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가 없는 집단인 안티파(antifa)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면, 국가는 모든 반체제 인사를 안티파 지지자로 낙인찍고 테러리스트로 기소할 수 있다.
폭발(Boom). 출처: Mr. Fish
트럼프는 정식 조직이나 구조가 없는 집단 안티파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함으로써 우리 모두를 테러리스트로 몰 수 있게 했다. 여기서 노리는 건 반파시스트의 약자인 안티파 구성원이 아니다. 마지막 남은 저항의 흔적을 겨냥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가 점령 시위 야영지를 전국적으로 철거하는 데 협력했을 때도,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리고 집단으로 움직이며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추구하는 이들이라는 이유로 붙은 이름, 안티파는 핑계에 불과했다.
“미국의 많은 애국자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한다. 나는 안티파를, 병들고 위험한 급진 좌파의 재앙을, 주요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다. 나는 또한 안티파에 자금을 지원하는 자들을 최고 수준의 법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철저히 조사할 것을 강력히 권고할 것이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 이렇게 썼다.
나는 안티파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 또한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안티파와 자신을 동일시했던 블랙 블록 아나키스트들의 강력한 반대자였다. 그들은 점령 시위 야영지에 스며들어 집단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재산 파괴를 저질렀고, 경찰과 충돌을 시작했다. 점령 운동 활동가들은 안티파의 인간 방패였다. 나는 안티파가 “안보·감시 국가에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썼다.
내가 존경하는 데이비드 그레이버(David Graeber)는 내 입장을 비판하는 공개 서한을 썼다.
나는 신상이 털렸다. 강연과 행사는 전화 위협을 받았고, 주최 측은 경호원까지 고용해야 했다. 검은 옷에 검은 반다나로 얼굴을 가린 남자들이 피켓 시위를 했고, 도시가 어디든 그들이 든 피켓에는 “F**k You Chris Hedges”라고 적혀 있었다. 뉴욕에서 열린 한 아나키스트 안티파 지지자와의 토론회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수십 명이 청중석에서 나를 야유하고 방해했으며, 자주 비꼬듯 “아멘”이라고 외쳤다.
국가는 효과적으로 안티파를 이용했다. 나는 안티파가 사주 요원들로 깊이 침투되어 있었다고 확신한다. 국가는 우리 모두를 침묵시켰다. 기업국가는 점령 운동이 가진 광범위한 매력을 두려워했다. 권력 체제 내부에까지 호소력을 가졌던 운동은, 정치·문화적 경계를 가로질러 경제·정치 체제의 진실을 드러냈기 때문에 표적이 되었다.
안티파는 분명히 말하지만, 테러 조직이 아니다. 그들이 사소한 기물 파손과 혐오스러운 냉소를 혁명으로 혼동할 수는 있지만,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법적 근거는 없다.
안티파는 사회 구조를 재건하려는 모든 집단, 특히 비폭력 시민 불복종으로 행동하는 집단을 적으로 본다. 그들은 모든 조직화한 운동에 반대해, 결국 자신들의 무력함만을 보장한다. 그들은 단순히 방해꾼일 뿐만 아니라, 저항하려는 우리를 방해하는 방해꾼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념적 순수성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배척한다. 그것이 노조 조직, 노동자와 대중 운동, 급진 지식인, 환경 운동가이든 상관없다. 이런 아나키스트들은 시어도어 로작(Theodore Roszak)이 『대항문화의 탄생』(The Making of a Counter Culture)에서 말한 미국 좌파의 “점진적 청소년화”의 사례다.
미국 블랙 블록 운동의 주요 이론가 중 한 명인 존 제르잔(John Zerzan)은 유나바머(Unabomber)로 알려진 시어도어 카진스키(Theodore Kaczynski)의 장광설 같은 선언문 『산업사회와 그 미래』(Industrial Society and Its Future)를 옹호했다. 그는 카진스키의 폭탄 테러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노암 촘스키에서 나까지 포함한 수많은 “배신자” 목록을 깎아내렸다.
오클랜드 같은 도시에서 블랙 블록 활동가들은 상점 유리창을 깨고 약탈했다. 그것은 전략적이거나 도덕적이거나 전술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단지 파괴를 위한 파괴였다. 무작위 폭력, 약탈, 기물 파손은 운동 내부의 용어로는 “야생적(insurrection)”이거나 “자발적 봉기”의 일부로 정당화되었다. 이 행위는 결코 조직될 수 없다고 운동은 주장했다. 조직은 위계를 의미하고, 위계는 언제나 반대해야 한다. 따라서 “야생적”이거나 “자발적” 봉기에 어떤 제약도 있을 수 없다. 다치면 다치는 것이고, 부서지면 부서지는 것이다.
