퀴, 그리고 중앙은행"이라고 말한 것은 과장이겠지만, 중앙은행이 현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오늘날 중앙은행의 역할은 로저스가 살던 시대보다 더욱 중요해졌다. 1668년에 설립된 스웨덴 중앙은행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은행으로, 최초로 지폐를 발행한 기관이라는 타이틀을 자랑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중앙은행의 대표적인 기관은 1694년에 설립된 '스레드니들 가의 노부인(Old Lady of Threadneedle Street)'으로 불리는 영국은행(Bank of England)이었다.
중앙은행은 법적 화폐 발행 특권을 가지고 있으며, 금융 위기 시 최종 대부자 역할을 통해 '은행들의 은행'으로 기능한다. 19세기 동안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그들의 주요 임무인 화폐 안정성을 완벽히 수행해 왔다. 이는 《리트레 사전(Littré)》이 상기하듯,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오직 의학적 의미로만 사용되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인플레이션 위기의 유산
한편, 같은 시기에 미국은 중앙은행 없이 1837년부터 살아왔다. 당시 대통령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은 기업가 정신과 중앙집권화된 기관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중앙은행을 폐지했다. 그 결과, 미국은 은행 공황(bank run)과 은행 파산의 주기를 겪었다. 1907년 대규모 금융 및 은행 위기가 발생한 후에야 미국 의회는 1913년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 중앙은행 제도(Central Banking)는 개발된 국가들에서 점점 더 독립성과 권력을 강화해 왔다. 이는 정치가들이 통화의 안정성을 선거 일정에 맞춰 희생시키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그들의 구매력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경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1948년 설립된 독일 중앙은행(Deutsche Bundesbank)이다. 이 은행은 1923년의 초인플레이션과 제2차 세계대전 후의 혼란을 막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1951년에 최초로 법적으로 독립성을 인정받았다. 독일 중앙은행은 1999년 유로화로 통합되기 전까지 독일 마르크(deutschemark)를 강력한 통화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가격 안정의 임무
다른 지역에서는 1970년대 인플레이션의 기억이 중앙은행 독립으로 이어졌다. 프랑스은행(Banque de France)은 1994년에, 영국은행(Bank of England)은 1997년에 공식적으로 독립하게 되었다.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중앙은행의 주된 임무가 물가 안정으로 명확히 설정되었으며,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넘지 않는 것이 점차 표준이 되었다. 성장 지원 역시 명시적으로 언급되긴 했지만,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오르도자유주의적(Ordoliberal) 틀이 점차 자리 잡았다. 이는 기업가 정신과 사유 재산의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제도적 규제를 받는 경제 구조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통화 정책은 더 이상 중앙은행 총재의 직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테일러 준칙(Taylor Rule)과 같은 규칙에 기반한 복잡한 기법으로 발전했다. 테일러 준칙은 금리를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실제 인플레이션, 그리고 생산 격차에 연동시키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엄격한 규칙들이 더 유연한 원칙으로 전환되고 있다.
국민 대표에게 보고하는 의무
오늘날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법적, 제도적, 그리고 도구적 측면에서 보장된다. 즉, 중앙은행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통화 정책을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독립성에는 중앙은행 수장의 개인적 측면도 포함되는데, 이들은 실용주의, 경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대표인 정치인들에 의해 임명되며, 장기적이고 해임 불가능한 임기를 보장받는다. 또한 중앙은행은 예산상 독립되어 있어, 국가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된 채 오히려 정기적으로 국가에 배당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이들이 통화 시스템의 최상위에서 막대한 권력을 행사하는 만큼, 이에 대한 엄격한 책임도 따른다. 중앙은행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화폐에 대한 결정을 각국의 대표자들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 수장은 미국 의회나 유럽 의회와 같은 국민의 대표 앞에서 정기적으로 청문회를 갖는다. 다만, 공공 권력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도 받을 수 없고, 이를 요구할 수도 없다는 금지 조항이 항상 적용된다.
