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튀르키예, 장게주르에서 다윗의 회랑까지

이스라엘이 9월 9일 카타르에서 하마스(Hamas) 고위 지도부를 겨냥해 벌인 불법 공격은 하마스가 자국 내에 거점을 두고 있는 튀르키예에서 경고음을 울리게 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묵인 아래 미국의 동맹국인 나라에서 하마스 협상가들을 폭격하려 했다면이스라엘이 앙카라나 이스탄불을 공격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당연히 우려를 나타냈다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는 9월 10일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그 위협을 분명히 드러냈다.

나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카타르(Qatar)와 모든 나라에 말한다그들을 추방하거나 법정에 세워라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그렇게 하겠다.”

도하(Doha) 공격 이후이스라엘 채널 12는 이스라엘이 튀르키예를 대상으로 유사한 군사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이것이 대이스라엘(Greater Israel)’과 대튀르키예(Greater Türkiye)’ 간 오랜 갈등의 또 하나의 단계인 것인지아니면 별 의미 없는 말장난에 불과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먼저지난 2년간 양측 사이에 벌어진 말의 전쟁을 간략히 되짚어보자.

허울뿐인 행동과 뜨거운 수사

지난 2년간 이스라엘의 행동을 비판해 왔음에도 불구하고튀르키예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은 말에 걸맞은 실질적 조치를 하라는 국내 정치적 압박에 계속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8월에 이스라엘 선박과 항공기에 대해 튀르키예 항구 및 영공을 공식적으로 폐쇄하는 결정을 내리며 여론을 달래려 했지만외국 국적의 선박들은 여전히 튀르키예 항구에서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다고 <더 크래들>(The Cradle)은 지적했다.

유조선들은 동지중해 해역에서 자주 추적 시스템을 끄고이집트 등 다른 목적지를 가장한 뒤 제3국 중개상을 통해 운송을 진행했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드바 마요라(Dva Mayora)'는 2025년에 그리스 유조선 시비고르(Seavigour)와 키몰로스(Kimolos)가 이 같은 비밀 항로에 연루된 사실을 폭로했다. 8월 22일 기준으로마셜제도 국적의 니소스 안티밀로스(Nissos Antimilos) 호는 하이파(Haifa) 서쪽 190km 해상에서 발견됐고제이한(Ceyhan)에서 막 출항해 이스라엘 유조선과의 해상 환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는 앙카라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감추기 위해 고안한 최신 방식일 뿐이다. 2024년 5월 튀르키예는 이스라엘과의 모든 직접 무역을 중단했지만단순히 팔레스타인 영토를 통해 무역 경로를 우회시켰다.

에르도안이 거의 매일 대량학살이라며 비난하고 있는 사태가 벌어진 지 거의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아제르바이잔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석유는 여전히 튀르키예를 거쳐 흐르고 있으며이스라엘은 여전히 튀르키예로부터 핵심 광물을 공급받고 있고튀르키예 인지를리크(Incirlik) 공군기지는 여전히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전달하고 지역 하늘을 감시해 이스라엘을 방어하고 그 침략을 돕는 데 사용하고 있다.

최근 튀르키예의 학자작가정치인인권운동가 등 76명으로 구성된 단체가 앙카라 정부의 무대응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이들은 특히 튀르키예 의회가 최근 채택한 이스라엘 비판 결의안을 제재 대신에 내놓은 화장술이라고 비난했다.

