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했다, 혐오와 차별도 몰아내자"

이태원 광장 밝힌 성소수자·앨라이..."우리의 시대는 다르다"

죽음과 삶, 사랑과 슬픔이 얽힌 이태원 광장에서 색색의 무지개가 환하게 빛을 냈다. 성소수자·앨라이 시민들은 "광장의 힘으로, 윤석열을 체포했다"면서 "윤석열도, 내란공범들도, 혐오와 차별도 없는 세상"을 향해서 앞으로도 함께 나아가자고 마음을 모았다. 

15일 오후 7시, 녹사평역 이태원 광장에서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는 주제로 세 번째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성소수자와 앨라이(ally,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이들)들이 참여했다.

이날 집회는 추모의 시간으로 문을 열었다. 참여자들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혐오와 차별로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을 함께 기억하면서, 사랑하는 이들과 이 세계를 살아가는 모두의 안전과 존엄을 바랐다. 이들은 "윤석열을 만든 혐오의 정치"에 맞서, 광장에 나선 시민들을 다시금 가르려는 공격에 절망하지 않고, 평등을 향한 연대를 이어가자고 마음을 나누었다.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김겨울 트랜스해방전선 대표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지는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세상은 여성도, 노동자도, 장애인도, 농민도, 이주민도, 그리고 여러 정체성이 겹쳐진 누구나 본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고 확신한다" 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트랜스젠더 시민이 당신 곁에서, 이 탄핵 집회 곳곳에서 함께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그리고 우리는 탄핵과 정권교체를 쟁취하고, 나아가 이 사회를 평등하고, 모두의 정체성이 존중받는 사회로 바꿔나갈 것"이라 말했다. 

김겨울 대표는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여성 인권운동가인 앤절라 데이비스의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는 말을 소개하면서 "우리 앞의 민주주의를 짓밟는, 인권을 짓밟는, 평등의 가치를 짓밟는 저 멀리 윤석열을 보면 커다란 벽처럼 보이지만, 우리 이 벽을 눕히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다리를 놓자. 혐오와 차별을 건너 평등이, 민주주의가, 모두의 존엄과 인권이 빛나는 세계를 상상하자"고 이야기했다. 

안담 작가는 "윤석열 체포를 축하한다"면서 "그러나 저는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적어도 누군가를 억압해서 정시운행되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안담 작가는 장애인과 노동자, 성노동자, 농민들, 동덕여대 학생들, 트랜스젠더들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탄압을 짚고 "공권력과 대기업과 기득권은 언제든지 우리의 일상을 방해할 준비가 되어있다. 저는 그토록 미약한 일상보다 더 큰 것을 원한다. 저는 삶을 원한다. 각자의 단편적인 안온함 말고, 모두의 총체적인 삶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만 가지고 남은 가질 수 없는 권리는 특권이라고 부르지 인권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연대는 저의 것이자 당신의 것이자 모두의 것일 때만 의미가 있다. 먹는다고 줄지 않는 파이를, 나눈다고 작아지지 않는 사랑을 가져가자. 만든 사람과 쓰는 사람이 하나인 사랑을, 자본주의와 소비주의가 가장 싫어하는 형태의 사랑을, 갈라지지 않는 물 같이 비독점적인 사랑을 가져가자"고 마음을 나누었다. 

"윤석열도, 혐오와 차별도 없는 세상으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3·8 여성파업 학생참가단에서 활동하는 김민솔씨는 "윤석열 없는 세상, 차별금지법이 있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여성이, 성소수자가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는 세상이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성폭력 피해에 노출되지 않는 세상"이라면서, "2025년 3·8 여성파업참가단의 메인 슬로건은  '너희는 갈라치지만, 우리는 단결한다'이다. 퀴어 해방과 여성 해방은 함께한다"고 짚었다.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직장내성희롱을 고발해 해고된 여성노동자의 복직을 위한 투쟁 과정에서 경험했던, 성소수자 시민들의 연대를 회고했다. 그는 "제가 무지개 동지가 되지 않을 방법이 없다"면서 "12월 3일 이후 열린 광장은 초라한 자들이 모여 세상을 빛내는 광장이다. 함께 모여 가자. 평등으로 가자"고 소리 높였다. 

이호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우리 각자의 삶의 배경과 정체성은 우리가 분노하고 이 싸움에 함께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여성도, 성소수자도, 장애인도, 이주민도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에,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주민이기 때문에 우리는 윤석열과 내란세력을 끝내고, 평등으로 나아가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가 싸우고 있기에,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 분명 무력감과 패배감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성소수자, 트랜스젠더에 대한 뿌리깊은 혐오를 마주하며 상처받는 순간들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좌절에 대한 기시감에 회의하고 너무 느린 변화 앞에 비관하는 순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땐 지금 달라진 광장의 공기를 기억하자. 평등한 광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그 광장에서 성소수자가 싸우는 이유를 말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던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하자. 우리와 연대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그들의 구체적인 얼굴과 몸을 떠올리자. 내 곁의, 혹은 먼저 떠난 소중한 친구들을 떠올리며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자. 그렇게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는 매주 수요일 '윤석열 퇴진'과 '평등'을 향한 다양한 시민의 고민과 바람을 나누면서 광장을 넓히고 있다. 이날 집회는 '윤석열 퇴진 성소수자 공동행동'이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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