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다치지 않고, 죽지 않을 권리”와 “노동조합할 권리”등을 절박하게 외치며 거리에 나선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에 시민사회 각계의 마음들이 너르게 모아지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 전국 63개 노동안전보건・인권운동 단체들이 쿠팡 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노동자의 존엄과 건강한 삶을 연료 삼는 로켓배송 필요 없다!”면서 쿠팡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14일 ‘로켓배송 없는 날’과, 15일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2차 하루파업에 적극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쿠팡 노동자 파업 지지 노동안전보건・인권운동 기자회견,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주최단위 제공
“모두를 위한 사회적 파업”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이날 기자회견의 여는 발언에서 "압도적인 규모, 압도적인 성장세에 비해 쿠팡의 기업경영은 매우 쪼잔할 뿐만 아니라 지리멸렬하다"며 "2021년 6월 쿠팡물류센터에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래, 69번의 임금 및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동안 사측은 단 한번도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교섭을 이어 나가며 노동자들에게 모욕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쿠팡 노동조합은 “회사가 악의적으로 선전하는 전체 직원 규모의 0.1%도 안되는 조합원 수로 사회적 연대의 목소리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계약직 노동자들이 모여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 기업 쿠팡을 상대로 단 하루도 싸우지 않은 날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조합원 노동자들은 “직장 내 갑질과 인권침해를 고발하고, 산재로 사망하고 과로로 사망하는 노동자의 죽음을 알려 왔다"며 "2022년 7월,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한창일 때, 에어컨을 짊어지고 나흘간 쿠팡 본사가 있는 잠실에서 동탄까지 48㎞를 걸었던 쿠팡 노동자들의 '에어컨 로켓배송단' 시위는 한국 사회 최초의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노동자 투쟁으로 기억되어야 한다"고 환기했다.
전 연구원은 “이후 매년 물류센터의 온도를 재며, 기후위기시대 최첨단의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물류센터가 얼마나 낙후된 작업장인지를 고발해왔고, 올해 폭염시기 휴식의무라는 정부 의 대책을 끌어냈다”고 짚고는, 이번 "쿠팡 노동자들의 파업은 비록 0.1%의 파업, 하루 파업일지라도 불안정노동자들의 보편적 요구이기에 사회적 파업"이고,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불안정 노동자들의 생존과 생명의 요구이기에 사회적 파업”이라며 쿠팡 노동자들의 모두를 위한 파업을 지지하고 연대한다"고 밝혔다.
은혜 기후정의동맹 활동가. 기자회견 주최단위 제공
“기후위기 시대, 모두의 존엄을 쟁취하는 싸움”
은혜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도 “폭염 한가운데에서 휴게시간과 에어컨, 노조할 권리를 요구하며 수년째 싸우는 쿠팡 노동자의 싸움은 단지 냉방만을 위한 싸움도, 그들의 작업장만을 바꾸는 싸움도 아니다”라며,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존엄과 권리를 쟁취하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한생산·무한폐기·노동착취로, 기후위기를 부추기면서도 친환경 마케팅을 하는 쿠팡을 보면, 이제는 기후위기에 맞서기 위해 각자도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이윤을 위해 짜인 자본주의 성장 체제에 맞서 싸우며, 생명과 노동, 삶의 필요, 돌봄과 관계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를 바꾸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전환이 절실하다”고 환기하면서 “바로 쿠팡 노동자의 투쟁이 바로 이 기후정의 투쟁”으로 “함께 싸우겠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기자회견 주최단위 제공
“노동자의 건강도 로켓처럼 빠르게”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실시한 물류센터 야간고정 노동자 건강 실태 연구에 따르면 “조사한 물류센터 중 쿠팡의 휴식시간이 가장 짧았고, 노동강도는 쿠팡 물류센터가 가장 높았다”며 “2시간마다 30분씩 휴식을 취하는 물류센터도 있었지만, 쿠팡 노동자들은 다른 계절에는 휴식시간이 사실상 없었고 여름에도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 되어야 10분에서 15분 정도 쉴 수 있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폭염 시기 2시간마다 20분 휴식을 보장하라는 내용으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었지만, 쿠팡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어보지 못했다"며 "열사병은 어느 순간 갑자기 나빠질 수 있는 질병이기에 즉각적 작업중지권 시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33도면 쉴 수 있고 32.9도면 쉬지 못하는” 온열질환 대책의 기계적 적용이 아니라,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가 직접 더위를 비롯한 일터의 위험을 평가하고 개선대책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며 “노동자의 건강도 로켓처럼 빠르게 향상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동조합의 투쟁에” 함께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김두나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활동가. 기자회견 주최단위 제공
“쿠팡, 기업의 인권존중책임 다해야”
김두나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활동가는 “쿠팡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폭염 시 2시간마다 20분 휴식 보장과 현장 에어컨 및 휴게시설 확충 등 기본적인 작업환경 개선은 지난 7월 17일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규칙에도 명시된 사항”이라며 “그러나 쿠팡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또한 “쿠팡은 국제인권규범에 기초해 자사의 ‘행동 및 윤리강령’에서 모든 직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겠다고 선언해왔다”면서, “그러나 정작 현장의 노동자들이 더 이상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 없다고 목소 리를 내자, 이를 무시하고 방관하며, 스스로 세운 원칙과 국제 인권규범 모두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더 이상 폭염속에서 쓰러져가는 노동자들을 방치해서는 안 되며, 기업의 인권존중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하루빨리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기후위기와 죽음의 일터를 멈추기 위해 오는 15일 다시 한번 파업에 나서는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함께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지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기자회견 주최단위 제공
“쿠팡이 바뀌면, 우리 일터도 바뀐다”
지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는 “노동의 가치는 통장에 찍히는 숫자만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어떤 대우 속에서 일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성소수자 노동자들의 투쟁도,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도 이 가치를 바꾸기 위한 싸움”이라고 짚었다. 그는 “우리는 단순히 물건을 배송받는 소비자가 아니라, 함께 노동하는 사회의 일원”으로, “다른 사람의 노동을 지키는 일은 곧 우리 자신의 노동을 지키는 일”이라며 “그렇기에 쿠팡의 노동환경 변화는 우리 모두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고 강조하고, “쿠팡이 바뀌면, 우리의 일터도 바뀐다. 일터가 바뀌면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고 짚었다. 덧붙여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과 함께, 차별과 착취를 멈추고, 누구나 존엄하게 일 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연대하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정애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부지회장. 기자회견 주최단위 제공
“99%의 노동자와 함께 어떻게 로켓배송 멈추는지 보여줄 것”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사회운동 각계의 연대에 화답하며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도 투쟁의 결의를 밝혔다.
