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조를깨우는소리 '호각' 고태은 활동가 인터뷰

2025 신년기획 [무지갯빛 '연대', 다시 쓰는 '우리'] ① 환대, 다시 쓰는 '연대'

2025 신년기획 | 무지갯빛 '연대', 다시 쓰는 '우리' 

⓪ 서로 다른 '나', '우리'가 될 수 있을까

① 환대, 다시 쓰는 '연대'

② 여성, 퀴어, 모두의 해방, 모두의 민주주의

③ 민주노조 운동과 무지갯빛 연대

④ 트랜스젠더, 젠더 퀴어 시민이 광장의 '불빛'들에게

⑤ 나의 '존엄', 다시 '우리'의 존엄

민주노조를깨우는소리 '호각' 고태은 활동가

무지갯빛 시민들의 연대가 광장을 넘어, 투쟁의 현장 곳곳으로 이어지고 있다. 같고도 다른, 다르고도 닮은 색색의 불빛들이, '꿀벌'을 지키려 분주한 '말벌 아저씨'처럼, 생을 걸고 분투하는 이들의 곁으로 달려 나와 온기를 나눈다. 광장의 안과 밖을, 시민들 사이를, 가르고 베어내는 몸짓과 소리들을 넘어, 나의 존엄과 모두의 존엄을 함께 마음에 품고, 거리에 서 있다. 

이제는 '우리, 동지'가 된 '말벌 시민'들과 함께, 여러 투쟁 현장의 고민들을 잇고 나누고 있는, 민주노조를깨우는소리 '호각'의 고태은 활동가를 만났다. 낯선 존재에 대한 '환대'로, 서로 다른 '나'들의 무지갯빛 연대가 다시 그려내는 '우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계엄 후) 처음 광장에 나갈 때는 이질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저는 최근 몇 년 동안 '비정규직 이제 그만 1100만 공동 투쟁'이라고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투쟁을 제 운동의 가장 중심에 놓고 해왔어요. 때문에 그 광장에서 봤었던 경찰이나 공권력의 모습이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졌죠. ··· 그 안에서 찬란하고 예쁜 응원봉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외롭고 쓸쓸한 그런 감정들을 많이 느꼈던 것 같은데, 그게 깨졌던 것이 남태령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그냥 박근혜 퇴진 때처럼 어떤 주요한 의제 하나만 이야기하는 광장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의제들이 같이 이야기되고, 같이 바뀔 수 있는 현장이 되겠구나, 그렇다고 하면 이제 기성 활동가들도 정말 많은 준비를 해야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광장의, 남태령의 시민들은 이른바 '광장식 자기소개'를 하며 자신이 마주한 일과 삶의 문제들에서, 여러 사회적 '소수자'들의 일상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과 바람들을 연결해내고 있었다. 무엇이 이들을 나서게 했을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광장에 선 이들의 '용기'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저희가 처음에 광장에 나왔을 때 이미 무지갯빛이었잖아요. 퀴어를,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들고 나오신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우리들 안에, 그 사람들 안에서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요. 그리고 저는 윤석열 정권이 혐오 장치의 상징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광장에 새롭게 나오는 사람들이 그냥 정말 아예 아무것도 사회 경험이 없던 사람들이 아니라, 혐오 정치에 억압받고 탄압을 많이 받았던 사람들, 그 혐오 정치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광장에 나오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노동 현장에 연대를 오는 퀴어 페미니스트 당사자분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들으면, 정말로 그렇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계엄이 터져서 이거는 정말 안 나갈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해서 광장에 나오셨대요. 그런데 광장에서 무지갯빛 환대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거든요." 

"우리가 정말 '나중에' 일이고 우리는 정말 한 줌이고 정말 혐오 세력들이 많은 줄 알았는데, 막상 광장에 나오니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걸 느낀 것 같아요. 연대의 힘이라고 하는 것이, 그리고 나와서 싸운다고 하는 것들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다시 힘이 되잖아요. 그런 것들을 다시 경험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2월 초 심미섭 님께서 발언을 하셨었잖아요. 스스로를 퀴어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고 '나중에'가 될 수 없다고 하는 발언을 하셨는데, 그때는 사실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어요. 막 끌어내라고 하면서 좀 위협적으로 반응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초기 광장에서 이런 분위기들을 잘 잡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2016년과는 다르게 민주노총에도 평등 수칙 같은 것들이 이미 제정 되어 있는 상태고, 평등에 대한 감각들이 2016년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혐오 발언들을 다 같이 막아야 된다고 하는 공감이 큰 흐름에서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광장에 나온 당사자들과 많은 사람들도 그런 역할을 스스로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광장식 자기소개'를 하거나, 연대의 말들을 이어가는 흐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태령의 경험은 만연했던 조직 운동에 대한 혐오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노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운동 조직들과 '일반' 시민을 가르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키웠던, 박근혜 퇴진 국면과는 다른 흐름이 만들어졌다. 