한편에르도안은 아랍 및 이슬람 국가들에 이스라엘 제재에 동참하라고 요구하는 뻔뻔함을 보이면서도(튀르키예가 이에 동참할지는 불확실하다), 국내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온적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해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튀르키예 국민은 과거와 현재의 대량학살에 대한 논쟁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다에르도안은 이스라엘이 홀로코스트조차 능가하는 대량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왜 그토록 비판하면서도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더욱 키우고 있다이에 맞서 네타냐후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 제국이 저지른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을 인정하며 맞받아쳤다이런 말싸움은 보기에는 그럴듯한 정치극일지 모르지만실제 가자(Gaza)에서 학살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튀르키예는 그 점점 심화하는 대학살에 계속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위상을 바로잡으려는 시도

앙카라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사실상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양측 간에는 여전히 마찰 지점들이 남아 있다그중 하나가 바로 키프로스(Cyprus)올해 초 이스라엘 대통령 아이작 헤르조그(Isaac Herzog)가 키프로스를 방문해 니코스 크리스토둘리데스(Nikos Christodoulides)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크리스토둘리데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역내 정세시리아와 레바논의 상황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이 지역에서 항상 문제를 일으키려 드는 이웃이 하나 있다우리가 서로 정보를 공유할 것이다.”

그가 언급한 나라는 이스라엘이 아니었다.

이 발언은 2020년 미국이 33년 만에 키프로스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해제한 데 이어이스라엘이 지역 에너지 허브로 부상하려는 시도와 맞물려 나온 것이다이스라엘은 레바논가자시리아이집트 해안의 동지중해 해역에 매장된 자원 통제권을 노리고 있으며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키프로스 및 그리스와 함께 파이프라인 계획도 논의해 왔다이는 튀르키예가 스스로 에너지 허브가 되려는 계획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시리아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튀르키예를 압박하려는 움직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이들은 알카에다에서 정치인으로 전환한 시리아 대통령 아흐메드 알샤라(Ahmed al-Sharaa) 휘하의 극단주의 대리 정권을 안정시키려는 튀르키예의 목표를 방해하려 하고 있다. 4월에는 아제르바이잔이 시리아 내에서 이스라엘과 튀르키예 간 갈등을 조율하기 위한 일종의 충돌 방지 메커니즘 마련을 중재했다하지만 의견 일치 자체가 어려운 양측 사이에서 이런 장치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불과 몇 주 전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튀르키예 감시 장비를 타격해 파괴했다전면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그 4월 메커니즘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그러나 이스라엘과 튀르키예의 목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런 메커니즘이 계속 작동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더 크래들>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종파 및 민족적 분열을 활용해 소수 집단을 정치적군사적 도구로 삼으려 한다이는 시리아를 분할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며두 개의 전략적 회랑을 여는 데 목적이 있다하나는 수웨이다(Suwayda)에서 하사카(Hasakah)까지 이어지는 동쪽 회랑이고다른 하나는 시리아 해안에서 아프린(Afrin)까지 이어지는 서쪽 회랑이다이스라엘은 이를 통해 다중 전선의 영향력을 확보하고튀르키예 축을 내부에서 포위하려 한다.”

이스라엘은 이 동쪽 회랑을 다윗의 회랑(David’s Corridor)’이라고 부른다.

 출처: TRT World

그래서 튀르키예는 타크피리(Takfiri)로 알려진 세력즉 시리아군이라 불리는 무장단체에 무기를 지원하고 훈련을 시킨다그리고 이스라엘은 이 군대가 소수민족을 억압한다는 점을 구실로 삼아 시리아를 폭격하고시리아 북서부의 쿠르드 지역에서 이라크의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KRG)로 이어지는 경로를 확보하려 한다이 지역은 이란과도 국경을 접하고 있다.

한편쿠르드족과의 평화 프로세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이제 에르도안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 듯하다.

튀르키예가 시리아 국가 체제를 붕괴시키는 데 일조한 이후미국-이스라엘 축은 앙카라가 쿠르드 주도 시리아민주군(SDF)의 지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에 제한을 걸었다.

