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는 어떻게 공황을 피하는가

반식민 투쟁 과정에서 인도의 많은 활동가들은 자본주의 세계가 대공황과 대량 실업으로 휘청일 때 소련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듯 보였기 때문에 사회주의에 매료되었다. EMS 남부디리파드(EMS Namboodiripad)는 그중 한 사람이었고이에 대해 글을 쓴 바 있다그들은 사회주의 경제의 작동 방식에 자본주의와 달리 공황즉 일반화된 과잉생산 상황을 피하게 만드는 어떤 내재적 요소가 있다고 이해했다그렇다면 이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출처: Unsplash, Ilse Orsel

과잉생산 상황은 가동 가능한 자본 스톡(capital stock, 한 나라나 경제 전체가 보유한 생산수단(자본재)의 총량)을 전면적으로 활용했을 때 생산 가능한 최대 산출량이그 산출이 생산될 때의 수요보다 많을 때 발생한다고 말한다따라서 그 산출에서 원하지 않는 재고가 쌓이고결국 생산이 줄어들어 오직 그 시점의 수요에 맞는 만큼만 생산된다.

부르주아 경제학은 임금과 가격이 탄력적이라면 이런 과잉생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가령과잉생산 때문에 산출이 최대 산출량보다 줄어든 경우명목임금과 가격이 하락하면 사람들이 보유한 현금 잔액의 실질 가치가 상승하여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되고그로 인해 총수요가 증가한다고 말한다이는 결국 새로운 명목임금과 가격 수준에서 전면적 가동 상태의 산출이 실제로 생산되고 수요되기까지 이어진다따라서 산출과 고용이 전면적 가동 수준보다 낮은 이유는 명목임금과 가격이 탄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즉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그리고 그 이유는 노동조합의 존재 때문이다노동조합은 일정한 명목임금을 쟁취하고 낮아지지 않도록 막는다임금의 경직성이 과잉생산과 대량실업을 낳고이는 노동조합이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따라서 과잉생산과 실업의 만병통치약은 노조를 분쇄하고 시장을 제 기능하게 만드는 것이며바로 이것이 마거릿 대처와 다른 이들이 추구한 바였다.

그러나 부르주아 경제학의 이런 주장은 완전히 이데올로기적 허풍이다만약 명목임금과 가격 하락을 통해 과잉생산을 극복하려 한다면그것은 산출과 고용을 개선하기는커녕 자본주의 경제에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기업들은 명목 단위로 부채 상환 의무를 떠안고 있는데명목임금과 가격이 떨어지면 이와 대비해 수익이 줄어 많은 기업이 파산에 내몰리기 때문이다임금과 가격 하락이 수요 확대를 통해 고용과 산출 증가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오히려 파산 물결로 산출과 고용이 줄어든다.

한편가격이 떨어져도 명목임금이 고정된다면 전면적 가동 산출에서 수요가 부족할 때 실질임금 상승으로 수요는 분명 증가한다그러나 이 경우 이윤 마진이 줄어들며기업들은 당연히 반발할 뿐 아니라 일부 기업은 손실을 입고 퇴출당해 산출과 고용은 여전히 원래의 최대 산출보다 낮아진다따라서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전면적 가동 산출의 과잉생산을 시장 메커니즘으로 극복할 수 없다.

반대로 사회주의 경제에서는 생산수단이 사회적으로 소유된다실질적으로는 국가 소유를 의미한다모든 기업의 이윤은 국가 예산에 귀속되므로 개별 기업의 흑자나 적자는 소유주인 국가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중요한 것은 전체적으로 기업이 일정한 이윤을 올리는 것이다따라서 개별 기업이 적자를 낸다고 해서 문을 닫지 않는다국가는 모든 기업에게 전면적 가동 상태에서 생산을 명령할 수 있고명목임금은 유지된 채 가격이 수요와 균형을 맞출 수준까지 떨어지도록 할 수 있다이 가격 수준에서 어떤 기업은 흑자를 내고 어떤 기업은 적자를 내지만흑자 기업은 국가 예산에 기여하고 적자 기업은 국가 예산으로 보조받는다그러나 산출은 언제나 전면적 가동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게다가 흑자 기업의 이윤은 항상 적자 기업의 손실을 초과하기 때문에 국가 예산이 적자가 될 일은 없다.

