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월 4일) 미국 의회에서 취임 100일 연설을 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주요 교역국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가 “작은 소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곧 상황이 정리될 것이며, “관세는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고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진행 중이며, 아주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어제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세 개 주요 교역국 모두가 상당한 무역 장벽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즉각적으로 반응한 중국은 3월 10일부터 미국산 농산물, 즉 대두, 쇠고기, 옥수수, 밀 등에 10~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역시 1,07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공개하며, 우선 210억 달러어치의 수입품부터 즉각 적용한다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는 이 부당한 결정을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캐나다에 부과한 관세율은 25%이며, 캐나다산 원유와 에너지 제품에 대해서만 10%가 적용된다. 현재 캐나다는 미국 원유 수입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기업도 겨냥했다. 10개 기업을 국가안보 블랙리스트에 올렸으며, 추가로 15개 기업에 대해 수출 통제를 가했다. 또한,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인 ‘일루미나’의 유전자 시퀀싱 장비(유전체(게놈)나 특정 DNA 서열을 해독하는 기기) 수출을 금지했다. 베이징은 지난달 트럼프의 초기 관세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일루미나를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추가한 바 있다.
이번 관세 조치가 시행되면 불과 몇 주 만에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0%를 넘어 1차 세계대전 이전 수준으로 상승하게 된다. <조지프 폴리타노>(Joseph Politano)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의 비용은 막대하며, 미국 수입품 1조 3천억 달러, 즉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상품의 약 42%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약 100년 전 악명 높은 스무트-홀리 법(Smoot-Hawley Act, 1930년 미국이 시행한 보호무역법) 이후 최대 규모의 관세 인상이 된다.
이번 관세 조치는 휘발유, 비료, 철강, 알루미늄, 목재, 플라스틱 등 주요 원자재의 미국 내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다. 특히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는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북미 지역의 복잡한 통합 공급망에 의존하는 제조업—자동차, 컴퓨터, 화학제품, 항공기 등—은 이러한 연결이 강제로 단절될 경우 사실상 멈춰 설 수도 있다. 생산이 중국과 멕시코에 집중된 휴대전화, 노트북, 가전제품 등의 가격도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원자재 비용 증가, 통화 가치 상승, 보복 관세 등의 영향으로 수출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며, 이는 결국 미국 경제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다.
이번 관세로 인해 미국 소비자와 기업이 수입품 구매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서 총 1,60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며,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트럼프의 화요일 조치는 그가 제안한 조치의 40%에 불과하다. 다음 조치가 시행되면 수입 비용은 6,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이는 GDP의 1.6%에 해당하는 수준이 된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경제적 논리 중 하나는 국내 기업을 외국 경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하면 국내 상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고, 소비자들은 외국산 제품 대신 국산 제품을 선택하게 되어 국내 산업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관세 인상이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관세를 통해 이익을 얻기는 어렵다.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고, 외국이 보복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무역전쟁 발표일의 주식시장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기업들은 예상 현금 흐름과 실질 경제 성과에서 큰 손실을 경험했다. 이러한 손실은 광범위하게 나타났으며, 특히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들이 가장 큰 손실을 입었다”고 결론지었다.
덧붙여, 덴마크 경제학자 예스퍼 랑비드(Jesper Rangvid)에 따르면, 트럼프는 상품에 대한 양자 간 무역만 고려할 뿐, 서비스 무역과 자본 및 노동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무시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유로존에 수출하는 서비스 수익과 자본 및 노동에서 얻는 수익은 상품 무역에서 발생하는 양자 간 적자를 상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유로존과 미국 간의 양자 간 경상수지 균형은 거의 0에 가깝다.
트럼프의 관세 공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미국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고 다른 주요 경제권까지 함께 침체시킬 가능성이 크다. ‘킬 연구소’에 따르면, EU의 대미(對美) 수출은 15~1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결과 EU 경제 규모는 “상당한” 0.4%의 위축을 겪게 될 것이다. 동시에 미국 GDP도 0.17% 감소할 전망이다. 만약 EU가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경제적 타격은 두 배로 커지고, 인플레이션은 1.5%포인트 상승할 것이다. 독일의 대미 제조업 수출은 특히 큰 타격을 받아 거의 2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감소의 정확한 규모는 공급망 조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어렵지만, 이러한 관세가 지속될 경우 미국과 무역하는 주요 경제권의 GDP에 상당한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제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수출 감소로 인해 GDP의 거의 1%에 이를 수 있다.