"(남태령에 온 많은 시민들이) 밤새 같이, 트랙터가 부서지지 않도록 몸 다해서 같이 지켜주신 거잖아요. 그러면서 공권력을 다시 보는 시각도 생겼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감각은 큰 집회에서는 많이 경험할 수가 없는데, 작은 집회들을 가면 정말 경찰들이 무리하게 뜯어내거나 수갑을 채워서 연행하고 사람들을 잡아 끌고, 뭐 이런 일들이 너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잖아요. 그걸 보기 전과 본 이후가 정말 다르더라고요.

이번 퇴진 국면에 남태령에 달려갔었던 정말 많은 시민들이 밤새 그런 장면들을 목격했고, 트랙터가 다치지 않게 지나가게 하기 위해서 몸을 바쳐서 경찰들이랑 몸싸움도 하면서, 경찰들이 꼭 우리 편이 아니고 우리가 자극하지 않아도 충분히 시민들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들을 경험하게 됐던 계기인 거 같아요. 그 경험이 이전까지 되게 폭력적이라고 이야기되었던, 그래서 혐오받아 마땅하게 보였던 조직 운동에 대한 혐오를 좀 성찰할 수 있게 해줬던 것 같고요.

그 계기로 이제 운동 현장들에 연대의 발걸음도 하시고, 연대 기금도 보내주시고, 이런 문화가 생긴 것 같아요. 그 한 번의 경험으로 그렇게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훌륭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대의 물결은 이어졌다. 무지갯빛 시민들은 조선하청 노동자들이 노숙 농성을 하고 있는 거제의 조선소로, 한화그룹 본사 앞으로, 두 여성 노동자가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불탄 구미의 공장으로 달려왔다. 이동할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장애인 활동가들과 함께 지하철역에서 끌려 나왔고, 농성 텐트를 빼앗긴 노동자들 곁에서 한 밤을 지새웠다. 투쟁의 현장에서 경험한 '나의 존재'에 대한 '환대'는, 서로 다른 이들을 '우리'로 연결하고, 더 너르고 촘촘한  '연대'의 동력이 되고 있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이 시민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한 1박2일 투쟁문화제 현장에는 성중립 숙소가 만들어졌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투쟁에 연대하는 희망텐트에서는 비건 음식들이 준비되었고, 성중립 숙소와 함께 성중립 화장실도 만들어졌다. 희망텐트를 위해 만들어진 평등수칙은 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한화 본사 앞 농성장에서 먼저 읽혔다. 고태은 활동가는 그곳에서 "평등 수칙이 진짜로 살아서 움직이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은 발언 중에 나온 혐오 표현에 대해서 함께 토론하고, 답을 찾아나갔다. "존재를 인정받는" 환대의 경험들 속에서 노동자와 시민들은 '동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연대가 가능할까. 

"트위터(X)에서 누군가, 자신도 그러고 (매일같이 투쟁의 현장에 연대하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다들 그렇게 할 수 있나, 그런 글을 쓰시니까 다들 인용을 해서 이런저런 말들을 남겨주셨어요. 몰랐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런 이야기들도 되게 많이 하시고요. 저는 광장식 자기소개를 하시는 분들의 문화가, 자기반성이 빠른 부분이 존경스러워요. 그것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것에 대해서 나만 약자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약자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어떻게든 자기 역할을 다 하려고 하는 그런 마음들이 있으시거든요."

