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으로서의 무역 관세: 논쟁

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는 베이징대학교 관화경영대학원(Guanghua School of Management)에서 금융학을 가르치는 미국인 교수이자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의 비상주 선임 연구원이다그는 중국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역 및 투자 트렌드와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여러 국가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한 이후페티스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합의와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그는 때에 따라 관세가 특정 국가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에도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930년대와 달리현재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소비하고 있으며그 차이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이 경우, (적절히 시행된관세는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Smoot-Hawley Tariffs)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소비에 세금을 부과해 생산을 보조함으로써현대의 관세 정책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수요를 재조정할 것이다이는 미국 GDP 증가로 이어지고고용 증가임금 상승부채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결과적으로 미국 가계는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더라도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설명한다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무역 계정과 더 개방적인 자본 계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근린궁핍화 정책(beggar-my-neighbor policies, 타국을 희생시켜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정책)’을 시행하는 무역 파트너들의 초과 생산을 자동으로 흡수하는 구조다미국은 최후의 소비자’ 역할을 해왔다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는 목적은 이 역할을 취소하는 데 있다그렇게 되면 미국 생산자들이 외국 생산자들의 필요에 따라 생산을 조정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따라서 이러한 관세는 단순하고 투명하며 폭넓게 적용되어야 한다(다만자국 내 무역 균형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는 무역 파트너는 예외로 둘 수 있다). 목표는 특정 제조업 부문이나 국가적 챔피언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미국 경제의 과소 생산-과소 소비’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다.”

페티스는 관세가 소비에 대한 세금이기는 하지만반드시 미국 소비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미국 가계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이기도 하다생산을 지원하는 정책은 미국인들이 더 많이 생산하도록 만들 것이고더 많이 생산할수록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다.” 예를 들어미국이 전기차(EV)에 관세를 부과하면미국 제조업체들이 국내 전기차 생산을 늘릴 동기를 얻게 되고결국 미국 내 총 상품 및 서비스 생산이 증가할 것이다이렇게 되면 미국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지고임금 상승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그 결과관세로 인해 초기 가격이 오르더라도 임금 상승 효과가 이를 초과하면서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더 나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는 중국이 전기차(EV) 산업에서 미국과 EU에 한참 뒤처져 있던 상황에서 불과 10년 만에 세계 최대이자 가장 효율적인 전기차 생산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직·간접적인 관세 덕분이었다고 주장한다따라서 관세가 소비 중심에서 생산 중심으로 경제를 재조정하는 데 있어 반드시 가장 효율적인 정책은 아닐 수도 있지만오랜 역사 속에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그는경제학자들이 관세의 작동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매우 무지하거나혹은 의도적인 왜곡이라며, 모든 관세를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주류 경제학자들이 무역 논쟁을 얼마나 이념적으로 접근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페티스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자주류 신고전파 및 케인스학파 경제학자들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국제 무역 분석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케인스학파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페티스의 주장이 대부분 틀렸다고 평가했다.

케인스학파 경제 블로거 노엘 스미스도 페티스의 주장을 비판했다페티스는 값싼 중국산 수입품이 미국 내 생산을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스미스는 정말 그런가기본적인 경제 원칙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행동을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강한 회의를 표했다.

또한 그는 트럼프가 첫 임기 동안 시행한 관세 정책은 페티스의 주장처럼 미국 내 생산을 증가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실제로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한 이후 미국의 산업 생산은 오히려 감소했다.

게다가 무역 적자는 전혀 감소하지 않았다.

페티스는 관세 정책의 영향을 논하면서 다른 요인들특히 미국 달러의 환율 변동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관세 부과에 대한 반응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관세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가 부분적으로 상쇄되었다또한관세로 인해 단순히 가계만이 더 비싼 수입품을 구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미국 제조업체들도 부품과 원자재 비용이 많이 증가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신고전파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도 페티스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마이클 페티스의 실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그는 마이클 페티스는 기본적인 국제 경제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페티스는 관세를 반소비적이지만 친생산적인 정책으로 설명하지만사실 관세는 전체적으로 반생산적이다그의 주장은 경제학 전공 학부생이라면 쉽게 반박할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실제로 실증적 연구 결과를 보면관세가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1963년부터 2014년까지 151개국의 거시경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관세 인상은 경제적으로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 둔화와 연관이 있었다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무역 전쟁이 세계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는 정당하다.”

