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시민사회가 “사모펀드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민간 시내버스회사의 공공인수를 서울시에 촉구하고 나섰다. 시내버스가 소수 민간 기업의 이윤만을 위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공공 교통”으로서 운영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모펀드시내버스 서울시인수 시민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 공공운수노조 제공
노동조합과 진보정당, 시민사회연대체 및 다양한 개인들이 참여하는 ‘사모펀드시내버스 서울시인수 시민운동본부(이하 ‘시민운동본부’)는 3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의 힘으로 사모펀드 버스를 시민의 버스로 찾아오자”고 힘을 모았다.
시민운동본부에 따르면 “이미 서울의 민간버스회사들은 버스준공영제하에서 막대한 배당과 이익을 가져가고 있어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는데, “이처럼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 되어버린 서울시 버스는 이제 사모펀드의 먹잇감으로 전락해, 현재 서울시 버스 업체의 9.2%와 차량수의 13.3%가 사모펀드에 넘어간 상황”이다.
본부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버스업체들은 당기순이익과 상관없이 배당을 실시하면서 서울시의 다른 민간업체에 비해 3배가 넘는 순이익과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사모펀드가 인수한 버스업체들은 막대한 서울시의 재정보조금을 통해 운영되면서도 다시 기존 자산을 취약하게 만들면서 배당을 실시해온 것”이라 짚었다. 본부는 또한 이들 사모펀드는 현재 버스 업체들을 또 다른 사모펀드에 매각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고, 이 과정에서 “이 과정에서 진입하는 사모펀드는 또다시 높은 순이익과 배당이익을 위해 서울시의 재정보조금과 기존 버스 자산을 활용”해, “결과적으로 시민들을 위해 제공되어야 할 공공교통서비스가 취약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민운동본부는 이에, 지난 2012년 시민들의 힘으로 지하철9호선을 운영하던 사모펀드 “맥쿼리 자본을 내보내고 시민펀드를 통해서 사업구조를 재구조화”한 선례를 이어, 시민운동으로 서울시의 시내버스업체 공공인수를 이끌어내 “시민들의 힘으로 사모펀드 버스를 시민의 버스로 찾아오자”는 계획이다.
"버스를 시민에게". 공공운수노조 제공
박상길 수석부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2004년 도입한 서울시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민간 버스회사의 운송 수입과 비용을 공동 관리하여 공공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밝혔으나, “현실은 정반대”라고 짚었다. “시민의 혈세는 공공교통을 지탱하기는커녕, 사업주와 투기자본의 배당금으로 흘러 들어가, 시내버스라는 공공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취급되며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박 수석은 현재 서울에서 7개 회사, 1천여 대의 버스를 소유하고 있는 차파트너스의 경우 “과도한 배당과 차고지 매각으로 이윤만 추구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정시성 강요와 난폭운전 압박, 휴식시간 축소, 재생 부속 사용 등이 일상화되며 버스노동자의 안전과 시민의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신한·하나캐피탈·롯데카드 같은 금융자본까지 가세하여 시민 혈세와 노동자의 땀을 배당금으로 챙겨가고 있다”는 현실도 환기했다. 그는 “시내버스는 수익사업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지키는 공공서비스”라며 “시민 혈세가 사업주와 투기자본의 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 시내버스, 서울시가 인수하라". 공공운수노조 제공
시민운동본부에는 진보정당들도 함께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한 목소리로 민간 자본의 이윤을 시민들의 세금으로 보전하는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폐해를 지적하고, 교통 공공성 보장을 위한 공영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전장호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의료와 돌봄, 교육, 교통 등 시민의 기본적 생존과 사회의 유지에 필수적인 보편적 기본 서비스는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면서 그런데 서울시의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민간 시내버스 회사들과 하여금, “시민의 지갑과 시민들이 낸 세금인 서울시재정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유리 서울녹색당 운영위원장은, “지난해 버스준공영제 20주년 혁신안 발표에서 ‘사모펀드 같이 민간자본이 공공성을 존중하지 않고, 손쉽게 수익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만들려면, 100% 공영화가 정답’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이라면서, 당시 오 시장은 천문학적 예산을 이유로 현실화가 어렵다고 덧붙였으나, “이미 서울시가 버스회사에 보전하는 비용이 천문학적 규모로, 지난 4년간 2조 5천억 원을 민간 버스회사에 지원했고, 23년과 22년 연간 투입된 비용이 8천억”이라고 지적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이 비용으로 결국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배당금 파티를 벌였던 것”이라며 “오 시장도 말했듯이 사모펀드의 진입을 막을 방법은 오직 ‘공영화’”이고, 민간 버스회사에 보전하는 재정 규모로는 충분히 서울시가 직접 시내버스 회사를 인수해 운영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안숙현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서울시는 민간 버스회사에 수천억 원을 지원하면서도 단 하나의 증빙 서류조차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사모펀드는 준공영제 구조 속에서 높은 배당금을 챙기고, 이제는 심지어 회사를 매각해 ‘먹튀’를 하려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용연 진보당 서울시장 위원장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비가 지원되는 서울 시내버스가, 고배당을 통해 이윤을 남기고, 또 투자와 매각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남기는 사모펀드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면서 “시내버스는 투기의 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발, 시민의 권리”로, “서울시는 사모펀드가 매각하는 버스회사를 반드시 직접 인수해 최소한의 공영노선을 운영함으로써 준공영제의 허점을 검증하고, 교통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 버스를, 시민의 버스로!". 공공운수노조 제공
시민사회는 한편, 준공영제의 폐해는 기후위기 시대, 기후부정의와도 맞닿아 있다면서 기후정의 실현의 관점에서도 공영제 전환을 통한 교통 공공성 강화가 중요하다고 짚고 있다.
은혜 927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서울 시민의 혈세로 막대한 배당금, 이윤을 보장하여 자본의 배는 희한하게 불러가는 지금의 준공영제는, 시민의 이동할 권리, 안전할 권리, 공공성을 침해하는 기후 부정의”라며 “자본의 속도로 흐르는 도시가 아니라, 특정 기업의 이윤을 보장해 주는 교통이 아니라, 삶이 흐르게 하는 교통을 상상”하고, “장애인도 이동하는 도시, 유아차와 함께 이동가능한 도시, 자전거가 위험하지 않은 도시, 모두의 이동을 보장하는 도시를 소망한다”고 힘 주어 말하고, 시민운동본부의 출범을 적극 지지하고 연대할 것이라 밝혔다.
은혜 공동집행위원장은 또한 다가오는 927 기후정의행진의 요구안에도 “철도, 지하철, 버스 공공성 강화하고, 공공교통과 보행권, 자전거 탈 권리 확대로 모두의 이동권 보장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교통 공공성 탈환을 위해 9월 27일 행진에도 함께하자고 이야기했다.
시민운동본부는 이날 출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온오프라인 서명운동과 국회 및 서울시의회 토론회, 버스터(BUSTER) 행진 등을 통해 ‘사모펀드 시내버스’의 문제점을 너르게 알리고, 교통공공성 실현을 위해 서울시의 시내버스업체 공공인수를 촉구하는 사회적 힘을 모아간다.
본부는 이번 사모펀드 시내버스 서울시 인수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을 ‘사모펀드 BUSTER’로 호명하고 캠페인에 나선다. '파괴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버스터(BUSTER)라는 단어를 이용해, 사모펀드와 준공영제를 부수고 공영화를 만드는 시민들이라는 의미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