비밀의 시대
중앙은행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독립성을 확보하고 자신들의 전략과 도구를 다루는 능력을 키워왔지만, 여전히 대중에게 투명하게 소통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밀의 시대는 확실히 끝났지만, 회의록 공개 여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은 회의 후 4주가 지나야 간략한 요약을 공개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3주 후에 공개한다. 이를 통해 관측자들은 그들의 분석이 경제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21세기 초반에 일어난 두 차례의 주요 시스템 위기, 즉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와 2020년 코로나 위기에 직면하여, 중앙은행들은 수 세기에 걸쳐 이어진 통화 정책의 원칙을 대대적으로 재검토해야 했다. 특히, 그들은 사상 처음으로 기준 금리를 제로로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중앙은행 역할의 확장
두 차례의 심각한 세계 대공황을 피하기 위해 중앙은행들은 대규모 통화 발행을 단행하고, 자산 규모를 대폭 늘렸다. 또한, 입법자들은 대규모 금융 위기에 대비해 중앙은행에 대형 은행의 감독 역할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2014년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에 130개 유럽 주요 은행들의 감독권을 부여했다. 이러한 은행들은 시스템적 은행으로 불리며, 금융 위기나 파산 시 유로존의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은행들이다.
유럽은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ilicon Valley Bank)과 같은 은행 파산을 피할 수 있었으며,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미국에서 은행 규제가 완화된 것과 달리, 스위스의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와 같은 상황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규제의 완성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케고스(Archegos)와 FTX 사건은 전 세계 금융 자산의 절반, 즉 218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차지하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 여전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그림자 금융의 성장은 강화된 은행 시스템 규제의 한 결과이기도 하다.
새로운 논쟁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특히 프랑스 은행들은 은행 부문의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신기술과 블록체인의 발전은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화폐 도입을 연구하게 만들었다. 유럽에서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 유로는 무료, 간단하며,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결제 수단이 될 수 있으며, 파산할 수 없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통화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의 가속화는 2020년부터 중앙은행들이 탈탄소화를 통화 정책에 통합하도록 만들었다. 유럽중앙은행은 은행 대출을 위한 담보에서 녹색 자산과 갈색 자산을 구분하기 시작했으며,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투자로 자금을 유도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두 가지 유해한 비판
중앙은행들은 항상 정치권으로부터 비판받아왔지만, 2020년 인플레이션 재발과 금리 급등 이후 그 비난이 더욱 격화되었다.
미국에서는 2017년에 자신이 임명한 연준(Fed) 의장을 도널드 트럼프가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그는 연준이 민주당을 편애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사업 성공이 연준 이사회의 분석보다 자신의 직관이 더 낫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4년 4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유럽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중심의 임무가 이제 구식이라며, 여기에 성장과 탈탄소화 목표를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이미 존재한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응하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수십 년간 시행된 통화 정책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그러나 유로존에 가장 위험한 공격은 ECB가 보유한 공공 부채의 완전한 취소를 요구하는 이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2024년 현재, ECB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국가 부채 25%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유럽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 조약은 공공 부채의 화폐화를 금지하고 있으며, 따라서 부채 취소는 더욱 금지된다. ECB는 2020년 위기 당시 국채 매입이 예외적 조치였으며, 발행 시점이 아닌 이차 시장에서 이루어졌음을 설명했다.
집단적 망각
전간기(두 차례의 세계대전 사이) 초인플레이션과 1970년대 인플레이션의 교훈은 점차 잊히고 있지만, 레바논의 최근 경제 붕괴, 튀르키예 중산층의 구매력 하락, 그리고 헝가리에서 급등한 물가가 가장 가난한 계층에 큰 타격을 주는 상황은 정치인들, 특히 포퓰리스트들에게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플레이션에 집중하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도 가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 조건이다. 비록 충분한 조건은 아닐지라도, 이것이 없으면 경제 안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출처] À quoi sert l’indépendance des banques centrales ? (theconversation.com)
[번역] 하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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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피셰(Éric Pichet)는 KEDGE 경영대학원 자산 및 부동산 전문 석사 과정 교수 및 책임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