페티스의 논리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첫째그는 수입 관세가 도입되면 미국 내 제조업체들이 수입품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생산을 늘릴 것이고이로 따라 고용과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둘째세계 경제의 문제는 무역 및 국제 결제의 불균형에 있으며미국이 대규모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중국과 독일 같은 수출국들이 자국 상품을 미국 시장에 과도하게 유입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페티스는 관세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 제조업체들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첫 번째 논리는 사실상 유치산업 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에 기반한다산업 기반이 막 형성되는 국가들은 값싼 외국 제품으로부터 자국의 유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이러한 논리는 1860년대 남북전쟁 이후 미국 정부가 연이어 시행했던 보호무역 정책의 경제적 근거가 되었다이러한 보호주의 정책의 정점은 1890년 도입된 매킨리 관세법(McKinley Tariff Act)이었다이 법은 미국 무역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으며수입 관세율을 38~50%까지 대폭 인상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관세 인상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윌리엄 매킨리를 직접 언급했다.매킨리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미국은 빠른 경제 성장과 번영을 누렸으며국가의 영토 확장도 이루어졌다매킨리는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고국내 생산을 촉진하며산업화와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관세를 지지했다.” 실제로 매킨리는 국내 세금을 줄이기 위해 관세를 인상하는 공약을 내걸었고이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내세운 논리와 동일했다트럼프는 “1890년대와 1880년대로 돌아가서 매킨리 시대의 관세 정책을 보면당시 미국은 비율적으로 가장 부유한 시기였다라고 강조했다.

1890매킨리는 미 의회에서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관세 법안을 제안했고이는 결국 의회를 통과했다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보호무역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심각한 불황에 빠졌고, 1893년부터 1897년까지 장기적인 경기 침체가 지속되었다이후 1896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매킨리는 1897년 새로운 딩글리 관세법(Dingley Tariff Act)을 도입했다당시 경제가 호황기로 접어들면서매킨리는 관세 정책이 경기 부양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보호무역의 나폴레옹이라는 별칭을 얻은 그는 관세 정책을 푸에르토리코쿠바필리핀 등의 군사적 점령과 연계시키며 미국의 세력권 확대와 결부시켰다그러나 1901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직후그는 1893~1897년 불황 당시 농민들의 고통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 무정부주의자에게 암살당했다.

이제 다시 한 명의 보호무역의 나폴레옹’,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했다그는 매킨리와 마찬가지로 관세가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그러나 이번에도 그 대가는 미국 가계가 치르게 될 것이다트럼프의 1기 행정부 시절 시행된 관세 정책은 국내 물가를 상승시키고 소비자들에게 타격을 줬으며이는 19세기 매킨리 관세법이 초래한 결과와 다르지 않았다.

페티스와 그의 비판자들 간의 논쟁은 결국 두 가지 쟁점으로 요약된다첫째, 19세기 미국에서는 유치산업 보호론이 타당했을지라도, 21세기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는가신고전파 경제학자 코웬과 같은 비판자들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중시하는 이론을 바탕으로장기적으로 보면 관세로 인해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변화하더라도 가격 조정 과정을 거쳐 새로운 균형이 형성될 것이며결과적으로 미국 산업이 실질적인 이득을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페티스는 코웬의 균형 이론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공상일 뿐이라고 반박했다그는 코웬이 의존하는 경제학 개론(Econ 101)’ 모델은 가격이 항상 공급과 수요에 맞춰 조정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지만현실 경제에서는 수십 년 동안 미국과 여러 국가에서 가격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페티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21세기의 미국은 더 이상 신흥 산업국이 아니라는 점이다미국 경제는 이미 성숙한 단계에 있으며산업 부문이 점차 쇠퇴하는 과정에 있다따라서 중국이나 유럽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미국 제조업이 과거처럼 활력을 되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실 1880년대에도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이러한 경제적 흐름을 지적한 바 있다그는 자본주의 경제가 세계적으로 지배적 위치에 있을 때는 자유무역과 무관세를 선호하지만경제가 둔화하고 경쟁력이 약화하면 보호무역으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실제로 19세기 중반 영국은 세계 제조업을 주도하며 자유무역을 옹호했지만, 1880~1890년대 장기 불황이 닥치자 보호무역으로 정책을 변경했다마찬가지로미국도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자유무역을 지지했지만지금은 보호주의로 선회하고 있다.

