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극우 정책과 반대 의견 탄압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맞먹지만, 아르헨티나인들은 당당하고 꾸준하게 저항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수천 명의 퇴직자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행진한다. 종종 이들은 노동조합, 학생들,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LGBTQI+) 활동가들과 함께한다. 이들 시위는 여러 차례 가혹하게 탄압당했는데, 경찰이 노인들을 폭행해 심각한 부상을 입히고 수백 명을 체포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리고 6월 18일에는 최대 백만 명이 수도에서 행진했으며, 드론 영상은 거대한 5월 광장(Plaza de Mayo)과 인근 거리가 시위대로 가득 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6월 18일, 5월 광장에서 열린 집회. 출처 :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홈페이지
시위는 다양한 의제를 겨냥한다. 좌파 성향 전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Cristina Fernández de Kirchner)를 정치적 박해로부터 지켜내는 것부터, 존엄한 은퇴를 요구하고 공공서비스 공격에 항의하는 데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수백만 명의 아르헨티나인들이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대통령의 정책을 거부하고 있는데, 그중 상당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극우 지도자들의 반노동·반권리 의제와 흡사하다.
시위는 또한 여성, 언론인, 사회운동에 대한 밀레이의 독설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올해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밀레이가 노골적으로 증오에 찬 연설을 한 뒤 전국적인 분노가 일어났고, 이는 현재의 저항을 촉발한 핵심적인 전환점이 됐다. 그는 “제도들을 식민지화한 각성 이데올로기의 정신적 바이러스”를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노동에 성별 불평등은 없고 단지 남성들이 “더 높은 임금을 주는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진적 페미니즘”은 “중복된 표현”이며, “워키즘(과잉 진보주의)”은 “피비린내 나는 살인적 낙태 의제”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급진적 환경주의”라고 낙인찍으며, “가장 극단적인 형태에서 성별 이데올로기는 노골적인 아동 학대이며, 그들은 소아성애자”라고 말했다.
이에 대응해, 활동가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역사적인 레사마 공원에 모여 반파시스트·반인종주의·성소수자 집회를 결성했다. 이 모임은 네트워킹 공간이 되었고, 2월 1일에는 대규모 행진을 조직해 자신들이 “약탈의 정치”라고 부르는 것을 거부했으며, 그 과정에서 이어질 대규모 동원에 기반을 마련했다.
2023년 12월, 하비에르 밀레이가 취임한 이후, 그의 행정부는 교육, 보건, 사회개발, 문화, 과학 등 핵심 분야 전반에서 가혹한 예산 삭감을 단행했다. 그는 이를 “정치 계급”에 맞선 전쟁이자 “공공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포장했지만, 이런 정책들은 구매력을 붕괴시키고 빈곤을 급격히 확대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경제적 공세는 정치적 공세와 동시에 진행됐다. 정부는 언론인, 노동조합, 페미니스트 단체, 협동조합, 야당에 공개적으로 전쟁을 선포했으며, 밀레이는 여성혐오와 반권리 정서, 권위주의가 뒤섞인 수사를 내세워 기본권을 부정하고 증오를 정상화하는 발언을 밀어붙였다.
이런 수사는 증오범죄를 부추겼다. 밀레이 취임 몇 달 뒤인 2024년 5월 6일, 바라카스에서 네 명의 레즈비언 여성이 잠을 자던 중 불에 타는 사건이 일어났고, 그중 세 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국가를 충격에 빠뜨렸고, 정부가 조장한 허위정보와 불관용의 기후가 낳은 섬뜩한 결과로 이해됐다. 그 시점부터 저항은 확대됐고, 특히 페미니스트와 성소수자(LGBTQI+) 세력이 앞장섰지만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었다.
이어 올해 2월 1일에는 전국에서 전례 없는 반파시스트 행진이 열렸다. 그 뒤 3월 8일(세계 여성의 날)과 6월 3일(여성 살해에 맞선 ‘단 한 명도 잃어서는 안 된다(Ni Una Menos)’ 운동 10주년에는 대규모 집회가 이어졌다. 그리고 6월에는 정부가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재출마를 막으려 하자 전국에서 여러 차례 시위가 일어나 밀레이 정부를 뒤흔들었다.
이런 조직된 저항은 결코 부에노스아이레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카타마르카에서 코르도바까지, 리오네그로에서 차코까지 노동조합, 원주민 단체, 지역 주민 총회, 풀뿌리 조직들이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공공서비스와 기본권을 방어하기 위해 정기적인 시위, 도로 봉쇄, 지역 총회, 문화 축제를 조직하고 있다.