3월 10, SDF와 다마스쿠스 기반 과도 정부가 체결한 중대한 합의에는 SDF가 통제하던 민간 및 군사 조직을 국가 체제로 통합하는 내용이 담겼으며이는 시리아의 새로운 정치 질서 속에서 쿠르드 정치 세력이 공식적인 지위를 가질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7월에는 미국 특사이자 튀르키예 주재 대사인 톰 배럭(Tom Barrack)이 SDF가 PKK의 분파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그는 “SDF는 YPG이고, YPG는 PKK의 파생 조직이다… 자유 쿠르디스탄이 생길 가능성은 없다… 여기는 시리아다라고 밝혔다.

올 2월에는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이 알카에다 뿌리를 둔 시리아 과도 정부에 SDF를 시리아 정치 전환 과정에 완전히 통합하라고 촉구하며이들을 소중한 동맹이라고 불렀다.

아나톨리아에서 쿠르드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반면레반트(Levant) 지역에서는 미국이스라엘프랑스의 후원 아래 쿠르드 세력이 확대되고 있다지금 튀르키예와 쿠르드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요인들은 더 이상 튀르키예 내부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악마의 변호인을 자처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해보자.

만약 에르도안이 PKK와의 평화 협상을 통해 차기 대선에서 또 한 번 승리한다면그는 정치적으로 승리자가 된다그는 현재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튀르키예 헌법을 개정해 교육권과 행정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마침 헌법 개정은 에르도안이 또다시 대선에 출마하려면 필요한 절차이기도 하다이를 위해 그는 친쿠르드 정당의 지지가 필요하다.

또한쿠르드의 영향력이 아나톨리아에서 레반트와 이라크로 이동한다면그것도 에르도안에게는 유리한 결과가 될 수 있다쿠르드가 통제하는 지역이 시리아 내에 남아 있는 방식의 합의라면 튀르키예는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고전면적인 충돌은 나중으로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미국과 이스라엘이 강화된 쿠르드 세력을 이용해 이란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면(싱크탱크와 전직 관리들이 공공연히 기대하고 있는 시나리오인데그것은 앙카라워싱턴텔아비브 모두에게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가 될 것이다튀르키예 처지에서 보면쿠르드가 이란을 약화하기 위해 싸우고 죽는 상황만큼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없다.

***

서방과 튀르키예의 관계는 오랜 시간 동안 일관되지 않은 거래 중심’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양측 모두 공통의 적에 맞서 서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 해왔다튀르키예는 미국이 러시아와 이란을 견제하는 데 도움 주기를 바랐고워싱턴은 튀르키예를 이용해 모스크바와 테헤란을 압박하려 했다.

그래서 미국은 한쪽 영역에서는 튀르키예에 압박을 가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협력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양면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렇다면 이번 이스라엘과의 긴장 국면은 기존의 이러한 역학 구조의 연장선일까아니면 새로운 국면의 시작일까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스라엘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이스라엘이 여전히 미국이 조종하는 대리 세력인지아니면 이제는 통제할 수 없는 종말론적 세력이 되어 오히려 미국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주체인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현재로서는 이 두 가지 구분이 점점 더 흐려지고 있지만어떤 경우이든 튀르키예와의 충돌이 미국이나 이스라엘 어느 쪽에도 이익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스라엘이 필요로 하는 석유의 40%가 튀르키예를 통해 들어오고 있으며앙카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다른 지역에서 추구하는 전략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튀르키예가 국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트럼프 노선(TRIPP)’ — 일명 이란 포위 프로젝트코카서스 판’ — 의 주요 참여자이자 수혜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워싱턴과 이스라엘은 대튀르키예의 야망을 동쪽으로 유도하길 원하고 있으며범튀르크 회랑(Pan-Turkic Corridor)을 나토 회랑으로도 활용해 중앙아시아에 영향력을 뻗치려 한다. TRIPP와 다윗의 회랑’ 모두이란과의 향후 갈등에 대비한 전략적 사전 준비로 해석할 수 있다.