쿠팡 여주물류센터에서 4년째 일해온 정애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부지회장(여주분회장)은 지난 1일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첫 번째 하루 파업을 환기하면서 “쿠팡은 언론에 ‘로켓 배송 이상 무’를 읊었지만, 이를 위해 쿠팡은 일용직과 계약직 노동자에게 하루 출근 인센티브를 1인당 10만 원 씩 뿌려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파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주 분회의 경우 파업의 주요 요구사항에 대한 현장 서명에 여주센터 주・야간 노동자를 합친 숫자와 거의 일치하는 400여 명이 참여했고, 파업 당일에는 200여명 조합원 모두가 참여했으며, 조합원을 포함해 약 1,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연차과 보건휴가, 결근 등의 방식으로 파업에 동참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정애숙 부지회장은 그럼에도 “여전히 쿠팡은 뻔뻔스럽기만 하다”면서 “파업 열기가 끝나기도 전, 온습도계를 향하는 에어컨데 대한 제보가 들어왔고, 파업 직후 재개된 7일 교섭에서도 사측은 노조 요구안에 대한 어떤 입장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상반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우리를 1% 미만의 노조라 하고, 우리 파업은 리스크가 아니라고 한다”며, “우리가 나머지 99%의 노동자와 함께 어떻게 로켓배송을 멈추는지 보여주겠다”, “기꺼이 쿠팡 로켓배송의 리스크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노동자들은 지난 1일, 1차 하루 파업을 진행하고 쿠팡 본사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4일에는 ‘택배없는 날’에 불참하는 쿠팡을 규탄하며 하루 불매 캠페인으로 “로켓배송 없는 날”을 만들고, 다음 달인 15일에는 2차 하루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는 △2시간 이내 20분 휴게시간 보장 △현장 에어컨 및 휴게공간 확충 △국회청문회 약속 이행 △임단협 체결,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이다.
쿠팡 노동자 파업지지 노동안전보건・인권운동 기자회견 현장. 주최단위 제공
이날 기자회견은 참여자들은 마지막 순서로 “투쟁하는 쿠팡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인권의 몫소리”를 함께 낭독했다.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여러 사회운동 단체들에서 모아낸 그 문장들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투쟁하는 쿠팡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인권의 몫소리
물류센터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후위기 현장의 최일선, 쿠팡노동자의 투쟁은 우리 모두의 투쟁입니다!
기후정의동맹
노동자의 존엄과 건강한 삶을 연료로 태우는 로켓배송 필요없다!
인권운동공간 활
존재이유를 망각하고 이윤만을 쫒는 기업 쿠팡! 맞서 싸우는 쿠팡 노동자! 당신은 존엄의 얼굴입니다.
인천인권영화제
쿠팡노동자의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하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해 로켓배송을 멈추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쿠팡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연대합니다.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존중하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쿠팡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플랫폼C
로켓이 생명을 앞지를 수는 없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성노동자들도 쿠팡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투쟁!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쿠팡노동자의 투쟁에 성소수자 시민들도 함께 합니다.
무지개행동
모든 노동자의 노동인권 실현을 위하여 쿠팡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노동자가 존엄한 세상에서 살자!
HIV/AIDS인권행동 알
쿠팡노동자와 함께합니다.
제주평화인권센터
언제까지 이익은 쿠팡의 몫, 고된노동과 책임은 노동자의 몫, 죄책감은 소비자의 몫이어야 합니까. 이익만큼이라도 책임지는 쿠팡이 되어야 합니다.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
쿠팡은 다치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쿠팡 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다산인권센터
투쟁! 국제민주연대
쿠팡 노동자의 싸움은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문제를 넘어 불안정 노동의 시대에 우리 모두의 일할 권리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용기 있는 싸움의 시작에 먼저 한발 내딛은 쿠팡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인권운동사랑방
쿠팡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쿠팡노동자를 재난약자로 만드는 건 폭염이 아니라 쿠팡입니다!
인권교육센터 '들'
기술 발전을 구실 삼은 자본의 폭주를 막고 노동의 존엄성을 되찾자!
진보네트워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