"연대를 이어가는 무지갯빛 시민들은 새로운 세계를 마주했을 때, 그 세계가 갖고 있는 아픔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그런 힘을 갖고 계신 분들이고, 그런 자리에 갈 수 있는 사람들이 그런 결단력과 행동력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한편, 연대의 물결들 사이, 혐오의 언어도 광장 안과 밖에서 다시 소리와 몸집을 키우려 했다. 조선하청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현장에 성중립 숙소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성과 성소수자의 인권을 구분하면서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들이 트위터 등에서 퍼지기도 했다. "운동권 내 집단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들도 돌았다. 고태은 활동가는 이를 새로운 "갈등이라 생각하지 않고, 혐오 정치의 연장선이라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 흐름을 바라보는 저의 시각은 되게 명료해요. 지금 광장에 나와서 함께하고 있는 새로운 동료들을 그로부터 지키고 싶어요. 너무나도. 그래서 현장에서 평등 수칙을 계속 얘기하고, 우리는 모두 퀴어 페미니스트라고 그 자리에서 선언하고, 이러한 노력들을 이어가려고 해요." 

"사람들이 다 흩어져서 다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갔을 때 그 SNS를 다시 보면 예전처럼 혐오가 이렇게 판을 치고 있구나, 내가 연대하면서 경험했던 건 한줌이구나, 이렇게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 세계가 오히려 현실 세계이고, 혐오 정치에 지지 않아야 된다는 메시지들을 계속 남기고 싶어요. 그래서 한화 본사 앞에서 투쟁할 때도 이 자리에는 아무도 트랜스젠더의 존재에 대해서 부정하지 않고, 우리는 모두가 동등하고 평등한 세계를 원한다, 함께 갈 것이다, 이런 얘기를 계속 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혐오가 득이 되는 사람들이 있는 거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계속 결집시키려는 시도들이 있었고, 그런 흐름들을 정말로 혐오로써 이용하고 그걸 권력으로써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을 보호하려고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강한 보호를 할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이나 그 주변의 힘들이 어디에서 나오냐고 하면, 저는 지금 광장에서 그런 힘들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걸 지켜나가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혐오 정치를 이용하려는 조직된 목적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의 권리를 구현하는 일이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두려움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는 함께 마주할 수 있을까.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저는 광장에 나와서 같이 곁에 서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되게 다른 존재처럼 느껴지지만 되게 닮은 존재이죠. 온라인에서 말고 광장에서 함께 바꿔나가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성폭력 피해 경험을 두 번이나 공론화했고, 젠더 폭력의 경험들도 밟아왔었던 사람으로서, 성 소수자의 인권과 안전의 문제가 후순위가 된다고 해서 저의 인권과 안전의 문제가 선순위가 되는 거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가야 하는 것인지, 그 길에 있어서는 다양한 것들이 있겠지만, 누군가를 혐오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라 생각합니다."

연대의 현장에서. 고태은 활동가. 

다르고도 닮은 존재들. 서로 다른 우리들은 '우리'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나'로 또 '우리'로 존재하고 함께일 수 있을까. 고태은 활동가는 광장에서, 연대의 현장에서 희망의 근거들을 감각하고 있었다. 

"요즘 저는 광장에서 그런 걸 체감하고 있는 것 같아요. 되게 다른 사람들이 같은 걸 보고,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노동자들도 자신들의 현장이나 그간 연대해왔던 곳들을 넘어서 장애인 투쟁 등으로 연대를 넓혀가고 있어요. 지금 새롭게 광장에 나와서, 정말 여기저기를 이렇게 '말벌'처럼 날아다니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 공동 투쟁의 전선을 만들어주고 계신 거라고 생각해요. 기성 활동가로서는 되게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배워야 될 지점이라고 생각하고요. 직접 경험을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우리가 '우리'가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노동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 이제 예전 말로는 노동 계급이라고 하는 그런 사람들이 되게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고 우리 함께 가겠구나, 그런 것들을 많이 감각하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저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착취받는 사람들이 되게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그 착취는 하나의 결이라고 생각해요.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노동운동이 여성과 소수자, 이주노동자와 장애인, 이런 운동들이 다 포괄되어 있는 운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모두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착취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노동자로서 같이 싸우는 힘이 모여야 되고, 모여서 같이 싸워야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노동자의, 성소수자의, 여성의, 이주민의 일과 삶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윤석열 퇴진'이라는 광장의 요구와 이러한 고민들은 어떻게 관계맺고 있을까. 퇴진 이후 우리의 광장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어떤 세계를 꿈꾸고 있을까. 

