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 의장 지명자 케빈 워시, 월가의 사람

케빈 워시(Kevin Warsh)는 5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직에서 제이 파월을 대체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자다그는 전형적인 월가헤지펀드 내부 인사다그는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현재는 그 대학 대학원의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그는 또한 1950년대 소련과의 냉전이 격화되던 시기에 서구 민주주의를 보존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설립된 비밀스러운 모임인 빌더버그 그룹’(Bilderberg Group)의 일원이기도 하다그는 에스티 로더 회사 상속녀와 결혼했다그는 젊은 시절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서 처음 일했다그 시기는 내가 그곳에서 일하던 때와 겹치지만나는 그를 직접 만난 적은 없다.

공화당의 충실한 일원이었던 그는 부시 행정부에서 금융시장 자문역을 맡았다그는 2008년 금융위기에 깊이 관여했으며벤 버냉키가 이끌던 연방준비제도와 월가 은행들 사이의 연락책 역할을 했다그는 파산 위기에 몰린 투자은행들을 정식 은행으로 전환해 연준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옛 직장이기도 한 모건스탠리가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운명을 맞지 않도록 구하는 데 기여했다.

이처럼 워시는 연준이 은행들이 스스로 초래한 재앙에서 구제금융을 받도록 하는 과정의 핵심 연결 고리였다전 연준 부의장이었던 돈 콘(Don Kohn)은 그는 실제 현장 경험이 풍부했고월가 사람들을 잘 알고 있었다그들이 자기 이익을 대변해 말할 때와 정말로 유용한 정보를 가져올 때를 구분할 줄 알았으며그것이 매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당시 골드만삭스 회장이었던 로이드 블랭크파인(Lloyd Blankfein), 즉 골드만삭스에서 신의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인물도 워시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그는 케빈은 혼란스러운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시의 멘토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거물인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그는 현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 역시 발탁한 인물이다드러켄밀러는 베선트와 워시 두 사람 모두와 정기적으로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실제로 워시는 2011년 이후 드러켄밀러의 투자 사업에서 파트너로 일해왔다.

워시는 연방준비제도 이사였으나금융위기 구제금융 이후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하고 버냉키 의장이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QE)’ 정책을 추진하자 사임했다이 정책은 연준이 은행 체계를 떠받치고 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는 방식이었다워시는 QE에 반대했다그는 전형적인 오스트리아 학파’ 자유시장주의자였다그는 연준의 통화 공급 확대가 경제에서 자본의 잘못된 배분과 정부에서 책임의 잘못된 배분을 초래한다고 보았다그는 중앙은행들이 화폐 발행에 중독돼 있으며그 결과 무모할 정도로 큰 공공부문 재정적자를 부추긴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그는 과도한 경제 지원과 과도한 정부 지출을 모두 반대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크리스 자일스(Chris Giles)를 인용하면워시는 연준 이사들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하고 환경 문제나 소득 분배 문제에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불평등 완화는 워시의 의제에 없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식 통화주의자였던 그는 QE가 결국 통제 불능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우리가 이제 알듯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내가 다른 글들에서 보여줬듯이통화주의적 인플레이션 이론은 공급을 돈이 주도한다고 가정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이 이론은 늘어난 통화가 실물경제 대출이 아니라 금융 부문의 투기와 현금 축적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도 설명하지 못한다이것이 바로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실제로 벌어진 일이며, 2010년대 장기 불황 동안 인플레이션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이유다.

그러나 이제 2026팬데믹 침체가 끝난 뒤 나타난 인플레이션 급등 이후의 상황에서 워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는다이번에는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려 강력한 디플레이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그의 멘토 드러켄밀러의 표현을 빌리면, “케빈은 지금 성장과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

흥미로운 모순은 워시가 여전히 연준의 통화 공급 확대를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보고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따라서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더 축소한다면이는 파월 체제에서 한동안 그랬던 것처럼 국채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물론 정부가 대규모 지출 삭감을 단행하고 인플레이션이 진정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결국 모든 것은 인공지능이 실제로 얼마나 생산성을 끌어올리느냐에 달려 있다.

워시는 연방준비제도가 보유한 미국 국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준비제도 대차대조표(조 달러)> 

현재 <파이낸셜 타임스칼럼니스트이자 한때 거대 채권 펀드인 핌코(PIMCO)의 수장을 지냈던 모하메드 엘에리언(Mohamed El-Erian)은 워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가 훨씬 더 예측 가능한 인물이라고 느끼며그의 견해 대부분에 대해 편안함을 느낀다.”

금융시장은 이 평가에 동의하는 듯하다워시가 지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달러는 금 대비 급격한 반등을 보였다그는 금융시장의 사람들곧 그들 자신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출처] Kevin Warsh – Wall Street’s man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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