그것은 하나의 추정치일 뿐이다. 예일대 경제학자들은 더 나아갔다. 그들은 예정된 캐나다·멕시코산 수입품 25% 관세와 기존에 적용된 중국산 제품 10% 관세, 그리고 새로 계획된 중국산 제품 10% 관세의 영향을 모델링했다. 그 결과, 이번 조치로 미국의 실질 평균 관세율이 1943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물가는 현재 인플레이션율보다 1%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이며, 이는 2024년 기준 가구당 평균 1,600~2,000달러의 소비자 손실과 맞먹는다.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올해 0.6%포인트 하락할 것이며, 향후 연간 성장률에서도 0.3~0.4%포인트 감소해 AI 도입으로 기대되던 생산성 증가분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국제상공회의소(ICC)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ICC는 트럼프가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과 유사한 붕괴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앤드류 윌슨(Andrew Wilson) ICC 사무차장은 “우리가 1930년대 무역전쟁 국면으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이것이 하락세의 시작이 될까 깊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의 조치는 단순한 ‘작은 소동’ 수준을 훨씬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관세 조치 발표 이전부터도 미국 경제가 상당한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들이 있었다. 수입 관세 인상의 영향은 경기침체로 가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월가도 그렇게 판단했다. 트럼프가 관세 조치를 발표하자, 트럼프 당선 이후 주식시장에서 쌓였던 모든 상승분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불과 몇 주 만에 미국 경제에 대한 이야기는 ‘예외주의’에서 갑작스러운 성장 둔화에 대한 경고로 급격히 바뀌었다. 소매 판매, 제조업 생산, 실질 소비 지출, 주택 판매, 소비자 신뢰 지수 등이 지난 한두 달 동안 모두 하락했다. 2025년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에 대한 컨센서스 전망치는 현재 연율 기준 1.2%에 불과하다.
많은 관심을 받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NOW’ 지표는 경제가 직접적인 위축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은 이미 1년 이상 불황에 빠져 있었지만, 최근 제조업 활동 지표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는 점이다. 미국공급관리협회 회장 티모시 피오레(Timothy Fiore)는 “수요가 둔화되고, 생산은 안정되었으며, 인력 감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새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초래한 첫 운영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관세로 인해 가격 상승이 가속화되면서 신규 주문 적체, 공급업체 배송 중단, 제조업 재고 문제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신규 주문은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며 위축 국면에 들어섰고, 생산도 급격히 둔화되었다. 또한, 물가 압력은 202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지속되었던 미국 경제의 ‘예외주의’는 애초부터 통계적 착시였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실제 고용, 임금, 인플레이션 상황은 공식 수치와 다르다. 공식 실업률은 4.2%로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이 수치에는 임시직을 전전하는 노숙인들도 포함된다. 만약 실업률 계산에 비자발적 시간제 노동자나 빈곤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연소득 약 2만 5천 달러 이하)를 포함한다면, 실제 실업률은 23.7%에 달한다. 다시 말해, 미국 노동자의 약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여 있다. 공식 중위 소득은 6만 1,900달러로 집계되지만, 시간제 노동자와 실업 구직자를 포함하면 실제 중위 소득은 연간 5만 2,3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기존 통계보다 16% 낮은 수치다. 2023년 공식 인플레이션율은 4.1%였으나, 실제 생활비 상승률은 그 두 배가 넘는 9.4%에 달했다. 그 결과, 2023년 중위 소득층의 구매력은 4.3% 감소했다.
한편,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관세 조치와 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해 사실상 전쟁 준비에 나서고 있다.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2023년 세계 국방비 지출은 2조 2천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유럽의 국방비 지출도 3,880억 달러로 증가해 냉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자유주의적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마틴 울프(Martin Wolf)는 “국방 지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 1970~80년대 영국의 국방비는 GDP의 5% 이상이었다. 장기적으로 그 수준까지 갈 필요는 없지만, 미국이 철수한다면 단기간에는 그 정도 수준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울프는 “국방비 지출이 영구적으로 증가한다면, 정부가 다른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세금을 인상해야 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탱크, 병력, 미사일에 돈을 쓰는 것은 경제에 오히려 유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국방 투자에서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혁신의 원동력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경제’는 군대에서 시작되었으며, 우크라이나는 드론 전쟁을 혁신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인적 희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울프는 “핵심은 국방비 지출을 단순한 필요나 비용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제대로 활용하면 경제적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전쟁이 경제 침체를 벗어나는 방법이라는 논리다.
독일의 차기 총리가 될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도 같은 노선을 따르고 있다. 선거 기간 동안에는 재정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재정 지출을 반대했으나, 선거 이후 입장을 바꿔 독일 군대와 인프라에 수천억 유로를 투입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의 새로운 정책은 GDP의 1%를 초과하는 국방비 지출을 ‘채무제한’ 규정에서 면제해, 독일이 군비 확충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무제한 차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향후 10년간 5천억 유로 규모의 인프라 기금을 마련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갑자기 무기와 군사 프로젝트에는 무제한적인 자금이 풀리고 있는 것이다.
영국도 ‘국방’ 예산을 두 배로 늘리는 계획을 세우면서, 그 재원을 세계 빈곤국 지원 프로그램 삭감으로 충당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 역시 미국의 해외 원조를 동결했다. 한편, 세계 부채는 2024년 들어 7조 달러 증가하며 총 318조 달러에 도달했다. 글로벌 부채 대비 GDP 비율은 4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해 328%를 기록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가난한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부채 부담에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흥 시장 경제국들의 총 부채는 2024년 4조 5천억 달러 증가해 GDP 대비 245%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올해 안에 8조 2천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갱신해야 하며, 그중 약 10%는 외화 표시 부채다. 만약 자금 조달이 막힐 경우, 심각한 금융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앞으로 더 많은 전쟁과 더 깊은 빈곤이 기다리고 있다.
[출처] Trump’s ‘little disturbanc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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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