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대선 방침을 확정하지 못한 가운데, 6월 3일 투표 전 방침을 정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중앙집행위원회가 20일 오후 1시에 열린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 현직 중앙집행위원 16명이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하며, "보수만 있는 대선에 ‘진보의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의 힘을 모으자"며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19일 저녁 발표한 '공동 호소문'을 통해 "모두가 보수를 자처하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만이 유일하게 진보의 가치를 내걸며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권 후보는 "보수정당들이 배반한 광장의 외침을 되살리는 후보이고, 노동자-서민 편에 선 단 하나의 후보"라고 짚었다.
15일 민주노총 중집 회의장을 방문한 권영국 후보. 민주노동당 제공
16명의 중집위원들은 "<내란세력 청산>과 <사회대개혁 실현>은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실현해야 할 두 개의 목표로, 어느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미룰 수 없다"면서 "내란세력 청산은 특정 정당 후보의 낙선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진보가 정치의 영역을 넓히면서, 극우를 정치의 운동장에서 내보내야 실현된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내란세력 청산'을 명분으로 '보수 양당'의 일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에 힘을 싣고 있는 양경수 위원장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읽힌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9일 ‘원포인트 중집’을 열어 대선 방침을 논의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양 위원장은 “진보정당 후보 및 진보정당과 연대·연합을 실현한 후보를 지지한다”는 방침을 제안했다. 이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 가능성을 열어둔 안으로, 내부에서 “민주노총의 원칙과 광장의 목소리를 배신하는 것”이라는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대선에서 줄곧 진보정당을 지지해왔으며, 민주당을 지지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 2023년 77차 대의원대회에서는 "친자본 보수양당 지지" 금지와 "진보정치 세력"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정치방침·총선방침으로 결정한 바 있다.
양경수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과의 정책협약도 추진했으나, 지난 15일 중집 회의에서 다수 위원들의 반대로 협약 추진이 중단됐다. 고미경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민주노총의 발전과 정상화를 위해 사임하겠다”며 퇴장했다. 고 사무총장은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9일 무렵 이미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고, 이는 민주당 지지에 무게를 두는 양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조직 내부의 저항으로 해석된다.
같은날 임기환 제주본부장의 제안에 따라 '유일한 진보정당 후보인 권영국 후보 지지 결정의 건'이 기타 안건으로 상정되었으나, 회의가 중단됨에 따라 논의가 미뤄졌다. 이날 양경수 위원장은 '전략조직기금'에 대해 논의하던 중 "힘들어서 회의 진행이 어렵다"며 20일에 회의를 속개하겠다고 밝히고 자리를 떠났다.
이에 20일 열리는 회의가 투표 전 민주노총의 대선방침을 결정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됐다.
15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현장. 민주노동당 제공
'마지막 기회'를 앞둔 16명의 중집위원들은 "민주노총이 올바른 대선방침을 수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진보 정치세력의 결집된 힘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는 민주노총 정치방침에 부합하는 유일한 후보는 권영국 후보이기 때문"이라 밝혔다. 위원들은 또한 조합원들에게 "전국의 현장에서, 다양한 산별에서, 모든 지역에서 기호5번 권영국 후보가 진보정치 승리의 역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지지 선언에 참여한 현직 중집위원들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3명과 산별연맹 위원장 6명, 지역 본부장 7명으로,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 임효진 대학노조 위원장·이찬배 민주여성노조 위원장·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홍지욱 민주노총 부위원장·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본부장·김민우 민주노총 충북본부 수석부본부장·유희종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장·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이다.
선언에 이름을 올린 6개 산별연맹에 소속된 조합원 수는 총 53만 5천여 명으로, 민주노총 전체 기준조합원(96만2천여명)의 약 56%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