"저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차별과 혐오와 이 불평등이 윤석열 퇴진으로 다 해결될 문제인가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제가 느끼기에는 그중에 무엇도 윤석열이 퇴진하고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문제라고 받아들여지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 국면이 그런 의제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생각해보면, 윤석열이 계엄을 터뜨리고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사실은 만나지 않았을 것 같던 사람들이 광장에서 만났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고리들이 생긴 게 아닌가 그런 생각들이 들거든요. 저는 오히려 처음에는 이 광장이 윤석열 탄핵되고 나면 다 끝날 광장이라고 생각해서 서러웠었는데요. 근래에 들어서는 퇴진 국면에서 새롭게 이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서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그렇게 해서 만난 우리가 앞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꿀 때,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동지들이 이제 앞으로 어떠한 행사를 할 때 성중립 숙소에 대해서 고려를 하게 된 것처럼, 운동 안에서도 다른 변화들이 생기겠구나,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정말 체제가 전환되어야 해결이 될 만한 되게 큰 주제들인데, 지금은 되게 열려 있잖아요. 무엇도 상상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지금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많이 서로 경청하는 것들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상적으로 어떠한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보다는, 이번에 다들 집으로 돌아갈 때는 다 같이 집에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옵티칼에 있는 두 동지도, 3년 넘게 싸우고 있는 세종호텔 동지들도, 아무도 농성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도 투쟁은 계속 해야 되겠죠. 노동조합은 투쟁체니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너무나도 많이 내몰려 있는 싸움들이 있잖아요. 그런 싸움들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도 외롭지 않은 사회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 같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거기에서 같이 싸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 싸울 때도 외면당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런 정도인 것 같아요."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한 해의 바람을 물었다. 고태은 활동가를 만난 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날이었다. 이제서야 새해가 밝았다면서, 새삼 인사를 나누는 이들이 많았다. 새해를 가늠하며, 그는 불탄 공장 옥상 위를 지키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노동자들을 먼저 떠올렸다.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무래도 옵티칼이예요. 고공 농성장에 계신 분들이 얼른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고, 남은 동지들도 복직하시면 좋겠고, 그런 마음입니다. 그냥 무언가 기뻐할 때 누군가가 마음에 걸리지 않는 기쁨을 온전히 누리고 싶다, 그런 마음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된, '말벌 동지'들에게도 마음을 전했다. '학교 밖 청소년'으로 투쟁 현장에 연대를 시작했던 고태은 활동가는 현장 노동자, 활동가들과 무지갯빛 '말벌 시민'들의 연대를, 자신에게 "너무나 소중했던 두 세계의 만남"이라 여기고, "그 힘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싸우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 '옳음'에 대한 힘이 있잖아요. 내가 옳다고 믿는 게 있고 그 믿는 걸 내 손으로 이루겠다라고 하는 그 힘들을 옆에서 보면서 그게 너무 좋아서, 내 동지들이랑 같이 운동을 하고 싶어서 활동을 하게 된 케이스예요." 

"지금 광장에 나오는 사람들이 그 혐오 정치에 얼마나 고통받아 왔는지에 대해서도 절절히 이해가 가고, 또 한편으로는 운동하고 있는 동지들을 제가 만났을 때 느꼈던 힘들도 많이 간직하고 있어요, 저의 운동하는 동지들이, 연대하는 이들을 잘 환대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과 그분들이 겁먹지 않고, 어디에나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만큼 안전한 연대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이러한 마음들이 있어요." 

"재미있는 게 정말 시각적으로 봤을 때는 꿀벌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말벌 아저씨처럼 공권력과 용역들로부터 나의 동지들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나의 소중한 꿀벌들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뛰어갈 때, 저는 그게 정말 동지애라고 생각하거든요. 못 뛰어가면은 너무 미안하고 속상하고, 뛰어갈 수 있을 때는 정말 다 놓고 뛰어가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들이, 지금 처음 광장에 나온 사람들과 계속 광장에 있었던 사람들 안에 생겼다는 게, 저는 그게 되게 감동스러운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연대의 현장에서 거의 매일같이 자극들이 있잖아요. 아침에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 현장에 갔다가 끌려 나오고, 오후에는 노동조합 문화제에 다 다니고 하시니까, 그게 참 단단해지는 과정이면 좋겠는데 혹 많이 아프실까 봐 항상 걱정입니다." 

"우리 잘 먹고, 잘 자고, 오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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