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열린 국제 방위·안보 장비 박람회(DSEI)에서 이스라엘의 참가를 규탄하는 시위가 무기 회사와 무기 거래상들을 맞이했다.
화요일 런던 엑셀 센터에서 열린 행사에는 1,600여 개 전시업체 가운데 50개 이상의 이스라엘 방산 기업들이 참가했으며, 경찰은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와 충돌했다.
전시업체에는 이스라엘 정부 소유 기업인 라파엘(Rafael)과 이스라엘 항공우주 산업(IAI)이 포함돼 있었다. 영국 정부는 가자에서 계속되는 집단학살, 즉 2023년 10월 이후 6만6천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살해된 상황을 이유로 공식 이스라엘 대표단의 참석을 금지했음에도 이들이 참가한 것이다.
DSEI 2025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기·방위 산업 전시회로 2025년 9월, 런던 엑셀(ExCeL) 전시장에서 열렸다. 출처: DSEI 2025 홈페이지
이스라엘 최대 방산업체이자 이스라엘군 드론 전력의 상당 부분을 생산하는 엘빗 시스템스(Elbit Systems)가 참가했다고 방산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Breaking Defence)가 확인했다.
시위대가 전시장 정문을 봉쇄하자 경찰은 참관객들을 옆문으로 인도해야 했고, 현장에는 “수치다(shame)”와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free Palestine)”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여러 차례에 걸쳐 경찰이 참관객들을 둘러싼 차단선을 유지하기 위해 물리력을 사용하는 장면을 <미들 이스트 아이>(Middle East Eye)가 목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여러 시위대가 부상을 입었다.
한 시위자는 수갑이 채워진 채 통제 구역 안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듯 보였고, 이후 구급차로 이송됐다.
<미들 이스트 아이>는 또한 경찰이 불교 승려 아잔 산타모노(Ajahn Santamono)를 포함한 약 20명의 시위대를 최소 한 시간 동안 포위해 가둔 장면을 목격했다, 시위자들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후 체포되지 않고 석방됐다.
산타모노는 이번 행사를 “끔찍하다”라고 표현하며 경찰의 대응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집단학살과 대량학살에 가담하는 이들은 보호받고 지원을 받는 반면, 이에 항의하려는 양심 있는 사람들은 체포하고 범죄자로 취급하며 폭력으로 대응한다”
기사 작성 시점까지 최소 세 명이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Brent Patterson의 페이스북
엘빗, 영국 최종 후보에 올라
2001년부터 어떤 형태로든 개최되어 온 DSEI 행사는 늘 시위와 논란을 불러왔다. 그러나 올해는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로 인해 더욱 주목을 끌었다.
서식스 대학교에서 세계 무기 거래를 연구하는 안나 스타브리아나키스(Anna Stavrianakis)는 DSEI 행사를 “전쟁과 비즈니스의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미들 이스트 아이>에 이렇게 말했다. “DSEI는 무역 박람회로 포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전쟁과 폭력에 대한 국가와 군대의 이해관계가 가능한 한 많은 기술을 판매하려는 기업의 이해관계와 만나는 자리다. 이곳은 모든 무기 거래자들에게 정말로 즐거운 하루일 뿐이다.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거래가 논의되고, 무기가 찬미되는 곳이다.”
과거 몇 년 동안 국제앰네스티는 이 행사에서 금지된 무기들이 판매됐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는 불법 집속탄(cluster munitions)뿐 아니라, 고문 도구로 흔히 사용되는 “허리 사슬과 다리에 연결된 족쇄”도 포함돼 있었다.
2016년 런던 법원은 바레인 출신 고문 생존자를 포함한 8명의 활동가가 무기 박람회 진입을 막은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박람회에서 불법 무기가 판매됐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9월에 열린 마지막 DSEI 행사는 100명 이상의 경찰이 배치됐으며, 경비 비용만 거의 200만 파운드에 달했다.
올해 시위를 지켜본 정기 관찰자들은, 영국 교통경찰과 영토 지원 부대까지 합류하면서 경찰 병력이 훨씬 더 많아 보였다고 전했다.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의 군사·안보·경찰 프로그램 국장 올리버 핼리-스프래그(Oliver Feeley-Sprague)는 이스라엘의 박람회 참가를 “심각하게 우려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 정부가 공식적인 이스라엘 대표단 참석은 막으면서도 무기 홍보는 계속 지원하는 것은, 집단학살, 전쟁범죄, 국제법의 중대한 위반을 방지해야 한다는 국제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무기 수출 통제에는 일관되고 원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것은 팔레스타인인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두는 접근이어야 한다. 윤리를 말로만 내세우면서 뒤로는 전쟁이라는 음울한 장사로 이윤을 챙기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영국 국방장관 존 힐리(John Healey)는 목요일(11일) 박람회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월요일(8일) 산업 국방 전략을 발표하면서 국방비를 GDP의 2.5%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를 위해 2억5천만 파운드를 “국방 성장 협약”에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힐리는 최근, 제품을 “실전에서 검증됐다!”고 홍보하는 이스라엘 방산 대기업 엘빗 시스템스의 영국 자회사와, 한때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국방부의 20억 파운드 규모 계약 최종 후보로 올렸다.
[출처] Hundreds protest against presence of Israeli companies at London arms fair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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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테스터(Daniel Tester)는 영국 외교관 출신이자 중동 문제 전문가로 이 글은 <미들 이스트 아이>에 쓴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