결국현재의 보호무역 논쟁은 19세기와 유사한 패턴을 따르고 있다그러나 과연 관세가 21세기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부흥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엥겔스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어떤 나라가 제조업 독점을 획득하고 유지할 능력이 있다면그 나라는 미국이다.” 그는 1860년대부터 시행된 미국의 관세가 대규모 산업 발전을 육성하는 데 기여했지만결국 미국이 지배적인 위치에 오르면 보호 관세는 단순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21세기의 미국은 19세기 후반의 영국과 같고중국은 20세기의 미국과 같은 위치에 있다—적어도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그렇다따라서 지금은 트럼프와 페티스가 관세를 원하고중국은 자유무역을 원한다.

페티스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비판에 맞서 자신의 관세 주장을 옹호하면서 더 넓은 관점을 제시했다그는 중국(그리고 최근까지는 독일)이 소비보다는 성장을 위해 수출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그 결과중국과 독일에서는 노동자 임금이 억제되었고미국은 그들의 수출품을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국가가 되어 과소비를 하게 되었다이는 무역 불균형을 초래한 원인이며관세를 통해 반드시 교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페티스와 공동 저자 매튜 클라인이 저서 《무역 전쟁은 계급 전쟁이다》(Trade Wars are Class Wars)에서 전개한 논지다이 책의 제목은 주류 언론뿐만 아니라 좌파 진영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실제로 필자는 클라인이 한 좌파 온라인 토론에서 국제 무역 문제를 논의하던 중자신이 초대된 장소가 어디인지 깨닫고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고 갑자기 말했던 장면을 기억한다물론이는 클라인의 잘못이 아니라 초대한 측에서 더 신중해야 했을 문제였다.

클라인과 페티스는 중국과 독일 같은 국가들이 수출을 위한 투자라는 산업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세계적인 불균형을 초래했고이에 따라 트럼프와 같은 정치인들의 극단적인 반응이 나타났다고 보았다따라서 트럼프의 조치는 중국과 유럽의 책임이라는 것이다그들의 논리에 따르면어떤 국가들(중국)은 과도하게 저축을 하고 있으며국내에서 충분히 투자하지 않아 잉여 자본을 해외로 수출하면서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한다반면다른 국가들(미국)은 이 잉여 자본을 흡수하면서 과소비하게 되고그 결과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떠안게 된다이에 따라 정부가 이러한 흐름을 되돌리려고 하면 무역 전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마치 트럼프가 멕시코와 캐나다가 펜타닐을 수출해 미국 내 약물 과다복용 사태를 초래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미국 내 마약 수요 문제를 외국 탓으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트럼프와 페티스도 미국의 무역 불균형을 중국과 독일 탓으로 돌리고 있다.