[본문 내용] 장게주르(Zangezur)에서 다윗의 회랑(David’s Corridor)까지: 조용히 다시 그려지는 세계 무역 지도와 이란 전쟁의 길세계 지정학의 판이 끊임없이 뒤바뀌는 가운데장게주르 회랑(Zangezur Corridor)과 다윗의 회랑(David’s Corridor)의 등장은 가장 중대한 변화이자 가장 주목받지 못한 사건 중 하나다남캅카스에서 이라크 북부까지 이어지는 이 두 프로젝트는 단순한 인프라 사업이 아니다이는 새로운 지정학 질서를 위한 도구다지금 바뀌고 있는 것은 단지 글로벌 무역과 에너지 흐름만이 아니다이란과의 미래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전장의 구조 또한 바뀌게 된다.
장게주르 회랑이란의 동서 연결망을 차단하다. 아르메니아 시유니크(Syunik) 주를 가로지르는 장게주르 회랑은 아제르바이잔 본토와 그 외곽 영토인 나흐치반(Nakhchivan)을 연결하고나아가 튀르키예와 연결되는 육상 회랑으로 구상되었다이 회랑은 튀르키예와 이스라엘의 후원 아래 추진되며서방과 연계된 에너지 이해관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이는 이란을 지역 물류 허브로서 우회함으로써동서 실크로드상에서 이란의 지정학적 가치를 약화한다.
· 전략적 에너지 우회: 장게주르 프로젝트는 에너지 운송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카스피해 연안 아제르바이잔과 중앙아시아의 가스를 이란이나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튀르키예를 통해 유럽으로 운송할 수 있게 한다.
· 이란의 경제적 질식중국의 일대일로(BRI)와 러시아의 남북운송회랑(North-South Transport Corridor)은 한때 이란을 거점으로 삼았지만이제 무역 루트는 이란을 우회하면서 테헤란을 주요 유라시아 시장에서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있다.
· 이스라엘 및 나토 영향력 확대: 아제르바이잔 내 이스라엘의 군사와 정보기관 존재는 크게 강화되었고이 회랑을 통해 이란 북부에서 정보 수집을 하고장기적으로는 군사 기지까지 설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
다윗의 회랑이란 서부 측면을 겨냥한 비밀 통로. 장게주르 회랑이 이란 북부를 겨냥한다면, ‘다윗의 회랑은 점령지 팔레스타인에서 요르단시리아를 거쳐 이라크로 이어지는 육상 경로로물류와 군사라는 이중 목적을 갖는다.
· 전략적 이스라엘 접근권:이 경로는 이스라엘이 이라크 쿠르디스탄에 주둔한 미국 및 연합군과 육상 연결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한다이는 물류감시무기 배치 측면에서 판도를 바꾸는 요소다.
· 레반트 불안정화: 이 회랑이 성공하려면 시리아와 이라크가 분열한 상태혹은 무력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그래야 저항 없이 회랑을 확장할 수 있다.
· 이라크 내 대리 통제이라크 북부특히 쿠르드 지역은 이제 미국과 이스라엘 군사력의 전진 기지가 되었을 뿐 아니라바그다드의 통제를 벗어난 에너지 자원 추출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
군사력으로 덮은 새로운 세계 무역지도. 이 두 회랑은 함께 다음과 같은 이중 전략을 구성하고 있다.
· 북쪽에서는,장게주르 회랑이 이란의 경제 동맥을 차단하고송유관과 철도디지털 인프라를 이란 통제권 밖으로 우회시킨다.
· 서쪽에서는다윗의 회랑이 이란 서부의 취약한 측면을 겨냥해 무장된 군사 물류 통로를 제공함으로써향후 전쟁 발생 시 전장을 단축한다.
이것은 단순한 무역 프로젝트가 아니다인프라를 무기로 한 전쟁이다.
더 큰 그림이란을 포위하고 고립시키는 전략. 이 두 회랑은 고립된 개별 사업이 아니다이란을 포위하고 압박하기 위한 일관된 전략의 일부다.
· 아제르바이잔은 이란 북부를 겨냥한 이스라엘 작전의 전진 기지로 기능하고 있다.
· 이라크 북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존재가 확대된 연성 군사지대(soft military zone)’로 재편되고 있다.
· 레반트는 전쟁과 분열로 인해 충분히 혼란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다윗의 회랑이 그 틈을 타 조용히 확장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아제르바이잔 국경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하고러시아 및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며대안적 동쪽 무역 루트를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이는 테헤란이 자신을 향한 포위망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신호다전쟁이 곧바로 일어나지 않더라도전장은 이미 하나씩 포장도로로 깔리고 있다