여성이 최전선에 서다
저항의 최전선에는 밀레이의 독설과 정책이 정조준하는 주요 대상인 여성들이 있다.
“이 정부는 철저히 반(反)페미니스트다. 우리에게 이익이 되었던 모든 정책을 해체했고, 이제는 우리가 쟁취한 가장 중요한 법들마저 되돌리려 위협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사회학자이자 전 정치담당 차관이었던 빅토리아 테소리에로(Victoria Tesoriero)가 <트루스디그>(Truthdig)에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여성을 집중 공격하는 이유는 “페미니즘이 최근 몇 년 동안 수적으로나 동원력, 그리고 공적 논쟁을 형성하는 능력 면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유일한 운동이기 때문이다”라고 테소리에로는 설명했다. 그는 또한 여성과 젠더 다양성 활동가에 대한 정치적 폭력을 처음으로 추적·측정한 선구적 페미니스트 단체인 ‘프로예크토 헤네라르(Proyecto Generar)’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경제학자 칸델라리아 보토(Candelaria Botto) 역시 같은 의견을 내며 이렇게 말했다. “밀레이는 페미니스트 운동의 급격한 부상과 — 적어도 담론 차원에서 — 포용을 표방했던 정부에 대한 반발 속에서 부상했다.” 그래서 그의 첫 번째 조치는 성평등을 지향하는 공공정책 체계와 이를 지탱했던 제도를 해체하는 것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부가 재정 긴축으로 포장하는 것은 사실상 정치적 프로젝트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의 경제 모델은 공공서비스를 축소하고, 서비스의 질과 양을 모두 떨어뜨리는 것이다.” 보토는 이렇게 말하며 덧붙였다. “이는 중립적인 재정 긴축이 아니다. 자금의 재배분이다. 필수 서비스는 대폭 삭감하면서 금융 엘리트들에게 지급되는 부채와 이자 지불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보통 사람들은 건강, 교육, 존엄한 은퇴를 잃지만, 부유층은 부동산과 자본에 대한 세금 감면 같은 혜택을 얻는다.”
2021년 보고서에서 테소리에로의 팀은 여성과 젠더 다양성 활동가들을 인터뷰했으며, 그중 70%가 정치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밀레이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실시된 것이지만, 당시에도 언어적 공격이 그 부문에서 정치 참여와 대표성을 축소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결론 내렸다.
“오늘날, 혐오 발언은 대통령 자신에 의해 국제 무대와 국내에서 공공연히 퍼지고 있다.” 테소리에로는 이렇게 설명하며, 그것은 “우리 페미니스트 운동을 정당성 없는 것으로 만들려는 의도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저항을 “보수적 반격”이라고 부르며, 좌파 성향의 키르치네르에 대한 정치적·사법적 박해를 핵심 사례로 지목했다. “정치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의 증가 — 특히 크리스티나를 겨냥한 폭력 — 는 그가 이 정부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야당 세력을 대표한다는 사실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가 출마를 선언한 그 주에 곧바로 투옥됐다.”
키르치네르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지냈고, 2019년부터 2023년까지는 부통령을 역임했다. 그는 친구에게 공공 계약을 몰아줬다는 혐의로 논란이 된 부패 재판에서 6월 중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공직 출마가 금지됐다. 이 조치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사법적 공세와 더불어, 밀레이는 줄리아 멩골리니(Julia Mengolini)와 마리아 오도넬(María O’Donnell) 같은 페미니스트 언론인들을 공개적으로 공격해 비판적인 언론의 목소리를 실추시키려 했다. 예컨대 밀레이는 X에 최소 65건의 멩골리니 비난 글을 게시했다. 그는 멩골리니를, 근친상간을 저지르는 인물로 허위 묘사한 인공지능 생성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퍼지고 있을 때 이런 공격을 가했다.
밀레이가 반대자들에게 사용하는 이 대결적 정치 스타일은 결코 독창적이지 않다. 그의 수사와 권력 전략은 자신이 공개적으로 연대한 도널드 트럼프와 강하게 닮았다. 밀레이가 언론인들을 이름으로 지목해 조롱하는 반면, 트럼프는 주류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낙인찍는 더 광범위한 전략을 취했다. 두 지도자는 반대의 목소리를 침묵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적대감을 키우는 정치 문화를 조장한다.