이 마지막 주장에는 간단한 이유가 있다투자 규모가 양(+)이라면 저축도 반드시 양수여야 한다(외국 투자는 무시한다). 단순화를 위해 임금은 모두 소비에 쓰이고모든 저축은 기업 이윤에서 나온다고 가정하면양의 투자는 양의 저축을 의미하며 따라서 양의 이윤을 낳는다결과적으로 사회주의 경제가 양의 투자를 하는 한전체적으로 이윤은 언제나 양수일 것이며흑자 기업의 이윤은 적자 기업의 손실을 초과한다따라서 사회주의 국가는 항상 전면적 가동 생산을 요구할 수 있으며 적자 기업을 예산으로 교차 보조할 수 있다.

사회주의 경제는 따라서 언제나 전면적 가동 상태에서 작동할 수 있다이는 모든 기업이 사회적으로 소유되어 개별적으로 손실을 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물론 사회주의 경제에서도 기초 가격에서 총수요에 변동이 생기는데이는 총투자 수준이 변동하기 때문이다이러한 변동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메아리 효과인데사회주의 건설이 시작될 때의 초기 투자 집중이 몇 년 후 구형 장비가 동시에 노후화하면서 다시금 비슷한 집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러한 투자 변동이 자본주의처럼 전체 산출의 변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가격과 임금의 움직임으로 소비가 투자 감소 시 증가하고 투자 증가 시 감소하여 상쇄되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실질임금 변동이 투자의 변동을 상쇄해 총수요가 항상 전면적 가동 산출과 같게 유지된다.

이는 추상적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에서 일어났던 일이기도 하다그곳에서는 투자의 변동이 자본주의에서처럼 전체 산출의 변동으로 이어지지 않았고소비 수요가 이를 상쇄하여 경제가 항상 전면적 가동 상태를 유지했다.

다르게 표현하면자본주의 경제에서 투자 변동은 소비 변동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따라서 전체 산출의 변동으로 이어진다반면 사회주의 경제에서는 투자 변동이 소비 변동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항상 전면적 가동 산출이 실현된다이는 자본주의가 사적이고 분산된 생산수단 소유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수요가 떨어지면 가격이 하락한다 해도 일부 생산자는 손실을 보고 산출을 줄이게 되기 때문이다따라서 자본주의에서 수요 감소는 필연적으로 산출 감소로 이어진다반면 사회주의에서 수요 감소는 전적으로 가격 하락으로 흡수되어 산출은 줄지 않는다.

저명한 폴란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미하우 칼레츠키(Michal Kalecki)는 수요 제약 시스템과 공급 제약 시스템을 구분했다헝가리 경제학자 야노시 코르나이(Janos Kornai)가 이후 이를 활용했다칼레츠키는 자본주의를 수요 제약 시스템사회주의를 공급 제약 시스템으로 보았다전자는 총수요가 늘면 산출이 늘고후자는 그렇지 않다사회주의에서는 산출이 언제나 최대 수준에 있으므로 총수요가 늘면 산출이 아니라 가격이 상승한다따라서 사회주의에는 비자발적 실업즉 수요가 증가하면 고용될 수 있는 미활용 노동이 존재하지 않는다.

비자발적 실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과거 사회주의의 위대한 성취였다이는 근대사에서 전례 없는 업적이었고오늘날까지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출처How Does Socialism Avoid Depressions?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태그

노동조합 임금 자본주의 과잉생산 대공황 극복 사회주의 완전고용

의견 쓰기

댓글 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