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팀이 계속 지면, 보통 사람들은 새로운 코치나 적어도 쿼터백 교체를 외친다. 트럼프식 방식은 다르다. 그는 점수판을 바꾸고 싶어 한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매달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생겼는지를 알려주는 통계기관, 즉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을 전면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 기관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도 함께 산출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수입세(관세), 대규모 추방, 보건의료 및 기타 정부 프로그램 예산 삭감을 통해 미국 경제를 마치 망치로 후려치듯 때렸다. 그 결과, 최근 몇 달간 경제 지표는 매우 나빠졌다. 트럼프는 자신이 만든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노동통계국을 난도질하고 거짓말을 해줄 충성파들을 앉혀 경제가 “최고!”라고 말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
이번 주 안에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미 지난달 현실에 맞서는 전쟁의 첫 포문을 열었다. 그는 7월 고용지표가 나쁘게 나오자, BLS 국장 에리카 맥엔타퍼(Erika McEntarfer)를 해임했다. 그는 이 수치가 자신을 나쁘게 보이게 하려고 조작된 것이라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쳤다. 이후 트럼프의 경제팀은 급히 등장해 거짓 위에 또 거짓을 덧붙이며, 트럼프는 조작이 아니라 “부정확성”을 걱정했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았다.
문제는 노동통계국이 아니라 트럼프다
쿼터백이 계속 인터셉트를 당할 때, 그 책임이 점수판 탓은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런 식으로 경기한다. 지금 미국 경제가 둔화하는 것은, 이 사안을 제대로 지켜봐 온 사람들에겐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집권 이래 수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해 경제에 실질적인 세금을 때렸다. 이는 가계와 기업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가는 행위다. 경제학 박사 학위가 없어도, 이런 정책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트럼프가 관세를 마치 리얼리티 쇼처럼 다루었다는 점이다. 그는 특정 시한에 맞춰 더 높은 관세 또는 낮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뒤, 날짜를 바꾸거나 세율을 조정하는 식으로 오락가락했다. 리얼리티 TV 스타는 계획 없이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은 그렇지 않다. 변화무쌍한 관세 정책은 투자 환경을 망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 결정을 미루고 있다.
트럼프의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삭감도 상황을 악화했다. 다크 MAGA 일론과 도지(DOGE) 보이들로 대표되는 그의 팀은 정부 기관과 인력을 제멋대로 잘라냈고, 이는 경제에서 자금을 빼낸 동시에 FEMA(재난관리청)나 FAA(연방항공청) 같은 기관들이 제 역할을 못 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의 “아름다운 법안”이라 불린 보건의료 예산 삭감은 병원과 의료기관들이 직원을 해고하거나 아예 문을 닫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대규모 불법체류자 추방은 건설 현장을 멈추게 하고, 농민들이 수확을 못 한 채 작물을 썩히게 만든다. 생산이 줄고 물가는 오르는 건 당연한 결과다.
이처럼 실업률이 높아지고 물가가 오르며 경제가 약해지는 상황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문제를 인정하지도, 해결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 대신 푸틴이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해줬다며 상황을 미화한다. 트럼프는 문제의 원인이 점수판(BLS)이라고 주장한다.
노동통계국을 파괴하는 일은 웃긴 일이 아니다
100년 넘게 최고 수준의 데이터를 생산해온 통계기관을 무너뜨리려는 계획은 얼핏 경제학자들의 과한 걱정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기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우리는 경제가 얼마나 성장하는지,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생기는지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미래 계획을 세우기도 훨씬 더 어려워진다.
만약 통계기관들이 실제 데이터를 보고하는 게 아니라, 트럼프가 하라고 지시한 숫자를 발표하게 된다면, 기업들은 미국에서의 투자를 줄이고, 데이터를 조작하지 않는 나라로 자본을 옮기려 할 것이다.
트럼프의 통계 장난은 우리 모두의 지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은 소비자물가지수(CPI, BLS가 생산함)에 따라 매년 인상된다. 만약 트럼프가 측근들에게 CPI를 1.0%포인트 낮게 조작하라고 명령하면, 모든 사람은 매달 연금에서 1.0%씩 적게 받게 된다.
게다가 이 효과는 누적된다. 만약 트럼프가 매년 CPI를 1.0%포인트 낮게 조작한다면, 2년 후엔 연금이 2.0% 감소하고, 3년 후엔 3%, 10년 후엔 10.0%나 줄어들게 된다.
CPI는 소득세 구간에도 영향을 준다. 세율 구간은 물가에 따라 조정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CPI를 장난치면, 수천만 가구의 소득이 더 높은 세율 구간에 들어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경제 통계는 진짜 돈 문제다.
우리는 트럼프의 대안 현실이 아닌, 실제 현실에 맞서야 한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수천만 명에게 막대한 비용을 떠안기고 있다. 그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만들려 하고 있다. BLS와 다른 통계기관들을 파괴해, 우리가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진실을 숨기면 트럼프는 “역대 최고의 경제!”라고 떠들기 편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진실이 필요한 사람들, 트럼프의 사기극 바깥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될 것이다.
[출처] Trump Attacks BLS to Fake Economic Data and Hide Job Loss – CEPR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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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