말레이 대통령은 지난 8월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키르크네리즘은 다시는 없다. 오래살자 자유 젠장...!!!"며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을 혐오하는 글을 올렸다. 출처 : 말레이 대통령 인스타그램
공공부문 노조에 대한 공격 속에 여성과 노동조합이 연합하다
여성들은 공공부문 노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노조의 노동자들은 밀레이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을 받았다.
“우리는 이 정부의 명백한 표적이다. 그들은 자신을, 국가를 내부에서부터 파괴할 두더지라고 부르며 집권했다.” 공공노조인 ATE(국가노동자협회, Asociación Trabajadores del Estado) 지도자이자 저명한 페미니스트 조직자인 클라리사 감베라(Clarisa Gambera)는 말했다. 정부의 공격에는 대규모 해고가 포함됐는데, 그중 다수는 성평등 및 다양성 포용 할당제를 통해 고용된 노동자들이었다. 이와 함께 자의적인 직무 평가, 공공 고용 자체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이에 대응해,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이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거리에서 동원에 나서는 동시에 내부적으로 돌봄과 연대의 구조를 구축해 정부가 무기로 삼는 압박과 공포 선동을 견뎌내고 있다.
“우리는 노동조합 운동 안에서 페미니즘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것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정치를 하는 방식이 돌봄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우리가 서로를 지탱하며 이 순간의 정서적 타격을 함께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된다.” 감베라가 말했다.
이 정서적 타격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올해 ATE가 경제위기 속 폭력과 국가 정책에 대해 실시한 전국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3%가 현재의 노동·경제 상황과 관련된 불안이나 신체 증상을 견디기 위해 약물을 사용한다고 보고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 조직화는 이에 적응하며 활성화됐다. 페미니스트 초노조 공간(The feminist inter-union space)은 부문을 가로지르는 연대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기억에서 가장 큰 규모 중 하나였던 2025년 2월 1일 반파시스트 행진은 전환점이 되었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집단들을 결집 정부의 폭력에 맞서는 선을 그었다.
“이 정부는 우리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감베라는 이렇게 말하며, “그로 인해 우리는 방어적 단결의 과정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6월 3일, 매년 열리는 ‘단 한 명도 잃어서는 안 된다’ (Ni Una Menos) 집회에서 노동조합들은 연금 생활자들까지 조직 공간에 포함다. 연금 생활자들 역시 긴축과 탄압에 의해 체계적으로 겨냥된 집단이었다. 이 순간의 정신을 포착한 구호는 분명했다. “우리의 투쟁을 하나로 묶는 것이 지금의 과제다.”
페미니스트 노동조합원들도 탄압에 맞서 집단적 대응을 조직하고 있다. 키르치네르가 체포된 뒤, 이들은 6월 10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여성 지도자들과 함께 공개 집회를 열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이를 규탄했다. 이어 6월 말 한 명의 활동가가 체포됐고, 7월 2일에는 네 명이 추가로 체포됐다. 이 네 명은 처음에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상태로 구금됐다.
“감옥에 있는 건 바로 우리의 동지들이다.” 감베라는 정부에 비판적인 여성 활동가 다섯 명을 지칭하며 말했다. “그들의 자유는 우리 모두의 자유와 맞닿아 있다.”
보건의료에 대한 공격
이 많은 저항의 가장 지속적이고 강력한 표현 중 하나는 아르헨티나 최고의 소아 전문 공공병원인 가라한 병원(Hospital Garrahan)에서 일어나고 있다. 수개월째 이곳의 의사, 간호사, 직원들은 공공보건과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거의 118%에 달했음에도 2025년 예산이 명목상 동결되면서 병원은 체계적으로 어려워지고 있고, 공급망은 마비됐으며 임금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에만 220명이 넘는 전문 인력이 사직했다.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가라한은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복잡한 소아 환자를 유일하게 받아주는 의뢰 병원이다. 가족들은 집에서 받을 수 없는 수술이나 치료를 위해 먼 지방에서 수도로 찾아온다. 이 병원에 대한 재정 차단은 단지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고품질의 무상 치료에 의존하는 수많은 아동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가라한 노동자들은 혁신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연대를 확산시켰다. 순환 파업, 자전거 행진, 공개 축제, 그리고 7월 중순 의회에서 출발한 전국 행진 등이 이어졌다. 문화계 인사들도 긴축으로부터 병원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운동에 합류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싸우는 이유가 단지 일자리나 임금 때문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사회 — 특히 아동들 — 가 질 높은 의료를 누릴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행진을 호소하는 영상에서 전한 메시지는 강하게 울려 퍼졌다. “공립대학을 공격했을 때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제 병원들이 포위당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 모두를 공격하고 있다.”
