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미국의 마약 위기는 베네수엘라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사실, 미국 군대 내에서는 약물 중독의 유행병이 퍼지고 있다.(아메리칸 애딕션 센터·American Addiction Centers)

큰 캐딜락 리무진이 뉴저지 번호판을 달고 블록 끝에 세워져 있었다. 이스트 할렘(East Harlem)에서 새 차는커녕 차를 가진 현지인조차 거의 없었다. 호기심이 생겨 나는 길거리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마피아가 매주 마약 돈을 수금하러 온다고 태연하게 설명했다. 나중에 나는 놀이터를 발견했는데, 그곳은 밤마다 사실상 마약 벼룩시장이 열리는 장소였다. 교외에서 온 백인 청년(blanquito)과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불법 거래를 알아낼 수 있었는데, 왜 ‘뉴욕을 마약으로부터 지켜내자’라는 표어를 도시 곳곳에 붙여 놓은 공무원들은 왜 글처럼 똑같이 하지 못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건 1960년대 후반의 일이었는데, 나는 아직도 왜 미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마약 소비국이자 불법 마약 자금의 최대 자금 세탁국이며, 카르텔에 무기를 공급하는 주요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마약 문제를 라틴아메리카로 전가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 안나 켈리(Anna Kelly)는 “사악한 마약 테러리스트들이 우리의 본토를 중독시키려 한다”고 경고했다. 마약 차단은 특히 베네수엘라를 겨냥해 제국주의적 지배를 강요하는 구실로 무기화되었다.

우고 차베스(Hugo Chávez)가 1998년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라틴아메리카의 핑크 타이드(Pink Tide, 2000년대 초중반부터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에서 좌파 혹은 중도좌파 정당과 지도자들이 잇따라 집권한 흐름을 가리키는 정치적 용어)를 촉발하고 국제적으로 반패권적 물결을 일으킨 볼리바르 혁명을 시작한 이래, 워싱턴은 이를 분쇄하려 했다. 2015년, 당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특별하고 비상한 위협”이라고 비난했는데, 사실은 그 반대였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위협한 것이었다.

오바마는 ‘제재’라고 완곡하게 불리는 일방적 강압 조치를 가했다. 이후 각 행정부는 초당적 합의 속에서 그 제재를 매번 갱신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강화해왔다. 그러나 정권 교체라는 제국주의적 목표는 베네수엘라 국민과 군대의 확고한 동맹 속에서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대통령의 정치적 지도력으로 좌절되었다.

이제 가혹한 제재가 정권 교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군함 함대, F-35 스텔스 전투기, 수천 명의 병력을 파견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는 이렇게 대응했다. “워싱턴이 원하는 것은 베네수엘라의 부(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 포함)를 통제하는 것이다. 그것이 미국이 마약 밀매와의 전쟁이라는 구실로 베네수엘라 해안 인근에 군함, 항공기, 미사일, 핵잠수함을 배치한 이유다.”

마두로는 유엔, 유럽연합, 심지어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자국은 마약 생산과 가공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트렌 데 아라우아(Tren de Aragua) 마약 카르텔을 직접 지휘했다는 혐의에서 자신을 무죄로 판단한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기관 조사 결과를 언급할 수도 있었다.

마약 카르텔과의 공모를 말하자면, 마두로는 2005년 간첩 혐의로 베네수엘라에서 추방된 DEA를 지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AP 보도에 따르면 DEA는 국제법을 위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베네수엘라 지도자들을 상대로 마약 밀매 사건을 비밀리에 계속 조작해왔다.

베네수엘라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Delcy Rodríguez)는 DEA가 “마약 밀매 세계와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미국 법무부 조사에 따르면 최소 10명의 DEA 요원들이 콜롬비아에서 현지 마약 카르텔이 제공한 매춘부와 반복적으로 ‘성 파티’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2022년 DEA는 멕시코 책임자가 카르텔과 부적절한 접촉을 유지했다는 이유로 조용히 해임했다. 이는 DEA가 주둔한 곳에서 대규모 마약 활동이 나타나지만 이를 제거하지 못한다는 불길한 패턴을 보여준다.

마두로는 미국이 “자국 시민들이 높은 마약 사용으로 직면한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상기시킨다. 그는 마약 거래 이익이 여전히 미국 은행 시스템에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불법 마약은 미국의 주요 산업이다. 미 육군의 지원을 받는 RAND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마약은 제약, 석유/가스와 함께 미국의 주요 상품으로 꼽힌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 전 소장 피노 아를라치(Pino Arlacchi)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콜롬비아, 볼리비아, 페루, 브라질에는 가봤지만 베네수엘라에는 가본 적이 없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덧붙였다. “마약 밀매와의 싸움에서 베네수엘라 정부의 협력은 남미에서 최고 수준이었다. 쿠바의 흠잡을 데 없는 기록과 비교될 수 있다. 이 사실은 트럼프의 망상적 내러티브인 ‘마약국가 베네수엘라’라는 주장과 달리, 지정학적 목적을 가진 비방일 뿐이다.” 그가 이끌었던 유엔의 2025년 세계 마약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퍼뜨린 이야기와 정반대의 내용을 보여준다.

아를라치에 따르면, 만약 라틴아메리카에서 표적이 되어야 할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트럼프의 친구인 우파 대통령 다니엘 나보아(Daniel Naboa)의 가족이 소유한 바나나 보트를 이용해 세계 최대 코카인 수출국이 된 미국의 동맹국 에콰도르다.

멕시코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은 만약 카르텔과 어떤 “동맹”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미국 총기 상점들”에 있다고 지적하며, 양키들의 총기가 카르텔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워싱턴이 자국의 마약 수요와 느슨한 법 집행을 직시할 것을 촉구한다. 만약 미국이 정말로 펜타닐을 줄이고 싶다면, “그들은 자국 주요 도시 거리에서의 마약 판매를 단속하고… 마약 거래와 연루된 자금 세탁을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라틴아메리카가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는, 마약 문제를 오직 그들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마약 수요와 개입주의 역사가 주요 원인이라는 점이다. 해결책은 공동의 책임과 협력적 관계를 요구한다.

테러리즘과 범죄 활동을 뒤섞는 트럼프의 미국 정책은 군사적 지배를 투사하기 위한 위장일 뿐이다. 이웃 국가들의 주권 영토에 일방적으로 개입하거나 카리브해에서 선원들을 살해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라틴아메리카 지도자들은 워싱턴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총기 정책, 소비 수요, 그리고 ‘마약과의 전쟁’을 빙자한 정권 교체 목적을 지적한다. 미국이 자국 내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라틴아메리카를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마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출처] Washington Projects Its Drug Problem onto Latin America: Narco-State Myth Used to Attack Venezuela

[번역] 이꽃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