한편우리가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서방이 자국의 전쟁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분투하는 가운데 튀르키예 방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튀르키예 관영 아나돌루 통신(Anadolu Agency)은 지난달이 같은 흐름을 다음과 같이 자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급 효과와 대서양 횡단 관계의 재편으로 인해 유럽 국가들은 자국의 방위 태세를 긴급히 재평가하게 됐다각국이 역량을 강화하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 속에서튀르키예는 전장에서 검증된 무기체계와 신뢰할 수 있는 시기적절한 납품으로 핵심 대안으로 부상했다.”

튀르키예의 대()유럽 방산 수출은 2020년 3억 6,900만 달러에서 2023년 12억 달러로 급증했다현재 유럽이 튀르키예 방산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2%에 달한다.

6월 말 헤이그(Hague)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는 이러한 흐름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따라동맹국들은 2035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GDP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이는 기존 목표의 두 배 이상이다.

마크 뤼터(Mark Rutte) 나토 사무총장은 정상회의 중 이렇게 말했다.

튀르키예는 매우 큰 국방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우리는 때때로 그들이 보유한 역량을 잊는다내가 그들의 몇몇 방산 기업을 직접 방문해 봤는데정말 인상 깊었다.”

5월 말에는 유럽연합(EU)도 새로운 1,500억 유로(약 1,710억 달러규모의 방산 기금을 발동했다이는 EU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국방 투자 프로그램이다이후 EU 외교정책 대표 카야 칼라스(Kaja Kallas)는 기자들에게 튀르키예는 EU 가입 후보국이기 때문에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우리는 튀르키예를 명백히 안보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앙카라는 EU의 1,700억 달러 규모 방산 기금에 접근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동시에미국이 2017년 제정한 '미국의 적에 대한 제재 대응법(CAATSA)'에 따른 튀르키예 제재를 완화한다면튀르키예 방산업은 또 한 번 큰 도약을 할 수 있다그리고 이런 가능성은 점점 언제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미국은 튀르키예가 러시아산 S-400 미사일 방어 체계를 도입한 것을 이유로 2020년 제재를 부과했다에르도안은 몇 달 전 제재가 완화되고 있으며제재 해제를 위한 조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현재 상황을 보면튀르키예는 아직 포장을 뜯지도 않은 S-400을 처분할 준비에 거의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모든 흐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분명히 말하자면앙카라와 워싱턴 사이에는 갈등보다 공통된 이해가 훨씬 더 많아 보인다이스라엘이 튀르키예와 직접적으로 충돌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고잃을 것은 훨씬 많다튀르키예는 미국 전략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역량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역내 '()' 세력 경쟁 구도 속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미국이 정말로 튀르키예를 고려해 이스라엘을 억제해야 하는 상황일까 — 그럴 능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 말이다관련 당사자들 모두가 합의 불가능한 존재들이기 때문에이들 중 누군가가 내일 서로 등을 찌르는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다.

이스라엘과 튀르키예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이 갈등이실상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요즘 즐겨 쓰는 기만적 정치극의 일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그 이면에서는 여전히 이란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목표 아래 긴밀히 공조하고 있을 수 있다.

[츨처] Are Israel and Türkiye on a Collision Course or Parallel Tracks?  | naked capitalism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코너 갤러거(Conor Gallagher)는 작가이자 활동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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