출처 :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홈페이지
약탈의 대가
대선 캠페인 동안 밀레이는 이른바 정치 계급을 무너뜨리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긴축의 진정한 무게를 짊어진 이들은 부패한 정치인이 아니라 사회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다. 아르헨티나의 노인들이 지금 가장 가혹한 부담을 떠안고 있다.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정부는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가운데도 연금 재정의 실질 가치를 약 25.8% 삭감해, 은퇴소득을 점점 더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연금, 필수 의약품, 노인 보호가 삭감 대상이 된 것이다.
올해 7월 의회는 소폭의 조정을 통과시켰다. 연금 7.2퍼센트 인상(월 미화 20달러에 불과)과 긴급 보조금의 7만 페소에서 11만 페소(54~85달러)로의 증액이었다. 그러나 두 조치를 합쳐도 대부분의 퇴직자는 월 37만 9천 페소(295달러)밖에 받지 못한다. 밀레이는 인상을 환영하기는커녕 이를 “정치적 절망 행위”라고 낙인찍고,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의회가 이를 뒤집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이 조치가 “재정 균형을 깨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거부권 공언은 자발적인 저항을 촉발했다. 카타마르카에서는 1970년대 탄압을 살아남은 세 명의 베테랑 활동가들이 광장에 나와 하루에 사탕 하나 값에 불과한 임금 인상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었다.
그들 중에는 전 정치범으로 투옥하기도 한 인권운동의 베테랑인 엠페라트리스 “모네나” 마르케스(Emperatriz “Monena” Márquez)도 있었다. 그는 이번 투쟁이 세대를 넘는 것이라고 말하며, 불안정한 조건에서 일해 온 이들의 고통을 강조했다. 가사노동자, 계절노동자, 미등록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연금 가입자가 아닌 이들을 위한 연금 유예제도가 복원되지 않는다면, 많은 이들이 완전히 배제될 것이라고 했다.
“이 정부는 우리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지워버린다. 우리는 짐으로 취급되고, 버려진다.” 마르케스가 말했다. 그럼에도 그의 세대는 당당하다. 존엄한 삶과 존엄한 죽음의 권리를 요구하며 조직하고 저항하고 있다. 그들의 요구에는 의약품 접근권, 공적 연금제도의 강화, 국가 지속가능성 기금의 복원, 불안정한 생활 여건에 놓인 노인들을 위한 공동주거 정책이 포함된다.
트럼프와 밀레이가 외교정책에서는 서로 다르다. 트럼프는 무역 보호주의를, 밀레이는 워싱턴 컨센서스식 자유화를 추구한다. 그러나 국가의 역할을 약화려는 공통된 집착은 분명하다. 두 사람 모두 부유층에게는 막대한 세금 감면을 제공하면서 서비스 지원을 철수한다. 이는 극우 정권의 세계적 통치 매뉴얼이다. 시장 우선, 국민 후순위라는 방식이다. 이런 논리 속에서 여성, 이주민, 노인, 저소득층 가정은 폐기물처럼 취급된다.
긴축을 무기로 삼는 정부에 맞서, 아르헨티나의 거리들은 치열한 전장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창조의 공간이 되었다. 서로를 조직하고, 동원하고, 돌보는 과정에서 아르헨티나인들은 과거에 일어난 일을 지우려는 시도에 맞서고 있으며 동시에 미래를 방어하고 있다. 감베라에게 앞으로의 과제는 세대, 지역, 의제 사이의 기존 단결을 토대로 계속해서 투쟁과 운동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다. 마르케스는 “우리의 투쟁은 언젠가 은퇴할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 싸우는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쳤다. 우리는 투쟁 없이는 승리도 이어갈 수 없음을 안다.”라고 말했다.
더 정의로운 미래에 대한 약속은 절대 굴복하지 않는 이들의 회복력에 달려 있다.
[출처] Argentine Feminists, Retirees and Unions Unite Against Milei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카밀라 파로디(Camila Parodi)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UBA)에서 사회인류학을 전공한 연구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