“블랙 블록 운동은 깊이 불안한 과잉 남성성에 감염되어 있다”고 나는 썼다. “이 과잉 남성성이야말로 그 운동의 주된 매력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사물뿐 아니라 인간을 파괴하려는 욕망을 자극한다. 그것은 군중 폭력에서 나오는 신과 같은 힘을 제공한다.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채 무명 집단의 일부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행진하면, 소외감, 무력감, 고립감, 부족함이 일시적으로 사라진다. 군중 속에서 전우애를 느끼게 된다. 그것은 불분명한 분노를 어떤 목표에든 분출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연민, 자비, 온화함은 힘의 도취 속에서 추방된다. 그것은 평화로운 시위자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고 구타하는 경찰 군중을 움직이는 똑같은 병이다. 그것은 전쟁 속 군인의 병이다. 그것은 인간을 짐승으로 만든다.”
그러나 나는 안티파에 반대하지만, 국가의 대응을 그들에게 탓하지는 않는다. 만약 안티파가 아니었다면 다른 집단이 희생양이 되었을 것이다. 급속히 공고화되는 우리의 경찰국가는 우리를 침묵시키기 위해 어떤 수단이든 쓸 것이다. 국가는 사실 폭력을 환영한다. 대립적 전술과 재산 파괴는 가혹한 통제를 정당화하고, 더 넓은 대중을 겁주어 저항 운동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국가는 안티파나 그와 비슷한 집단을 필요로 한다. 저항 운동이 성조기를 불태우고, 돌을 던지고, 분노한 폭도 집단이라는 오명을 성공적으로 쓰게 되면(트럼프 행정부가 열심히 그렇게 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끝난다. 우리가 고립되면, 짓밟힐 수밖에 없다.
“비폭력 운동은 어떤 차원에서 경찰 폭력을 포용한다”고 나는 썼다. “정의를 요구하며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사람들을 짓밟으려는 국가의 지속적 시도는 권력 엘리트의 정당성을 잃게 한다. 그것은 수동적이던 대중을 반응하게 한다. 그것은 권력 구조 내부 일부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고, 권위 네트워크 내부에 마비를 불러올 내적 분열을 만든다.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은 버밍햄에서 계속 행진을 이어갔다. 그가 공공안전국장 ‘불’ 코너(Bull Connor)가 폭력배였고, 과잉 대응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점령 월스트리트 운동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오렌지색 그물망 뒤에 갇힌 몇몇 여성들이 뉴욕 경찰국 부국장 앤서니 볼로냐(Anthony Bologna)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맞았을 때였다”고 나는 이어 썼다. “국가의 폭력과 잔혹함이 드러났다. 그리고 점령 운동은 경찰의 도발에 맞서 끝까지 대응을 거부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울려 퍼졌다. 이 도덕적 권위를, 즉 비폭력 시위를 통해 기업국가의 부패와 타락을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을 잃는 것은 운동에 치명적이다. 그것은 우리를 억압자의 도덕적 타락 수준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억압자들이 원하는 바다.”
나는 안티파가 점령 운동을 붕괴시키는 무기로 이용되는 것을 보았다. 이제 그것은 저항이 아무리 미약하고 온건하더라도 그 목줄을 조이는 무기가 되고 있다.
이 광범위한 억압에 대한 정당화는 부조리극이다. 그것은 꾸며낸 이야기들로 특징지어진다. 이슬람주의자들과 “급진 좌파”의 이른바 “적-녹 연대” 같은 것이다. 트럼프의 수석 정책 고문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는 찰리 커크(Charlie Kirk) 암살 배후에 “조직된 캠페인”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커크의 순교는 국가 억압을 가속했다. 억만장자 금융가 조지 소로스(George Soros)와 그의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Open Society Foundations)을 포함한 트럼프의 모든 반대자들이 곧 이 그물에 걸리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가 모두 안티파다.
[츨처] We Are All antifa Now - The Chris Hedges Report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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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로, 15년 동안 뉴욕타임스의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중동 지국장과 발칸 지국장을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