클라인과 페티스는 이러한 무역 불균형이 중국과 독일 정부의 정책적 선택에 의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이들 정부가 임금과 소비를 억제(계급 전쟁)하고대신 투자를 확대하며 잉여 저축을 수출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클라인과 페티스는 중국 경제가 더 이상 새로운 투자를 생산적으로 흡수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중국이 그 지점에 도달하자 소비 수준이 성장을 견인하기에 부족해졌고초과 생산 상태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필자가 해당 책을 리뷰하면서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이 주장은 터무니없다중국에서 가계 소비가 억제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실제로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개인 소비는 고정 투자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으며(비록 출발점이 낮았지만), 미국이나 다른 G7 국가들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심지어 페티스와 클라인의 실증 분석조차도 지난 10년 동안 중국에서 GDP 대비 소비 비중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게다가 이는 공식 통계에서 공공 서비스나 사회적 임금(social wage)’을 제외한 수치이므로실제 소비 규모는 과소평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무역 불균형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라면그것이 중국의 '초과 저축'이나 '취약한 국내 수요', 혹은 미국의 '저축 부족'이나 '과도한 수요때문이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이러한 시각은 공급 측면의 요인을 무시한 잘못된 케인스주의적 분석이다국제 무역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기술 투자 강화를 통해 단위 생산 비용을 낮추는 공급 측면의 힘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독일과 중국은 단순히 기술력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미국 산업을 능가했을 뿐이다.

실제로코로나19 기간 동안 조정된(A) 서구식 노동 생산성 성장률 기준으로 봐도중국의 성과는 미국보다 훨씬 뛰어났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의 저축률은 25.8% 증가했지만투자율은 그보다 더 높은 26.8% 증가했다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저축 과잉(savings glut)' 현상은 존재하지 않았다실제로 1990년대 세계 경기 호황기 동안 중국의 투자율은 저축률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으며경상수지에서 큰 흑자가 발생하지 않았다중국이 대규모 순저축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의 짧은 기간뿐이었다당시 미국은 신용을 기반으로 한 소비 붐을 겪고 있었고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클라인과 페티스는 저서에서 "세계 경제가 소비를 꺼린 이유—이는 주요 무역흑자국에서 벌어진 계급 전쟁(class wars)과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자국 경제를 보호하려는 움직임 때문이었다—이야말로 미국의 부채 거품과 탈산업화(deindustrialisation)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었다"고 주장했다하지만이 주장은 역사적으로 부정확하다미국은 1970년대부터 제조업과 무역에서 시장 점유율을 잃기 시작했고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해 왔다이는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미국 제조업의 쇠퇴 원인은 아시아 국가들의 '저축 과잉'이 아니라미국의 생산성 성장 둔화에 있었다게다가 1980년대 미국 제조업체들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자신의 관세 정책을 옹호하려던 페티스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책에서 주장했던 내용을 뒤집는 논리를 펼쳤다그는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코웬(Cowen)의 주장과 달리미국의 기업 투자는 미국 내 저축 부족 때문에 제약을 받는 것이 아니다실제로 미국 기업들의 의견을 들어보면제조업 투자를 늘리지 않는 이유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수익성 있는 생산이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특히중국독일한국대만과 같은 나라들은 국내 수요가 약한 대신 무역 흑자를 기록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또 다른 방법으로 이를 평가하려면 기업들의 유보이익 활용 방식을 살펴보면 된다만약 미국 기업들이 국내 투자에 적극적이지만 저축 부족으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다면막대한 현금 자산을 보유하거나 주식 환매와 배당금 지급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이는 미국 경제에서 문제의 본질이 자본 부족이 아니라미국 내에서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페티스의 주장에서 '약한 국내 수요'라는 표현을 제외하면그의 논리는 타당하다미국 자본은 제조업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하지 않았다왜냐하면 이 부문의 수익성이 너무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다대신미국 기업들은 금융 자산에 투자하거나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및 정보기술(IT) 부문에서 우위를 유지하려 했지만이제는 그마저도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중국이 '불공정한산업 정책을 시행하고자국민의 생활 수준을 인위적으로 억제했기 때문이 아니다오히려이는 19세기 말 영국이 그랬던 것처럼미국 자본이 자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페티스는 중국의 성공을 비판하며 미국이 관세를 통해 쇠퇴하는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하지만 그러한 조치는 오히려 미국인들의 생활 수준을 더욱 낮출 가능성이 크다.

[출처] Trade tariffs as economic policy: the debate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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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페티스 경영 정책 무역 관세 사회적 임금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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